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입법회(Legislative Council)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수호국가안전조례’를 89명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23일부터 발효되는 이 법은 2020년 중국이 홍콩에 직접 도입한 국가안전(보안)법에 추가된다.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홍콩 기본법 23조는 국가 배반, 분열, 반동 선동, 중앙인민정부 전복, 국가기밀 절취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다. 조항은 있지만 처벌 법령이 없어 2020년까지 시행된 적이 없었다. 2020년 중국은 홍콩의 입법 절차가 아닌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간략한 내용의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여 그해 6월 30일부터 시행했다.
이를 근거로 2019년부터 송환법에 반대해 왔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주동자격인 정치적 반대자들을 투옥하고, 시민단체와 언론 매체의 해체를 강요했다. 홍콩은 애국심을 우선시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수호국가안전조례’는 39가지의 새로운 국가안보 범죄와 처벌 수위를 담았다. 현지에서 23조로 불리는 새로운 국가보안법은 간첩, 외부 간섭, 불법적인 국가기밀 취급 등을 포함한 다양한 새로운 범죄를 다루고 있으며, 가장 심각한 범죄는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외부 세력과 연루된 반역, 반란, 방해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사이버 공격을 포함한 간첩 및 방해 행위에 연루된 사람은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면 최대 10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서도 최대 7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경찰이 사람들을 기소 없이 용의자로 구금할 수 있는 기간을 48시간에서 16일로 늘렸다.
사라 브룩스(Sarah Brooks) 국제 앰네스티 중국국장은 이번 법안이 “홍콩 인권에 또 다른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며 “당국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 법을 제정해, 대중이 항의를 통해 가장 파괴적인 요소에 대응할 수 있다는 희망의 한 조각마저 없애 버렸다.”고 말했다.
CNN과 19일 인터뷰한 조지타운 아시아법 센터 연구원이자 홍콩 법률 시스템 전문가인 에릭 라이(Eric Lai)는 "비즈니스업계는 새로운 '국가 기밀 절도' 및 '간첩' 범죄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법의 문구가 국가 기밀로 간주되는 사항에 대해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기밀 영역이 중국의 '국방 건설에 관한 비밀'과 '외교 또는 외교 활동'부터 베이징과 홍콩의 '사무에 대한 주요 정책 결정'과 '경제 또는 사회 발전'에 이르기까지 넓혀졌다고 지적했다.
훙호펑(Hung Ho-fung) 존스홉킨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경제적 문제가 국가기밀로 취급될 경우 “모든 것이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가혹하고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조항으로 인해 정치적인 사업가조차도 문제에 빠질 수 있으며, 중국 본토에서 많은 경우처럼 사무실이 습격당하고 구금되거나 체포되고, 출국 금지 처분을 받을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단트 파텔( Vedant Patel)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우리는 이 법안을 분석하고 있으며 미국 시민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다른 미국 이익에 잠재적인 위험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영국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입법 과정을 서둘러 통과한 새로운 법안은 모든 분야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영국이 식민지를 중국에 반환하기로 한 1984년 협정 조건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홍콩 주재 중국 외교부 사무국은 앞서 성명을 통해 “홍콩 문제에 대한 정치적 조작과 간섭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은 이 법이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의 이익, 민주주의, 자유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 법이 미국, 영국, 싱가포르를 포함한 다른 나라의 법보다 더 엄격하지는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