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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의 손안의 아세안18] 인도네시아 대기업들, 스타트업계에 ‘러브콜’ 왜?

코로나19 난국 돌파 위해 대기업 파트너로 디지털 환경 강한 현지 스타트업계 주목

 

최근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인도네시아의 한 대기업과 자주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가축사료 시장 점유율 70%가량을 차지하며 2019년에 39억 달러(약 4조3000억 원) 매출을 기록한 화인(華仁) 재벌 중 한 곳입니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5개 나라에 4만여 명 임직원이 근무하는 이 기업은 현재 전세계 스타트업계를 대상으로 경진 대회를 진행하는 중입니다.

 

농식품 테크 분야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협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입니다. 동물 백신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한 스타트업과 머리를 맞대고 대회 참가를 준비하면서 거대 기업의 달라진 모습에 유독 눈길이 쏠렸습니다.

 

싱가포르의 창업 전문 엑셀러레이터와 손잡고 설립 50년 만에 처음 유력 스타트업을 선발해 투자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도입할 만큼 달라지는 인도네시아 대기업들의 현주소를 목격한 까닭입니다.

 

1년 넘게 지구촌 곳곳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신음하기는 동남아시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GDP(국내총생산) 기준 동남아 경제의 약 4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경기 침체 및 이에 따른 구조조정 등이 일상화되면서 반등의 계기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경제의 버팀목을 자처해온 대기업들도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대부분 내수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를 가진 상황에서 소비 부진의 여파가 대기업들의 신규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인도네시아 사회 전반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기업들이 희망을 품는 파트너로 현지 스타트업계가 우선적으로 꼽힙니다.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최대 디지털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데 앞장서 온 스타트업들과 발 빠른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사실 인도네시아 대기업들에 변신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디지털 열풍이 본격화되면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커졌습니다.

 

하지만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비즈니스 관행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게 됐습니다. 자카르타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필자의 지인은 “코로나19 시대에 신생 창업기업들과 손잡지 않고는 비대면 온라인으로 발상 전환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대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변화의 선두에는 인도네시아 상권을 좌지우지해온 화인 대기업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부동산, 유통, 금융 산업 등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현실에 안주해서는 디지털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관측입니다.

 

앞서 언급한 가축사료 분야의 대기업 외에도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화인 재벌인 살림 그룹, 시나르마스 그룹, 리뽀 그룹 등 앞다퉈 팔을 걷어붙이고 있습니다. 북미, 유럽 등에서 유학한 3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실제 인도네시아 최대 재벌인 살림 그룹의 액스턴 살림 전무이사는 지난해 열린 ‘니케이 포럼 자카르타 2020’에서 “비즈니스 혁신 측면에서 스타트업은 인도네시아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남다른 관심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스타트업계를 향한 인도네시아 대기업들의 뜨거운 러브콜(?)이 몰고 올 변화의 바람이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글쓴이=방정환 YTeams 파트너 um0517@hanmail.net

 

방정환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매일경제신문》에서 6년 반가량 취재기자로 일했다. 미국 하와이와 일본 도쿄에서 연수를 받았다.

 

2011년 싱가포르의 다국적 교육업체, 2013년 인도네시아의 한국계 투자기업에 몸담게 된 이래로 동남아시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입문 교양서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에 이어 동남아의 최신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열풍을 다룬 ‘수제맥주에서 스타트업까지 동남아를 찾습니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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