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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무료 버스가 도시를 살린다”… 서선란 의원 자유발언서 제안

 

올해 순천만국가정원을 찾는 방문객은 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순천은 아직도 “차 없이 돌아보기 어려운 도시”라는 인식이 강하다. 서선란 의원은 25일 순천시의회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순천이 선언한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도보) 도시가 실제로 시민과 관광객이 걷고 머무를 수 있는 도시로 되려면, 결국 이동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자보 도시가 완성되기 위해선 순천에서는 차 없이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실제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천을 찾는 방문객 수는 늘었지만 머무는 시간은 늘지 않고, 소비는 특정 구역에 한정됐다. 중앙동과 매곡동 같은 원도심 상권은 여전히 침체의 골짜기에 남아 있다. 도시의 흥행과 상권의 회복이 따로 노는 아이러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 안에서의 ‘이동’이라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서 의원의 진단이다.

 

서선란 의원이 제안한 정책은 단순하면서도 파격적이다. 순천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공영자전거 역시 자유롭게 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버스와 자전거가 연결되어 도시 안을 자연스럽게 순환하도록 만들고, 자동차 중심의 이동 패턴을 바꾸겠다는 시도다. 국가정원 방문객의 10분의 1인 50만 명을 기준으로 약 55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 의원은 이를 비용이 아니라 도시 경쟁력에 대한 투자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 혜택을 받은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순천의 홍보대사가 된다”는 그의 말은 세계 여러 도시가 보여준 사례로 뒷받침된다.

 

실제로 대중교통 무료화 또는 저가화는 여러 도시에서 관광 패턴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온 정책으로 평가된다. 독일이 2022년 시행한 ‘9유로 티켓’은 전국의 지역철도와 버스를 한 달간 9유로에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한 전례 없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교통 혼잡은 줄고, 지역 이동은 폭발적으로 늘었으며, 단기 관광 수요까지 함께 증가했다. 이동비를 낮추는 것이 여행과 소비를 동시에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국가 단위에서 증명한 셈이다.

 

유럽의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는 더 과감했다. 세계 최초로 전국 대중교통을 무료화한 이후, 외부 관광객의 이동 방식과 도심 체류시간이 변화했고, 결과적으로 소도시의 상권이 활기를 되찾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교통비 지출이 사라진 여행은 ‘차 없이 다니는 여행’을 기꺼이 선택하게 만들었고, 도시의 이미지도 함께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통 정책이 관광을 뒤흔든 사례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경북 청송군은 2023년부터 지역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시내버스를 무료로 개방했다. 시행 2년 만에 버스 이용객은 25% 이상 증가했으며, 상권 활성화와 유동 인구 증대 효과는 투입 예산의 10배가 넘는 경제적 파급을 만들었다. 전남 강진군은 ‘누구라도 반값 여행’이라는 과감한 정책으로 체류 소비를 끌어올리며 전국적 주목을 받는 관광지로 도약했다. 혜택을 직접 제공하는 정책이 도시 전체의 인지도를 바꾸는 데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서선란 의원의 제안도 같은 맥락 위에서 출발한다. 차량 진입이 줄어들면 주차난이 완화되고, 버스와 자전거가 활성화되면 원도심 접근성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오래된 상권에 새로운 발걸음을 불러들이는 가장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순천은 지형적으로 평탄해 버스와 자전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관광 동선을 만들 수 있는 도시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도시가 만들어놓은 자연친화적 이미지와 보행 중심의 브랜드 전략도 이동 정책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예산은 논쟁의 핵심이 아니다. 핵심은 ‘누가 혜택을 받고, 그 혜택이 도시 전체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순천이 정원박람회의 도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차 없이도 여행하는 도시’가 되려면, 관광객이 경험하는 첫 순간부터 이동의 장벽을 낮추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중심에 자리한다. 서 의원은 자유발언을 마치며 “이 변화가 침체된 원도심을 살리고, 생태문명도시 순천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순천다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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