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사들이 인공지능(AI) 학습에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 콘텐츠가 무단 사용되는 것에 법정 다툼을 불사하는 중이다.
지난 10월 21일 글로벌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 산하 다우존스(Dow Jones)와 뉴욕포스트(NYP)가 AI검색 스타트업 퍼블렉시티AI(Perplexity AI)를 저작권 및 상표권 침해로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제소했다.
다우존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모회사다.
뉴스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은 저작권을 보유한 퍼블리셔의 저작물을 대량으로 불법복제하고 해당 저작권으로부터 고객의 중요한 수익을 뺴앗아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퍼블렉시티의 AI기반 검색 서비스가 자사의 기사와 분석 및 사설과 기고문 등을 ‘콘텐츠 도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서한을 보내 콘텐츠 계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퍼블렉시티AI가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퍼블렉시티의 AI ‘답변 엔진’은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내부 데이터베이스(DB)에 대규모로 복사해 입력하고, 사용자 질문에 대한 답변 생성에 활용한다.
AI 모델 기반으로 웹스크레이핑 결과를 학습해 답하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해당 온라인 기사들에 대한 접근을 건너뛰도록 한다는 점이 기존 구글 검색엔진과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포브스나 와이어드 등 여러 언론사들도 퍼블렉시티AI의 유료콘텐츠 우회접근 문제와 콘텐츠 베끼기를 비판해오면서 오픈AI의 저작권 침해에 소송을 벌이는 중인 뉴욕타임즈(NYT) 또한 퍼블렉시티AI를 상대로 콘텐츠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뉴스코프는 콘텐츠 도용 뿐 아니라 잘못된 정보를 답변함으로써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포스트(NYP)의 브랜드 가치까지 훼손된다고 주장하면서 저작권 침해 건수당 15만 달러(원화 약 2억 원)을 배상하고 무단 수집한 자료를 DB에서 삭제할 것을 퍼블렉시티AI)에 요구했다.
지난 2023년 연말 뉴욕타임즈는 오픈AI를 고소하면서 언론사들은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업들을 상대로한 소송전이 잇따르고 있다.
시카고트리뷴을 비롯한 8개 신문사들은 지난 4월부터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며, 6월에는 미국 탐사보도 전문 비영리단체 탐사보도센터(CIR) 또한 유사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는 콘텐츠 이용 제휴를 맺으면서 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에 뉴스코프와도 다년간의 수익공유 계약을 맺었고 퍼블렉시티AI는 ‘타임’과 ‘포천’과도 제휴를 맺기도 했다.
뉴스코프 로버트 톰슨(Robert Tomson)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AI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결성과 창의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오픈AI와 같은 원칙적인 기업에 박수를 보낸다.”며 “퍼플렉시티AI는 지적 재산을 남용하는 유일한 AI회사가 아니며, 우리가 강력하고 엄격하게 추적할 유일한AI 회사도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생성형 인공지능(AI) 학습에 대한 문제는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신문협회는 생성형AI 학습에 뉴스 기사가 활용되는 것에 네이버 등의 기존 콘텐츠 제휴 범위를 넘어선다는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네이버 뉴스서비스총괄 김수향 전무는 해당 문제에 대한 질문에 “보상 문제는 해외에서도 아직 정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언론계와 함께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국내 실정에 맞는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 최경진 학회장(가천대 법학 교수)은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는 글로벌과 보조를 맞춰야 하겠지만, AI업계와 언론계 모두 미국 등과 환경이나 상황이 같다고 볼 수 없고 법제도 또한 다른 측면이 있다.”면서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선 AI산업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콘텐츠 생산자에 적정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도록 우리 실정에 맞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 서로 터놓고 대화하며 조율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