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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관의 태국이야기9] ‘팟타이’에 깃든 태국현대사...정치거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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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관의 태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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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재료가 어우러져 맛을 내는 태국 음식 '팟타이'식 민주주의의 도래는?

 

남녀노소 태국인들은 물론, 태국에 몇 번 드나든 외국인 여행객들까지도 즐겨먹는 지극히 대중적인 태국의 대표음식이 있는데 다름 아닌 ‘팟타이’다.

 

중국 대륙에서 생성된 국수문명이 비옥한 메콩 삼각주 평야지대의 미곡 경작지로 흘러들어오는 과정에서 형성되어진 ‘라이스 누들 로드 (Rice Noodle Road)’의 종착역 나라 태국.

 

그 태국에서, 옛 중국대륙의 문명식인 국수문화(Noodle Culture)가 인도차이나 반도의 갖가지 풍요로운 식재료와 어우러져 태국 현대사에 이르러 탄생한 음식인 ‘팟타이(ผัดไทย)가 만들어진 사연은 이렇다.

 

■ 태국 현대사에 출현한 팟타이의 정치경제적 유래

 

 

1932년 태국의 짝끄리 전제군주 왕조체제를 입헌군주제로 전환시킨 입헌혁명의 주도자이자 사회운동가 ‘쁘리디 파놈용’이 핀춘하완 장군의 쿠데타로 실각되자, 쿠데타 세력은 ‘피분 송크람’ 장군을 국가 지도자로 추대했다.

 

 

권좌에 오른 ‘피분 송크람’은 자신의 집권 전후시기에 세계사를 뒤흔들던 파시즘과 군국주의를 답습하며 수 차례 총리직을 연임하는 가운데 25년간 장기 군사독재를 이어나갔다. 모든 신문의 1면은 그의 정책 홍보로 도배되었고, 구폐와 악습을 단절한다면서 국호도 아예 ‘사얌(Siam)’에서 태국어로 ‘자유’라는 뜻을 가진 ‘타이(Thai,ประเทศไทย=쁘라텟타이/타일랜드)로 개칭했다.

 

군사독재와 개발경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 했던가. 그는 1938년 총리 자리에 오르자 태국판 새마을 운동을 벌였고, 군사독재를 미화시키기 위한 개발경제 자금 마련을 위해 당시의 태국으로서는 유일하디시피 한 외화벌이 수단이었던 쌀수출에 열을 올렸다.

 

이 때 ‘피분 송크람’ 군사정부가 지고지순한 쌀수출 외화벌이를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 다름 아닌 쌀국수였다. 열대 상하(常夏)의 나라 태국에서 쌀로 지은 밥보다 보관이 용이한 건조 쌀국수를 만들어 그때 그때 끓는 물에 데쳐 조리하는 방식의 ‘쌀국수(꾸어이띠아우)’는 이미 이 시기부터 태국민들의 유용한 주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쌀농사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태국의 자연환경에서 쌀국수는 밥에 의존하는 식사차림 보다 상대적으로 쌀의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당시 군사정부는 쌀의 국내 소비를 줄여 쌀수출 물량확보를 늘려 나가기 위해서는 쌀밥 대신 쌀국수의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탈곡 후 정미과정에서 발생하는 미곡 부스러기와 수출상품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깨진 쌀 알갱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쌀밥 대신 쌀을 빻아 만든 쌀국수 소비를 권장하는 것이 주효했다.

 

■ '식탁위의 태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쌀국수  '팟타이'

 

이 과정에서 ‘피분 송크람’이 직접 나서 ‘베트남의 볶음 쌀국수 퍼사오’를 벤치마킹해 얻은 아이디어가 ‘팟타이’였다.

 

쌀수출을 늘리자고 국민들에게 삼시세끼 ‘꾸어이띠아우 쌀국수’ 한가지만 먹으라고 할 수는 없던 차에 ‘팟타이’라는 신개발 메뉴로 선택의 여지를 늘려 국민들로 하여금 식상하지 않게 쌀국수를 소비케 하는 보완책을 만들어낸 것이다.

 

일반 꾸어이띠아우 대비 다양한 종류의 육류, 해산물, 야채가 들어가는 ‘팟타이’는 각양각색의 미각을 돋굴 수 있을 뿐 아니라, 제면 시 쌀가루에 타피오카 가루를 섞어 제면하는 만큼 쌀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기존 ‘꾸어이띠아우’ 소비는 미작 농가와 축산업자의 수입증대로만 이어졌던 것 대비, ‘팟타이’의 해산물은 어촌, 야채는 밭농사 경작 농부들의 소득을 증대시켜 줄 수 있는 음식이어서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얻어졌다.

 

 

국민들을 궁휼케 하지 않으면서도 쌀 수출 물량 확보를 늘려 벌어들인 외화로 국가개발경제를 활성화시켜 나감으로서 군사독재의 정책적 성과를 보이겠다는 피분송크람의 의지가 팟타이 한그릇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팟타이의 ‘팟’은 ‘기름을 넣어 볶다’라는 뜻이고, ‘타이’는 ‘자유’라는 뜻의 단어이기에 태국민들의 자유에 뭔가 새로운 윤활제인 기름을 넣어 볶는 의미의 음식이 탄생한 것이라고나 할까. 더구나 ‘피분 송크람’ 본인이 ‘사얌(SIAM,สยาม)’이었던 국호를 ‘타이(THAI,ไทย)’로 바꿨던 터라, 팟타이라는 음식의 보급은 태국민들로 하여금 새로운 국호를 더욱 친숙하게 해주는 효과도 도모했다.

 

 

■ 태국의 삼색기:국민, 불교, 국왕에 버금갈 정도로 다양한 재료의 팟타이가 갖는 의미?

 

태국을 상징하는 삼색기가 <국민> <불교> <국왕>이라는 삼위일체적 의미를 갖듯이,  팟타이는 <쌀국수>에 <달걀, 고추, 액젓, 새우, 닭고기, 두부>를 넣은 후, 고명으로 <고수, 라임, 땅콩>을 가미하여 섞은 후 풍성하게 기름을 둘러 볶아주는 다원적 자유민주주의 의미를 형상화시켜주는 음식이다.

 

이런 팟타이(ผัดไทย)를 언젠가부터 태국 사람들이 팟타이(ผัดไทย)라고 쓰지 않고 팟타이(ผัดไท)라고 쓰기 시작했다(실제로 태국식당 메뉴판에는 대부분 이렇게 쓰여있다). “왜 타이(ไทย)라는 국호를 팟타이에는 타이(ไทย)라고 쓰지 않고 타이(ไท)라고 쓰는 것이냐”고 주위의 태국인들에게 물어보아도 다들 잘 모르는 듯하다. 

 

그런데, 태국에서 한참을 살면서 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지켜본 이방인인 필자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설사 태국인들이 “그런 억측이 어딨냐”고 본인에게 반문해도 그냥 이렇게 한 번 우겨볼 참이다. 

 

그건 다름 아닌 두 개의 단어의 차이인 ‘여 약(ย)’이라는 자음의 탈락’이다. 태국어로 ‘여 약(ย)’이라는 단어는 다름 아닌 ‘거인’ 내지는 ‘자이언트’라는 뜻을 가진 글자다. 

 

■ ’난세에 영웅 난다’…태국의 혼란을 불식시켜줄 정치지도지를 기다리는 태국민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건만, 어찌된 일인지 태국이 전제군주제를 폐지시키고 입헌혁명을 일으킨 시절에도 있었던 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 ‘쁘리디파놈용’이나 ‘피분 송크람’ 같은 자언트급 거물 정치인이 작금의 혼란스런 정국속에서는 안보인다. 


탐마삿대학교를 건립한 개혁파 성향 총리였던 ‘쁘리디 파놈용’ 같은 사람이든, 지나친 개발경제에 치중한 독재성향의 정치인이든지 간에, 어쩌면 태국은 팟타이(ผัดไทย)를 만들어내고 먹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출중한 ‘여 약(ย)=자이언트급 정치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방콕 시내 도심 한 복판 시위대 숫자가 수 만명을 넘기고, 물대포가 난무하며, 영화 ‘헝거게임’의 세손가락 동작이 거리에 넘칠수록 언젠가부터 팟타이(ผัดไทย)를 만들어 먹으면서 잃어버렸던 거물급 자이언트 정치지도자 ’여-약(ย)’이 나타나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전창관 기자 bkkchun@aseanexpress,co.kr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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