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이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중국과 아프리카 50여 개국은 9월 6일까지 사흘 동안 투자와 경제협력 등을 논의한다.
중국은 이번 포럼에서 서방과의 전략경쟁을 염두에 두고 아프리카 국가들을 괴롭히는 ‘부채의 덫’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시사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월 2일부터 이날까지 총 15개국 지도자와 연쇄 양자회담을 가졌다.
2000년부터 시작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은 3년에 한 번씩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번갈아 열렸으며 2024년에 8회 포럼이 개최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포럼을 위해 아프리카 53개국 외교장관・경제장관급 인사와 아프리카연합(AU) 등 지역 국제기구 대표를 포함해 300여명이 방문했다.
중국은 이번 포럼이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지역에서 서방 패권이 흔들리고 중국・인도 등의 영향력이 커지며 다극적 세계질서가 도래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 열린 첫 포럼이기 때문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날인 9월 3일 무사 파키 마하맛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글로벌 사우스의 힘이 커지고 있다.”며 “아프리카는 세계의 중요한 한 극(極)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정치적 교류를 긴밀히 하면서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 개도국을 의미하며 제국주의의 피해자이자 서방 위주 국제질서에서 소외된 존재라는 정치적 의미도 담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 역할을 자처하며 아프리카를 경제협력에서 나아가 다극적 세계질서를 이끄는 파트너로 대하겠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남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전쟁범죄로 국제사법재판소(ICC)에 제소한 결정을 지지했다.
중국 공산당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인 9월 3일에 열린 장관급 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 문제 해소에 중국이 나서겠다고 발언했다.
왕이 부장은 “중국은 AU의 주요 20개국(G20) 가입을 지원・추진하고 브릭스(BRICS) 협의체가 아프리카의 새로운 회원국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G20 등 다자 틀에서 아프리카의 채무 문제에 대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아프리카의 채무는 대부분 유럽 등 서방 국가와 은행에 진 것이지만 중국 역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채무의 덫을 놓았다고 비판받고 있다.
채텀하우스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아프리카 국가가 중국에 진 빚은 전체 민간 및 공공외채의 12%를 차지하며 금액은 2020년 기준 6,960억 달러(원화 약 93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포럼이 처음 시작된 2000년보다 5배 급증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시작한 일대일로 사업은 아프리카의 대중국 부채가 급증한 계기로 지적받고 있다.
지난 2017년 개통한 케냐 수도 나이로비와 항구 도시 몸바사를 잇는 철도망은 당초 우간다까지 연장할 계획이었지만 케냐와 우간다 모두 중국에 빚을 갚느라 진척되지 않고 있다.
대중국 강경책을 내걸고 당선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중국에 채무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21년 1차 만기시점이 도래한 아프리카 17개국에 제공된 채무 23건을 탕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