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신국(神國)' 사상이 대두한 배경에는 한반도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어진다. 이미 살펴 본대로 ‘신국’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전설적인 신공황후의 신라 정벌 때 신라왕의 입을 빌려 나왔다는 것은 이미 본 그대로이다. 그러나 그 뒤 ‘신국’이란 말이 나온 데에는 고대 일본 조정이 처했던, 보다 현실적인 사정이 자리한다. 그것이 당시 동아시아의 최대 역사적 사건인 하쿠스키노에(白村江, 이하 ‘백촌강’)의 전투이다. 여기서 말하는 백촌강이란 ‘백마강’ 또는 ‘백강’이라 부르는, 백제의 마지막 의자왕 비빈들이 투신했다는 전설이 서린, 한반도 서남부에서 흐르는 강이다. 이 백촌강 전투는 7세기 한반도에서 일어난 최대의 사건이다. 이 전투에서 일본군은 나당(羅唐)연합군과 싸움에서 일찍이 없었던 대 참패를 당했다. 당시 백제 부흥을 위해 한반도에 진출한 일본군이 당한 이 참패는 지울 수 없는 멍에를 안겼지만 오늘의 주제인 일본의 신국사상도 이에 기인한다. 일본의 한 저자는 이렇게 적는다. 수세기에 걸쳐 신라·백제·고구려 삼국이 패권을 다투고 있었던 조선반도에서는 당과 결합한 신라가 대두하고 660년 양국의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백제의 왕도가 함락되었다. 텐지(天智)
일본에는 ‘고료-신코-’(御靈信仰, 이하 ‘어령신앙’)라는 신앙이 있다. 이 신앙은 비명에 죽은 사람의 영혼=어령이 무서운 지벌을 내린다고 두려워해 그 영혼을 달래야 한다는 믿음이다. 이것을 바꿔 말하면 ‘원령신앙’인데, 이 신앙이 생겨난 것은 기록으로는 8세기 말 시작된 헤이안(平安) 기 이후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한토(한국의 땅)에서 무교가 일본에 건너간 것이 야요이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만큼 그때 무교에 내재한 원혼신앙도 당연히 건너갔을 것이다. 글쓴이의 생각으로는 원혼(冤魂)신앙이 ‘원령(怨靈)’이란 옷을 입고 왜 땅에서 태어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고대인들은 원혼이 천재나 역병 같은 재앙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원혼이란 한을 품고 죽었다든지 비명에 죽은 사람의 혼령을 말한다. 그런데 왜 땅으로 건너간 원혼 신앙은 그 본고장인 조선과는 달리 ‘원령문화’로 꽃피웠다. 조선에서는 경직된 유교 이데올로기에 속박되고 핍박을 받는 신세로 전락돼 무교의 원혼신앙은 ‘무속(巫俗)’이라는 이름으로 사교(邪敎) 화 된 것과 대비된다. 일본의 민속학자로 이름난 야나기타 쿠니오(柳田国男)는 신(神)이 되는 인간의 자격 조건을 두 가지 들고 있다. 하나는 높은 지위나
지금까지 쓰시마-이키로 번진 일본 이야기를 엮어 보았는데, 지금부터 주제별로 ‘일본 엿보기’를 해볼까 한다. 먼저 일본인이 쓰는 언어, 즉 일본어를 서사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쓰시마-이키는 일본어 서사에도 출발점이 되고 있다. 그것은 이 적은 섬에는 일본어의 조어(祖語)를 이룬 한국어의 형적이 적지 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쓰시마’라는 지명부터가 한국어에 유래한다. 그것은 한국어 ‘두 섬’이 ‘쓰시마’로 표기된 것이라고. 즉 ‘쓰’는 ‘둘’에서, ‘시마’는 ‘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일 전문가들이 두루 인정한다. 이것은 ‘섬(島)’-->‘시마(島)’ 또는 ‘절(寺)’-->‘테라(寺)’로 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받침 말을 하기 어려운 일본인의 구강구조에서 한 음절이 두 음절로 된 말에 다름이 아니다. 또한 이키에는 후레(触)라는 이름을 가진 고장이 99군데나 된다. 이 작은 섬에 그 많은 후레가 있다니, 그것은 섬 전체가 후레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후레에 대해 <나가사키현의 역사산보>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이키의 농촌 단위는 ‘후레(触)’라고 불린다. 이것은 조선어인 푸리=푸루[村]의 뜻인 외래어라는 설과, 또
지금까지 이야기를 되돌아보면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떠있는 조그만 섬 쓰시마가 예로부터 한일 두 나라 간 문물 교류의 가교로서 중요한 몫을 해온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교류라고 하지만 고대 쓰시마는 일본열도가 한반도로부터 문물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창구이었다. 이번 이야기는 쓰시마가 그 이상 문화공동체를 탄생시킨 모태라는 점을 일깨우고자 한다. 재일작가이자 한일고대사 연구가인 김달수는 쓰시마 섬을 두고 ‘반은 조선, 반은 일본’(金達寿, 1986, 229)이라고 말한다. 그 만큼 쓰시마는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에서 서로 나누는 점이 많은 섬이다. 글쓴이는 이번 이야기에서 이 점을 자세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이 문화공동체는 쓰시마를 중심으로 한반도 남부와 북 규슈가 형성하는 지형이다. 이 지형에 사는 가야 사람들은 하늘을 우러러 제사를 나누면서 삶을 영위해 나갔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말을 함께 썼다는 점이다. 물론 글쓴이를 포함한 현대인은 고대를 산 적이 없다. 그러나 현대 일본어와 한국어를 견주면 이를 연역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우선 현대 두 나라 언어 사이에는 수많은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