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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에게 장학금을? 인도네시아 대학 찬반 논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립대학의 마케팅 수단, 재정 지원이 절실한 학생들은 기회 박탈

 

인도네시아의 일부 사립 대학들이 인플루언서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교육관계자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4일 인도네시아의 사립 대학들이 마케팅 목적으로 팔로워 수에 따라 장학금을 주고 있다며 정작 재정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지급하던 종전의 장학금 취지가 흔들리자 교육관계자들이 좌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의 일부 사립대학들은 수년 전부터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와 같은 인기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대학이 제시하는 팔로워 수 기준과 학업 요건에 충족하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수라바야에 있는 시푸트라 대학교(Universitas Ciputra)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만2000명 이상, 틱톡 팔로워가 1만5000명 이상인 학생들은 연간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무함마디야 말랑(Muhammadiyah Malang) 대학교는 유투브 구독자 5000명 이상 또는 인스타 팔로워가 1만명 이상인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해당 대학 관계자들은 “인플루언서 장학금”이 인도네시아인들의 소셜 미디어 집착 성향을 반영한 대학의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라고 말했다.

 

앙가 프라와디카 아지 에어랑가 대학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인도네시아인들은 소셜 미디어와 셀러브리티 문화에 강한 매혹을 갖고 있다”며 “어린 아이들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면, 그들은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장학금’은 학생들과 교육자들 사이에서 혼합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일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 제도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정작 재정 지원이 필요한 학문적으로 자격 있는 학생들에게서 장학금을 빼앗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성을 밝히기를 꺼리는 고등학생 데비나(19)는 푸르와카르타 공립 대학에서 대학 진학 성적 장학금을 받았을 때 매우 기뻤다. 네 자녀 중 첫째인 그녀는 대학에서 받은 장학금으로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제공되는 장학금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장학금을 놓고 경쟁했습니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이미 광고와 브랜드 거래를 통해 돈을 벌고 있어요. 그들이 정말 장학금이 필요한가요?”

 

소셜 미디어에서는 인플루언서 장학금이 대학이 정작 홍보해야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사용자는 레딧(Reddit)에 "이것은 대학이 실제로 유능한 학생들이 아니라 명성과 돈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에 뻔뻔하게 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립 대학이 신입생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많은 학생들은 사립대학보다는 더 명망 있고 저렴한 공립 대학에 다니기를 원한다. 앙가는 인플루언서 장학금은 사립 학교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무료 마케팅’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소셜 미디어 팔로워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공유하고 팔로워들에게 자기 학교에 다니도록 권장할 수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보완책으로 “재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중에서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인플루언서 활동을 ‘부업’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학업 목표를 달성하게 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하지만 팔로워가 많은 학생일수록 인기가 많고 마케팅 효과가 클 수밖에 없는 한계와 인플루언서 장학금 자체가 장학금 근본 취지에 벗어났다는  부정적인 견해 사이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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