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관의 태국 이야기 17] 동남아 각국에 거주하는 한인사회에 밀어닥친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 여파를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 심화되자, 일시귀국 또는 영구귀환 차 동남아 현지살이를 접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요즘이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각국의 현지 한인사회는 미주나 구주의 한인 교포사회와 달리 현지 국적을 취득한 재외교포 위주의 한인 영구이민사회가 아니다. 사회적 생활기반이 상당 부분 본국에 잔존해 있는 재외국민의 비중이 높은 한인 교민사회이니 만큼 본국 귀환자의 발생 여지가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 주요 언론과 현지 한인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동남아 내 최다 한인 거주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는 벌써 한인 코로나 사망자만 해도 20여 명이 넘어선 것으로 보도됐다. 동남아 내 누적 한인 중증환자 수 역시 1000여 명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 '각자도생'의 길을 걷다시피 하고 있는 재태 재외국민 여타 동남아 권역의 상당 수 나라들 역시, 공중보건 의료망 자체가 미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태국처럼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의료체계는 갖추어진 국가라 해도 급격한 확진자와 중증감염자 폭증으로 방역 임계점이 무너져 내린 상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6] 전 국민 대상으로 지급할지 여부를 놓고 야당 대표의 당론 번복까지 일으켰던 코로나19 5차 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이 소득 하위 88% 국민 대상으로 결정났다. 이 과정에서 ‘지급방안에 대한 각론’과 ‘지급하겠다는 당위적 개론’에 대해서는 치열한 정치적 대립을 벌인 반면, 해외체류 재외국민에 대한 지급불가 사유 또는 지급 가이드 라인의 합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논란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소가 어디냐에 따른 고통의 강약 차이가 있을 수 없을진데 왜들 이러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대통령 투표와 국회의원 선거철이면 전 세계 약 270만 명의 재외국민들에게 국민의 권리인 투표권을 행사해 달라며 본국 정부와 재외공관들의 독려가 빗발칠 때가 언제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 가까운 순간에 재외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지, 재외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비합리성과 불확실성이 ‘논의의 사각지대’에 처해진 채 방치되어 있다. 외국에 나와 사는 사람들로서는 우리가 ‘재외국민(在外國民)’인지 ‘제외된 국민(除外國民)’인지 모르겠다는 볼멘 소리가 저절로 나올법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5] 신남방 땅 재태 한인들의 삶의 터전인 태국의 경제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한국도 서민 체감경기 부진과 각종 기업대상 지원정책 실행상의 엇박자로 민생과 기업운영에 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지만, 그나마 펀더멘털 수치(기초경제 여건 지표)에서는 코로나 경제상황 하의 최강 반열에 속해 있고 상승세마저 보이고 있다. 이 척박한 코로나 시대에, 자그마한 동방의 불빛 같다던 나라가 IMF 집계 국민총생산(GDP) 세계경제력 순위 10위 반열에 올랐으니 말이다. 반면, 태국은 언젠가부터 기초경제 체감불황뿐 아니라 국가경제 펀더멘털 수치 성장률에서 조차 동남아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벌써 여러 해에 걸쳐 소위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중진국 함정’에 빠졌어도 이만저만 빠진 것이 아니다. 1997년 IMF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래 지난해까지 1998년, 2009년, 2020년 등 벌써 네번에 걸친 역성장까지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연간 5% 내외는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소위 중진국 그룹에 속한 태국이 2000년대 들어 연 경제성장률 5% 이하를 벌써 13번이나 기록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4] 언젠가부터 방콕의 쇼핑몰 진열대에서 한국상품과 만나는 것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졌다. 한국 국격을 받쳐주는 제품들이 탁월한 품질과 디자인에 힘입어 태국 쇼핑몰에서 눈에 띄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까닭이다. 방콕 곳곳에 산재한 쇼핑 몰에는 ‘한국산(팔릿따판 컹까울리=ผลิตภัณฑ์ของเกาหลี)’과 ‘한국 품질(쿤나팝 컹까울리=คุณภาพของเกาหลี)'에 이어 ‘메이드 인 코리아’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생산한 ‘한국스타일(สูตรต้นตำรับของเกาหลี=쑤웃 똔땀랍 컹까울리)’ 제품까지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태국에서는 먹는 농수산물과 바르는 화장품은 물론, 각종 가전제품과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한국 제품은 우수 상품’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필자가 처음 태국 땅에 발을 내디뎠던 1990년대 중반의 태국과는 영판 다른 세상이 됐다. 당시에는 방콕시내를 질주하는 허름한 시내버스에 붙은 대우자동차 로고만 봐도 신바람이 났다. 한인타운 수쿰윗 플라자 내의 한국인 전용 마트에 가야 겨우 살 수 있던 '신라면'이 현지의 대형 체인마트 유통인 탑스 슈퍼마켓에 진열된 것을 보고 기뻐하던 것이 언제였던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3] 태국은 프랑스와 대등할 정도로 넓은 국토를 가졌지만 대중교통 발달이 미흡하고 연중 폭염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는 나라다. 그래선지 태국인들은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주택보다는 할부일지언정 쾌적한 냉방 속에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인 자동차를 구입할 궁리부터 한다. 방콕이 교통지옥으로 일컬어져도 태국인들의 자동차 사랑은 그칠 줄 모른다. 태국에서 ‘전시 이벤트의 꽃’으로 여겨지는 자동차 판매 박람회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끄는 ‘방콕 모터쇼’가 제일 무더운 이맘때쯤 열리는 것도 그런 이유인 듯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달 초에 방콕 므엉통타니 전시장 챌린저홀에서 ‘방콕 모터쇼 2021(제 42회 방콕 인터내셔널 모터쇼 2021)이 열렸다. 무려 30여개 내외의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가 선보인데다가 전시만이 아닌 열띤 실판매 행위가 현장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 여파 와중이지만 각 사의 세일즈 파워뿐 아니라 마케팅력이 총동원되어 전사적 역량을 겨루는 명실공히 태국 내 가장 큰 규모의 자동차 전시·판매 행사였다. 이번 방콕 모터쇼 2021에서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톱 10 판매 리스트’는 ①도요타 4406대 ②마즈다 345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2] 우리나라 사람들의 태국에 대한 인지도는 일반적으로 매우 높다. 그도 그럴 것이 행세 꽤나 한다는 사람은 물론이고 시골 촌로들조차, 태국 관광 한 번 안가본 사람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지경이니 말이다. 1989년 해외여행 완전 자유화 조치가 취해진 이후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 태국은 소위 가성비 좋은 단체관광지로서, 심지어 향락관광의 대표적 목적지로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온 데다가, 근래 들어서는 젊은이들의 힐링여행지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9년 집계한 목적지 국가 별 출국자 순위 자료를 봐도 연간 188만 명의 국민이 태국을 '해외여행 출국 목적지'로 삼았다. 일본이 1위, 중국 2위, 3위 베트남, 4위 미국에 이어 태국이 5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자타가 공인하는 관광국가인 태국 입장에서 봐도 국경이 맞닿아 있는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의 말레이시아와 라오스를 빼면, 2019년 입국자 수 1위인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여행객 수를 보낸 나라가 한국이다. 일본인 여행객의 태국 입국 자 수마저 추월하기 시작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한국의 '2019년 대외 교역국 순위'를 보면, 1위 중국, 2위 미국,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1] '한류'의 아이러니인가, 아니면 'K-FOOD' 수출의 한 과정일 뿐일까. 한국이 종주국이자 원류 격인 '김-빙수-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이 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회사들이 한국 회사가 아닌 태국회사들이라는 점이다. 가히 '원조주의의 역조현상'이라 불릴 만하다. 태국판 '김-빙수-코리안 프라이드 치킨' 삼국지를 ‘김 대첩(大捷)’과 ‘빙수전투(戰鬪)’ 그리고 ‘후라이드치킨 대전(大戰)’으로 나누어 분석해본다. [첫번째 싸움터인 <태국 김나라 대첩(大捷)>]에서는 개전(?) 초기에 한국업체들이 김을 밥에 싸먹는 것으로 가르쳐가며 태국민들에게 보급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연전연패했다. 그 와중에, 태국인들이 ‘김’ 이라는 것을 밥 싸먹는 반찬으로 즐기지 않고 기호식품 과자로 즐긴다는 점에 착안해 김과자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워낸 태국업체 '타오깨너이'사가 일약 김과자 시장 점유율 70%를 구가하는 맹주가 되어 30여개국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태국 맥주재벌 비야 씽’까지 뛰어들었다. 브랜드 자체를 한국어의 ‘맛있다’의 성음어 ‘마시따(มาซิตะ)로 하고 한국 아이돌 스타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0] 인도에는 카레가 없고, 태국엔 ‘콰이강의 다리’가 없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던데 태국에는 ‘콰이강’이 없다. 콰이강이 없으니 ‘콰이강의 다리’도 자연스레 없을 수밖에. 태국에 살거나 자주 방문한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가봤음직한 깐짜나부리 주(州)의 ‘콰이강의 다리’가 없다니 이게 무슨 궤변이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없는 것을 없다고 해야지 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태국에 콰이강의 다리가 없다니?... 그렇다면 그 유명한 ‘콰이강의 다리 행진곡(The River Kwai March)’으로 7080청춘남녀의 심금을 울렸던 윌리엄 홀든 주연의 옛 명화에 나온 다리가 영화속에서 지어 낸 가공의 장소란 말인가?? 물론, 그건 아니다. 요는,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본 2차대전 당시 연합군 포로수용소가 있던 태국의 '깐짜나부리'에는 '콰이강'이라는 강은 없고, 오직 '쾌(แคว)'강만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다시말해 '콰이강의 다리'가 아니고 '쾌강(แม่น้ำแคว)에 있는 다리’, 즉 현지어로 ‘싸판 쾌(สะพานแคว)’이니 말이다. 하긴 콰이강의 다리가 태국에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