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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루니 주한 말레이시아 신임 대사, 경제외교 문화외교 인적교류로 동반자 관계 구축하겠다

한강 세빛섬서 ‘친구와 함께하는 교류회’… 전 프랑스 대사의 ‘문화외교 첫걸음’, 세심함 돋보여

 

녹사평대로에서 반포대교를 받치고 있는 잠수교를 지나 끝단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반포한강공원이 나온다. 폭이 1킬로미터나 되는 강물을 따라 주변에 넓게 펼쳐진 광장, 초록으로 덮인 5월의 대지에는 휴식과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생기로 가득하다.

 

친구, 연인, 가족들은 곳곳에서 돗자리를 깔거나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먹고, 누워서 하늘을 보고, 나란히 강을 바라보고 있다. 산책을 하거나 뛰거나 걷는다. 자전거들은 연신 강을 따라 바퀴를 움직인다.

 

바라보는 강물에는 세 개의 인공섬인 세빛섬이 떠 있다. 하루를 활기차게 여는 찬란한 빛의 채빛, 한낮의 태양 빛처럼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는 솔빛, 하루를 갈무리하며 우아하게 빛나는 가빛이다. 섬에는 알루미늄으로 둘러싼 우주선, 나무색의 원형경기장, 나뭇잎색의 통유리가 물결처럼 휘어진 건물이 각각 놓여 있다.

 

 

오후 6시가 되자 가빛섬의 빌라 드 노체(Villa de Noche)에 캐주얼한 자켓을 걸친 남성들과 반정장 차림의 여성들이 모여들고 있다. 가끔은 히잡을 쓰고 말레이시아 전통복장인 ‘바주 꾸룽’을 입은 여성과 아라베스크 무늬가 있는 상의를 입은 남성들도 눈에 띈다.

 

6시 반부터 말레이시아 대사관이 주최하는 행사가 열린다. 4월에 새로 취임한 다토 모하마드 잠루니 카리드(Dato’ Mohd Zamruni Khalid) 대사가 말레이시아 관계자들을 초청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말레이시아 친구와 함께하는 교류회'다.

 

초청자 명단을 확인하고 입구에 들어서자 주최측 사람이 반갑게 맞아준다. 루히잠 이드리스(Ruhizam Idris) 말레이시아 투자진흥청(MIDA) 서울사무소장이다. 지난 4월 1일 마이다(MIDA)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가한 적이 있어 반가웠다. 마이다는 말레이시아에 투자하거나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제일 먼저 만나야 하는 첫 번째 창구다. 투자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승인, 현지 사무소 설립, 인재 채용, 각종 법률 및 혜택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해준다.

 

루히잠의 안내로 다토 모하마드 잠루니 카리드 대사와 인사를 나눴다. 이름 맨 앞에 있는 다토(Dato’)나 다툭(Datuk)은 말레이시아 주의 왕이 주는 작위다.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세웠거나, 국가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부여한다. 잠루니 대사는 2022년 8월에 테렝가누(Terengganu)주 국왕에게 다툭 작위를 받았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프랑스 대사를 지냈다. 말레이시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프랑스인들에게 공통으로 다가설 수 있는 미식과 춤, 의상, 무술 등 문화를 소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재임 기간에 양국의 고위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말레이시아와 프랑스의 관계를 최고 수준까지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 온 잠루니 대사는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전달하고 본격적인 대사 업무를 시작했다.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에서 업무 경험은 처음이다. 한국과 한국-말레이시아 관계에 대해 많이 듣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 오기 전 말레이시아 한국상공회의소를 방문해 한국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고, 한국에 와서는 말레이시아 대외무역개발공사(MATRADE), 마이다, 말레이시아 관광청을 방문해 현황을 공유했다. 9일부터 열린 서울국제관광전에도 참석해 말레이시아 문화를 알리는 문화외교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잠루니 대사는 인사말에서 교류회에 참석한 모두가 말레이시아의 소중한 친구이고, 교류회가 우정을 연결하고 촉진하는 중요한 장이라며 60년간 이어져온 양국 관계가 더 성숙하고 긴밀해지기 위한 협조와 지지를 당부했다.

 

 

대사는 우선 비둘기 전령으로 기쁜 소식을 알렸다. 2019년 이후 중단되었던 말레이시아-한국 자유무역협정(MKFTA) 협상이 재개되었고 이틀 전 쿠알라룸푸르에서 마무리된 것이다. 경제협력을 고도화해 나가기 위해 포괄적 FTA를 체결하고 통상장관 대화를 신설하는 한편 핵심 공급망, 신산업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하게 된다.

 

잠루니 대사는 이를 바탕으로 두 나라의 경제 및 무역 활동을 촉진하고 의미 있는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세 가지 계획을 세웠다.

 

먼저 말레이시아 정부의 6대 핵심 가치인 마다니MADANI(지속가능성, 번영, 혁신, 존중, 신뢰, 연대)경제 증진 프레임워크에 따라 경제외교가 노력의 중심이 된다.

 

대외무역개발공사(MATRADE)와 마이다(MIDA)의 헌신적인 동료들이 무역관계를 증진시키고 투자 장벽을 제고하며 한국 기업의 친환경 비즈니스 목적지로 말레이시아를 위치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문화외교는 양국의 결속을 깊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문화교류, 축제, 전시회를 통해 다문화의 폭을 넓히고 전통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장을 넓힐 것이다.

 

인적교류도 중요하다. 교육분야 교류를 활발히 하고 관광을 장려하며 학계, 청소년 및 시민 사회 기구 간의 관계를 육성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잠루니 대사의 인사말이 끝난 후 말레이시아 문화예술국 무용단의 공연이 열렸다. 전통 춤인 조겟(Joget)부터 고대 무술인 실랏(Silat)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춤까지 시계를 볼 시간도 없이 경쾌하고 빨랐다.

 

 

공연이 끝나고 이어진 저녁 식사는 원활한 네트워킹을 위해 스탠딩 식사로 진행됐다. 깔끔하고 정성이 깃들여진 음식, 메뉴 중에 포함된 말레이시아 음식 등 무용과 미식을 시작으로 문화 외교를 보여주는 전 프랑스 대사의 세심함과 의지가 빛났다.

 

통 유리 너머 비쳐지는 한강의 야간 조명과 짙어 오는 어둠을 보고서야 두 시간에 걸친 행사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아챘다.

 

 

프랑스의 센강을 따라 늘어선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오랑주리미술관, 에펠탑을 보면서 프랑스 역사와 예술, 건축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면 한강을 따라 높이 솟은 빌딩과 아파트, 한강공원, 올림픽대로, 반포대교를 보면서 한국의 성장과 풍요로움을 확인할 수 있다.

 

잠루니 대사는 같은 방향으로 뻗어 있는 반포대교와 잠수교처럼 서로에게 받침대가 되는 소중한 친구, 문화의 전통과 다양성이 한강의 평화로움과 즐거움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연인이자 가족이 되는 동반자 관계를 꿈꾸고 있다.

 

마다니MADANI) 프레임워크와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누리며 선진국으로 도약을 원하는 말레이시아의 미래가 잠루니 대사의 헌신과 노력으로 한발짝 더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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