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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동남아시아’, 역사는 얼마나 알고 있니?

후루타 모토오, ‘동남아시아사,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출간

 

요즘 동남아는 여러모로 핫하다. 베트남은 한국이 투자 1위국가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으로 서진 정책의 중요국가들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아세안’(ASEAN)으로 불린다.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등 10개국이다. 최근 동티모르도 가입을 신청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아세안’에 의한 외적 통합 강화와 민주화 진전에 따른 갈등 양상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최근 급격히 관계진전을 이루었다. 한-아세안은 교역만 30년간 20배가 늘었다. 한-아세안 상호방문객도 33만 명에서 1144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과거부터 중국-일본, 근래에는 한국과도 관련이 깊은 동남아시아 지역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시련을 겪어왔으며, 근년에 이르러서는 더욱더 그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이처럼 중요도가 커지고 있지만 ‘동서 역사 세계의 교차로’가 되어왔던 동남아시아의 역사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하다. 이 같은 동남아사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는 책이 나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후루타 모토오의 ‘동남아시아사,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가 그것이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적 흐름을 날줄로, 세계사와 동남아시아사의 관련성을 씨줄로 삼아 입체적으로 서술한 통사다.

 

 

■ 동아시아사-세계사 고려 동남아시아 역사 입체적으로 조망

 

이 책은 최신 학술적 연구 성과를 반영했다.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동아시아사-세계사와의 연관성까지 고려하며 다양한 인적-물적 왕래 및 문화 교류를 통해 동서 역사 세계의 교차로가 되어왔던 동남아시아 역사를 입체적으로 살핀다.

 

아세안은 한국과 항공으로 5시간 내 가까운 지역이다. 관광이나 수출 등 경제적 교류가 커지고 있는데도 막상 제대로 아는 ‘심리적으로 먼’ 지역 중 하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발리’는 알지만 이 섬이 인도네시아령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이 그동안 미국이나 서구, 중국이나 일본 등 소위 ‘4개강국’ 국가들에 대해서만 소식을 접하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11개국은 우리가 모르고 지나가거나 그저 휴가지로 떠나는 지역으로 인식하는 것은 금물이다. 역사적으로 동남아시아는 세계사의 길목에서 언제나 동서양 세력의 교류가 일어났던 중심지였다. 현재는 새로운 세계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함께 동반성장해야 지역이다.

 

통계로만도 그 가치가 뚜렷하다. 한-아세안은 교역만 30년간 20배가 늘었다. 한-아세안 상호방문객도 33만 명에서 1144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아세안은 2019년 기준 6억 5400만 명의 인구와 평균 중위연령 31.2세를 보유하고 있다.

 

인구규모로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3번째다. 참고로 주요 인구는 중국(약 13억 9300만명) > 인도(약 13억 5300만명), 아세안, 미국 (약 3억 2700만명) 순이다. 한국은 5200만명이다.

 

 

■ 관광-여행 외 ‘동남아시아 역사’를 다룬 대중서 부족

 

현재, 한국 출판시장에서 ‘동남아시아 역사’를 다룬 대중서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국내 연구자인 소병국 선생의 책이 대표적이고 나머지는 주로 청소년용 역사서이다.

 

이 때문에 이 ‘동남아시아사’는 비록 번역서이기는 하나 동남아시아 역사서의 지평을 또 한층 넓혀준다. 독자 선택지를 다양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21세기 현재까지 10강으로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장점은 첫째, 국내에도 저서가 많이 소개된 세계적인 베트남 현대사 연구자인 저자 후루타 모토오가 일반 대중들을 위해 강의 형식으로 쉽게 썼다는 점이다.

 

두 번째 장점으로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특정 몇몇 국가만의 이야기가 아닌 11개국의 역사를 골고루 다룬다는 것이다. 왕조를 위주로 한 정치사만이 아니라, 종교적 관점, 교류사적 관점으로 시대를 개괄하며 이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체성에도 주목하며 가장 최신 연구까지 살펴볼 수 있게 한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흔들리는 나약함의 서구적 이미지를 단숨에 깨버린다. 다시 말해, 이 한 권이면 동남아시아 역사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장점으로는, 이 책만의 가장 큰 특징인 역자의 노력이 담긴 813개의 역자 주를 언급할 수 있다. 원서에 언급된 인물이나 사건의 세세한 설명 같은 기본적인 역주의 역할뿐 아니라 이들 나라와 한국과의 관계, 한국 연구자의 시선 등을 덧붙여 설명함으로써 이 책을 그저 뻔한 번역서 한 권이 아닌 동남아시아 역사에 대해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충분한 가이드로서 기능할 수 있게 돕는다.

 

 

18세기에서 19세기 전반에 걸친 시대의 동남아시아사는 ‘교역 시대’의 번영이 종언을 고한 뒤로, 식민지 지배하에 놓이기까지의 틈새 시기로 종래에는 별달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근년에 이르러 이 시대를 근현대를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여러 요소가 형성되었던 시대, 즉 ‘근세’로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정착하는 추세라 하겠다.

이러한 재평가의 계기가 되었던 사태의 변화는 20세기 말 이후의 동아시아·동남아시아의 경제 발전이었다. 그로 말미암아 그때까지 지배적이었던 역사관, 곧 정체되어있던 아시아 사회의 ‘근대’는 산업혁명을 완수했던 서양을 통해 외부에서 이식된 것이라는 생각을 재검토하게 되었다. 그 결과 아시아사에 있어서 전근대와 근대의 단절이 아닌, 연속성에 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게 되었다 (본문 133P)

 

■ 눌민 등 한국에서도 동남아 관련 책 눈길...후루타 모토오 ‘동남아시아사’

 

한국의 역사교육에서 ‘동남아시아사’는 변방(?)의 주제다. 현재 동남아시아사 관련해서 교양 역사서도 다른 나라 역사서에 비해 많이 나와 있지도 않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와 우리 역사의 비슷한 점도 많고, 현재 경제 문화적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 중국사 정도에 치우친 역사교육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특정 주제나 특정 국가 위주가 아닌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의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개괄하는 후루타 모토오의 '동남아시아사'는 읽어볼 만한 가치가 크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다시 가까운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많이 가고 있다. 이제 관광지-맛집 소개책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 대한 견문을 넓혀줄 이 책을 읽어본다면 여행의 묘미도 한층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보인다.

 

좀 다른 관점이지만 한국에서도 최근 동남아의 국가별 한인 사회를 총체적이고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로 발간하고 있다.

 

 

채수홍 서울대 교수의 ‘한인의 베트남 정착과 초국적 삶의 정치’, 김동업의 ‘한인 이주의 역사와 발전, 그리고 정체성’, 김지훈 등 8인의 학자가 집필한 ‘동남아시아 한인’ 등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 시리즈는 필리핀을 시작으로 2022년 5월 말까지 지난 3년 간 진행해온 한인 사회 연구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저자 후루타 모토오는?

1949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78년, 도쿄대학 대학원 사회학연구과 박사과정 중퇴. 전공은 베트남 지역연구이며, 학술박사이다. 도쿄대학 교양학부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를 거쳐 현재 베트남의 하노이교 일월(日越)대학의 총장 및 도쿄대학 명예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역사 속의 베트남전쟁’ ‘베트남의 세계사’ ‘호찌민’ ‘도이 머이의 탄생’ ‘베트남의 기초지식’ 등이 있다.

 

▲옮긴이 장원철은?

고전 및 역사번역가. 고려대 국문학과와 사이버한국외대 베트남·인도네시아학부를 졸업하고, 한국학 중앙연구원과 고려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일본 도쿄대학과 간사이대학 외국인연구원, 중국 루동대학 외국인연구원, 경상국립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노자와 도교’ ‘한 무제’‘중국 5대 소설 삼국지연의·서유기 편’ ‘세계사 속의 중국 문화대혁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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