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아세안 새 30년 출발, 미래세대 협력을 준비하겠다.”
올해는 한-아세안 관계의 새로운 30년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해다.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한-아세안센터는 경제, 문화, 관광 및 청년 교류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활발한 교류 활동을 넓혀가기로 했다.
이혁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지난해에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로 국민들에게도 ‘아세안(ASEAN)’이라는 말이 아로새겨졌다. 두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형성된 협력 모멘텀을 올해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 “예기치 못한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확산...위기는 기회”
아세안은 인구 6억 5000명의 거대한 시장이다. 해양국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 대륙인 인도차이나 쪽 베트남,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10개국을 가리킨다.
이혁 사무총장은 지난해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전국 8도를 누볐다. ‘한-아세안열차’를 통해 전국 지자체와 함께 대국민 관심 고취로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성공적인 개최를 이어받아 탄력을 받을 시점에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엄습했다.
그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확산으로 아세안과의 교류사업 또한 잠정 중단 또는 연기되면서 한-아세안센터 활동도 재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분간 철저한 방역을 통해 바이러스의 경로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지만 동시에 신남방정책 추진에 있어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아세안 센터도 신발끈을 다시 맸다. 그는 “아세안 기업인, 언론인, 대학생 및 공연단을 초청하거나 우리의 사절단을 파견하는 교류 행사는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순차적으로 개최해 나갈 예정”이라며 “교류활동을 갖지 못하는 기간 동안에도 코로나19 대응을 포함한 아세안 10개국 관련 정보와 자료 발간 그리고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 개발을 통해 한-아세안 협력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과 아세안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지역협력을 한 층 강화해 나간 경험이 있다고 회상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코로나 팬더믹 또한 함께 대응해 나가면서 감염병을 포함한 ‘비전통안보’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effective) 대응하고 역내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를 통해 한국은 관민이 하나 뭉쳐 ‘사재기’도 없고, 불상사도 없는 선진국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IMF 때처럼 역경을 맞아 온국민이 힘을 뭉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한국이 의료분야 선진국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 이런 기회를 통해 신종유행병 관련 ‘한-아세안 협력 심포지엄’ 등을 열어 의료협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2009년 설립한 센터, 한-아세안 교류와 협력의 첨병
그렇다면 한-아세안센터는 어떤 단체일까. 그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한-아세안센터는 2009년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가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아세안 전담 국제기구다. 10개국의 정부, 기업, 예술인, 언론,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아세안 교류와 협력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는 지난 10년간 한국과 아세안 10개국간 무역-투자, 문화-관광 및 청년 교류에 초점을 두고 연간 약 50~60개 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올해 들어서 센터는 인도네시아 새 수도 예정지인 보르네오섬 동부 ‘발릭파판’을 직접 찾았다. 인도네시아 50만 명의 팬을 거느린 유튜브 스타인 ‘반둥오빠’와 함께 현장에서 한-아세안센터를 제대로 알리기도 했다.
그는 “두 지역 국민간 인식개선을 위한 강연, 책자 및 영상자료 제작 등 아웃리치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세안 연계성 포럼, 아세안 팸투어 및 한-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 등은 지난 수년간 한-아세안 교류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면서 센터 대표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소개했다.
실제 기자는 한국-아세안 30주년을 맞아 열린 ‘아세안 열린 강좌 시리즈’를 직접 듣기도 했다. 이혁 사무총장은 당시 “한-아세안센터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이해가 깊어져야 좋아하게 되고, 존중해야 신뢰가 생긴다. 그 바탕에서 성숙한 관계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
■ 한-아세안 열차 칙칙폭폭...센터 설립 10주년 2019년 돌아보니
이혁 사무총장은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과 한-아세안 센터 설립 10주년을 기념한 2019년에는 의미있는 행사가 있었다. 실무를 담당한 센터가 힘들었지만 국제 행사에서 한몫을 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우선 ‘한-아세안 열차(특별정상회의 공식 부대행사)’와 ‘2019 아세안 위크(아세안 문화, 패션 홍보)’를 통해 ‘아세안’이라는 용어를 국민들에게 크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이 있었다 한다.
한-아세안 트레인(열차)는 ‘함께하는 미래’를 주제로 한-아세안 국민 200명이 열차를 타고 한국의 주요도시를 방문했다. 많은 이들이 환영해주었고, 신남방정책의 3P(People, Peace, Prosperity=사람, 평화, 상생번영) 관련 행사를 개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아세안 트레인은 외교부에서 먼저 의뢰해 진행했다. 아세안인 140명과 한국인 60명 총 200명이 한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한국인들에게 ‘아세안’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 놀라운 건 200명 중 한 명도 아픈 사람이 없었다. 불미스런 어떤 사건 사고도 없었다. 하늘이 보살펴준 것 같다”고 웃었다.
‘2019 아세안 위크’는 ‘어서와 아세안’을 주제로 우리 국민들에게 아세안의 패션-디자인-음식-관광-문화예술을 소개했다. 무려 1만 7000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여기에다 ‘한-아세안 스타트업 위크’이라는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협력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아웃리치 활동도 다변화하여 중고등학생을 위한 스쿨 투어(학생 방문 프로그램)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렉처 시리즈(아세안 관련 강연)를 비롯, 아세안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저널 발간과 전문서적 번역 사업을 추진했다.
■ “2020년은 한국과 아세안의 지속적이고 진정한 파트너십을 만드는 해”
2020년 한-아세안센터의 비전은 뭘까.
그는 “올해는 한국과 아세안의 ‘지속적이고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해로 만들겠다. 이를 위해 ‘서로를 연결’하고 ‘번영을 공유’(connecting people, sharing prosperity)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가적 행사를 치러낸 자신감을 바탕으로 각 분야에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보다 균형적인 교역관계를 위해 아세안 상품-서비스 산업의 한국 시장 진출 및 투자 촉진을 지원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아세안 상품 전시회(아세안 간편식, 아세안 화장품, 아세안 가구, 아세안 게임), 아세안 소비시장 진출 전략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로봇, 의약바이오, 디지털 콘텐츠 관련 비즈니스 포럼, 한-아세안 스타트업 위크도 개최하겠다.”
아세안 국가들의 주력 산업인 관광 분야에서도 ‘에코 투어리즘’ 등 지속가능한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아세안 관광 진흥 워크숍, 한-아세안 팸투어, 한-아세안 관광역량 개발 워크숍 개최가 그것이다.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한 아세안 문화-관광업 종사자 역량 개발 및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 나아가 신흥 아세안 관광지를 국내에 소개할 계획이다. 2020년 아웃바운드(Outbound) 대상국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이다.”
■ “이해와 존중으로 참여하고 공감하는 한-아세안 공동체 구축”
지난해 한국과 아세안 정상들은 부산에서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구축에 합의’했다. 그를 위해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참여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아세안 센터에서는 음식축제, 문화공연, 패션쇼, 디자인 전시 등 문화 예술 교류 사업을 통해 한국 국민의 아세안에 대한 문화 이해를 높인다.
특히 한류의 영향을 받은 아세안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아세안의 현대 예술과 문화 및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여 ‘한류’와 ‘아세안류’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한-아세안 미래세대의 협력’이다. 그는 “양 지역간 청년 교류를 활성화하고, 논문 공모전,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자료 발간 활동을 통해 한-아세안 관계 정보 허브로서의 기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주한아세안 유학생 네트워크(AYNK), 주한아세안 교수협의회(CAPK) 활동 지원, 한-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 및 한-아세안 청년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한-아세안 통계집 발간, 월간 아세안 등 정기 발행물 업그레이드, 한-아세안 주요 협력사업 현황 등 DB 구축 및 웹사이트 개선도 예정되어 있다.
그는 “과거 필리핀-베트남 대사 시절에는 한국 대표로 ‘외교’를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제기구 사무총장이다. 그래서 민간외교 수장으로 아세안 각 국가와 다양한 관계를 쌓으며 동포사회에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외교적인 ‘해결’보다 생산적인 ‘협력’을 할 수 있어 좋다. 대사 시절보다 즐겁다”고 말했다.
■ 필리핀-베트남 대사 역임 ‘아세안’과 깊은 인연 시작 ‘축복’
이혁 사무총장은 외무고시를 통해 외교관의 길을 걸었지만 한동안은 ‘아세안’과는 큰 인연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05~2008년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시작으로 2012년 필리핀 대사, 2016년 베트남 대사에 취임했다. 외교부 후반기에서 맺은 ‘아세안’ 인연은 큰 축복(?)이었다.
“2012년 9월 6일 필리핀 대사에 부임했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 베니뇨 노이노이 아키노가 대통령이었다. 신임장 제정 때 보니 나랑 생일이 같았다. 큰 인연이 시작되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당신이 나보다 두 살 아래다. 동생이다’라고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후 베트남 대사를 역임하면서 “베트남인들이 한국인들과 아주 비슷해 내가 생전에 베트남에서 살았나?”라고 생각했다. 이어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박항서 매직’ 으로 한베 관계가 역사상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박항서 축구국가대표 감독과 정해성 프로축구 호치민시티 감독이 큰 인기다. 대사 시절 지켜본 이들의 인기와 성공 요인은 ‘한국 선진축구 코칭 기술’ 외에 ‘문화’ 때문이었다.
“기술을 무조건 도입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가 비슷하다. 두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가장 큰 약점을 ‘체력’이라고 봤다. 그래서 음식, ‘국수’ 위주 식단을 바꾸는 것으로 시작했다. 코칭 받아들여 식단을 바꾸고 체력을 키우니 기적이 일어났다.”
아세안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관광지를 물었다. 그는 미얀마 ‘인레 호수 (Inle Lake)’와 베트남 소수민족 고산지대 ‘사파’를 추천했다.
올해 센터는 10주년을 넘어 11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기획했던 일들이 ‘코로나19’로 미뤄지거나 수정해야 한다. 그는 “한-아세안의 강한 생명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45명의 직원이 똘똘 뭉쳐 하반기에 잃었던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혁(李赫) 사무총장은?
1958. 2. 8 생
1980. 2. 고려대 경제학과 졸
1980. 1. 외무부 입부(79.5 제13회 외무고시)
1986. 6. 주일본2등서기관
1992. 6. 주폴란드1등서기관
1994. 6. 주일본1등서기관
1997. 2. 대통령비서실 파견
1999. 2. 동북아1과장
2000. 6. 주중국참사관
2003. 6. 장관보좌관
2005. 6. 아시아태평양국장
2007. 1.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연구원
2008. 4. 외교안보연구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장
2009. 1. 주일본공사
2010. 8. 대통령실 외교비서관
2012. 1. 기획조정실장
2012. 8. 주필리핀대사
2015. 5. 인천시 국제관계대사
2016. 4. 주베트남대사
2018. 4.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