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5] 신남방 땅 재태 한인들의 삶의 터전인 태국의 경제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한국도 서민 체감경기 부진과 각종 기업대상 지원정책 실행상의 엇박자로 민생과 기업운영에 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지만, 그나마 펀더멘털 수치(기초경제 여건 지표)에서는 코로나 경제상황 하의 최강 반열에 속해 있고 상승세마저 보이고 있다. 이 척박한 코로나 시대에, 자그마한 동방의 불빛 같다던 나라가 IMF 집계 국민총생산(GDP) 세계경제력 순위 10위 반열에 올랐으니 말이다.
반면, 태국은 언젠가부터 기초경제 체감불황뿐 아니라 국가경제 펀더멘털 수치 성장률에서 조차 동남아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벌써 여러 해에 걸쳐 소위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중진국 함정’에 빠졌어도 이만저만 빠진 것이 아니다.
1997년 IMF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래 지난해까지 1998년, 2009년, 2020년 등 벌써 네번에 걸친 역성장까지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연간 5% 내외는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소위 중진국 그룹에 속한 태국이 2000년대 들어 연 경제성장률 5% 이하를 벌써 13번이나 기록했다.
2020년 코로나 상황 하의 경제난국은 그간 여러 해에 걸쳐 약해진 태국경제에 연쇄적 트리거(방아쇠) 작용을 일으켜, 결국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동남아 국가 최하위 수준인 -6.1%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믿어도 너무 믿고들 있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태국이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 등 5개국의 인구 2억 명을 웃도는 인도차이나 경제를 한꺼번에 아우르며 ‘바트 경제권’이라는 조어를 만들어낸 경제적 맹주국가였다는 이야기가 동남아 이야기 꾼들의 뇌리에서조차 사라질 지경이다.
아세안 최대 경제대국’이라는 국민 총생산(GDP) 1위국 인도네시아와 삼성전자의 수출기여도가 20%를 상회하면서 경제성장 측면에서 급부상한 베트남과의 사이에 낀나라’가 된 듯한 태국,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① 태국은 그저 예나 지금이나 ‘자타가 공인하는 관광국가’라는 신드롬은 이제 그만
→ 태국의 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몫은 공식적으로 12%다. 관광 방계산업까지 끌어들여 20%로 보는 경우도 일부 있으나 일반화된 국제기준의 통계 자료로 볼 때 12%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관광국가가 아니라고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쳇말로 ‘관광산업 아니면 먹고 살길이 없는 나라’는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태국은 동남아 최대의 전기·전자 산업국이라는 영예와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자동차산업을 가진 나라다. 이 두 분야의 산업 규모만 해도 각각 약 21%와 15%를 차지해 관광산업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크다. 따라서 태국은, 관광국가라고 불리기 이전에 수출분야가 GDP의 50%를 상회하는 수출주도 경제국이다.
물론, 태국에게 관광산업에 집중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 태국은 제조업을 동반한 수출산업 주도 경제국이고 내수 유통업 규모만 해도 GDP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를 가진 경제국가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경제가 돈을 벌어야 관광업 인프라의 확충에 재투자할 여력이 늘어나 관광업의 발전도 지속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운영난에 빠져 폐쇄 논란에 이른 시라차 타이거 오픈 동물원(Tiger Open Zoo) 사례와, 눈부시게 찬란한 아유타야 시대의 유네스코 문화재들을 시멘트를 발라 허술하기 그지없이 보수해 놓은 문화재들의 보존상태를 보라.
태국 스스로가 ‘우리는 관광산업이 전부다(?)’라는 식의 의식구조에서 탈피해야 태국을 더 강건히 만들어낼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 상당수가 “태국은 관광산업 비중이 반은 넘는다”고 알고있는 넌센스의 증폭을 이젠 멈춰야 한다. ‘태국은 관광국으로 호평받는 외화 획득 지존국이다’라는 것과 ‘태국은 관광 아니면 먹고 살길이 막연한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② 타이니스(태국다움-Thainess) 그리고 베리타이(태국적인-Very Thai) VS ‘더딘 변화(Remain Unchanged)’ 부분은 좀 더 확연히 구분되어져야
→ 태국다움과 태국적인 것을 너무도 좋아하는 1인이다. 심지어 젊은 시절 한때는 태국이 좋아 이따금 태국 전통 농부복장을 입고 다니기도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발전을 위한 비판 조차도 남을 헐뜯는 것으로 여겨 무조건 쉬쉬하려 드는 습성'이나, '제반 분야에서 벌어지는 그냥 내던져 두기식 운영방식'은 보수유지의 한계를 넘어서 궁극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전통적 사고방식의 고수와 합리적 인내심이라는 부분과는 달리, 이런 부분은 태국의 우수한 물적, 인적 자원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새겨가며 전통을 고수하면 더 좋을 것 같다.
③ 산업경쟁력의 대기업 집중과 강소기업 육성이 병행되어야
→ 한국보다 몇 배는 더 ‘금수저, 흙수저’론이 나올만한 나라가 태국인데도 금수저들의 지나친 행위에 대해서 다들 너무 조용하다.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각 분야를 발전시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 상황은 경제적 사대주의를 골자로 한 일부 초대형기업과 재벌금융기업들에 의한 수직계열화 및 하청 그리고 임가공 위주의 수직계열화 산업구조로 팽배해 있다.
균형잡힌 산업구조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자구적 노력은 물론, 대형 제조산업에 대한 심각한 외국자본 의존도로 파생되는 심각한 예속경제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국의 강소기업 발전을 통한 경제발전 토대를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④ 기술인력과 중간관리자 양성에 국가교육력을 총동원 집중했으면
→ “태국은 임금이 너무 올랐다”는 이야기는 태국 인력의 가치를 단순노동력으로 비하해서 바라보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반면, 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한결같이 ‘기술인력과 중간관리자 계층 인력 구득난’을 호소한다.
추정컨대, 일본기업들이 태국경제와 산업을 오랜 기간 좌지우지해 오면서 생겨난 ‘일본의 소조(小組) 조직식 현지 인력 운영방법(=일본인이 단위조직별 상위 보직에 있고 현지인들은 그저 시키는 일 위주로 실행만 하는 인력화)’에 익숙해진 악영향이라고도 볼수 있다.
그렇기에, ‘일정부분 태국의 자생적 경제발전을 위해 기술을 전수해 주는 외국기업과 손잡고 태국의 자체 브랜드를 육성해 나가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태국 경제의 미래가 굳건해진다’고 본다.
태국의 학교교육 체계도 옛 일본의 봉건적 신민교육과 유사한 모습의 교육방식 답습은 이제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 창의력 육성 기반에 의해 개개인의 역량을 키워내면서 국가적 단합을 이뤄내는 모습으로 변모해 나가야 할 부분이 크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⑤ 태국의 사회 지식층과 일부 부유층의 국가인식 변모 필요
→ 민주화를 위한 역동성이 혼란으로만 인식되던 이데올로기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태국이 그 정도 이하의 민의를 가진 나라라고 보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반체제 민주화 운동 자체를 아직도 불손하게만 보는 세력들이 만연하고, 앞장서서 민주주의를 계도해 나가려는 사회지식층의 기동력은 너무도 미미하다.
설사 제3차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꺼진 불씨’처럼 되어버린 현재의 민주화 움직임이 다시 타올라도 제대로된 방향성을 가진 민주화 결과물을 창출해낼 가능성이 모호해 보이기까지 한다. 태국의 중견·장년층 그리고 원로급 지식층 리더들의 움직임이 너무 미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입헌혁명 이후 ‘쁠랙 피분 송크람(친일군사정부)’과 ‘쁘리디 파놈용(자유태국주의 사회 운동가)’ 으로 양분되었던 태국 근대정치사가 친일 군사정부를 주류로 삼아 흘러왔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민주화 진일보가 필요하다.
⑥ 중-일 일변도 아닌 다자 외교 포트폴리오를 내실있게 강화하면 좋으련만
→ 한국이 오랜 세월 미·일 일변도 외교정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질곡의 역사를 살아왔던 것처럼 태국의 근·현대사도 중-일 일변도로 흘러온 경향이 짙다. 원래의 태국 역사의 물줄기에 줄기차게 숨쉬어 왔던 ‘대나무 중립 등거리 외교정책’을 발판 삼아 새로운 국가도약 발판이 될 외교정책을 꾸려보았으면 싶다.
그리고 더 이상 너무 중-일에 치우치지 말고, 동남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태국의 잘 발달된 제조업 기반의 2차산업을 활용해 이제는 4차산업혁명시대 맞이에 분주한 한국경제와의 콜라보(공동작업)도 어떨까 싶은 마음이다.
한국의 제조기술 발전사적 역량에 입각한 산업정보기술력이 태국의 잘 발달된 내수경제력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태국 국가 원산지 이미지 (Country Origin Level)와 합쳐져서 제대로된 산업발전적 성취를 이루는 길을 닦아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⑦ ’저임국 따먹기(?) 국가’가 아닌 생산성과 개발력까지 겸비한 제조기반 경제력 보유국가로
→ 규모의 국가기간망 산업투자는 어떻게든 외자 유치로 때우려 들면서 유통과 부동산 그리고 서비스 업종과 같은 '땅짚고 헤엄치기식' 단기적 이익에 급급한 분야만 태국 재벌의 금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에 변화가 필요하다. 동부경제회랑(EEC)과 타일랜드 4.0 같은 경제적 대역사(Great Work)에 태국 자체 자본이 상당 부분 앞장서 투자하는 모범을 보이면 외국자본 유치는 자연스레 고무되어 지리라 생각된다.
역으로 생각하면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하니 아직은 그래도 시간이 있는 셈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고 말이다. 태국에서 뉘엿뉘엿 20년을 넘게 살아 온 어느 한국인 촌부가 작심하고 뇌까리는 ‘내가 아끼고 살아가는 나라, 태국’…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태국이라는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질러대는 ‘무개념 즉흥적 고언(苦言)’이다.
이런 철없는 어느 외국인의 관점 같은 것이 나마, 굳건한 전통 속에 중심 잘 잡고 살아 갈 태국인들의 사조에 섞여들어 ‘팟타이’처럼 잘 볶아지던가 ‘비빔밥’처럼 잘 비벼지는 태국을 보고 싶다.
전창관은?
20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