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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서정인 대사 “아세안 공동체는 현실인가 신화인가”

8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 6월 ‘키워드로 본 아세안’ 콜로키움 주제 발표

 

어쩌면 날렵한 주제인 것 같았다. 하지만 묵직했다. 쉽게 결론을 낼 수 없는 키워드였다.

 

서정인 전 주아세안대표부 대사가 8일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KUAC) 콜로키움 주제를 발표했다. KUAC의 6월 주제는 ‘키워드로 본 아세안: 아세안 공동체 현실인가, 신화인가’로 3층 대회의실과 줌으로 90분간 열띤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현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 연구위원와 ARF EEPs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전문가 그룹)이기도 한 서정인 대사는 남아시아태평양국장 시절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실질협력 분야를 담당했다.

 

또한 주아세안대사 및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획단장 맡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관한 명실상부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질의응답 시간에는 동티모르-베트남-캄보디아 현지서도 많은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서정인 대사가 풀어낸 ‘키워드로 본 아세안: 아세안 공동체 현실인가, 신화인가’를 리뷰해본다.

 

 

■ 아세안 공동체 현실인가, 신화인가

 

▲ ‘아세안 공동체 현실인가, 신화인가’

 

이 키워드는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아세안공동체는 물잔의 반이 차있나(half full glass), 반이 비어있나(half empty glass)의 두 가지 접근방식에 따라 결론이 다르다.

 

필자는 물잔의 반이 차있고 이제 나머지 반이 채워지고 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너무 EU 모델에 함몰되진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EU는 언어와 종교, 영토가 공동체를 이루는 데 유리하지만, 아세안은 정치 체제, 종교, 언어, 소득, 인구 등 차이 특히 정치체제와 경제 능력에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동남아는 아세안을 통해 지난 50여 년간 EU로부터 영감을 받기는 하였지만 아세안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역내 협력을 추진해 왔다.

 

 

▲ 아세안=동남아인가

 

동남아라는 명칭이 만들어진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차 대전시 일본의 인도방향 진출을 막기 위해 연합사령부 전쟁 수행을 위해 붙인 이름이다. 동남아가 아닌 서방이 붙인 타칭이다.

 

반면 아세안은 다르다. 동남아 5개국이 모여 1967년 아세안을 출범시켰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줄임말인 아세안은, 동남아인들이 스스로 붙인 자칭이다. 동남아에 10개국이 있지만 1967년 아세안 설립할 때는 5개국만 회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아세안=동남아 등식이 성립하지 않지만, 1999년 캄보디아의 아세안 가입으로 동남아 모든 10개국이 아세안이 되어 아세안=동남아로 불러도 무방하다.

 

■ 아세안 공동체 수준은? “중간 평가 수치적 자체 평가 50% 정도”

 

▲ 아세안 공동체 진전 평가

 

아세안은 지난 50여 년동안 3대 배당을 누려왔다. 평화배당(peace dividend)을 통해 아세안 국가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았다. 평화배당이 가져온 번영배당(prosperity dividend) 통해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고 빈곤, 기대수명 등 삶의 질도 높일 수 있었다. 마지막은 인구배당(demographic dividend), 즉 인구 보너스 효과다.

 

우리를 포함 선진국들이 공히 저출산-고령화의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아세안은 인구 성장과 30세 이하의 평균 연령으로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으로서 매력이 있다.

 

아세안은 아세안 공동체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아세안 경제공동체의 중간 이행현황을 조사하였는데, 수치로 계산한 자체 평가를 54% 정도로 보고 있다. 물잔의 반 이상이 채워졌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아세안 공동체 진전을 키워드로 평가하면 4C로 요약할 수 있다. 아세안이 운전석에 앉아 주도하는 대외관계의 지침인 아세안 중심성(Centrality), 아세안의 헌법인 아세안 헌장(Charter), 물리적, 제도적, 인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아세안 연계성(Connectivity), 아세안 의사결정 방식의 핵심인 협의와 합의(Consulation & Consensus), 이 4C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각 분야마다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한다.

 

4C 아세안:Centrality, Charter, Connectivity, Consulation & Consensus의 아세안 3개 공동체 진전이 있었다. 중간 평가 수치적 자체 평가 50% 정도로 높아졌다.

 

 

▲ 아세안은 한국 수출의 중국 보완시장

 

우리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점점 줄고 있다. 이제 중국을 보완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한데 아세안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 교역의 16%를 차지하는 대아세안 교역 규모를 현재 20%인 중국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아세안은 연평균 경제성장률 5%와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어 우리에게는 대중 교역 보완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경제 다변화다.

 

다음은 한국과 아세안은 공히 미중 디카플링에 끼인 신세다. 미중 포함 주요국이 모두 참여하는 아세안 중심의 아세안 관련 회의체들을 통해 미중 경쟁 구도룰 완화시킬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2023년 싱가포르 동남아 연구소 엘리트층 여론 조사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대화상대국 중 하위권으로 나타나 이 점은 유의할 대목이다.

 

외교-경제 다변화+지정학적 갈등의 디카플링(decoupling, 탈동조화)과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감소)를 봐야 한다.

 

싱가포르 동남아 연구소 엘리트층 여론 조사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대화상대국 중 하위권이라는 점을 유의할 대목이다.

 

 

▲ 아세안 리스크는 무엇인가

 

4가지 리스크가 있다. 소득 및 개발 격차다. 싱가포르와 미얀마 1인당 국민 소득이 60배 차이가 난다.

 

또한 안보 인식도 다르다. 친미, 친중으로 갈라져 있다. 2012년 친중성향의 당시 아세안 의장국이 중국의 압력이 작용한 남중국해 문구 때문에 아세안 45년 역사에 처음으로 의장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인프라와 투명성 부족도 여전하다. 또 낮은 R&D 투자로 제조업 경쟁력이 낮다.

 

■ 아세안 미중 딜레마에 대한 전략 그리고 접근방법은

 

▲ 아세안은 미중 딜레마에 대한 전략은 무엇인가

 

아세안은 오랫동안 비동맹 중립주의 외교를 구사해 왔다. 특히 지난 50년 아세안 출범 이후에는 이러한 기저하에서 복합 전략을 취해왔다. 강대국 사이 균형(balancing), 특정 강대국에 분산 편승(bandwagoning), 미중아닌 제3국을 통한 헷징(hedging) 그리고 아세안을 통한 단일 통합(collective) 전략이다.

 

아세안은 현재 미국의 인태 전략과 중국의 일대 일로 정책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지지 하지 않고 어느 국가도 배제하지 않는 아세안 방식으로 강대국을 관리해 나가고 있다.

 

 

 

▲ 아세안 어떻게 봐야 하나.

 

우리는 그간 너무 개별 동남아 국가와 그 중에서도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된 양자 경제 관계에 과도한 집중을 했다. 당장 이윤을 내는 곳이 생태계에 비유하면 나무에 해당하는 개별 국가이지만, 빙하가 움직이듯 서서히 움직이는 아세안 상황을 이해하고 지역기구로서 아세안 공동체 대상 경제-외교에도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종의 거시(숲) 전략이다. 양자의 미소(나무) 전략과 아세안 다자의 거시(숲) 전략 사이의 대륙 동남아를 대표하는 메콩과 해양 동남아의 소지역 대상의 미소(군락) 전략을 입체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서방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아세안 경제공동체 진전을 눈여겨 보고 있다. 특히 아세안 시장을 단일시장 및 단일 생산기지로 보고 아세안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물론 이들도 양자 전략을 병행 구사한다.

 

서방 다국적 기업 90%는 대아세안 전략이 있다. 우리 한국기업은 5% 정도에 불과하다. 전략 답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미국 신시내티 소재 P&G는 아세안 전체를 하나로 보고 국경을 넘어 소득 수준을 겨냥한 샴푸판매 전략을 가지고 있다. 고소득층용 팬틴, 중산층용 리조이스, 가성비 좋은 저소득층용 봉지 샴푸를 생산 판매한다.

 

또한 이제 교역이 공급망 재편, 디카플링, 자국 우선 주의 등 지정학적 요인에 판데믹 재발 우려 때문에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우리는 교역과 더불어 지금 일본이 하고 있는 '지산지소'방식(地産地消, 동남아 지역 원자재로 현지 생산, 판매 및 일본에 수입)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다.

 

물론 일부 대기업이 하고 있으나 부족하다. 이처럼 우리 기업 벤치 마킹 방식이자 현재 일본의 방식을 참조해야 한다. 그러면 동남아 소비층을 겨냥한 전략도 되고 우리기업의 동남아산 상품 수입을 통해 대동남아 무역 적자 해소에도 기여한다. 일석이조 효과다.

 

■ 우리의 대아세안 전략: 일관성-구체성-종합성 필요

 

▲ 우리가 보는 아세안은 어떤가

 

아세안 센터 청년 조사를 보면 상호 인식에 대한 간극이 크다. 학계-기업-정부이 인식개선을 위해 협업이 필요하다.

 

 

인태전략 및 아세안-동남아판 카시(KASI, 한아세안 연대구상) 의미는 정권 교체와 상관없는 ‘일관성’, 우리의 장점과 아세안의 수요를 접목해 구체 사업을 시행하는 ‘구체성’, 상인 주의 국가로 낙인이 찍히지 않게 어느 한 분야만 올인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는 '종합성'이다. 포괄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는 외교전략의 범위가 달랐지만 대체로 아세안을 중시해 왔다. 윤석열 정부도 동남아- 아세안판 인태 전략인 카시(한아세안 연대구상)을 통해 아세안 중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경제 분야 뿐 아니라 정치 안보 분야를 포함해 이미 8개 우선 분야를 선정해 36개 구체 사업을 발표했고, 앞으로도 사업을 계속 발굴, 시행해 나가겠다는 구상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대아세안 청사진과 구체적 계획을 정상차원에서 아세안 리더들과 소통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재임 중 빠른 시기에 셔틀 외교 차원에서 동남아 10개국 순방이 이루어지고, 아세안 10개국 정상들도 모두 방한할 수 있는 정상외교의 적극적 가동이 우리의 아세안 중시 외교를 보여 주는 가장 효과적 방안이라고 본다.

 

▲ 인태전략 및 아세안-동남어판 카시(KASI, 한아세안 연대구상) 의미는

 

일관성과 지속성, 종합성, 포괄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상외교의 중요성도 부각된다. 한국 정상의 동남아 10개국 순방 및 아세안 10개국 정상 방한도 좋은 방안이다.

 

 

[강의에 이은 질의 응답시간]

 

2012년 유엔의 노벨 평화상 수상처럼 아세안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는지, 미얀마 쿠데타-미중 경쟁속 어정쩡한 태도, 빈부 격차 등 공동체 진전의 장애 요소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공동체의 나머지 물잔 반을 채우기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이 나왔다.

 

 아세안 투명성 제고를 위한 우리의 기여 방안이 있는지, 11번째 아세안 가입이 원칙적으로 정해진 동티모르에게 아세안의 기회와 도전은 무엇인지, 미중 경쟁으로 아세안이 몸값이 올라가고 있으나 포스트 미중 경쟁 구도하에서 아세안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지도 나왔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동남아 가사도우미는 기존 동남아 이모가 주는 이미지를 넘을 수 있는지, 중국의 60% 넘는 대졸자 등 노동력 질, 시장 규모, 양질의 인프라 등 경제 여건으로 볼 때 동남아가 중국 디리스킹(de-resking) 대상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나왔다.

 

서정인 대사는?

 

1988년 외무고시 22기로 외무부에 들어가 인도네시아-호주-일본-태국 대사관 근무에 이어, 남아시아태평양국에서 동남아과장, 심의관 및 국장을 역임했다. 남아시아태평양국장 재직시에는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실질협력 분야를 담당했다.

 

그 이후 주아세안대사 및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와 기획단장을 맡았다. 35년 외교관 커리어 중 20여 년 이상을 아세안에 천착했다. 마지막 포스트로는 멕시코 대사를 거쳤다. 서훈으로는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한아세안 외교 30년을 말하다’ 공동 편집 및 ‘아세안의 시간’(박번순 교수) 특별기고 및 아시아 경제, 매경 등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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