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발리로 여름 휴가를 가기는 어렵겠네요.”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예고된 최근 필자의 지인이 털어놓은 하소연(?)입니다.
한국인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는 휴양지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인도네시아 발리(Bali)를 갈망하는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습니다.
실제 예년 같으면 여름 휴가철을 맞아 발리행 항공권을 탐색하는 손길이 분주했을 때입니다. 하지만 2021년 7월의 형편은 자못 다릅니다.
4차 대유행이 현실화될 정도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나라 밖으로 떠나는 발길이 사실상 묶여 버렸기 때문입니다. 기업인들의 비즈니스 출장에 대한 제약조차 갈수록 커질 만큼 여러모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약 6시간 30분~7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발리는 남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섬입니다. 제주도의 대략 3배 크기에 440만여 명이 거주하는 발리에는 연중 무덥고 습한 열대우림 기후가 두드러집니다.
발리는 역사적으로 인도네시아 정치-경제의 중심지인 서쪽의 자바섬(Java Island)과 소순다 열도(Lesser Sunda Islands)로도 불리는 동쪽의 누사 텡가라(Nusa Tenggara) 지역을 연결하는 해상 요충지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발리는 자연, 종교, 음식 등 측면에서 독창적인 매력을 뽐내는 섬으로 위상이 높습니다. 특히 여느 동남아시아 휴양지들과는 달리 문화적, 예술적으로 고유한 색깔을 간직해 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경계에 놓인 전략적 입지 및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 힌두교의 토착 신앙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찌감치 발리의 개성이 외부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1920년대 이미 발리와 유럽을 오가는 여객선이 운행되며 서양 예술가들의 왕래가 빈번했던 사실이 이를 보여줍니다.
지구촌 여행객들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온 발리지만 2020~2021년은 ‘지상 최후의 낙원’ 별칭과는 상반된 분위기입니다. 바로 발리가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가장 크게 입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현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7월 11일 기준 인도네시아에는 총 252만 7203명의 확진자와 6만 6464명의 사망자가 집계됐습니다. 발리에서는 이날까지 전체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의 각각 2.2%, 3.0%인 5만 5318건의 감염사례와 1634건의 사망사례가 보고됐습니다.
발리의 주민이 인도네시아 인구의 0.3%에도 못 미친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실제 발리 GDP(국내총생산)의 80% 수준을 책임져온 관광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휴폐〮업 등이 일상화되면서 일년 넘게 힘겨운 하루하루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와 발리 주정부도 대응 방안을 찾는데 고심해 왔습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소수의 외국인들 또는 현지인들만 간간이 드나들며 깊은 수렁에 빠진 발리의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입니다.
올해 6월 발표된 8개 중앙부처 공무원의 근무지 25%가량을 발리로 옮기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가 4만 명에 육박할 만큼 인도네시아 전역에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기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아무쪼록 조금씩 돌파구가 마련돼 한겨울이 시작되는 2021년 초에는 덴파사르 공항으로 향하는 국제선 여객기에 탑승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글쓴이=방정환 YTeams 파트너 um0517@hanmail.net
방정환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매일경제신문》에서 6년 반가량 취재기자로 일했다. 미국 하와이와 일본 도쿄에서 연수를 받았다.
2011년 싱가포르의 다국적 교육업체, 2013년 인도네시아의 한국계 투자기업에 몸담게 된 이래로 동남아시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입문 교양서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에 이어 동남아의 최신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열풍을 다룬 ‘수제맥주에서 스타트업까지 동남아를 찾습니다’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