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이 있어 정권 불안정해도 정치는 안정...탁신 재등장 이후 둘 다 불안해졌다.”

 

서정인 전 아세안 대사가 22일 서강대 동아연구소 ‘월간태국’ 초청강연회 시리즈 첫 번째 강연자(사회 현시내, 서강대 동아연구소)로 나섰다. 주제는 ‘격변의 태국, 태국의 현재와 미래’다. 서 대사는 이근 서울대 교수의 페이스북을 인용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소개했다.

 

서 대사는 외교부 동남아 과장을 거쳐 일본을 가서 3년간 일본어된 동남아 책들을 섭렵했다. 이후 태국 공사참사관으로 “2010년 2월~5월, 3개월간 반정부시위로 92명의 젊은이들의 죽음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젊은이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좌절’하는 모습도 봤다”고 회고했다.

 

 

외교부 동남아 과장, 심의관, 및 국장 및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까지 20여년 이상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업무를 맡았던 외교관인 그는, 태국을 “아세안 2대 경제대국이자 메콩 주도국이자 중진국 함정에 빠진 나라”로 평가했다.

 

그가 선정한 태국 ‘격변기’의 세 가지 키워드는 ‘민주화’와 ‘경제발전’과 ‘사회변동’이었다. 민주화의 경우 “국왕을 원수로 하는 민주주의” 구조라는 것이다.

 

2023년 5월 총선은 예상 외로 진보세력이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내각을 구성하고 총리 선출을 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왔고, 제 1당 전진당 대표 피타는 끝내 총리되지 못했다.

 

사법쿠데타를 연상되는 피타에 대한 국회 총리 표결 실패와 헌법재판소의 피타 의원 직무정지 판결이 있고, 제 2당인 탁신파 ‘프아타이당’은 전진당을 뺀 군부세력을 포함 11개 정당과의 새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그 와중에 전 총리 탁신이 15년 망명생활을 마치고 귀환하고 퇴위를 당한 것과 다름없었던 왕자가 미국에서 태국으로 돌아왔다. 특히 탁신은 탁신파 총리가 선출한 날 귀환하면서 정치 불안정을 부채질했다.

 

서 대사는 “탁신의 귀국은 알라딘 램프 속 ‘지니’가 나와 다시 안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우선 “탁신은 민주주의자보다 포플러시스트다. 대중을 안다. 그는 의도가 아니었지만 민주주의 불씨를 피운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다. 전진당 피타와 함께 제 3물결을 일으켜 민주주의를 성숙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태국은 국왕이 있어 정권을 불안정해도 정치는 안정했다. 탁신 등장 이후 정권과 정치가 모두 불안정하다. 탁신파 프어타이당의 스레타 타비신 새 총리 시정연설을 보니 기존 군부들이 차별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 중산층의 경우는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태국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태국 중산층의 선택은 기득권 보호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 정권을 교체했지만 기존 군부세력이 연정 내 대부분 잔류했다. 뒤에는 여전히 군부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당을 다른 장관과 부장관 임명이다. 연립정부 성격을 반영했다지만 ‘이합집산’을 넘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새 총리는 군부 기득권을 줄이는 것이 관전포인트다. 1400명이나 되는 장성 숫자도 줄이겠다고 말했다.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도 내년이면 없어진다. 과연 군부는 가만히 있을까?

 

 

그는 “부정부패가 심해지고, 혼란이 계속되면 군부가 애국심을 내세워 쿠데타(5회, 32년 입헌군주제 이후 19회)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4년 안이나 아니면 지나서 쿠데타를 볼 수도 있다. 이른 저의 섣부른 전망이 달라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30여년간 태국 정치는 레드셔츠(친탁신 세력)와 옐로셔츠(왕실, 군부, 기득권세력)로 대별되어 극심한 대결을 해왔다. “태국 정치는 탁신 중심으로 돈다”는 말처럼 탁신파와 군부 중심 ‘반탁신파’의 대결이 이어졌다.

 

하지만 MZ세대가 ‘왕실보호법’을 개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반발하면서 ‘오렌지색’ 전진당을 지지하면서 전진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주었다. 이후 레드셔츠와 옐로셔츠는 순전히 ‘서로 필요’해 연립정부로 손을 잡았다.

 

올해 한국과 태국은 외교관계 65주년이다. 6300명의 군대를 한국 전쟁에 파병한 나라가 태국이다.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은 9월 한-아세안 정상회의서 “전폭지지”성명을 발표했다. 태국은 이와 관련 국내 정치요인으로 한국과 깊이 대화가 적었다.

 

태국은 대외 외교에는 바람이 부는 데로 하는 ‘대나무외교’, 경제 발전은 1970~90년대 고성장했지만 중진국 함정, 사회변동은 새고령화 시대에 진입했다.

 

미국과 중국이 ‘2강 대결’에 최근 미국은 중국 대항마로 태국을 선택했다. 하지만 중국은 태국의 최대교역국이자 전체 외국인 관광객 3분의 1을 차지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서 대사는 ‘경제발전’과 ‘사회변동’ ‘외교’를 짚은 후 ‘격변의 태국’ 선택지는 3개가 있다고 역설했다.

 

첫 번째는 태국은 ‘국왕의 길’이다. 왕실과 불교 중심의 사회공정과 안정지향이 충족경제다. 다음이 글로벌화와 경제 자유화, IT-디지털 혁명의 ‘탁신류의 길’(현대화의 길)이다. 제3의 길으로 국왕의 길과 탁신류의 길 ‘절충’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정인 전 주아세안 대사는?

 

외교부 공보과장 및 동남아과장, 남아시아태평양국장, 역임했다. 이후 아세안 대사, 태국 공사참사관에서 최근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까지 20여년 이상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업무를 했다.

 

<한-아세안 외교 30년을 말한다>(2019), <아세안의 시간>(2019) 단행본 공동 편집 및 특별기고를 했으며, 정기 간행물 외교지 기고 및 아시아 경제, 부산일보 고정 칼럼을 비롯해 매경, 한국 등 일간지에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기고를 했다.

 

현재 서정인 대사는 고려대 아세안 센터 연구위원, 아세안-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이사, 아세안안보포럼 전문가 그룹(ARF EEPs) 일원이며 현재 방콕 소재 UNESCAP 시니어 컨설턴트이자 카카오스토리에 아세안 편지를 쓰고 있다.

 

■ <월간 태국>은?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는 한-태국 수교 65주년을 기념하여 9월 22일부터 4차례에 걸쳐 초청강연회 <월간 태국>을 개최한다.

 

 

한국과 태국 간의 관계, 동남아시아와 전 세계 속의 태국의 위치, 그리고 태국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기 위해 기획했다.

 

초청 강연 강사는 서정인 고려대학교 아세안 센터 연구위원(2023년 9월 22일), 김홍구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10월 20일), 김소연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교수(12월 22일), 채현정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 전공 조교수(2024년 2월 2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