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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교수 “교과서에 아세안 비중 고작 1%...동남아 파격적으로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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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해방 직후보다 홀대, ‘신남방정책’ 등 미래 담아야”

 

초·중등 사회과 교과서에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내용은 1%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남방정책’ 등으로 아세안 10개국 국가와 교류가 활발해진 상황에서 “해방 직후보다 못한” 홀대를 떨구고 교과서에 동남아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가 지난달 30일 ‘교육논총’에 게재한 ‘한국 초등 사회과 교과서에 재현된 동남아’ 논문에 따르면 2015년 개정 교육과정 이후 초등 사회과 교과서에 아세안 관련 내용은 1% 미만이었다.

 

현재 한국 초등학교 사회과 세계를 다루는 내용 165쪽 중 1쪽 분량만 동남아가 등장하고, 그것도 다문화 관련 내용으로 서술되고 있다. 1945년 해방 직후 교과서의 동남아 관련 내용이 총 136쪽 중 14쪽(10.3%) 차지한 것에 비해 크게 줄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서구중심주의적 사고와 이론 중심 미국식 사회과 교육이 영향, 아세안에 대한 편견 등의 영향으로 동남아 비중이 적다”고 분석한다.

 

 

최근 책 ‘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을 출간하고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동남아의 힘과 매력을 소개해 주목받고 있는 그를 아세안익스프레스가 만나봤다.

 

■ “한국 초등-중학교 교과서의 동남아 홀대 현상...‘휴양지’ 이미지 정도”

 

Q. 한국 초등학교, 중학교 교과서의 동남아 홀대 현상 논문에서 초등학교 교과서 동남아 내용 비중 표를 보면 일제시대 10.3%에서 2015 개정 이후 1%로 줄었다고 표시되어 있다. 기준은?

 

A. 6학년에서 1학기는 보통 정치나 경제 이론을 배운다. 2학기에 주로 세계 관련 내용이 배치된다. 1%라는 수치는 6학년 세계와 관련된 교과서 페이지 중에서도 동남아 비중이 1%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보여주는 것이다.

 

만일 3학년에서 6학년 사이 4개 학년 사회과에서 동남아의 비중을 산정한다면 더 축소되어 0.5%도 안 될 것 같다. 세계와 관련된 6학년 2학기 사회과 교과서는 미국과 유럽, 이웃나라(일본, 중국, 러시아)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거나 국가 구분 없이 세계 전반을 다루거나 이론을 설명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3~6학년 사회과 국정교과서뿐 아니라 일반적인 어린이 관련 도서들이 유럽, 서구 중심이다 보니 한국 초등학생들은 동남아에 대해 ‘휴양지’ 정도의 이미지만 갖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공간적, 문화적 경험을 갖는 게 편견을 없애는 데 중요하다. 특히 현장의 생생한 정보가 담긴 지도를 읽고 활용하는 능력은 해외에서 활동할 때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런데 한국 교과서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매우 부족하고 학생들의 지리적 상상력을 오히려 억압하는 상황이다.

 

■ 미국식 사회교육 도입해 지리-역사 과목 약화...동남아 비중 10~20%에서 1% 뚝

 

Q. 이처럼 동남아 홀대 현상의 배경과 원인을 짚어보면?

 

A. 통상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을 중요 과목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국민들의 세계관,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과목이 사회과다. 일제 강점기, 그리고 해방 직후에는 한국, 일본 모두 지리와 역사 교육이 강세였다.

 

특히 일본은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우면서 아시아에 대한 최신 정보도 풍부했다. 그런데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지리와 역사 과목이 약화되기 시작했고 이론 중심적인 미국식 사회과 교육이 강요되었다.

 

해방 직후 미군정이 도입되기 전에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문과, 이과를 통합하는 지리 교육이 실행되고 있었다. 지리 안에서 세계지리 비중도 높았다. 세계지리 교과서에서 동남아 지역은 중요하게 다루어져 내용 비중이 10~20%에 달했다.

 

 

그러니 아주 자세하게 동남아의 면면을 다룰 수 있었다. 그런데 6.25를 치르면서 미국식 사회과 교육이 전격 도입되었고, 지리와 역사(세계사)는 거의 가르치지 않게 되었다.

 

Q. 미국식 사회과 교육이 교육현장에서 세계와 동남아에게 눈길을 돌리는 것을 차단하게 되는 결과를 낳은 셈인가?

 

A. 미국식 사회과 교육을 성찰없이 그대로 적용하면 우리의 시각이 한반도, 국내 중심으로 편협해지고 우물 안 개구리가 양산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당시 도입된 미국식 사회과 교육의 핵심 내용 구성 원리를 환경확대법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마을(카운티), 4학년 지역(주), 5학년 국가, 6학년 세계를 조금 배우는 구조다.

 

이러한 내용 구성은 2021년 현재까지도 그 뼈대가 유지되고 있어 초등학교에서부터 세계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특히 동남아가 홀대받는 악순환이 70년 넘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학교에서 동남아 비중 2~3%라는 수치는 세계사, 세계지리 등 세계와 관련된 내용 중에서 동남아 비중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만일 사회과 전체로 확대시켜 본다면 동남아 비중은 1%도 안 되고 0%대에 머물 듯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일반사회는 워낙 서구(미국)중심적이거나 일반적인 이론만 다루기 때문이다.

 

 

중학교 사회과에서도 세계와 관련된 내용보다는 국사나 이론(정치, 경제, 사회문화) 중심이다. 얼마 안되는 세계 관련 내용 중에서 세계사에서는 동남아를 거의 다루지 않고 있으며 세계지리가 그나마 동남아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 교육에 밀려 세계 지리교육이 계속 축소 되고 있는 가운데 제한된 분량 속에서 열대 기후 특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보니 동남아의 힘과 최근 변화까지 다루기는 버거운 상황이다.

 

Q. 그렇다면 고등학교는 어떤가?

 

A. 고등학교는 잘 아시다시피 선택과목 중심이다.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한국사가 가장 많이 선택된다.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는 공부할 게 적고 점수 따기 쉽다는 비교육적인 이유다.

 

세계지리, 세계사는 선택하는 학생 비중이 매우 낮으니 공교육에서 영향력이 미미하다. 설상가상, 세계지리, 세계사에서도 동남아 비중은 낮다. 오리엔탈리즘, 서구중심주의에 오염된 내용이라 편견을 깨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고등학교 세계사 선택과목 교육과정은 기존 얼마 안되었던 동남아 역사 단원마저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개정되었으니 동남아의 비중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그나마 세계지리 단원에서 동남아를 다루기 때문에 2~3%의 비중이라도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 피상적 ‘부티크’ 다문화 교육이 동남아에 대한 편견 오히려 강화시켜

 

Q. 서구중심주의적 사고와 아세안에 대한 편견 등의 영향으로 교과서에 동남아 비중이 적고 세계지리 교육도 부실한 점이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건데... 그래도 다문화교육 등을 통해 동남아에 대한 내용이 늘지 않았나?

 

 

A. 실제 미국이나 유럽 혹은 중국, 러시아, 일본에 묻혀 동남아 비중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그마저도 실제 현실에 기초해서 내용을 구성하기보다는 음식이나 축제 등이 관광객의 눈으로 흥미위주로 소개된다.

 

이러한 접근을 ‘부티크 다문화주의’라고 한다. 관광지나 축제 중심으로 소개하다 보니 동남아의 실제 모습, 놀라운 발전, 잠재력 등 최근 변화를 다루지는 않는다.

 

심지어 교육부는 국정교과서에 캄보디아 국기를 잘못 표시한 적도 있다. 앞으로 공교육에서 세계지리 교육을 강화하고, 교과서에 동남아 자연환경, 지리, 경제, 사회, 문화 비중을 대폭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Q. 다문화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A. 지난해 11월 발표된 ‘2019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부산만 해도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 출생아 비율이 2017년 4.4%, 2018년 4.8%, 2019년 5%로 늘어났다.

 

2019년 전국 다문화 출생아 어머니 국적은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태국 등 4개국이 51.5%로 동남아 다문화 가정이 큰 비율을 차지한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차별의 양상은 출신 국가에 의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다문화 교육도 동남아에 대한 이해에 기초한 후 실행해야 효과가 높다. 대충 민속의상 입고 음식문화 소개하는 수준의 피상적 동남아 교육, ‘부티크’ 다문화교육은 오히려 동남아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일선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다문화 교육을 원치 않는 등 다문화 낙인현상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기존 다문화 교육과 정책의 문제점을 성찰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다.

 

 

■ 외교부-교육부 공조해 2022년 개정될 국가교육과정에 동남아 비중 파격적으로 높여야

 

Q. 동남아 충실히 설명한 교과서는 ‘신남방정책’ 성공의 기초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코로나19 이후 아세안은 여행이나 비즈니스 등이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앞으로 우리가 아세안을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동남아가 충실히 설명된 좋은 교과서는 신남방정책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2022년 개정될 국가 교육과정에서 동남아 각 국가와 아세안에 대한 교육이 대폭 강화되도록 외교부, 교육부가 앞장 서주면 좋겠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아세안 비중을 대폭 늘리고, 급변하는 동남아의 현실과 아세안의 힘과 매력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칠 때다.

 

**한편 김이재 교수는 7월 1~16일 EBS2에서 '클래스e-운명을 바꾸는 힘, 지도력'을 맡아 밤 10시 20분, 11시 50분 방영한다. 

 

김이재 교수는?

 

서울대 지리교육과 졸업하고 삼성전자 해외영업직 1기로 입사해 반도체 미주수출팀에서 일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동남아 지역연구 1기로 졸업한 후 24년간 동남아 현장을 지킨 베테랑 지역전문가로 영어·일어·독어뿐 아니라 베트남어, 마인어, 순다어, 미낭까바우어를 구사한다. 싱가포르국립대, 런던대, 한국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연구했다.

 

‘Happy Yummy Journey’ ‘Geography of Dream’등을 출간해 ‘현지인보다 동남아 문화를 더 깊게 이해하는 한국인 교수’로 주목받았다. 동남아 각국의 정·재계 지도자들이 자문을 구하는 지리학자이기도 하다. 현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펑키 동남아’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 ‘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을 썼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KBS <쌤과 함께> EBS <세계테마기행> <Class e> 등 방송에 출연하고 동아·중앙일보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며 동남아의 힘과 매력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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