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베트남 작가 스엉응웻밍 단편소설 '단풍잎'
단풍잎(LÁ PHONG ĐỎ NĂM THÙY) 오엽 단풍잎. 미엔은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이 붉은색을 어디선가 보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B52 폭격 후에 남겨진 선홍색 바나나꽃이었던가? 여름에 하얀 모래 위로 달려들던 검붉은 구름이었나? 전쟁이 끝나던 날 빛나던 붉은 깃발이었나?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단풍이 행복이었는지, 상실의 아픔이었는지도 생각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혔다. 갑자기 센 강 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미엔이 느끼는 무거운 걱정의 흐름을 가로막았다. 그 선홍색에 관한 생각이 순식간에 흘러갔고, 몸소 체험했던 그 어떤 전쟁의 모습을, 오랫동안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아마도 미엔은 호앙과 따뜻하고 고요한 파리의 오후에 평화롭게 걷고 있어서 그 기억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단풍잎이 떨어졌다. 바람이 단풍잎을 한곳으로 모았다. 미엔은 신발을 벗어 손에 들고, 샹 드 마르스 공원에 맨발을 디뎠다. 가끔 바람이 모아놓은 단풍 더미를 밟았다. 두 발이 시원했다. 가슴이 시원했다. 아주 편안했다. 전쟁도 없다. 부딪힐 일도 없다. 속일 일도 없다. 입고 먹는 것을 걱정할 일도 없다. 오직 지구 반대편 조
- 정리=박명기 기자
- 2024-04-01 0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