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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관의 태국이야기13] 현대차 태국시장 점유율 0.37%의 불편한 진실

현대차 인니공장 설립→태국시장 무관세 수혜 예상...본격 마케팅 인프라 구축 서둘러야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3] 태국은 프랑스와 대등할 정도로 넓은 국토를 가졌지만 대중교통 발달이 미흡하고 연중 폭염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는 나라다. 그래선지 태국인들은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주택보다는 할부일지언정 쾌적한 냉방 속에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인 자동차를 구입할 궁리부터 한다.

 

방콕이 교통지옥으로 일컬어져도 태국인들의 자동차 사랑은 그칠 줄 모른다. 태국에서 ‘전시 이벤트의 꽃’으로 여겨지는 자동차 판매 박람회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끄는 ‘방콕 모터쇼’가 제일 무더운 이맘때쯤 열리는 것도 그런 이유인 듯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달 초에 방콕 므엉통타니 전시장 챌린저홀에서 ‘방콕 모터쇼 2021(제 42회 방콕 인터내셔널 모터쇼 2021)이 열렸다. 무려 30여개 내외의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가 선보인데다가 전시만이 아닌 열띤 실판매 행위가 현장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 여파 와중이지만 각 사의 세일즈 파워뿐 아니라 마케팅력이 총동원되어 전사적 역량을 겨루는 명실공히 태국 내 가장 큰 규모의 자동차 전시·판매 행사였다.

 

 
이번 방콕 모터쇼 2021에서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톱 10 판매 리스트’는 ①도요타 4406대 ②마즈다 3454대 ③혼다3305대 ④이스즈 2829대 ⑤스즈키 2689대 ⑥벤츠 1863대 ⑦ MG 1629대 ⑧미쓰비시 1462대 ⑨포드1212대 ⑩니산 1144대로 아로새겨졌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⑩위를 차지한 일본 니산의 3분의 1 수준인 426대를 판매하여 ‘⑬위 판매=점유율 1.5%’에 그쳤다.

 

2020년 태국 내 연간 브랜드 별 총 판매 대수를  살펴봐도 ‘태국시장 점유율 톱 10’은 ①도요타 25만6689대 ②이스즈 18만9826대 ③혼다 9만1705대  ④미쓰비시 5만7429대 ⑤니산 4만2761대 ⑥마즈다 4만480대 ⑦포드 3만2362대 ⑧ MG 3만247대 ⑨스즈키 2만6380대 ⑩BMW 1만6024대가 차지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불과 연간 3020대를 판매해 ‘⑭위로 시장점유율 0.37%’에 머물렀다. 이 정도면 가히 '현대자동차의 굴욕'이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브랜드 순위 매기기로 업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인터브랜드(Inter Brand)가 발표한 ‘2020년 글로벌 브랜드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당당히 도요타, 벤츠, BMW, 혼다에 이어 세계 랭킹 5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테슬러와 아우디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명실공히 브랜드 자산가치 143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No.5자동차 브랜드로 우뚝 섰다. 게다가 지난해는 세계 시장점유율 순위 역시 5위(8.1%)를 차지해 기염을 토했다.

 

포드의 세계시장 점유율 5.2%, 혼다 5.6%는 물론, GM의 7.6%를 능가하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태국 현대자동차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왜 이다지도 평균치를 현저하게 밑돌까?  해마다 모터쇼 행사장을 다녀올 때면 스쳐가는 생각이다.

 

사실, 밑도는 정도가 아니라 올해 태국 ‘모터쇼 2021’에서도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점유율 1.5%에 못미쳤고, 2020년 태국전체 시장점유율도 0.37%를 보이는데 그쳤다. (태국 MagCarZine紙 1월 26일자)


연간 100만 대 내외를 내수시장에 판매하고 또 다른 100만 대 가량을 해외로 수출해 동남아 전 지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50% 가량을 공급하는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태국에서 도대체 왜 이런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위상과 태국 내 실판매력 간의 현격한 격차’가 발생할까?


이에 대해 혹자는 선뜻 (1)현대차의 태국내 생산공장 부재에 따른 관세차에 기인한 원가경쟁력 취약을 거론하거나 (2) 무려 19곳에 달하는 완성차 조립 및 제조공장이 500여 1차벤더와 1700개에 달하는 2차벤더를 거느린 태국 자동차 업계의 제조밸류체인에 속하지 않은 채 고관세 완성차 도입을 하는 판에 무슨 판매점유율 타령이냐”고 한다.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 한국 수출 제조업의 양대산맥이라 볼 수 있는 자동차 판매와 전자제품 판매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전자제품’ 업계의 ‘현대자동차’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태국 TV제품 시장점유율은 31%이고 모바일 폰은 31.1%다.(2019 GFK Data)

 

이는 위에 언급한 2020년 현대자동차의 태국 시장 점유율 0.37%와 비교할 시 천양지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도 태국에 처음 진출할 때 제품별 차이는 있었지만 당시 가전업계 관세도 30~60%에 달했었기에 일본의 앞선 현지공장 진출 대비 후발 삼성전자의 고충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지금의 현대자동차와 비근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 TV와 그 외 가전제품의 삼성전자 태국시장 점유율은 태국 진출 초반기에도 10% 내외를 보였다. 제아무리 전자업계와 자동차업계를 단순비교키는 어렵다 하더라도 너무 지나친 격차를 보인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태국 현지 시장점유율이 이런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까닭에는 ‘모터쇼 2021’ 행사장에 다녀온 일개 촌부의 생각으로도 의아하기만한 몇가지 현저한 차이점과 이유가 있다.


첫째, 제 아무리 ‘선택과 집중 ’이 중요한 전략과제라지만, 태국의 현대자동차 판매회사인 ‘Hyundai Motors Thailand’가 한·태 합작법인 또는 태국 수입판매사도 아닌 일본상사 소지쯔(히토시 가네꼬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에 의해 현대자동차 본사 파견 주재원 1명 없이 벌써 여러 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거론치 않을 수 없다.

 
이에 대비 삼성전자는 현지 진출 초기에 태국 측 수입판매사가 판매정책을 책임운영하던 시장진입 단계에서부터 코디네이터(Coordinator)라는 직책의 주재원을 파견함과 동시에 연락사무소(Representative Office)를 운영함으로서 현지 수입공급사의 운영실태와 향후 전략수립에 구체적으로 관여하며 중장기적인 현지사업 추진전략을 구사해 나가기 시작했다. 

 


둘째, 운영주체가 누구이든 최소한의 현지 라인업은 본사 기본 라인업 전략과 맞물려 전개되어야 미래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이 가능하다. 그래야만 향후 본격적으로 지사(Branch) 또는 해외법인(Overseas Subsidiary)이 출범될 때  단절없는 연속성을 가지고 브랜드 전략을 추진하기가 용이한 것은 당연지사다.

 

현재의 태국 ’Hyundai Motors Thailand(일본회사)’처럼, 세계 자동차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승용차 라인업을 가진 현대자동차 본사 라인업과 무관하게 승합용 밴 한가지로만 제품 라인업을 끌어가는 것은 관세 집입장벽을 감안한다해도 누가봐도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제품전략이다.

 

셋째, 해외시장 진출시 필수적인 현지화 마케팅이 취약하다는 부분이다. 원활한 부품 수급을 통한 애프터 서비스센터 운영과 지속적 광고판촉 및 브랜드 전략 전개가 필요하다. 소나타 구모델을 시장가 대비 할인해서 한국인 마켓 등에 팔아보다가 여의치 않자, 관세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유로 승합밴 전용 라인업으로 급전환 후 승합밴만 파는 회사로 태국시장에 각인되고 난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은 과연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의문이다.


하늘이 돈다고만 믿던 상황에서 지구는 돌지 않았다. 갈릴레이가 지구가 돈다고 믿기 시작하니 지구가 돌기 시작했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태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니 후발 현대자동차는 설 땅이 없다고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한국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①수입판매대행사(Distributor)→②판매법인(Sales Subsidiary) 진출이라는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판매권 다툼이 생겨 브랜드에 흠집을 낸 경우도 여러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사에 걸쳐 있었다. 그러니 만큼 향후 본격 진출 시 대비해 한국의 본사가 팔을 뻗쳐 현지시장을 속속들이 점검해 나가며 그런 분쟁의 단초도 제거해 나가며 현지 판매사업을 리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현대자동차 본사가 주체가 되어 보다 강화된 통합 마케팅 전략으로 판매확대 승부수를 준비해 나가기를 바래본다.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라는 호랑이 굴에 들어왔으면 호랑이를 잡아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전창관은?

 

20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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