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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나]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즈'

 

뉴 저먼 시네마의 3대 기수 중 하나였던 빔 벤더스는 78세의 거장이 되어 자신이 깨달은 삶의 지혜를 청소노동자이자 수행자이자 예술가인 주인공 히라야마의 삶을 통해서 잔잔하게 보여준다.

 

줄거리는 도쿄 시부야 공중화장실 청소를 하며 홀로 살고 있는 히라야마의 일상을 따라 흘러간다. 매일 평탄하게 반복되는 히라야마의 삶은 주변인물들의 삶에 중첩되면서 미세한 영향을 받게 되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 사건들을 묵묵하게 관조하면서 깨달음과 기쁨을 얻는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나타난 조카딸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서 자신 안에 부성애가 잠재되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악연이 되어버린 아버지와의 관계를 되새기며 잠시 출렁이지만 다시 마음의 평화를 되찾아 간다는 내용이다.

 

 

수행자 히라야마가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출근 직전에 자판기 캔커피를 마시는 순간까지의 행위는 규칙과 순서에 따라 차를 우리고 마시는 일본의 다도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자만과 아집 그리고 욕망과 희로애락의 감정에 지배되지 않으려 수행하는 히라야마의 삶을 은유한다. 예술가 히라야마는 오래된 필름카메라를 이용해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사진 찍는 행위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진찍기의 결과물인 인화된 사진들을 경건한 자세로 선택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에게 이 과정은 창조적인 행위를 통해서 무의식에 내재된 억압들로부터 벗어나는 예술활동이다.

 

청소부 히라야마는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작업을 달인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렸다. 그 힘의 근원은 어디서 왔을까? 그것은 귀천을 떠나서 자신이 맡은 일을 완벽하게 완수해야 한다는 개념인 일본의 와문화에서 온듯하다. 그리고 히라야마에게 화장실 청소라는 행위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닦는 마음공부이기도 하다. 빔 벤더스는 히라야마가 읽는 책들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통해서 그의 내면을 은근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그가 듣는 올드팝들의 가사를 통해서 그의 내면을 목청 높여 말해주기도 한다.

 

 

또한 빔 벰더스는 일상의 디테일의 소중함을 전하는 동시에 히라야마와 중첩된 세상에서 등장하는 거리의 늙은 노숙자, 공원의 아이들과 젊은 엄마와 갓난아기, 목욕탕의 노인들, 술이 덜 깬 회사원, 용변이 급한 사람들, 이자카야의 늙은 단골손님들과 여주인, 암에 걸린 전남편, 단골식당 사장, 현상소 사장, 목욕탕 주인 그리고 거리를 오고 가는 여러 세대들의 초상을 통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본의 풍경들을 다큐멘터리의 시선으로 슬쩍슬쩍 보여준다.

 

빔 벤더스는 히라야마의 의식과 무의식을 경계를 넘나드는 꿈 장면들을 통해서 ‘삶이란 곧 순간의 연속’이란 영화의 대주제를, 흔들리는 그림자들을 포함한 단순한 이미지들을 미니멀한 사운드와 결합해서 전해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는 출근 중에 운전을 하는 히라야마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히라야마는 우리를 바라보고 우리들은 히라야마를 바라본다. 희로애락의 만감이 교차하는 그의 표정을 보던 우리들은 어느 찰나에 그와 눈이 마주친다. 우리들의 삶이 그의 삶에 중첩되는 그 순간, 우리들은 거울 속의 우리들을 바라보듯이 히라야마를 바라보게 된다.

 

 

나는 이번 칼럼을 쓰면서 아주 깊은 산속의 암자에서 30년 벽면 수행을 한 선사라 하더라도, 어쩌다 한 번은 히라야마처럼 울다가 웃다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글쓴이 = 송예섭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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