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인 전 주아세안 대사는 외교부 공보과장 및 동남아과장, 남아시아태평양국장을 역임한 아세안 10개국과 인연을 갖고 있다. 특히 아세안 대사, 태국 공사참사관에서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까지 20여년 이상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업무를 했다. 2023년 외교부 은퇴 후에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전문가 및 저명인사(ARF EEP) 및 아세안동아시아경제연구소(ERIA) 한국이사로서 아세안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세안익스프레스는 현재 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을 맡고 있는 서정인 주 아세안대사를 새 칼럼 필진으로 초빙했다. 한국 주요 아세안 외교에서 직접 발로 뛰었던 현장 경험과 넓은 안목으로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주는 그의 인사이트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 2010년 태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나는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 지역을 직접 찾은 적이 있다. 지도 위에서는 가느다란 선 하나에 불과했지만, 현장은 달랐다. 붉은 흙먼지가 이는 비포장길, 간간이 보이는 철조망, 그리고 “여기까지가 태국입니다”라는 군인의 짧은 말. 그 선은 종이 위의 경계가 아니라, 역사와
베트남을 소개하는 국제 홍보물이나 관광 안내서 또는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영상과 광고에서 연꽃은 거의 빠지지 않는 상징물이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베트남의 국화는 연꽃이다”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통념은 사실과 다르다. 베트남 정부는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특정 꽃을 ‘국화(國花)’로 법적-제도적으로 지정한 적이 없다. 즉, 연꽃은 ‘정부가 공표한 국화’가 아니라, 국민적 인식 속에서 형성된 문화적-정서적 국화이다. 오히려 베트남은 국화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한 적은 있으나, 최종 지정은 이루어지지 않은 유례가 있는 국가다. 그렇다면 왜 베트남 사람들은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연꽃을 “우리나라의 꽃”으로 여길 만큼 강한 애정을 보일까? 여기에는 역사-종교-문학-예술-생활 문화-국가 이미지 전략이 서로 맞물려 만들어낸 총체적 요인이 작동한다. 연꽃은 법적 국화가 아니지만, 베트남 사회의 상징 체계 안에서 이미 국화에 준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 법률적 차원의 ‘부재’가 연꽃의 상징성을 약화하지 않은 이유 우선, 베트남 정부는 법률이나 결정문 등 어느 공식 문서에서도 특정 꽃을 국화로 지정한 적이 없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10월 26일, 제47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동티모르가 아세안의 11번째 정회원국으로 공식 승인됐다. 가입 신청 후 무려 14년만의 승인이었다. 인도네시아 발리 섬과 호주 북부 다윈 사이에 위치한, 강원도 크기의의 동티모르(수도 딜리Dili)는 인구 142만명의 동남아시아 최연소 국가다. 동티모르는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베일에 싸여있는 나라 중 하나다. 과연 어떤 나라이고, 어떻게 아세안에 가입할 수 있었을까? 왜 이렇게 가입에 오랜 시간이 걸린 걸까? 아세안익스프레스는 2008년부터 14년간 동티모르국립대 교수를 역임한 최창원 교수를 특별 칼럼니스트로 초빙한다. 그는 앞으로 동티모르의 역사와,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쉽게 술술 풀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주] 1225년, 송나라 천주항(泉州港) 해상무역 감독관 조여괄(趙汝适, Zhao Rukuo)은 아랍과 동남아 상인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제번지(諸蕃志, Zhu Fan Zhi)』에 기록했다. 그가 직접 가보지 못한 먼 섬 ‘디우(底勿)’에서는 백단향이 난다고 했다. 2세기 뒤인 1436년, 정화 함대의 군인 비신(費信, Fei Xin)은 『성사승람(星槎勝覽,
서정인 전 주아세안 대사는 외교부 공보과장 및 동남아과장, 남아시아태평양국장을 역임한 아세안 10개국과 인연을 갖고 있다. 특히 아세안 대사, 태국 공사참사관에서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까지 20여년 이상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업무를 했다. 2023년 외교부 은퇴 후에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전문가 및 저명인사(ARF EEP) 및 아세안동아시아경제연구소(ERIA) 한국이사로서 아세안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세안익스프레스는 현재 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을 맡고 있는 서정인 주 아세안대사를 새 칼럼 필진으로 초빙했다. 한국 주요 아세안 외교에서 직접 발로 뛰었던 현장 경험과 넓은 안목으로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주는 그의 인사이트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 중남미에서 함께 근무하다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동료가 있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를 다녀오더니 이런 말을 했다. “이상하지 않아요? 동남아는 오토바이, 중국은 자전거, 중남미는 자동차가 압도적이잖아요. 도대체 왜 이럴까요?” 그 질문에 나도 잠시 멈췄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인도네시아와 태국
아세안(ASEAN)은 동남아 10개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구성원은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대륙의 5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등 해양국 5개국이다. 최근 한국과 관련에서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글로벌이 진출하고, 교민도 급속히 늘어나고, 한국 유학생 중 중국에 이어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한국관광객이 가장 찾는 동남아 국가도 베트남이다. 이렇게 급속히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생활 속에서 찾아보는 베트남의 언어, 습속, 그리고 문화 등을 조명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부산외대 교수로서, 그리고 베트남 1호 한국유학생이자 1호 박사인 배양수 교수의 베트남 시공간 여행을 동반할 수 있다. [편집자] ■ “법적으로 높았던 여성의 지위”라는 통념 베트남 봉건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를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문장은 “베트남 여성의 지위는 동아시아 유교 사회 중 비교적 높았다”라는 평가다. 이 주장의 근거는 주로 15세기 레 왕조(黎朝) 시기에 제정된 홍득법(洪德法), 공식 명칭은 국조형률(國朝刑律, Quốc triều hình luật)에 있다. 이 법전은 여성에게 상속권과 재산
2025년 10월 26일, 제47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동티모르가 아세안의 11번째 정회원국으로 공식 승인됐다. 가입 신청 후 무려 14년만의 승인이었다. 인도네시아 발리 섬과 호주 북부 다윈 사이에 위치한, 강원도 크기의의 동티모르(수도 딜리Dili)는 인구 142만명의 동남아시아 최연소 국가다. 동티모르는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베일에 싸여있는 나라 중 하나다. 과연 어떤 나라이고, 어떻게 아세안에 가입할 수 있었을까? 왜 이렇게 가입에 오랜 시간이 걸린 걸까? 아세안익스프레스는 2008년부터 14년간 동티모르국립대 교수를 역임한 최창원 교수를 특별 칼럼니스트로 초빙한다. 그는 앞으로 동티모르의 역사와,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쉽게 술술 풀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주] ----------------------------------------------- 돌이켜보면 2008년 아세안 헌장(ASEAN Charter)이 발효된 이후, 그동안 한 국가도 정식 가입 절차를 통해 회원이 된 적이 없었다. 기존 10개국은 헌장 체제 이전에 합류한 국가였다. 지난 10월 26일, 인구 142만 명의 작은 나라가 아세안 헌장 체제 최초의
서정인 전 주아세안 대사는 외교부 공보과장 및 동남아과장, 남아시아태평양국장을 역임한 아세안 10개국과 인연을 갖고 있다. 특히 아세안 대사, 태국 공사참사관에서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까지 20여년 이상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업무를 했다. 2023년 외교부 은퇴 후에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전문가 및 저명인사(ARF EEP) 및 아세안동아시아경제연구소(ERIA) 한국이사로서 아세안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세안익스프레스는 현재 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을 맡고 있는 서정인 주 아세안대사를 새 칼럼 필진으로 초빙했다. 한국 주요 아세안 외교에서 직접 발로 뛰었던 현장 경험과 넓은 안목으로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주는 그의 인사이트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 한 해가 노루꼬리만큼 짧아가고 있는 12월 5일 필리핀에 한-아세안 포럼 참석차 왔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이맘 때 날씨는 참 좋다. 11월부터 4월까지 이어지는 건기 특유의 선선한 공기가 아침저녁으로 바틱 긴팔을 꺼내 입게 만든다. 새벽 공기마저 온화하지만,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닐라 베이(Manila Bay)의 어둠을
태국은 흔히 ‘불교국가’로 불린다. 그러나 실제 태국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 믿음의 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반얀트리에 둘린 오색 천, 가게 앞에 놓인 바나나 제물, 얼룩말과 닭 조각상, 그리고 대학 캠퍼스 한복판에 자리한 가네샤상까지—태국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종교적 상징들이 경쟁 없이 공존한다. 불교-힌두-정령신앙이 얽혀 하나의 생활 세계를 이룬 이 풍경은 종교가 갈등의 원천으로 비쳐지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 다시 한번 ‘믿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 나무에 깃든 영혼: 애니미즘이 보여주는 ‘장소의 신성화’ 태국의 오래된 반얀트리는 단순히 그늘을 드리우는 자연물이 아니다. 주민들은 그 안에 ‘정령’ 혹은 ‘귀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나무에 오색천을 두르거나 그 아래에 제물을 바친다. 이는 동남아 전역에서 널리 퍼진 정령신앙의 한 형태로, 인간이 살기 전부터 존재한 자연에는 고유한 주인이 있다는 관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큰 나무는 그 자체로 ‘영혼이 머무는 집’으로 이해된다. 색동천을 두르는 행위는 그 존재에게 경의를 표하고 신성함과 감사를 표현하며 복을 기원하는 상징적 제의로 기능한다. 특히 ‘매낭마이(แม่ นาง ไ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