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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의 緬甸 통신] <14> 2013년 삼성의 미얀마 투자 결렬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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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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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한계와 무한한 가능성① 군사독재가 낳은 '관료주의'와 '저개발'의 덫

 

[정호재의 緬甸 통신] 미얀마의 한계와 무한한 가능성①

 

한 나라의 중장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시기에 따라 좋을 때와 나쁠 때가 교차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전망은 그런 현실에 기반해 언제나 낙관론과 비관론 그 사이를 왕복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만 돌이켜봐도 극단적인 상황을 수차례 오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12년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민주주의로의 점진적 이행에 나선 2020년의 미얀마는 어떨까? 아웅산 수치의 NLD 정권이 집권 1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의 낙관론과 비관론을 살펴보기로 하자.

 

1. 2013년 삼성은 왜 미얀마 투자를 주저했을까?

 

“2013년 삼성의 미얀마 투자가 결렬됐을 때 이 나라의 방향이 좀 바뀌지 않았을까요?”

 

최근 미얀마에서 만난 한 한인기업인은 당시 삼성의 투자가 무산된 사건을 한국은 물론이고 미얀마에게도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손꼽았다.

 

익히 알려져 있듯, 당시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미얀마를 저울질하다가 결국 베트남에 제조공장을 몰아주는 선택을 했다.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고 하더라도 극히 일부라도 떠오르는 신흥시장 미얀마에 전자산업 투자가 이뤄졌다면 어땠을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

 

2012년과 2013년은 미얀마에 대한 낙관론이 하늘을 찔렀던 시점이었다.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전세계 거의 모든 진취적 기업이 미얀마 투자를 위해 돈가방을 싸들고 몰려들던 시점이기도 했다.

 

당시 동남아의 제조단지를 모색하던 삼성 역시도 베트남과 함께 미얀마를 후보군에 올려 저울질했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많은 대기업이 엇비슷한 고민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여러 현실적 걸림돌이 투자결심을 방해했다는 것이 많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아주 다양한 이유가 거론되지만 결정적인 대목은 당시 미얀마 집권세력의 안일한 현실인식이 꼽힌다.

 

미얀마는 오랜기간 폐쇄경제를 겪었기 때문에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간접시설인 ‘전력’과 ‘도로 및 항만’ 시설이 절대적으로 열악한 국가다. 결정적으로 이를 단기적으로 해소할만한 정부의 의지와 자본이 없는 것도 커다란 문제가 된다. 

 

해외 제조단지를 모색하는 기업의 입장에선 인프라 시설은 해당국가가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 상정이다. 그러나 오랜 외세의 침략과 군부독재가 지속된 미얀마 정치환경에서 2012년 당시에 인프라건설의 투자 주체를 놓고 외국기업과 협상할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즉, 공단을 위한 땅을 빌려줄 수는 있지만 그것에 따른 도로건설과 전력수급도 당분간 해당기업이 알아서 해결하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삼성은 물론이고 그 어떤 해외기업이라도 쉽게 수긍할 수 없는 투자조건을 제시했던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베트남 정부가 제시하는 부가세 한시적 면제 등의 투자인센티브에 비해 미얀마의 경우는 그 어떤 투자혜택이 없었기 때문에 불확실한 미얀마에 투자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랬기 때문인지 지금도 미얀마의 주력산업은 저가인력 기반의 섬유-봉제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1990년대와 산업구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2. ‘미래의 땅’이라구? 미얀마에 대한 환상이 깨질 때다

 

한 국가의 부정적인 요소를 꼽기로 작심하면 그 어떤 나라라도 매서운 비판의 칼날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나 오랜 폐쇄경제와 군부독재를 거친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나라가 그 대상이 되면 사실 그 비판의 정도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모든 단점을 상쇄하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의 인건비와 미래의 소비시장이라는 당근이 이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전문가들은 미얀마에서 외국기업이 맞딱뜨리는 어려운 현실을 대락 세가지 틀로 요약한다. ▲법과 제도의 미비 ▲인프라 설비의 미비 ▲인력 및 숙련공 부족이다.

 

앞서 삼성의 사례에서 미약한 사회인프라(SOC)의 살펴봤지만 사실 이는 현실적으로 사업을 꾸려가야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상당한 고통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전력과 도로설비의 저품질로 사업주가 겪는 사례는 너무 일상적이라 현지에서는 뉴스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태국에서 도로를 이용해 전자제품을 운송해 왔는데, 오는 도중에 20%가 넘는 제품에 손상이 갔다든지, 100만원이면 될 전기료를 잦은 정전으로 1000만원이 넘는 발전기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잦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물리적인 인프라보다 더 넘기 힘든 벽이 바로 법과 제도와 싸워야 할 경우다. 그리고 그런 제도적인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관료주의’의 벽은 외국인 사업주가 맞닥뜨리는 가장 큰 불확실성의 벽에 속한다.

 

미얀마에서 20년 넘게 통역과 컨설팅업을 진행해온 C 대표는 이를 “외국인 투자를 상당히 적대적으로 보는 군사문화의 잔재”라고 해석한다. 1962년 미얀마가 군사정부의 관리에 들어간 직후 ‘버마식 사회주의’를 천명하면서 식민지시대의 극복을 추구하면서 외국인과의 관계를 사실상 단절한 것 경험이 여전히 공무원 사회에 뿌리깊게 남아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자는 근본적으로 미얀마에 돈을 벌기 위해 왔기 때문에, 너희가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충분하게 그 가치에 대해 가격을 치르라는 관념이 지배적입니다. 싼 가격에 미얀마의 자원과 인력을 넘길 이유가 없다는 반시장적 마인드로 무장된 탓이지요.”

 

이 같은 정서적인 적대감도 문제지만 군사정부 시절 지속됐던 명령과 통솔의 ‘관료주의적’ 공무웜 마인드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러 부처의 규제가 충돌할 경우 이를 조정했던 권위주의가 사라진 시대에 민주정부가 아직은 공무원 조직을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민주 정부의 장관과 군부계열의 차관이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는 사례가 빈번할 정도다.

 

자연스레 그런 빈 틈을 파고드는 것은 책임공무원의 환심을 사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 ‘부정부패’가 만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좋은 취지로 투자를 하거나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려고 해도 먼저 담당공무원의 환심을 사야 사업 시작이 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낡은 민법이나 비효율적인 사법시스템도 미얀마의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어요.”

 

세 번째로 거론되는 수준 높은 인력수급 문제 역시 미얀마 사회가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할 숙제로 꼽힌다. 미얀마의 주력 산업이 광산업과 농업 그리고 봉제업에 치중되어 있다보니 여타 제조업에 필요한 숙련공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1980년대의 한국적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꽤나 극심한 노사갈등이 미얀마 봉제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 결과 2016~2018년 사이의 미얀마 최저임금 인상률은 매년 20%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결국 이런 복합적 문제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국가의 거시적 경제성장률을 꾸준하게 상승시키는 것이 유일하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 밖에도 부족한 산업용 토지와 이로부터 비롯되는 과도한 임대료와 비효율적인 금융부문의 낙후도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비관적 전망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정호재는?
기자 출신으로 현재 싱가포르와 미얀마에서 아시아학을 공부하며 현지 시장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태국의 탁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캄보디아의 삼랑시 등 동남아 대표 정치인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련 책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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