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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디즈니 최초 동남아시아 배경 애니메이션을 아시나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다시 보기...베트남 호이안-인도네시아 발리 오버랩 재미 쏠쏠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디즈니 최초의 동남아시아 배경 작품이에요.”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Raya and the Last Dragon)이 지난 3월 한국에서 개봉할 때 가장 큰 수식어가 있었다. 바로 디즈니 최초 동남아시아 배경 작품이라는 키워드였다.

 

디즈니가 어떤 회사인가? 바로 세계 1위의 미디어 그룹이다. 미키마우스로 대변되는 미국 대중매체의 상징이다. 아직도 가장 큰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가진 디즈니가 이번에 왜 동남아를 택했을까?

 

실제로 놀랍게 백인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은 영화 속 동남아는 어떤 모습일까? 디즈니의 최초 동아시아 배경인 작품인 ‘뮬란’에 자금성이 등장한다. 중동인 배경인 ‘알라딘’에는 타즈마할 궁전이 등장한다.  2016년에는 '모아나'는 폴리네시아까지 왔다. (디즈니 최초의 유색인종 인디언 공주 포카혼타스는 제외)

 

 

이번 애니메이션에는 주인공 ‘라야’는 분열된 쿠만드라를 구하기 위해 전설 속 마지막 드래곤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드래곤의 모험을 따라가면서 ‘숨은그림찾기’처럼 동남아시아의 도시와 문화를 찾아보는 재미를 즐겨보자.

 

■ 절로 베트남 호이안-인도네시아 발리 떠올렸다...드래곤은 귀엽고, 착하고, 순수하다

 

인간과 드래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쿠만드라 왕국에는 악의 세력을 쫓아내고 인간을 구해주고 홀연히 사라진 드래곤들이 있었다. 500년 후, 부활한 드룬이 또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라야’는 왕국을 살리기에 마지막 드래곤을 찾아나선다.

 

영화에는 동남아시아를 ‘용(龍)’으로 담아냈다. 쿠만드라 왕국은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신체 위치에 따라 심장, 꼬리, 발톱, 척추, 송곳니 부족으로 나뉜다.

 

눈밝은 관객은 이쯤이면 각각의 부족은 베트남 호이안, 인도네시아 발리 등 실제 동남아시아의 도시를 절로 떠올릴 것이다.

 

‘드래곤=용’은 동양이나 서양의 신화, 설화에 모두 등장하는 절대적인 존재다. 동서양의 용의 모습은 다르다.

 

서양의 용은 날개가 펼쳐지면 하늘을 날아다닌다. 사악하고 탐욕스럽고 포악한 권력자이고 마치 자연재해같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특히 동북아시아에서는 용의 상서로운 존재다. 소원을 들어주거나 길운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천상 세상의 거대하고 신비하고 영험한 존재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시수’처럼 귀엽고, 착하고, 순수하다. 거대한 동북아시아의 용과 달리 상대적으로 작고 친근하다. 그래서 신비스러운 동화책을 페이지를 넘기는 느낌으로 애니메이션 장면 속으로 퐁당 빠져들어가 편안하고 즐겁게 감상하면 딱 좋다.

 

■ 주인공 ‘시수’는 왠지 ‘겨울왕국’ 엘사를 닮았구나...주인공 목소리는 모두 아시아계 배우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는 기존 디즈니 작품와 다른 점이 있다. 왕자가 없다. 다섯 개의 부족 구성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물론 등장하는 캐릭터가 많다 보니 각각의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풀어내진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실종된 ‘신뢰’에 대해 다시 되새기게 한다. 현재 지구촌은 차별과 혐오로 갈갈이 찢어지고 있다. 증오 범죄가 범람한다. 현 시점에 다양다종한 피부색과 언어, 인종은 넘어 가장 필요한 건 ‘신뢰’일지도 모른다.

 

메인 캐릭터인 드래곤 시수가 묻는다. “서로 못 믿기 때문에 세상이 망가진 게 아닐까?”

 

인간으로도 변신하는 ‘시수’를 보다 보면 떠오른 배우가 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배우 아콰피나의 외모를 닮았다. 특유의 입 모양과 부스스한 머리까지 목소리를 연기한 아코피나를 빼다박았다. 아콰피나의 아버지는 중국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노르웨이 배경 영화 ‘겨울왕국’은 아렌델 성을 본땄다. 엘사의 얼음 궁전은 캐나다 퀘백 얼음호텔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사수’는 왠지 엘사와 닮았다고 말한 이들이 많다.

 

 

아닌게 아니라 이 애니메이션은 동남아시아 배경답게 주요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모두 아시아계 배우를 선택했다.

 

라야역에는 영화 '스타워즈'에 출연한 베트남계 미국배우 켈리 마리 트란이 목소리 주연으로 참여했다. 송곳니 부족의 족장은 ‘그레이 아나토미’의 산드라 오(한국명 오미주), 심장 부족의 족장이자 라야의 아버지는 꽈찌쭈 캐릭터로 알려진 ‘대니얼 대 킴’(한국명 김대현)이 맡았다.

 

OST 또한 동남아시아 전통미를 살려 좋은 평을 얻었다. 사원에 들어갈 때 신발 벗기, 수상 마을과 사원의 모습 등 동남아를 아우르는 문화요소, 아세안 지역의 문화가 곁들어 더욱 눈길을 끄는 영화다. 역시 '겨울왕국'과 '모아나' 제작진들이 모여 만든 작품답다. 

 

■ 라야의 모자는 불교사원의 스투파? 툭툭은 삼륜자동차서 따온 이름...태국 음식 똠양꿍

 

조금 더 한발 더 들어가 보자.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제작진들이 라오스,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전역을 돌며 직접 체험하고 조사했다는 노력이 느껴졌다. 오마주(hommage, 프랑스어, 존경 또는 경의)라는 말이 실감난다.

 

보통 영화를 촬영할 때, 다른 감독이나 작가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 감독이나 작가가 만든 영화의 대사나 장면을 인용하는 일이 오마주다.

 

가령 주인공 ‘라야’가 쓰고 있는 끝이 뾰족한 모자가 왠지 눈에 익었다. 제작자들은 동남아 불교사원의 뾰족한 탑 양식인 스투파를 오마주했다고 한다.

 

또한 필리핀의 전통모자인 ‘살라콧’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베트남 여행을 가면 무조건 산다는 그 대나무 모자와 너무 닮았다.

 

영화 속 반려동물이자 탈 것인 ‘툭툭(Tuk Tuk)’은 동남아시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삼륜자동차 ‘툭툭’에서 따왔다. 툭툭의 디자인은 동남에서 발견되는 천산갑(아르마딜로)과 콩벌레에서 영감을 받았다.

 

 

격투신도 볼거리가 넘친다. 라야와 라이벌 나마리가 싸우는 장면은 숨을 멈출 정도 긴장감이 팽팽하다. 영화의 라야의 무술은 검을 들고 겨루는 필리핀 칼리(Kali)와 무기없이 겨루는 인도네시아 실랏(Silat)을 차용했다. 살랏은 2018년 아시아경기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라야가 허리춤에 찬 구불구불한 모양의 칼도 눈길을 끈다. 마치 뱀이나 용 모양이다. 바로 인도네시아의 공예기술인 크리스(kris)에서 착안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된 공예기술이다.

 

군침나는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쿠만드라 수프는 태국 전통음식 똠양꿍을 오마주했다고 한다. 영화 초반 라야 아빠가 5개로 갈라진 지역의 특산물을 모두 한곳에 모아 수프를 만들었다. 화합의 수프였다. 실제 제작진은 동남아를 조사하면서 식문화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아버지를 구하고 분열된 나라를 통합하는 해피엔딩이다. 전형적인 디즈니 공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과 스토리가 재미있고 친근하다. 여기에다 동남아 즉 아세안 문화를 ‘그림찾기’ 퀴즈처럼 찾아내는 맛도 쏠쏠하다.

 

 

물론 아세안에 관심이 많거나 좋아하거나 공부하는 학인들이라면 이 작품이 동남아 어떤 나라이나 지역을 오마주한 것이 아니라 아세안 지역의 문화를 오마주한 특별한 작품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것이다.

 

인류학자, 건축가, 댄서, 언어학자, 음악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동남아시아 스토리 트러스트'의 도음을 받았다고 한다. 그 노력만으로도 대단한 노력으로 평가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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