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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불교 지도자 ‘틱낫한’ 스님 베트남 사원서 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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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명상과 마음챙김으로 큰 반향...한국서 ‘화’ ‘걷기명상’ 베스트셀러

 

"저를 화장해 유골을 전 세계의 '플럼 빌리지'로 가져와서 걷기 명상의 길에 흩뿌려달라.'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이자 평화 운동가인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이 베트남 중부 도시인 후에(Hue)의 투히에우(Tu Hieu) 사원에서 향년 95세를 일기로 열반했다.

 

그가 설립한 수도원 단체인 플럼 빌리지(Plum Village, 자두마을)는 웹사이트를 통해 그가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틱낫한 스님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있는 부처’, ‘영적 스승’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숭산, 달라이 라마, 마하 고사난다와 함께 ‘세계 4대 생불’로도 불렸다.

 

2014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프랑스 병원에서 4개월간 치료를 받다가 여생을 모국 베트남에서 보내고자 베트남 중부 지역인 고향 후에에 있는 사원에서 지내다 입적했다.

 

■ 16살에 출가...미국 유학후 전쟁반대 메시지 추방, 플럼 빌리지 설립 전세계 반향

 

1926년 베트남 중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한 사진 속의 평화로운 스님의 모습을 보고 그처럼 평화로워지기 위해 1942년 16살에 출가했다고 한다. 24세 무렵 베트남 최대 불교연구센터인 인꽝(An Quang) 불교연구원을 설립했다.

 

틱낫한의 한자식 법명은 ‘석 일행(釋一行)’으로 베트남어 틱(Thich)은 ‘석(釋)’을, 낫한(Nhat Hanh)은 ‘일행(一行)’을 뜻한다.

 

1946~1954년 베트남 지배를 유지하려고 전쟁을 벌인 프랑스의 군인들은 먹을 것을 뺏으려 사찰을 공격했고, 저항운동에 가담한 승려들을 잔인하게 처형했다.

 

틱낫한은 “당시 프랑스 병사들이 너무나 싫었다”고 고백할 만큼 자신도 고통 속에 있었지만, 그는 그 증오심에 매몰돼 있지 않고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프랑스 병사를 진정한 친구이자 형제로 받아들였다.

 

 

196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프린스턴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했다. 이후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반대 메시지를 내, 조국에서 추방됐다.

 

이후 전 세계를 돌며 비폭력 메시지를 전하는 연설과 법회를 열었다. 1967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으나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973년 프랑스로 망명해 시골마을에 ‘플럼 빌리지’ 공동체를 설립해 고국의 전쟁 고아들을 지원하고, 걷기 명상과 마음챙김 등과 같은 명상 프로그램을 이끌어 유럽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 고행이나 좌선보다 "지금 여기 깨어있는 마음이 바로 정토" 설파 '걷기 명상' 큰 인기

 

틱낫한은 고행이나 좌선을 권유하기보다는 “무슨 일을 하든 걱정과 불안, 망상에 한눈을 팔지 않고, 마음을 호흡과 발밑에 집중하며, 온전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라”며 “지금 여기 깨어있는 마음이 바로 정토요. 천국이다”고 했다.

 

그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베트남을 네 번 방문했고 독실한 불교도들을 만나 전쟁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그는 사후에 자신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도 남겼다.

 

“언젠가 내가 죽는다면 나에게 무덤이나 탑을 건설하지 마라. 저를 화장해달라. 제 유골을 전 세계의 플럼 빌리지 수도원으로 가져와서 당신의 걷기 명상의 길에 흩뿌려달라. 그렇게 하면 내가 매일 당신과 함께 걷기 명상을 할 수 있다.”

 

투히에우 사원은 7일 동안 조용히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쉽고 명쾌한 틱낫한의 저서는 시적인 언어로 부처의 가르침을 전달했다고 평가받는다. 그가 집필한 100권 이상의 책은 미국과 유럽 서점의 동양 및 불교 코너에서 달라이 라마의 저서와 함께 주류를 차지했다.

 

달라이 라마도 그의 저서를 애독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가르침은 간단 명료하면서도, 진리의 정수를 분명하게 설명했다.

 

 

한국에선 그의 저서 ‘화’가 베스트셀러가 된 직후인 2003년 3월 방한하면서 ‘틱낫한 붐’과 ‘걷기 명상 붐’이 일었다. 방한 기간에 그는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걷기 명상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고, 서울시청 앞에서 10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라크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평화염원 걷기 명상’을 이끌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화’를 비롯,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걷기 명상’ 등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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