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백발의 호주인은 비행기 문이 열리자 잠시 담담한 표정으로 앞을 응시했다. 이윽고 주먹을 높이 치켜들며 얼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활주로를 가로질러 성큼성큼 걸어가 아내를 껴안은 뒤 번쩍 들어올렸다. 오른팔에 붕대를 감고 뒤에서 기다리던 아버지와도 포옹을 했고 아버지는 왼손으로 아들의 등을 쓰다듬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가 14년의 도피와 수감생활을 끝내고 고국 땅을 밟았다. 그의 첫 통화 상대는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호주 총리였다. "당신이 제 목숨을 구했어요." 앨버니지 총리는 공항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국회의사당의 기자회견장에서 어산지의 말에 답을 했다. “내 임무는 호주 시민을 옹호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과 자신의 정부가 이 일을 조용하고 끈질기게 해냈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우리는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우리는 남자다움의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일을 완수하는 것이고 우리 정부는 조정된 방식으로 전략적으로, 참을성 있게 옹호한 끝에 이러한 결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노동당 대표로 있던 야당시절부터 2
4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폭염은 인도,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인구밀도가 높거나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국가의 지역에 건강, 경제 및 교육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인도는 5월 중순부터 역대 가장 긴 폭염을 겪었다. 인도 북부는 기온이 45도 이상으로 올랐고, 일부 지역은 50도를 넘었다. 3월과 5월 사이에 폭염으로 56명이 사망했다는 공식 보고가 있지만 실제 숫자는 더 높을 것이다. 미얀마는 마그웨이(Magway), 만달레이(Mandalay), 사가잉(Sagaing) 및 바고(Bago) 지역에서 전례 없는 폭염이 닥쳤다. 캄보디아는 43도까지 치솟으며 170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태국 북부는 44도 이상으로 올랐고, 방콕은 40도를 넘었다. 2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이어지는 태국의 여름은 전년보다 1~2도 더웠으며 강수량은 평균보다 낮았다. 5월 10일까지 최소 61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는 37명이었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중부와 동부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는 현상이다. 몇 년마다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며 전 세계 날씨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엘니뇨 기간 동안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대기 순환이 변
지난해 9월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태국 불법체류자는 15만7000명이다. 총 체류자 중의 78%가 불법체류 상태이다. 전체 불법체류자의 36.6%를 차지한다. 해를 거듭하면서 그 수는 점점 늘어난다. 다양한 이유로 불법체류를 하게 된 사람들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검거될 경우 추방될 수도 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이들은 결국 불법적인 일자리를 기웃거린다. 지난해에는 태국정부까지 나섰다. 한국의 출입국 외국인청에 신고하고 스스로 귀국을 촉구했다.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귀국할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태국 노동부 장관도 나섰다. 일단 귀국하면 합법적인 취업을 위해 다시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귀국에 나섰다는 태국인에 대한 통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짤른 왕아나논 태국여행사협회 회장은 20일 방콕포스트에서, 한국은 더 이상 태국의 인기 여행지가 아니라고 밝혔다. 입국규제가 심한 한국 대신 일본이나 대만, 그리고 비용이 저렴하고 관광객 추방소식이 없는 베트남, 중국으로의 방문자 수가 한국을 추월했다고도 했다. SNS에서는 한국여행 거부운동에 대한 해시태그가 늘어나고 있다. 신분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이키루 '산다는 것'은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원작이다. 1952년에 각색, 제작된 이 영화는 산더미 같은 서류더미에 파묻혀 있는 주인공 와다나베씨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이 때 전지적 시점의 내레이션은 “그는 살아있지만 죽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라고 조롱한다. 시청의 민원을 담당하는 시민과 과장인 초로의 와다나베씨는 비록 복지부동하였지만 30년 근속이란 대기록을 눈 앞에 두고 위암말기란 청천에 벽력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어두침침하고 냉기만 도는 집으로 돌아간 그는 퇴근 전인 아들내외의 방에서 작은 전등 불 하나 밝히지 않은 채, 오랜 세월동안 아무도 돌보지 않은 무덤 앞의 초라한 비석 마냥 쪼그려 앉아 아들을 기다린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내외는 와다나베씨가 자신들의 방에 있단 사실을 모른 채, 와다나베씨가 모아놓은 돈과 곧 다가오는 은퇴 후 받을 연금을 사용해서 단 둘만의 새집으로 이사 갈 궁리를 한다. 더 나아가 와다나베씨를 늙은 구두쇠라며 경멸하다가 전등불을 켜고 나서야 당혹해한다. 허나 그것도 잠시, 자신들의 사생활이 침해 받았다며 오히려 와다나베씨를 타박한다. 창창했던 젊은 시절에 아내와 사별 후,
1969년 10월 하순, 영국의 배우 겸 가수인 줄리 앤드루스가 주연을 맡은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이 퇴계로에 있는 대한극장에서 개봉됐다. 영화도 문학과 마찬가지로 사상과 감정을 상상의 힘으로 표현하는 매체라고 여겼던 어머니는 누나와 형들과 나를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한극장으로 데리고 갔다. 요즘의 멀티플렉스 극장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초대형 스크린을 가리고 있던 붉은 융단 커튼이 스르르르 열리면서 암흑의 공간은 빛으로 채워졌고 미세한 진동이 나의 마음 속에서 꿈틀거렸던 기억이 난다. 5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떨림으로 남아 있는 이 진동이야말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참된 맛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영화가 시작되면 창공에 떠있는 구름들이 서서히 흩어지면서 흰 눈을 덮고 있는 장대한 알프스 산맥이 동공을 가득 채우며 사방에 펼쳐지고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신의 시선처럼 구름보다 더 높은 곳에 있던 카메라가 서서히 하강하면서 하늘보다 더 파란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과 가까워지면, 바람소리는 사라지고 산새들의 평화로운 합창과 엄마의 숨소리 같은 아늑한 음악의 선율이 귀를 통해 작은 마음을 채워주기 시작했고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5월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4년 5개월 만이다. 26일에는 한중회담과 한일회담을 한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7일에 열린다. 이번 정상회의는 “세 나라가 3국 협력체제를 완전히 복원하고 정상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말했다. “3국 국민들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차장의 발언이 언감생심일지언정 생각치 못했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만으로도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다. 두 팔을 벌려 환영하겠지만 구조적 한계는 엄연히 존재한다.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참석한다. 리창 총리는 중국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는 시진핑 주석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3국 회의가 갖는 첫번째 구조적 한계다. 한중일 3국은 경제, 안보, 첨단기술 등 제반 분야에서 복잡하고 중요한 현안을 공유한다. 서로에게 상호 의존적일 수 밖에 없는 지리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3국간에는 무역 불균형과 보호주의 정책, 기술이전 문제 등 다양한 갈등 요소가 존재한다. 그 이전에 역사적 갈등이나 영토 분쟁,
Heejong Kim is a renowned culinary researcher and author specializing in naturalistic cuisine. She focuses on plain cuisine, preserving the original properties of the ingredients as much as possible. She is passionate about hot pot rice, a traditional Korean cooking method. She published <Everyone's Hot Pot Rice> after frequently preparing and enjoying these dishes. Subsequently, she released two additional cookbooks featuring seasonal ingredients. Her expertise and passion for Korean cuisine shine through her recipes, offering a delightful culinary journey that celebrates seasonal flavo
김희종은 자연주의 요리 전문가이자 저자다. 제철 식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담백한 요리를 추구한다. 솥밥을 좋아해 자주 만들어 먹고, 이를 모아 요리책 <모두의 솥밥>을 출간했다. 자연주의 요리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레시피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음식에 계절을 담아내는 김희종과 함께 즐거운 요리 여행을 떠나보자. [편집자 주] 자연주의 요리 김희종입니다. 솥밥은 만드는 법이 간단하고 재료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살려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지 재료의 조합과 그에 어울리는 양념장을 만드는 일이 고민이 되지만, 저와 함께 배워 나가면 생각보다 쉽게 최적점을 찾고 솥밥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솥은 주로 무쇠솥을 사용하는데 도자기, 스테인레스, 유기솥 모두 상관없습니다. 밥 짓는 과정은 강불, 약불, 뜸들이기 순서로 합니다. 솥의 크기는 1-2인 가구라도 3-4인용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재료를 많이 올리면 밥물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재료를 풍성하게 올려 솥밥을 하고 싶다면 솥도 더 큰 걸로 바꾸면 됩니다. 6월에 제일 맛있는 식재료 중 토마토와 초당옥수수 두가지를 이용한 솥밥을 소개할께요. 토마토는 일년 중 5-6월이 가장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