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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가 긴급재난지원금’ 사각지대 ‘재외국민’ 대책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지급 신청절차 등 대상-기준 혼란 털고 제대로 고지 필요

[방콕=아세안익스프레스 전창관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 5월에 시행된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제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지원 기준과 절차에 대한 확정 작업이 한창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참화가 나날이 심각성을 더해가자 지급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은 언젠가부터 국론화된 상황이다. 지급 반대 여론을 조성하던 야당 수뇌부조차도 언제 그랬냐는듯 찬성을 넘어 신속한 지급을 종용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제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상황에 따른 선별적 기준을 적용해 부분적으로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기에 그에 따른 정치적 견해 수렴과 세부 지급기준 확정 절차만이 일부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제반 논의 과정에서도 1차지급 때와 마찬가지로 그 어느 정치가와 행정가의 입을 통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조차 없는 ‘지급대상 논의의 사각지대’가 있다. 다름 아닌 ‘재외국민’이다.

 

■ 교포, 동포와는 다른 ‘재외국민’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 대사전’에 의해 정의된 국외에 거주하는 한인은 다음의 3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 ‘교포(僑胞)’는 아예 다른나라에서 현지 국적을 취득해 정착해 살면서 당해 거주국 국민으로 살고 있는 한국계 사람을 지칭한다. 거주국의 국적만을 가지고 있거나 한시적으로 본국과 거주국의 국적 등 두 가지를 동시에 소유한 사람까지를 통칭하는데 그 숫자가 약 480만 명에 달한다.
 

둘째, ‘동포(同胞)’는 같은 나라 또는 동일 민족 사람을 정감있게 정서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한국인의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이라면 국외에 정착한 지 몇세대가 지났거나 거주국의 국적을 취득키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일지라도 국적에 상관 없이 동포라고 불려진다. 전 세계에 걸쳐 무려 750만 명 정도가 분포되어 있다.
 

셋째, ‘교민(僑民)’은 ‘재외국민(在外國民)’과 같은 의미의 말로, ’객지에 나가 살 교(僑)’자로 불리는 한자어가 적용되어지는 용어다. 일정 기간 동안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유학생, 주재원 그리고 현지 국가의 시민권을 취득치 않고 당해 국가의 비자나 노동허가를 주기적으로 연장해가면서 해외에서 취업과 개인사업 등에 종사한다. 전 세계에 걸쳐 거주하는약 270만 명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태국에 거주하는 2만 여명 내외의 한인들 중, 100여명 내외 남짓한 극소수 태국 국적 취득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재외국민’에 속한다.

 

더구나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은 미주 또는 구주 등과 달리, 현지 체류국가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신청하거나 신청하려는 사람조차도 극히 드물다.

 

대다수가 한국 국적을 소지한 채 선거권은 물론, 국민의 의무와 기본권 대부분을 행사하며 살아가기에 위에 언급한 교포 또는 동포의 개념과는 상이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 참정권과 ‘국민의 4대 의무’ 이행자, 재외국민

 

위의 3가지 용어로 구분되는 해외 거주 한인 중, 세 번째에 해당되는 ‘교민=재외국민’에게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인 참정권이 보장되어 대통령 선거는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권리까지 주어진다. 국민건강보험도 본인이 보험료를 납부할 의사가 있으면 당연히 지역의료보험 수혜자 자격이 인정되어진다.

 

국내에 거주하는 일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국내에 재산을 가지고 있을시 재산세를 납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민등록지 관할 관청에서 발부한 주민세 고지서에 의해 주민세 역시 꼬박꼬박 납부한다.

 

다만, 시점적으로 노동을 제공하거나 사업을 영위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국외지역이기에 국가간 상호 이중과세방지 협약에 의해 해외에서 노동허가를 받아 일하는 기간 중에 발생하는 소득세는 거주국에 납부한다.

 

그렇지만 재외국민 대부분은 한창 노동력이 왕성할 젊은 시절에 국내에서 성실히 일하며 갑종근로소득세 내지는 종합소득세를 충실히 납부해 국가 재정에 기여한 납세 경력자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일정 연령 이후 또는 노후 등에 해외에서 제2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데, 바꾸어 생각하면 외화벌이의 최선봉에서 서 있는 일종의 선봉장들인 셈이다.

 

선거 때면 거주국 대한민국 공관에 나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정권에 입각한 신성한 한 표도 행사한다. 이때는 거주국 공관에서 어떻게든 한 사람의 재외국민이라도 더 투표에 참여케 하기 위해 각고의 홍보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빠짐없이 한표를 행사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받곤 한다. 재외국민들조차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정권 행사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되는 것 역시 당연지사다.

 

 

■ 국가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절차 관련한 구체적 논의의 사각지대, 재외국민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코로나-19 사태같은 전대미문의 사태에 직면해 마련된 국가적 재난 구휼정책인 긴급재난구호금 지급에 대해서는 지난번 1차분 지급 당시에도 그랬듯이 이번 2차분 지급 역시 재외국민의 수급자격 여부 내지는 지급 신청절차 등에 대해서 현지 재외국민들에게 제대로 고지해주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번 제1차 지급시에 재태 재외국민들 중에서 한국의 주민등록 거소지 지역주민센터 등에 전화해 수혜 가능 여부와 절차를 물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들었던 대답은 ‘자신들도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희안한 일은, 그 혼돈의 말미에 수혜 당사자를 인터넷으로 조회해 볼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이 만들어져 상당 수 재태 재외국민들이 당해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주민등록번호로 조회를 해보니 ‘수혜 가능자’라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도대체 누구는 수혜자이고 누구는 왜 아닌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주변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저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기준으로 지급한다는 사실들만 알고 있었지만,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중에도 수혜 대상자로 확정된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 일부 지역주민센터 공무원은 '의료보험료를 빠트리지 않고 제대로 납부해야 자격이 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해주기도 했다.

 

한 술 더 떠 기가 막힌 상황은, 온라인 시스템에서 수혜 가능자로 확정 고지된 재외국민 수혜자가 온라인을 통해 지급을 받으려고 시도하니 이번에는 수급받기 위해서 본인 명의의 한국 휴대폰 번호가 있어야 지급 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해외에 살면서 한국에서 기기 등록한 휴대폰을 매달 통신료 납부해가며 사들고 있는 경우도 많지 않지만 설사 본인 명의로 등록된 한국 휴대폰이 있다고 해도 당해 휴대폰이 한국에 위치해 있어야지 인증번호를 수신 받을 수 있다. 그러니 한국에 자주 드나들면서 사용하려고 한국 휴대폰 번호를 갖고 있는 사람도 당해 휴대폰을 들고 태국에 와있으니 지급받기 위한 인증번호 수신에는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었다.  

 


■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여부 및 수혜자격과 절차에 대한 명확한 공지가 이행되어져야 


정말이지 상황이 이쯤 이르니 전 세계 최강으로 알고 있던 대한민국의 행정력에 의구심이 생길 지경이었다. 요즘 같은 절체절명의 시기에 극단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재외국민들이 어디 한두 명이겠는가 말이다. 또한, 해외에 나와 산다고 한들, 본인과 가족이 수혜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뿐더러 민주국민 개개인의 지당한 권리 행사다.

 

국민의 4대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온 재외국민들에게 정부가 이 부분을 극명하게 선을 그어 합당한 지급기준과 절차를 고지하고 안내해 주어야 함은 당연지사다.

 

전 세계에 거주하며 ‘재외국민’으로 분류되는 국민들 중 대부분의 사람은, 젊어서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일해 국세법에 정해진 소정의 근로소득세 또는 종합소득세를 납부했으며, 지금도 재산세 또는 주민세를 성실히 납부하고 있는 성실한 <납세의 의무> 이행자다. 또한, 2세를 출산해 현지 시민권을 취득케 하지 않고 군입대 시켜 2대에 걸쳐 충실한 <국방의 의무>를 다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본인은 물론, 2세까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교육 받을 <교육의 의무>를 나름 충실히 지켜냈고, 국가를 부강케하며 자신의 행복을 추구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한 <근로의 의무> 역시 묵묵히 수행해낸 사람들임에 재론의 여지가 없다.

 

수많은 재외국민들이 이 험난한 코로나-19 경제대란의 늪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특히,  태국같이 소상공 생업분야 종사자 비중이 높은 나라의 재외국민들 중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대공황에 가까운 불황의 늪속에 빠져 백척간두에 서있는 심정이다시피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1차 분 지급 때는 경황이 없는 중에 재외국민들에 대한 수혜여부 및 절차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챙겨보지 않았다치더라도, 금번 ‘제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시에는 반드시 '재외국민들의 수혜 대상자 여부'는 물론, ‘재외국민들중에서도 대상자가 되는 경우와 아닌 경우의 기준’을 분명히 밝혀주어야 할 것이다.

 

만일 재외국민이 비수혜 대상이라면 이유는 무엇인지, 또는 선별적으로 지급할 요량이라면 재외국민에게도 지급 자격요건 여부를 명확히 공시해 줌으로써 지난번 제1차 긴급재난구호금 지급시 처럼 재외국민들이 우왕좌왕하거나 본인명의의 국내 휴대폰 번호가 없어서 수령을 포기하는 등의 어이없는 사례 등은 방지되어야겠다.

 

납세의무의 이행 시점 등과 관련해 차등을 두어야 한다면 납세의무 이행 실적과 현재의 이행 정도에 따른 차등을 두어 지급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국민 건강보험료 납부자에 국한 된다면 그 또한 납부실적을 확인해 납부한 사람들에게만 지급하는 방법도 필요에 따라서는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재외국민이 수혜 대상자인지 여부는 물론, 수혜를 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그리고 세부 항목별 수혜자 자격요건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혀 공지해 주어야 한다.

 

코로나-19사태로 말미암은 이 어둠의 터널을 슬기롭게 지나가는 국가정책에 있어서 ‘정보공개’와 ‘신속한 행정절차 개선’ 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지난번 제1차 긴급재난구호금 지급시의 재외국민 수혜 여부 혼선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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