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친구들에게 종종 묻는 질문이 있다. “중국과 인도 중 어느 나라가 더 편한가?” 대부분은 외교적 미소를 지으며 “둘 다 중요하다”고 답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세안과 교류하며 느낀 건, 속내는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대체로 인도를 중국보다 덜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위기가 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역사로 돌아가야 한다. 중국은 오랫동안 자신을 천하의 중심으로 보는 중화질서 속에서 주변국과 관계를 맺었다. 베트남은 약 천 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았고, 이후에도 명청 시대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및 버마 침략의 기억을 남겼다. 오늘날 남중국해 문제까지 겹치며 동남아 일부 국가에는 중국에 대한 역사적 경계심이 여전히 존재한다. 반면 인도는 달랐다. 인도 문명은 군대보다 바다를 통해 동남아로 들어왔다. 계절풍을 타고 이동한 상인과 승려들은 힌두교와 불교, 산스크리트 문자, 왕권 개념, 서사시와 상업 문화를 함께 전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문명, 인도네시아 자바와 발리 문화, 태국 왕실 의례 곳곳에는 지금도 인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중요한 건 동남아 국가들이 이를 대체로 강요된 지배보다 선택적 수용으로 기억한다는 점이다. 현지 왕조들이 필요에 따라 인도 문명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LNG 수입 경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산 LNG 수입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질문이 제기된다. 미국 LNG를 들여오기 위해 파나마 운하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생각난다.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중동산 원유와 LNG 공급망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리트당 2천원선에 묶여있다. 정유사의 손실이 엄청나다고 한다. 민간 주유소는 정유사가 공급하는 물량을 저당잡아 은행 대출을 받는데 물량을 제한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길어지고, 60일간의 휴전중래도 서로 공격이 있다. 미국에서도 전쟁전 갤론당 자동차 가스가 전쟁전 3불 50센트에서 5월 현재 4불 55센트로 30% 올라 미 언론은 사살상 에너지 쇼크로 평가하고 맀을 정도다. 가격도 문제지만 석유와 LNG가격이 오르면 여타 생필품은 물론 농사에 필요한 비료와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도 올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안보는 물론 식량안보에도 적신호다. 이러한 때 파나마 운하에 문제가 된다면 글로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LNG 수입 경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산 LNG 수입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질문이 제기된다. 미국 LNG를 들여오기 위해 파나마 운하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생각난다.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중동산 원유와 LNG 공급망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리터당 2000원선에 묶여있다. 정유사의 손실이 엄청나다고 한다. 민간 주유소는 정유사가 공급하는 물량을 저당잡아 은행 대출을 받는데 물량을 제한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길어지고, 60일간의 휴전중에도 서로 공격이 있다. 미국에서도 전쟁전 갤론당 자동차 가스가 전쟁전 3달러 50센트에서 5월 현재 4달러 55센트로 30% 올라 미 언론은 사살상 에너지 쇼크로 평가하고 싶을 정도다. 가격도 문제지만 석유와 LNG가격이 오르면 여타 생필품은 물론 농사에 필요한 비료와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도 올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안보는 물론 식량안보에도 적신호다. 이러한 때 파나마 운하에 문제가 된다
메콩강은 동남아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이다. 그러나 베트남 남부에 이르면 이 강은 단순히 ‘메콩강’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 강을 오래전부터 구룡강, 베트남어로 쏭끄우롱(Sông Cửu Long) 또는 끄우롱쟝(Cửu Long Giang, 九龍江)이라 부른다. ‘아홉 마리 용의 강’이라는 뜻이다. 이는 메콩강이 베트남 남부 삼각주에 이르러 여러 갈래로 나뉘고, 전통적으로 아홉 개 하구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룡강이라는 이름에는 베트남 남부의 지리, 산업, 역사, 문화가 함께 담겨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메콩델타’라는 용어는 베트남어로는 구룡강 델타(Đồng bằng sông Cửu Long)이다. 베트남에서 메콩강(sông Mê Công)은 앞의 구룡강이라는 이름과 같이 사용하지만, 메콩델타(Đồng bằng sông Mê Công)라는 용어 대신에 구룡강 델타(Đồng bằng sông Cửu Long)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우리말로 ‘메콩델타’라고 번역한다. 구룡강의 첫 번째 얼굴은 생산의 강이다. 흔히 베트남의 ‘쌀 바구니’라고 불린다. 세계은행은 메콩델타가 베트남 쌀 생산의
2011년 어느 오후, 딜리의 한 식당. 옆자리 끝에 무심코 놓여 있던 작은 브로셔 하나가 필자의 시선을 잡았다. 표지에 박힌 글자는 단 한 줄이었다. “왜 쿠바의 의료서비스가 강한가?” 발행은 라오 하무툭(La'o Hamutuk). 테툼어로 ‘함께 걷는다’는 뜻을 가진 이 작은 싱크탱크는, 정부와 국제기구의 개발 사업을 가장 매섭게 감시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 NGO(비정부 기구, nongovernmental organization)가 ‘사회주의 섬나라의 의료를 왜 강한가’라고 묻고 있었다. 식당 천장 선풍기가 한 박자 늦게 도는 소리를 들으며, 표지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본 기억이 있다. 이 질문의 답을 만나려면, 딜리에서 차로 다섯 시간 떨어진 산 너머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야기는 2003년 2월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시작된다. 비동맹정상회의(NAM)의 한 조용한 회담장에서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의 사절이 마주 앉아 의료 협력의 큰 틀을 합의했다. 그 합의의 결과가 동티모르 산골 마을에 도착한 것은 이듬해 봄이었다. 2004년 4월, 에르메라의 한 마을. 가까운 보건소까지 걸어서 한나절이 걸리던 그곳에 흰 가운을 입은 낯선
한국과 아세안은 이미 에너지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중동에서 들어온 원유를 한국 정유사가 고도 정제해 휘발유-경유-항공유로 만들고, 이를 동남아로 수출하는 구조는 일상적인 경제 흐름이 되었다. 실제로 한국은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정유 강국이며, 그 주요 시장 중 하나가 아세안이다.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한국 정유제품의 안정적인 수요처다. 이 점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이미 하나의 에너지 가치사슬 안에 있다. 그러나 지금 이 구조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은 이 공급망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논의되던 리스크가 현실이 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하지 않다. 한국과 아세안의 에너지 공급망은 이미 연결되어 있지만, 그 연결이 동일한 병목(초크포인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원유는 호르무즈를 지나 인도양을 거쳐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 동북아와 동남아로 이동한다. 즉 지금의 공급망은 시장 기반 ‘공동 번영 구조’인 동시에 ‘공동 취약 구조’이기도 하다. 이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한국의 원유 도입이 줄어들고 정유 생산이 감소하면, 아세안으로의 석유제품 수
2013년, 딜리의 프레지덴치 니콜라우 로바투 국제공항. 한국으로 떠나는 동티모르 청년 한 명을 배웅하기 위해 가족 열 명, 때로는 스무 명이 청사 앞을 메웠다. 같은 구도, 다른 표정으로 셔터가 거듭 눌렸다. 청년이 게이트 안으로 사라진 뒤에도 가족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활주로가 보이는 자리에 서서 기체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풍경은 1960~70년대 김포공항을 떠나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 중동 건설 현장으로 향하던 한국 노동자들의 사진과 50년의 시차를 두고 겹쳐졌다. 가족과 국가를 한 사람의 어깨에 실어 보내며 말없이 환송하는 공동체의 정서가, 다른 언어와 다른 피부색을 입고 거기에 있었다. 2008년 한-동티모르 고용허가제(EPS) 양해각서가 체결된 이래, 딜리 공항의 같은 장면은 한 세대의 집단적 초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티모르 해외 노동의 흐름은 크게 영국-한국-호주-포르투갈 네 갈래로 나뉜다. 영국에는 포르투갈 국적 취득권을 활용해 옥스퍼드-피터버러-북아일랜드 던개넌 등의 육류가공-물류 현장으로 진출한 1만 6000~1만 9000명이 머무르며, 던개넌은 인구 대비 동티모르인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
아세안과 동남아를 생태학적 접근, 문명사적 접근 그리고 지정학적 접근으로 보아야한다. 먼저 "생태학적 접근"이다. 동남아는 아열대에 속하는 덥고 습한 기후대다. 같은 기후대라고 하더라도 대륙 동남아와 해양 동남아에 따라 우기와 건기가 다르다. 이는 산악지대와 해양을 끼고 있는지 여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대륙동남아는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해 해양동남아보다 대륙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주로 농경 문화가 중심이다 보니 해양동남아보다 더 폐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손바닥을 하늘로 보고 펼치면 5개 손가락 사이가 주요 강이 흐르고 손가락 하나 하나가 높은 산맥으로 보면 된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때문에 대륙동남아의 인적교류나 문화는 남북으로 이동하였고, 동서로는 산과 강에 막혀 상대적으로 이동이 쉽지 않았다. 해양동남아는 수많은 섬들로 구성돼 바다가 늘 열린 공간이었다. 동서양의 중간 위치와 몬순풍으로 인해 16세기 서양 제국의 동남아 진출 이전 이슬람 상인들이 이곳에 들어와 상업활동을 했다. 동남아 2000년 역사상 당대 제국주의 세력들이 동남아에서만 생산되는 향식료를 독점하기 위해 제국주의적 진출을 한 것도 동남아 생태가 가져다준 이러한 생산물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