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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제1당 손잡은 아누틴 태국 새 총리, 4개월 후 총선 약속 과연?

5일 하원 투표서 아누틴 찬위라꾼 품짜이타이당 대표 선출...탁신은 돌연 출국

 

“민주주의의 실험대 위에 놓인 태국 정치의 민낯이 드러났다.”

 

5일 태국 하원 투표에서 새 총리로 선출된 아누틴 찬위라꾼 품짜이타이당 대표(59)는 보수파 성향이지만 진보파 쁘라차촌당의 지지를 얻어 여유있게 당선되었다. 하루 전에는 “태국 정치는 탁신을 중심을 돈다”는 전 탁신 총리(Thaksin Shinawatra,76)는 돌연 출국했다.

 

태국 하원투표에서는 492석 하원서 아누틴 총리 후보는 311표를 얻었다. 자당 품짜이타이당(Bhumjaithai Party)의 69석보다 훨씬 많은 141석의 제1당이자 야당인 쁘라차촌당(국민당, The People’s Party)의 지지가 과반선 247석을 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홍구 부산외대 전총장(태국어과)은 "태국판 삼국지의 핵심인물은 여전히 등뒤에 칼을 숨기고 있다. 누구도 누구를 믿을 수 없다.  이보다 냉혹한 진실은 없다"고 품짜이타이당-쁘라차촌당-프어타이당 3당을 관계를 삼국지와 비유해 현 태국 정치상황을 빗대었다. 

 

■ 친 왕실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 선출 배경은 피타의 141석 쁘라차촌당

 

아누틴 찬위라꾼(Anutin Charnvirakul)은 친 왕실의 보수파 정당을 이끌고 있다. 건설 재벌인 아버지가 탁신 친나왓 전총리의 쿠데타 망명 시절 과도 총리를 지낸 적이 있다.

 

쿠데타 주역 쁘라윳 짠오차(Prayut Chan-o-cha, 71) 육군 대장은 2019년 헌법 개정 후 총선으로 총리가 되었다. 이때 아누틴 찬위라꾼이 보건장관으로 입각했다. 장관 시절 대마초 비범죄화 정책을 밀어붙여 '대마 합법화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5월 14일 치러진 총선은 태국 정치지형을 완전히 바꿨다. 쁘라윳 짠오차의 친 군부 당은 완패했다. 하버드대 출신의 젊은 피타 림짜른랏(Pita Limjaroenrat, 44) 당수가 이끄는 전진당(Move Forward, MFP)이 하원 500석 중 151석의 제1당 다수당이 되었다.

 

 

반 왕실까지는 아니지만 왕실과 거리를 둔 다소 진보적 색채의 탁신 가문 주도 프아타이당(Pheu Thai Party)보다 10석이 많았다. 아누틴 찬위라꾼의 품짜이타이당은 71석을 얻어 쁘라윳 짠오차의 36석보다 많았다.

 

총선 후 총리 선출에서 민선 하원 500석에다 군부 지명의 상원 250명이 합동 투표로 실시되었다. 전진당과 프아타이당이 연합했지만 피타 당수는 과반선 375표에 미달한 324석을 얻는 데 그쳐 총리가 되지 못했다.

 

더욱이 헌법재판소가 피타 당수의 의원 자격을 박탈했다. 2024년 7월에는 전진당을 해산시켰다. 전진당 지도자이자 유일한 총리 후보였던 피타 림짜른랏은 10년간 정치 활동이 금지됐다. 전진당은 당명을 바꾸고 141석의 쁘라차촌당 이름으로 하원 제1당으로 살아남았다.

 

이번 총리 선출 투표에서 경쟁 후보인 기존 연립내각 제1당 프아타이당의 후보인 77살 차이까셈 니띠시리 전 법무부 장관은 152표를 얻는 데 그쳤다. 아누틴 찬위라꾼은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Maha Vajiralongkorn, 73)의 승인을 거쳐 정식 취임한다.

 

■ ‘태국 정치의 중심’ 총리가 된 탁신 전총리의 막내딸 훈센 통화로 해임 '트리거'

 

탁신 가문의 프아타이당은 전진당과의 연대를 버리고 친군부 세력과 연합해 총리직을 차지했다. 하지만 건설 재벌 출신인 세타 타위신(Srettha Thavisin)이 2023년 8월 총리로 선출되었다가 1년 후 윤리 위반으로 헌재에 의해 해임되었다.

 

 

탁신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 프아타이당 대표(Paetongtarn Shinawatra, 38)가 친군부 세력의 지지를 받아 쁘라차촌당의 반대에도 2024년 8월 후임 총리로 선출되었다. 이 시기에 2006년 후 망명 중이던 탁신 친나왓이 귀국해 15년 형을 1년도 안 되는 복역으로 만기 출소하고 왕실과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패통탄 총리는 올 5월 태국군과 캄보디아군이 국경서 충돌한 직후 캄보디아의 '국부'인 훈센(Hun Sen,74) 상원의장과 통화하면서 태국군 사령관을 "멋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 통화가 유출되어 훈센에 대한 화해적인 태도와 태국 지휘관 비판 내용이 국민의 본노를 불러일으켰다. 군부 중심 가장 큰 연정파트너였던 제2당 품짜이타이당이 연정에서 탈퇴했고, 끝내 총리직에서 문화장관으로 물러났다.

 

 

비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보수 성향 상원의원들이 패통탄이 헌법윤리를 위반한다며 해임 심판 청원을 헌재에 냈다. 8월 29일 헌재가 해임 결정해 총리직을 상실했다. 프아타이당 총리는 연속 중도 실격되었다.

 

탁신 가문은 오랫동안 반군부 정서와 왕실과의 반목을 삼아 태국 정치의 중심이었다. 그만큼 지지와 반대가 엇갈렸다. 탁신이 2006년 재임 5년 만에 쿠데타로 쫓겨났고 조카딸 잉락도 2011년 총선서 총리가 되었지만 3년 뒤 역시 쿠데타 축출되었다.

 

패통탄 총리는 탁신 가문과 연루된 총리 중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임된 다섯번째 총리다. 패통탄 총리는 2001~2006년 재임한 아버지 탁신, 2011~2014년 내각을 이끈 고모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에 이어 탁신 집안에서 배출된 세 번째 총리다.

 

패통탄 총리의 전임인 세타 타위신 전 총리(Srettha Thavisin, 2023∼2024년 재임)도 ‘부패 인사 장관 임명’이 위헌이라는 이유로 헌재서 해임판결로 사퇴했다.

 

■ 품짜이타이당-쁘라차촌당 새 연합 “4개월 안 총선-군부가 만든 헌법 개정” 이뤄질까?

 

프아타이당 주도의 집권 연정은 조기 총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역시 패통탄의 훈센과의 통화 한통의 후폭풍은 태풍급이었다. 아누틴 찬위라꾼 대표의 품짜이타이당이 이 연정에서 탈퇴하면서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아누틴은 부총리로 패통탄 내각에 입각했다가 연정을 버리고 제1당이자 만년 야당인 쁘라차촌당 지지를 얻어 새 총리가 되려고 했다. 반전의 반전이다. 소수파 정권이 탄생을 앞두고 뒀다.

 

 

쁘라차촌당은 “4개월 안에 총선을 실시하고 새 의회가 구성되는 즉시 쁘라윳 짠오차 군부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헌법을 보다 민주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제안을 받아들였다. 쁘라차촌당은 새 정부에 합류하지 않고 야당으로 남겠다고 했다.

 

5일 아누틴은 새 총리에 여유있게 당선되었다. 쁘라차촌당이 원하는 개헌에는 태국 왕실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비판 완전금지의 완화가 들어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아누틴 찬위라꾼의 소수파 정권이 진보적인 쁘라차촌당과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것인지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태국 정정이 혼란에 빠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낫타퐁 르엉빤야웃 쁘라차촌당 대표는 차기 총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 총리 후보 선출 하루 앞두고 탁신 전 총리 출국 “감옥 회피용 연출” 비판 나와

 

한편 방콕포스트와 닛케이 아시안 리뷰 등에 따르면, 프아타이당의 상징적 인물인 탁신 전 총리는 후보 선출 하루 앞두고 전용기를 타고 조용히 출국했다.

 

탁신 전 총리는 2023년 8월 22일, 15년 망명 생활 끝에 태국으로 귀국했으나, 귀국 직후 부패 혐의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국왕의 사면으로 1년형으로 감형되었고, 병세를 이유로 병원에 장기 입원한 끝에 올해 2월 가석방됐다.

 

 

그러나 당시 병원 입원 당시 상태가 비교적 양호했던 점과 장기 병실 체류에 대해 “감옥 회피용 연출”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탁신에 대한 왕실 모독 혐의가 최근 형사법원에서 ‘증거 부족’으로 기각되면서 출국 금지가 해제되긴 했으나, 9월 9일에는 병역 회피 및 'VIP 수감 논란'을 부른 가석방 특혜 논란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이 예정되어 있었다.

 

탁신이 전날 저녁 돌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국하자 태국 내 보수 진영은 "탁신의 출국은 정치적 회피이자 여론을 이용한 시선 돌리기" “해외도피”라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장기간 망명생활으로 해외로 돌았던 탁신 전 총리는 2023년 프아타이당 집권과 패통탄 총리 선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태국에서 탁신 일가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격히 줄고 있다. 2년 만에 몰락 위기를 맞고 있다. 대법원 최종 판결은 태국 정치의 또다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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