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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이민으로 치닫는 미국과 유럽, 이주민은 국가의 해악일까

불법 이민이 늘어나면서 반 이민정책을 내세운 정당 득세, 이주민 발생 원인을 줄이고 합리적인 이민 정책을 세우는 것은 전 세계 공통 과제

 

4월 갤럽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이민 문제를 꼽은 응답자가 28%로 가장 많았다.

 

정부(20%)나 경제(12%), 인플레이션(10%)보다 불법 이주민이 가장 큰 국가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멕시코 국경을 통한 불법 입국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국인들은 불법 이민 문제가 미국의 핵심 이익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답했다(55%). 트럼프는 불법 이주민들이 저지르는 범죄 행위를 부각하고 사상 최대 추방 정책을 공약하는 등 대선 운동에서 쟁점으로 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멕시코 국경 무단 월경자가 일주일간 일평균 2500명을 넘기면 난민 신청을 접수하지 않고 곧장 추방할 수 있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 의회 선거에서는 민족주의와 반 이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져이민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이 32%를 득표해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당의 두 배를 넘어서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하고 즉시 선거를 요구했다.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 2위를 차지해 약진한 반면,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Alternative for Germany)은 뒤처질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에서는 극우 성향의 조로자 멜로니 총리의 이탈리아 형제들 당이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슈이차 EU 민주주의·인구담당 부집행위원장은 "이주민이 나라의 정체성을 망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사람들이 극우로 가려고 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들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FT는 유럽인구가 예상보다 빨리 감소해 각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FT가 분석한 유엔 통계에 따르면 EU의 20∼64세 인구는 2011년 2억7천만명으로 정점이었고 이후 감소해 올해 2억6천1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주민이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유엔 산하의 국제이주기구(IOM)이 발간한 ‘2024년 세계 이주 보고서’에 따르면 약 2억 8100만 명의 이주민이 있다. 전 세계 인구의 3.6%이다. IOM은 앞으로 더 많이 이주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OM은 이주 증가의 원인이 전쟁, 경제적 불안정, 기후 변화라고 분석했다.

 

전쟁은 종교, 인종, 영토 분쟁 등으로 발생한다. 분쟁은 처음에 의견 갈등으로 시작되지만 전쟁으로 확대되고 장기화된다. 군수업체들은 재고 소진과 신무기 경쟁으로 한몫 챙긴다. 2022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거의 3조 달러(약4100조원)에 달했고 6000억 달러(약820조원)의 수익을 올렸다. 전쟁으로 군수업체들은 많은 돈을 벌었지만, 원치 않은 이주민은 더욱 늘어났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 인력의 약 58%, 즉 20억 명이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공식 부문의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를 받으면서 일하고 직장에서는 거의 권리가 없다. 인도의 경우 청년 실업률과 청년 불안정성은 특히 높다. 인도 경제 모니터링 센터에 따르면 인도의 2022~23년 청년(15~24세) 실업률은 45.4%에 달했다. 인도의 전체 실업률 7.5%보다 6배나 높은 수치이다.

 

사하라 사막에서 지중해로 위험한 횡단을 시도하는 서아프리카 출신의 이주민 중 다수는 자국의 높은 불안정성, 불완전 고용, 실업률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아프리카 개발은행그룹(African Development Bank Group)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농민들은 농촌에서 도시의 생산성이 낮은 비공식 서비스지역으로 이동했으며, 그곳에서 더 높은 소득을 얻기 위해 서구로 떠났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빈부 격차가 위험한 이민을 감수하게 만든다.

 

하지만 역으로 이주민이 빈부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이주민들의 송금은 저소득 국가의 빈곤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 예를 들면 가나(5%), 방글라데시(6%), 우간다(11%)에서 빈곤율을 감소시켰다. 멕시코와 필리핀 같은 국가에서는 송금액이 줄어들면 빈곤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IOM의 보고서는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는 이민자들이 더 절망에 빠진 가족들을 돕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을 집으로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IOM 보고서는 “그들이 집으로 보내는 돈이 2000년 1280억 달러(약175조원)에서 2022년 8310억 달러(약1138조원)로 650% 증가했다”고 말했다. 송금의 대부분은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8310억 달러 중 6470억 달러(약886조원)가 가난한 국가에 송금된다. 이들 국가 대부분의 경우 이민자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액은 FDI와 ODA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으며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기후 변화가 이주민을 발생시키고 있으면 그 수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파리 기후 회의에서 정부 지도자들은 기후 이주 태스크 포스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3년 후인 2018년, UN 글로벌 콤팩트는 기후 저하로 인해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기후난민'이라는 개념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2021년 세계은행 보고서는 2050년까지 최소 2억 1,600만 명의 기후 난민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은 <폭염 살인>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를 골디락스(생명체가 살아가기 적합한 환경) 지대 밖으로 밀어내는 열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것과 같은 우연한 열이 아닐 것입니다. 고의적이고 계획된 열일 것입니다. 우리는 1도 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합니다, 재판장님. 우리는 화석 연료 연소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100년 이상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것은 과학자들만이 아니었습니다. 1965년에 린든 B. 존슨(Lyndon B. Johnson) 대통령은 경고를 받았고 그 이후의 많은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77년에 엑손(현 엑손모빌)은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이 대기를 가열시킨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변화를 놀랄 만큼 정확하게 예측하는 자체 기후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화석 연료를 태웠을 뿐만 아니라 무모하게 계속해서 태워 왔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좋든 나쁘든 우리를 골디락스 지대 너머로 여행하게 하는 열 연료 로켓선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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