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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만삭' 탁신 막내딸, 5월 14일 아버지 이어 태국 총리될까

제1야당 총리후보로 지지율 압도적 1위...군부 임명 상원의원 250명 ‘장벽’

 

 

다음달 태국 총선에서 ‘탁신 가문의 부활’은 가능할까?

 

탁신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6)이 5월 14일 태국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인 프아타이당(For Thais Party)의 차기 총리 후보 3명 중 한 명으로 지명되면서 전세계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패통탄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태국 총리의 막내딸이다. 2021년 10월 정계에 입문한 ‘정치 신인’이다.

 

하지만 탁신 전 총리의 영향력 덕분에 당 수석 고문으로 임명돼 총선 운동을 이끌면서 단숨에 유력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선거 운동을 이끄는 패통탄은 차기 총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프아타이당도 49.8%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1위를 달려 무난히 제1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패통탄이 아버지, 고모부, 고모에 이어 총리에 오를지는 불확실하다. 왜 그럴까?

 

 

■ 패통탄 압도적 1위, 군부 임명 상원 250명 구조로 총리자리 미지수

 

2000년대 이후 태국 정치는 “탁신 중심으로 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탁신 전 총리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정치 경력 17개월의 패통탄이 총리가 된다면 친나왓 일가에서 네 번째로 총리에 오르는 인물이 된다.

 

탁신계 정당은 2001년 이후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모든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2001년 타이락타이당 248석→2005년 377석→2007년 팔랑쁘라차촌당 233석→2011년 프아타이당 265석이다.

 

탁신 전 총리는 재임 시절 누구나 30밧(약 1100원)을 내면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이른바 ‘30밧 의료보험’ 제도 도입 등으로 지방 농민의 지지를 얻었다. 이처럼 서민을 위한 경제 및 복지 정책으로 농촌의 저소득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패통탄이 이끌고 있는 탁신 전 총리의 후광으로 프아타이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무난히 제1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통탄의 총리 자리는 미지수다. 바로 군부가 2017년 개정한 헌법 때문이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여동생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정부를 무너뜨린 태국 군부는 총선에서 패배해도 군부 출신 총리가 집권할 수 있도록 한 헌법을 2017년 공포했다.

 

새 헌법에 따르면 총리 선출에는 유권자가 총선으로 뽑는 500명의 의원의 하원이 구성되더라도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해선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과 공동으로 합의를 거쳐야 한다. 새 총리는 7월 말에 선출된다.

 

패통탄이 연정 없이 총리가 되려면 상-하원 전체 750명 중 과반인 376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프아타이당이 상원의 지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하원 500석에서 75%에 달하는 376석을 얻어야 한다.

 

군부 측의 협조 없이 패통탄이 정권을 잡기 힘든 구조다. 실제로 프아타이당은 2019년 선거에서 대부분 의석을 얻었지만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현 태국 상원의 총리 임명권은 2024년이면 종료된다.

 

프아타이당이 총선에서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해도 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할 가능성이 높다. 태국에서는 1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1932년 이후 총 19번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 탁신 전 총리 ‘매제-여동생’도 총리 올랐지만 ‘군부 쿠데타’로 실각

 

치앙마이주 산깜팽에서 태어난 탁신 전 총리는 1949년생으로 73세다. 화교 출신으로 증조부는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고 아버지는 국회의원을 지냈다.

 

경찰로 일하다 미국 유학 중 사업가로 변신했다. 1980년대 이동통신사업을 시작해 10년만에 통신 재벌로 성장했으며 이후 정치에 입문했다.

 

2001년 총리직에 오른 뒤 2005년 총선에서 승리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2008년 권력남용 관련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했다. 궐석 재판에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5년째 해외 도피 중이다.

 

망명 중인 2007년 6월 영국 프리미어리그 프로축구단 맨체스타 시티를 인수해 이후 사우디 왕자 만수르에게 팔기도 했다. 현재 두바이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탁신 전 총리는 태국 북부의 세계 최대 마약생산지인 미얀마 북부 국경지역인 황금삼각지 전쟁선포로 마약을 근절시킨 점 등으로 여전히 태국 서민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레드 셔츠’라 불리는 농촌-노동자 지지층 중심으로 강력한 정치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태국 정치는 탁신 망명 이후 “탁신 대 반탁신”으로 흘러왔다. 2008년에는 탁신의 매제 솜차이 옹사왓(탁신 첫째 여동생의 남편, 2008년 9~12월)이 총리로 선출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집권당 해체 판결로 3개월도 못 돼 내각이 총사퇴했다.

 

 

탁신 전 총리의 후광을 업고 사업가인 1967년생 여동생 잉락 친나왓(탁신의 둘째 여동생)도 정치 경력이 거의 없었지만 태국 첫 여성 총리(2011~2014)가 됐다.

 

그 역시 군부 쿠데타로 물러났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권력 남용을 이유로 해임 결정을 내렸고, 정치적 혼란 속에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왕권이 강한 태국에서 탁신파는 “왕의 뜻”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군부쿠데타를 반복하는 왕당파들로부터 견제를 받아왔다. 탁신과 잉락은 눈부신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각각 군대에 의해 축출되었다.

 

태국 정치기상도는 20여년간 크게 변함이 없다. 탁신계가 정권을 잡았다가 법원 판결이나 군부 쿠데타 등으로 무너지고, 다시 선거에서 탁신계가 승리하는 상황이 반복하고 있다.

 

■ 탁신계 프아타이당-친군부 정당 팔랑쁘라차랏당(PPRP) 연대설 가능성?

 

패통탄은 이번 총선에서 아버지 탁신과 적대적 관계인 군부 출신 정치인들과 ‘한판 승부’를 겨룬다.

 

물론 총선에서 패통탄이 승리해 제1당을 만들어도 군부 측의 협조 없이 정권을 잡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탁신계인 프아타이당과 친군부 정당 팔랑쁘라차랏당(PPRP)의 연대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1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2019년 총선에서 연임에 성공한 쁘라윳 짠오차(69) 현 총리는 루엄타이쌍찻당(RTSC) 후보로 나섰다.

 

 

그는 총리가 되더라도 임기제한으로 중간에 물러나야 하는 ‘반토막 임기’ 상황이다. 최대 8년인 총리 임기를 두고 종료 시점에 대한 논란에 휩싸인 그는 측근들이 포진한 새 정당을 만들어 공식 후보로 지명받아 출사표를 던졌다.

 

현 여당인 팔랑쁘라차랏당에서는 당 대표인 쁘라윗 웡수완(77) 부총리가 총리 자리를 노린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의 관전포인트로 지방(농촌)을 기반으로 한 탁신 가문과 쿠데타로 집권해 방콕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보수 엘리트의 대결로 조명했다.

 

프아타이당은 지역적으로 가장 많은 유권자를 확보한 동북부(전체 지역구 의석의 3분의 1 차지)와 농민과 도시 빈민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태국 총선은 2020년 태국을 뒤흔든 반정부 시위 이후 열리는 첫 전국 단위 선거다. 군부쿠데타 세력의 수성, 탁신 가문의 부활, 아니면 ‘군부와 탁신계 연대’ 중 어떤 선택으로 이어질 것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적격 태국 유권자는 5월 14일 선거를 앞둔 4월 25일부터 5월 5일 사이에 투표할 수 있다.

 

 

 

패통탄 친나왓(Paetongtarn Shinawatra)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1986년생인 패통탄 친나왓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그의 아내 폿짜만 다마퐁 사이에서 세 자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태국 최고 명문대학인 왕립 쭐라롱껀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영국 서리(Surrey)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패통탄은 친나왓 일가가 주요 주주인 태국 부동산기업 ‘SC에셋’의 최대 주주다. 아동교육 자선단체 ‘타이콤 파운데이션’의 재단 이사직을 맡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패통탄은 약 52억 바트(약 2000억 원) 상당의 SC에셋 지분 28.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 신인’임에도 최저임금 두 배 인상, 대졸자 최저임금 2만 5000바트 보장(한국 돈 96만 원), 농민 소득 세 배 증대, 의료 보장 범위 확대, 방콕 대중교통 요금 인하, 16세 이상 전 국민에게 1만 바트 지급 등 선거 이슈를 선점해 나가는데 탁월함을 과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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