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젊은 여성부터 재래시장 한켠에서 동남아 음식을 판매하는 가족, 렌터카 업체에서 정비기사로 일하는 젊은 남성과 바닷가 횟집에서 근무하는 중년 여성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했습니다. 외부 세계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관광섬 곳곳에 자리잡은 동남아인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새삼 다문화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일찌감치 다문화 시대를 선언한 아세안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바람도 커졌습니다. 동티모르를 제외한 동남아 10개 나라로 구성된 지역협력체인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은 몇 가지 특성을 공유합니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벼농사 중심의 농경 문화와 유럽 열강에 의한 식민 지배 경험, 권위주의 정부 주도의 성장 모델 도입 등을 아세안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아세안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다양성입니다. 다양성에 기반한 다문화(한 국가나 한 사회 내에 다른 계급, 민족, 인종 등 여러 집단의 문화가 공존하는 현상) 야말로 아세안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예를 들어, 동남아
최근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인도네시아의 한 대기업과 자주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가축사료 시장 점유율 70%가량을 차지하며 2019년에 39억 달러(약 4조3000억 원) 매출을 기록한 화인(華仁) 재벌 중 한 곳입니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5개 나라에 4만여 명 임직원이 근무하는 이 기업은 현재 전세계 스타트업계를 대상으로 경진 대회를 진행하는 중입니다. 농식품 테크 분야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협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입니다. 동물 백신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한 스타트업과 머리를 맞대고 대회 참가를 준비하면서 거대 기업의 달라진 모습에 유독 눈길이 쏠렸습니다. 싱가포르의 창업 전문 엑셀러레이터와 손잡고 설립 50년 만에 처음 유력 스타트업을 선발해 투자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도입할 만큼 달라지는 인도네시아 대기업들의 현주소를 목격한 까닭입니다. 1년 넘게 지구촌 곳곳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신음하기는 동남아시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GDP(국내총생산) 기준 동남아 경제의 약 4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도네시
최근 한류스타 송중기씨 주연의 케이블 채널 드라마 ‘빈센조(Vincenzo)’를 즐겨 보고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로 소개된 빈센조의 제작지원사 목록 중 낯익은 외국 브랜드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바로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커피사탕 브랜드 코피코(Kopiko)가 그 주인공입니다. 인도네시아 식음료 대기업 마요라(Mayora)사의 주력 제품인 코피코는 1982년 처음 출시된 이래 전세계 80여개 나라에서 판매돼 왔습니다. 2016년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후 인도네시아 젊은 세대 사이에서 주가를 높여온 송중기씨 및 동료 배우들과 나란히 코피코 사탕이 간접광고(PPL)로 등장하는 장면이 곧 전파를 탈 것으로 짐작됩니다. 개인적 취향이 담긴 신작 얘기를 꺼낸 것은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드라마 한류 얘기를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사이코지만 괜찮아’, ‘더 킹: 영원의 군주’, ‘우리, 사랑했을까’ 등 K-드라마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대다수 아세안 국가들에서 큰 인기를 끌
전세계 대부분 지역과 마찬가지로 2021년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2월 말 기준 각각 누적 확진자 수 133만 명, 57만 명을 돌파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지에서도 감염 사례가 연일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나마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속속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열에 합류하는 사실이 위안거리입니다. 이렇듯 일상으로 복귀가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이는 아세안을 강타한 소식이 2월의 첫날 들려왔습니다. 바로 미얀마에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주도로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 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이후 군부 독재 체제로 회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미얀마 곳곳에서 펼쳐졌고, 이를 군경이 강경 진압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했다는 안타까운 외신이 보도됐습니다. 미국과 EU(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가 군부를 겨냥한 비난과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민주화를 외치는 미얀마 국민들의 목소리 또한 수
2021년 새해가 문을 연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소띠해 신축년(辛丑年)을 맞이할 때의 간절한 소망과는 달리 전세계 대부분 지역은 여전히 누적 확진자 수 1억 명을 넘어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여파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세계적 대유행의 위세가 다소 주춤한 싱가포르, 베트남 등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이 연일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각각 동남아 인구와 GDP(국내총생산)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의 상황이 심각해 보입니다. 주요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는 1월 30일까지 총 105만1795명의 확진자와 2만9518명의 사망자가 공식 집계됐습니다. 이는 확진자 숫자 기준 세계에서 19번째로 큰 규모로 동남아 11개 나라들 중 유일하게 감염 사례가 10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실제 1월에 접어들어 하루 평균 1만 건 이상의 신규 감염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우려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을 시작으로 1월 중순부터 코로나19 백신의 순차 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당분간 마음을 놓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이렇듯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인도네시아
9월 초 동남아시아 소식을 주로 전하는 외신에서 흥미로운 기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랩(Grab)과 고젝(Go-Jek)의 합병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로 풀이되는 뉴스들이 잇따라 보도된 것입니다. 외신들은 동남아의 ‘유이(有二)’한 ‘데카콘(Decacorn,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 8740억 원)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현지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그랩과 고젝이 합쳐지는 시나리오를 소개했습니다. 사실 두 모빌리티 데카콘의 합병 가능성은 그동안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고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독점 문제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은데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합병 논의에 다시금 불이 붙었고, 이는 동남아 스타트업계 전반이 구조조정 및 사업 축소 등에 내몰리는 위기 상황에서도 그랩과 고젝의 존재감이 여전함을 증명했습니다. 동남아로 여행을 떠나거나 출장길에 오른다면 한 번쯤은 그랩과 고젝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랩 또는 고젝의 헬멧을 쓰고 손님을 태우거나 주문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기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하반기 인도네시아 사회에는 어수선함이 가득합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가적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국, 베트남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는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이웃들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에는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며 우려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8월 30일 기준 인도네시아에는 총 17만 2053명의 확진자와 7343명의 사망자가 보고됐습니다. 확진자의 약 41%가 자카르타주와 자바섬 동부에 집중된 가운데, 신규 확진자 숫자와 사망자 숫자를 설명하는 그래프가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7월 하순 이후 매일 2000명 내외의 확진자가 발생해 오다가 8월 29일 일일 확진자 수 3308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일일 사망자 수 또한 7월 22일 139명으로 최고치를 나타난 이래 매일같이 50~100명의 새로운 사망자가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는 필리핀과 더불어
최초 확진 환자 발생 이후 두 달 넘게 지속된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3월 중순부터 완치자 수가 신규 확진자 수를 역전한 흐름이 보름 이상 계속되면서 희망을 키웠지만, 며칠 간 두 자리대로 떨어진 하루 확진자 수가 다시 100명을 돌파하는 등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른 분위기입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 대부분 지역의 사정은 더욱 긴박합니다. 특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이란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미국 등은 사실상 정상적인 국가 기능이 마비됐을 정도입니다.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가 심각성을 더하기는 인도네시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2월말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청정 국가’ 자부심을 드러냈지만, 3월 2일 첫 확진자가 확인된 이래 감염 사례가 급증해 왔기 때문입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3월 30일 기준 인도네시아에는 총 1414명의 확진자와 122명의 사망자가 보고됐습니다. 대통령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거듭 당부할 만큼 위기감이 커지며 밀집 예배와 대규모 인구 이동이 수반되는 4월 하순 라마단(Ramadan) 금식기간 및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