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의 4분의 1(약 16억 명)을 차지하는 이슬람권이 지난 23일부터 한 달간 라마단(Ramadan, رمضان)에 시작했다. 2023년 라마단은 한국 기준 3월 22일~4월 21일이다.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가 23일부터 라마단에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6000만 명의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다. 인구의 87%인 2억 2500만명이 무슬림이다.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라마단의 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비, 보상, 그리고 용서의 달입니다. 모든 무슬림에게 금식하는 것을 축하합니다”라고 말하며 포스터를 공유했다.
■ 1개월간 일출 후 일몰까지, 해가 떠있는 동안 약 12시간 단식
이 기간 이슬람교들은 1개월간 일출 후 일몰까지, 즉 해가 떠있는 동안 약 12시간의 (물도 안 마시는) 단식을 매일한다. 담배와 성관계도 금해야 한다.
밥만 안 먹는 것이 아니라 물 한 방울도 입에 안댄다. 한 나절 굶을 수는 있는데 물을 전혀 안 마시는 것은 꽤 힘든다.
이슬람교도 5대 의무 중 하나로 라마단 달에 신이 무함마드에게 성경을 계시했다. 그래서 특별하고 신성한 달인 데다가 아예 꾸란에 라마단에는 단식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른 의무는 신앙고백, 성지순례, 자선, 메카 방향으로 하루 5회 기도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라마단 기간 중에 전통적인 행사를 연다. 그 중 하나가 부카 브르사마(Buka Bersama) 또는 하루금식을 마치고 함께하는 식사다. 가족, 직장동료들 또는 이전 학교 동료들과 함께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의지이지만 종일 굶고 있으면 당연하게 여기던 음식의 중요함과 식사의 감사함을 되새기게 된다. 또한 제대로 먹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의 처지도 돌아보게 된다.
낮에 금식을 한다는 특성 때문에 많은 무슬림들이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시기다. 하지만 금식이 끝난 뒤 저녁과 해 뜨기 전 새벽에 고칼로리 음식 섭취로 과식 및 폭식하는 경우도 있다.
해가 지면 금식을 중단하고 거리 곳곳이 먹거리를 파는 곳으로 넘친다. 이슬람 율법 아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이 ‘할랄’이다.
■ 방송사 시청률-SNS 수직상승...각 기업들은 대대적인 세일
각 기업들의 경우 라마단 기간 중에 대대적인 세일을 한다. 가정용품이나 전자제품, 자가용 같은 물품을 새로 장만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쇼핑도 엄청나게 증가한다.
각 기업들은 이 기간을 호기로 삼으며 쇼핑센터나 백화점, 마트 등도 운영시간을 새벽까지 연장한다.
이슬람권 방송국의 대목이기도 하다. 밤이 되면 대부분의 일가족이 대부분 텔레비전 시청으로 밤을 새우기 때문이다. 무슬림이 다수인 나라에서 라마단 기간 중에 시청률이 수직상승한다. 이슬람권의 SNS 사용률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노인-환자-임산부-어린이-외국에 가 있는 노동자 제외
라마단 기간 중 단식 의무에서 제외되는 사람들도 있다. 노인, 환자, 임산부, 모유수유나 생리 중인 여성, 그리고 어린이다. 또한, 전쟁 중이거나 여행 중인 경우에도 이 의무를 면제해 준다.
또한 사막을 여행하고 있다든가 하는 등의 끼니를 거르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사람들도 제외된다. 해외에 체류하는 이슬람 국가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도 고향에서는 노동 일정 자체가 라마단에 맞춰지지만, 해외 공장은 그렇지 않아서 노동자들이 라마단을 지키지 못한다.
라마단이 끝나면 3일간의 먹고 마시는 ‘이드 알피트르’(Idul Fitri)라는 이슬람 최고의 축제가 펼쳐져 이슬람권 국가의 최고 여행 성수기를 맞이한다.
인도네시아 경우 르바란(Lebaran)이라고 하여 평균 일주일 동안을 먹고 즐기는 연휴를 보낸다. 한국의 추석이나 설날 연휴 때처럼 엄청난 귀성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특별식인 끄뚜팟(쌀을 안에 넣고 팜나무 잎으로 다이아몬드형으로 싸 익힌 것), 오포르 아얌 (코코넛밀크에 닭고기를 찐 것), 른당(카라멜체럼 만든 소고기 카레), 삼발 고렝 아띠(기름에 튀긴 간과 감자를 칠리소스에 요리한 것)이 제공된다.
한국 내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이슬람권으로는 인도네시아인이 가장 많다. 매년 전국 지역별로 모여서 이드 알피트르 행사를 가진다. 각지의 이슬람 성원에서 이를 기념하며 음식을 나누는 행사를 연다. 서울 이태원의 중앙성원에선 직접 양이나 염소를 도축해 나눠 먹기도 한다.
라마단은?
600년경 이슬람교를 만든 예언자 무함마드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태어나 622년 7월 16일 박해를 피해 메디나로 이동했다. 무슬림들은 이날을 한 해의 시작인 1월 1일로 해서 날짜를 센다. 라마단은 바로 9번째 달이다.
무슬림들은 이달을 무함마드가 알라신의 계시를 받은 달로 여기고 일년 열두달 가운데 가장 신성한 달이라고 생각한다. 라마단은 하루 다섯 차례 기도 등 무슬림의 5대 종교적 의무 중 하나로 30일간 이어진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