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은 무진장한 창고이고, 관리는 오직 백성에 기대어 산다."
17회에 이어서 베트남 학자 또안아잉(Toàn Ánh)이 1970년에 펴낸 『부패와 뇌물의 예술』 속 다른 에피소드 두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비록 오래된 남의 나라 얘기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날 밤 두 사람(군수와 친구)은 돈을 갈취하는 방법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억울하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고 상급자가 조사에 나서지 못하게 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날, 군수는 친구에게 백성들이야말로 무진장한 창고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군수는 공문서를 재가하면서 서기와 관리들을 꾸짖은 뒤, 친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자네, 내가 오늘 무죄한 사람에게서 돈을 갈취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네. 자네가 관리로서 나를 따라하지 못하고 돈을 갈취하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 ‘멍청한’ 짓이지.”
마침, 그때 갈색 옷을 입은 촌사람 하나가 지나가고 있었다. 군수는 그를 가리키며 친구에게 말했다.
“자네, 저 복 없는 촌놈을 보게나. 재수 없게 나를 만났군. 내가 저놈에게서 돈을 갈취할 테니 두고 보게.”
그는 곧바로 군청으로 들어가 병사에게 명령했다.
“저 촌놈을 불러들여라!”
촌사람은 병사로부터 군수가 자신을 부른다는 말을 듣고 놀라 어리둥절했다. 병사가 말했다.
“자네, 오늘 큰일 났네. 군수에게 말 잘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감옥행이야!”
“무슨 말입니까? 제가 무슨 죄가 있다고 감옥에 갑니까?”
“죄가 있고 없고는 군청에 들어가면 알게 될 걸세. 죄가 없다면 군수가 왜 자네를 부르겠나? 미리 말해 두지만, 이분은 아주 무서운 분이야. 조그만 틈만 보여도 수갑 차고 감옥 가는 거라고.”
병사가 촌사람을 데리고 군청으로 들어가자, 군수는 서기를 불러 경위서를 작성하게 했다. 이름, 나이, 출생지, 그리고 신분증(장정 세 부과 증명) 제출을 요구했다.
“자네,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나?”
“예나 지금이나 저는 선량하게 살아왔습니다. 어찌 감히 법을 어기겠습니까?”
군수는 비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법을 어기지 않았는데, 내가 억울하게 잡았다는 말인가? 자네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인가?”
“이웃 마을에 곗돈을 받으러 가는 중입니다.”
“그래? 곗돈을 받으러 간다면서 명부나 영수증 같은 것은 가지고 있나?”
“예, 있습니다. 계원 12명의 명부가 있습니다.”
군수는 그 명부를 받아 아래로 보고 위로 보고, 뒤집어 보고 엎어 보다가 책상을 내리쳤다.
“허! 이 친구들 참 가관이네. 이걸 계원 명부라고? 서기, 기록하게. 이것은 비밀 모임의 당원 명부다. 경위서를 쓰고 나서 이 마을 이장을 불러오게.”
“군수님, 억울합니다. 이것은 진짜 계원 명부입니다. 저희 촌사람들이 어찌 비밀 모임을 알겠습니까?”
“입 다물어라! 비밀 모임이 뭔지 모른다고? 그래, 자네 비밀경찰 앞에 가서 그렇게 말하면 들어줄 것 같나?”
군수는 서기에게 다시 명령했다.
“경위서를 작성하고 즉시 이장을 불러오게. 그리고 비밀경찰에 보내는 서류도 준비하게. 고문을 받아봐야 실토하겠지. 저놈을 포박해서 기둥에 묶어두게. 이 비밀 모임이 우리 군에서 아주 악랄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말이야. 예전에 상인회와 사관으로부터 우리 성의 민정에 특히 유의하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네.”
서기는 그 말을 듣고 촌사람을 데리고 가 경위서를 작성하고, 마을 이장을 불러왔다. 그날 점심 무렵, 촌사람의 어머니가 군청으로 찾아와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군수는 몹시 안타까운 척하며 부드럽고 달콤한 말투로 말했다. 그 어머니는 아들을 풀어달라며 군수의 주머니에 두 장을 넣어 주었는데, 이는 일 등급 논 세 필지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동료의 고혈을 빼먹는 술수를 지켜본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는 군수가 재능이 있고, 촌사람들의 허점을 이용할 줄 알며, ‘백성은 관리의 무진장한 창고’라는 논리를 철저히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죄한 시골 사람에게서 돈을 갈취한 뒤, 두 친구는 함께 소변을 보러 갔다.
“관리 노릇을 하려면 자네도 나처럼 해야 해. 아무도 안타까워하지 말게. 돈이 우선이네. 어릴 때부터 그걸 몸에 새겨야 하지. 그래야 관청 문 앞에 오려면 돈을 바쳐야 한다는 걸 알게 되지. 가난하다고 무시하지 말게. 쓰레기는 더럽지만, 쓰레기 속의 돈은 절대로 더럽지 않네.”
그는 조곤조곤 말을 이었고, 친구는 몇 차례의 생생한 갈취 현장을 목격한 뒤에야 그가 말한
“백성은 무진장한 창고이고, 관리는 오직 백성에게 기대어 산다.”
라는 말이 진리처럼 느껴졌다.
세 시간, 한숨 자면 7천만 원이 들어온다.
이 대목에서 나는 전 이집트 수상의 말을 떠올리고 싶다.
“모든 약소국의 부패는 외세가 만들어낸 것이다. 외세가 내부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면 부패는 근절될 것이다.”
이 말이 이집트의 완전한 독립을 염두에 두고 한 진심어린 발언이었는지, 아니면 그런 발언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면, 적어도 그 말의 일부는 맞다고 느껴진다.
이 이야기는 얼마 전의 일로, 등장인물 역시 옛사람이 아니다. 당사자는 오늘날의 성장(도지사)에 해당하는 관리로, 매우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는 평야 지대에 있는, 상당히 풍족한 성에서 중책을 맡고 있었다. 그곳은 빙옌 성이었고, 빙옌 성에는 옌락 현이 있었다.
옌락 현은 기름진 땅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동쪽은 끼, 서쪽은 락”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였다. 이는 동쪽에는 뚜끼 부가 있고, 서쪽에는 옌락 현이 있어 두 지역 모두 부유하다는 뜻이었다. 누구나 이 두 곳에서 중책을 맡고 싶어 했다.
옌락 현은 빙옌 성에 속하기 전에는 썬떠이 성에 속해 있었다. 이곳은 부유했고 민정도 안정되어 있었으며, 관리들에게 뇌물을 바칠 정도는 아니었다. 옌락 현에는 빙모라는 면이 있었는데, 집들은 모두 기와집이었고, 마을 논은 일 등급 논으로 해마다 두 번 농사를 지었다.
당시 빙모 면에는 현에서도 손꼽히는 큰 부자가 살고 있었다. 남편은 어질고 착해 모든 일을 아내에게 맡겼고, 아내는 영리하여 돈을 잘 벌었으며 특히 재산 관리에 능했다.
식민지 시절에는 탐관오리가 판을 치던 탓에, 시골에서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죄가 되었다. 특히 이 이야기 속 부자처럼, 돈으로 허명을 사지 않는 부자는 더욱 위험한 존재였다. 그는 하루 두 끼만 먹으며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논밭을 돌보는 데만 힘썼고, 다른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누군가 명예직을 사라고 권해도 그는 재능도 덕도 없다며 거절했고, 마을 직함을 맡아 행사 때 상석에 앉으라는 권유에도 농민의 자식으로서 본분을 지키는 것이 낫다며 사양했다.
현감 역시 그가 부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장에 출마하면 도와주겠다고 권했다. 그러나 그는 재덕이 부족하다며 마을 일을 맡을 수 없다고 했다.
현감은 그의 의지를 꺾어 돈을 빼앗을 기회를 노렸지만, 아직 마땅한 기회는 오지 않았다.
부자에게는 정말 기쁜(?) 일이었다. 현감이 관심을 두고 있었고, 특히 부사(오늘날 규모가 작은 성의 책임자에 해당)도 관심을 두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사람의 돈을 주시하고 있었다.
빙옌으로 부임한 뒤부터 이 부사는 옌락 현을 알고 있었다. 또한 빙모 면과 그 부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게 그 부자는 말 그대로 ‘맛있는 먹이’였다. 부사는 반드시 한입 베어 물어야 마음이 놓였다.
부사는 밤낮으로 사병을 보내 그 부자를 감시했고, 틈만 나면 그 ‘살진 돼지’를 잡을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묘수를 찾아냈다.
재난이 얼마나 커질지는 몰랐지만, 그 계략은 깊고 은밀했다.
어느날 밤, 부사는 친분 있는 빙옌 사령관에게 귀띔했다. 빙모 면의 한 집에 최근 성에서 벌어진 강도 사건의 장물을 숨겨 두었고, 그곳이 비밀 모임 장소라는 소문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병력 증원을 요청하며, 그날 밤 직접 빙모 면으로 순찰을 나가 해당 집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사령관은 부사의 말에 순응했을 뿐 아니라 “참 부지런하다”라며 칭찬까지 했다. 그리고 12명의 프랑스 병사를 붙여 주며, 이번 조사의 ‘행운’을 기원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리하여 부사는 자기 부하와 프랑스 병사를 데리고 자동차로 그날 밤 곧장 옌락 현에 도착했다. 그는 잠든 현감을 깨워 호통을 쳤다.
“현감 자네, 일 잘하는구먼! 사령관 말이, 이곳에 정치적 모임이 있고 강도 사건의 장물도 숨겨져 있다더군. 내가 직접 체포해야겠네.”
잠이 덜 깬 현감은 그 말을 듣자 잠이 확 달아났다.
“부사 어른, 저희 현은 예나 지금이나 아주 조용합니다.”
그러자 부사는 말을 끊었다.
“조용한지 아닌지는 내가 알 바 아니고, 사령관의 명령이 있으니 내가 순찰을 나온 것 아닌가. 자네는 빙모 면에 있는 이 집으로 안내하게. 포위해서 조사해야지.”
부사가 현감에게 그 부자의 이름을 보여 주자, 현감은 경악했다. 부사는 재촉했다.
“됐네. 어서 타게. 일 마치고 성으로 돌아가 나도 자야지. 밤을 새울 셈인가!”
현감은 부사와 병사를 데리고 가 부잣집을 포위했다. 관리들—게다가 부사까지—나타난 것을 본 이장은 어찌할 줄 몰랐다. 그는 부사를 마을 초소로 안내하고, 이어 길잡이 노릇까지 했다.
고통스러운 것은 부잣집 부부뿐이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병사들에게 포위당하고, 집까지 수색당했기 때문이다.
의심스러운 물건이 한두 개였을까? 시골 사람들에게는 귀한 황동 밥상, 구리 솥, 구리 향로, 촛대, 제사상 등 온갖 구리 제품이 나왔다.
병사들은 부부를 부사와 현감 앞에 세웠다. 부사가 물었다.
“자네 부부, 간도 크구먼. 무슨 죄인지 아는가?”
부부는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르신, 저희는 촌사람이라 농사일밖에 모릅니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사가 쏘아붙였다.
“촌놈 주제에, 도시 사람 만 명의 재산을 갖고 있다니! 저 구리 제품은 어디서 난 것인가?”
아내가 대답했다.
“어르신, 저것은 저희가 전당 잡아 둔 물건들입니다….”
“전당 잡아 둔 것이라고? 그럼, 영업허가는 있나? 자네들, 이해하나? 저것들은 전부 간첩들 물건이야. 강도들의 장물을 숨기고 비밀 회합까지 한 것 아닌가?”
부사는 현감을 돌아보며 꾸짖었다.
“현감, 자네 일을 이렇게 하면 목을 자를 수밖에 없네. 자네 현에 이런 장물 보관소가 있는데도 몰라서 사령관 귀에 들어가게 했단 말인가? 내가 직접 현에 왔는데도 자네는 몰랐지 않았는가! 강도가 현까지 쳐들어오면 어쩔 셈이었나? 사령관께 보고해 자네를 바꾸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말은 부부를 더욱 황망하게 만들었고, 현감도 덩달아 걱정스러워졌다. 부부는 결사적으로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억울하다고? 이 판에 심하면 목이 날아가고, 가벼워도 꼰다오(베트남 남부의 섬으로, 프랑스 식민지 시절 중죄인을 가두던 감옥이 있던 곳)로 귀양 갈 수 있어. 전당포를 하면서 왜 세금을 안 냈나? 영업허가 없이 전당포를 하면 15년 징역이야. 비밀 모임에 탈세까지!”
부사는 병사에게 명령했다.
“자네들, 이 물건들을 현으로 가져가게. 남편도 체포해 데려가고. 아내는 모른다니 일단 풀어 주게.”
병사들은 구리 제품 전부와 남편을 데리고 현으로 갔다. 현에 도착한 부사는 책상을 준비하라고 시키고 담배를 피우며 ‘중요 사건’ 조사를 시작했다. 시골 농부는 구석진 곳에 앉게 했다.
부사가 담배를 몇 모금 빨기도 전에, 병사가 보고했다.
“농부의 아내가 남편 면회를 청합니다.”
부사는 수염을 쓸며 미소 지었다. 예상한 대로였다. 그는 부부가 만나도록 허락했다.
부부가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남편이, 누워 담배를 피우고 있던 부사 쪽으로 다가오며 소리쳤다. 병사들이 막아섰지만, 부사는 그를 가까이 오게 하고 물었다.
“자네, 뭘 원하나?”
“부사 어른, 저희는 정말 억울합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부자의 말을 듣고 부사는 담뱃대를 내려놓았다.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아주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도 알아요. 하지만 자네 부부가 좀 어리석었어. 이 일은 사령관의 명령과 관련이 깊네. 자네도 알지 않느냐? 오래전부터 이 성에 강도가 있었잖아. 요 며칠 사이에는 빙수옌에서 강도질했다더군. 나도 자네를 구해 주고 싶지만, 내겐 권한이 없어. 모든 권한은 사령관에게 있지. 사령관께 말을 잘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부사는 말을 마치고 한숨을 쉬며, 선량한 농부를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은 채 담배만 피워댔다.
농부는 구석으로 물러났다. 아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부부는 다시 상의했고, 마침내 둘이 함께 부사 앞으로 돌아왔다.
“어르신, 모든 것을 어르신께 맡기겠습니다. 사령관님께 말씀을 잘해 주십시오. 돈이 얼마나 들더라도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부사는 담배를 멈추고 부부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다시 한숨을 쉬고 말했다.
“자네들 참 딱하구먼. 좋네, 내가 일단 사령관께 말은 해 보겠네. 그런데 자네들은 사령관께 얼마쯤 선물할 생각인가?”
그 말에 두 사람의 얼굴에 기대가 비쳤다. 부인이 말했다.
“어르신, 시골이라 돈이 넉넉하진 않지만… 사령관께 3천 동을 준비하겠습니다.”
당시 그 돈은 큰돈으로, 지금의 3천만 원에 해당했다고 한다. 현감의 월급이 60동이던 때였다.
3천 동이라는 말을 듣고 부사는 고개를 저었다.
“3천 동이면 나야 괜찮지만, 그걸로 사령관께 말을 꺼내긴 어렵네. 사령관이 돈이 없겠나? 내겐 3천 동이 큰돈이지만, 사령관은 매달 수만 동씩 받는 사람인데 몇천 동을 어디에 쓰겠나? 자네들 다시 생각해 보게. 이건 아주 큰 일이야. 가벼워도 10년 감옥이고, 무거우면 종신형이나… 목이 날아갈 수도 있어.”
부사는 돌아서 담배를 피우며, 두 사람이 따로 의논할 시간을 주었다. 잠시 뒤 부인은 현청 밖으로 나갔다가 10~15분 후 돌아왔다. 부부는 다시 부사 앞으로 와서 5천 동을 내놓았다.
부사가 말했다.
“내가 자네들이 딱하다고 했지? 최선을 다해 보겠네. 하지만 사령관께 부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러니 자네들은 지금부터 아침까지 만 동을 만들어 보게. 내가 도울 걸세. 내일 아침까지 자네를 체포해 성으로 압송해야 하면, 그땐 만 동도 소용없네. 이미 서류를 올려 두었거든. 자, 부인은 가서 돈을 마련하게.”
부부는 다시 의논했다. 부인은 밖으로 나갔고, 이번에는 더 오래 걸렸다. 마침내 돌아온 부부가 부사에게 말했다.
“저희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전당 잡힌 것까지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팔아 봤지만 7천 동밖에 못 만들었습니다. 모든 걸 어르신께 맡기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안 되면 벌을 받아야지요.”
부사는 더는 조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세 번째로 긴 한숨을 쉬었다.
“좋네. 나도 최선을 다해 사령관께 말해 보겠네. 사실 만 동이라도 적은 돈이지. 7천 동을 받으니, 자네들이 더 안타깝구먼. 다만 사령관이 응할지는 장담할 수 없네. 자, 그 돈을 내게 주게.”
시골 농부는 기쁨에 겨워 벌벌 떨었다. 부인은 지폐와 엽전이 섞인 7천 동 주머니를 부사에게 건넸다. 부부의 일은 그걸로 끝났다.
그리고 여러분도 알다시피, 부사의 보고서는 ‘실수’였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었다. 구리 제품이 많았던 것은 전당포를 했기 때문이며, 농부에게는 해마다 20동의 영업세를 부과한다고 했다.
사령관은 부사의 제안에 동의했고, 부사는 “세 시간 한숨”의 대가로 7천 동을 챙겼다.
이 두 이야기는 시대와 장소가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된 구조를 보여 준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과 제도를 이용해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만들어 내고, 그 죄를 없애 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법은 정의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약자를 압박하고 재산을 빼앗는 도구로 변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죄의 유무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권력을 가진 자가 얼마나 교묘하게 두려움을 만들고, 그 두려움을 돈으로 바꾸느냐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군수는 평범한 촌사람을 불러 세워 ‘비밀 모임’이라는 죄를 만들어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부사는 평생 농사만 지으며 살아온 부부에게 ‘강도와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웠다. 두 경우 모두 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권력자의 말 한마디로 죄는 생겨났고, 돈이 오가자마자 그 죄는 사라졌다. 이처럼 부패한 권력은 법을 이용해 공포를 만들고, 공포를 이용해 돈을 만들어 낸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런 일이 단순히 개인의 탐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변의 관리들, 병사들, 상급자들까지 모두 침묵하거나 묵인하면서 하나의 체계가 형성된다. 그래서 부패는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구조 전체의 문제로 확대된다. 백성을 보호해야 할 관리가 오히려 백성을 ‘무진장한 창고’로 바라보는 순간, 그 사회의 법과 제도는 이미 제 기능을 잃게 된다.
결국 이 이야기의 교훈은 단순하다. 권력이 통제되지 않고, 법이 권력자에게 종속될 때 부패는 반드시 생겨난다. 그리고 그 피해는 언제나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어떤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지 판단하려면 화려한 제도나 겉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약한 사람이 법 앞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백성을 창고로 보는 사회가 아니라, 백성을 지켜야 할 존재로 보는 사회만이 부패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양수 부산외대 베트남어과 교수 yangsoobae@gmail.com
배양수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를 졸업하고, 하노이사범대학교 어문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트남 1호 한국유학생이자 1호 박사다.
베트남 문학작품인 『끼에우전』과 한국의 『춘향전』을 비교한 석사학위논문은 베트남 현지에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노이사범대학교 어문학과에서 100번째로 박사학위를 받은 자본주의권 출신의 외국인이라는 이례적인 기록도 가지고 있다.
1995년부터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 』, 『중고등학교 베트남어 교과서』, 등의 저서와 『시인 강을 건너다』, 『하얀 아오자이』, 『베트남 베트남 사람들』, 『정부음곡』, 『춘향전』 등의 번역서가 있다.
2024년 12월 24일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30주년 기념식 및 정년퇴임식’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