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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나]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LA STRADA)'

 

 

1954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로드무비이자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

 

나는 이 영화를 중학생이었을 때, 그리고 이십 대 초반에 감상했다.

이 칼럼을 쓰기 위해서 다시 보면서도 눈물을 흘린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둘째 딸로서 굶주린 어린 동생들을 위해 희생의 길을 선택한 젤소미나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을 향해 분노를 품고 있는 떠돌이 차력사 잠빠노에게 단돈 몇 푼에 팔려간다.

 

 

영화 속의 두 주인공인 젤소미나와 잠빠노의 관계를 무학대사와 이성계가 나눴던 돼지와 부처에 비유해보자. 순수한 영혼의 젤소미나는 잠빠노를 모성과 연민으로 품어주지만 동물적 본능만 남은 잠빠노는 당근과 채찍질로 젤소미나를 이용하고 학대할 뿐이다.

 

두 인물의 굴곡진 여정은 시간을 따라 변화무쌍하게 펼쳐진다. 길 위에서 조우한 서커스단의 어릿광대이자 공중곡예사인 마또는 젤소미나와 잠빠노의 여정에 파란을 일으키고 그 여파로 인해서 젤소미나는 실성을 한다.

 

매서운 겨울의 황량한 산길 위, 더 이상 젤소미나가 사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잠빠노는 그녀를 고향으로 데려다 주려 한다. 하지만 그녀는 “당신이 나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요?” 라고 되물으면서 거룩하고 성스런 사랑만을 보여준다.

 

그러나 잠빠노는 자신이 쓰고 있는 위악의 가면이 벗겨지고 있단 사실도 모른 채, 젤소미나를 춥고 외진 산길에 버리고 자신만의 길로 접어든다.

 

 

늦은 봄날 인파가 가득한 바닷가 마을을 홀로 쓸쓸하게 걸어가던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잠빠노는 근처에서 빨래를 널던 아낙이 흥얼흥얼대는 익숙한 노랫가락을 듣게 되고 그 노랫가락을 알게 된 연유를 묻는다. 그 아낙은 5년 전 겨울에 갑자기 마을에 나타나 죽는 날까지 거리를 배회하다 죽은 어떤 실성한 여자가 매일 흥얼거렸던 것이라고 답한다.

 

자신이 젤소미나를 사랑했던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잠빠노는 깜깜한 밤바다에 무릎을 꿇고 캄캄한 하늘을 한참 동안 올려보다 차가운 모래바닥에 가슴을 대고 엎드려 흐느끼며 뜨거운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그는 그 하늘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글쓴이 = 송예섭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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