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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도 재현된 ‘조별과제의 비극’, 전자화폐 K-CASH도 서비스 중단

12월 전자화페 K-CASH 서비스 종료
2018년 선보인 뱅크사인 운영 금융결제원으로 넘어가

은행들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공동 전자금융 서비스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지난 1998년 은행 공동으로 선보였던 전자화폐(K-CASH) 서비스가 오는 12월 15일 중단된다.

 

앞서 10월 30일에는 은행 공동 뱅크월렛(Bank Wallet) 서비스가 종료됐다.

 

블록체인 기반의 은행 공동인증 서비스 뱅크사인(Bank Sign)은 부진한 성과를 사유로 은행에서 금융결제원(이하 ‘금결원’)으로 운영권이 이관됐다.

 

이에 공동 전자인증서 개발, 공동 데이터 플랫폼 운영 등 현재 은행권에서 추진 중인 공동 서비스 전반에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야말로 ‘조별과제의 비극’이 재현된 셈이다.

 

지난 11월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이 전자화폐(K-CASH) 서비스를 오는 12월 15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KB국민은행은 “서비스 종료 시 전자화폐(K-CASH) 충전금 잔액은 고객의 연결계좌로 자동환불 처리될 예정이니, 연결계좌의 사용 여부를 미리 확인해 주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전자화폐(K-CASH)는 1998년 시중은행들과 한국은행, 금융결제원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서비스다.

 

전자화폐(K-CASH)는 실명 계좌로부터 충전을 해서 온라인,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결제수단이다.

 

출시 당시 전자화폐(K-CASH)는 은행권이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됐으며, 2007년에는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해 전자화폐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앞서 10월 30일에는 은행권 공동 서비스였던 뱅크월렛이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3월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금융결제원과 스마트폰 지갑 서비스 뱅크월렛을 선보였다.

 

뱅크월렛은 간편송금과 결제 기능 등을 제공하면서 출시 당시에는 은행권 공동 서비스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각종 월렛, 페이, 간편송금 서비스가 나오면서 경쟁에서 밀리더니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공동 서비스가 주목받았고 실제로 개발, 출시가 된 여러 건의 사례가 있다.

 

공동으로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중복 투자비를 절감하고 개별 은행이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보다 넓은 범위에서 고객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고, 금융권의 핵심인 은행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성공이 보장된 서비스로 인식됐다.

 

전자화폐(K-CASH), 뱅크월렛 이외에도 다양한 은행권 공동 서비스가 제공되거나 개발되고 있다.

 

2018년 8월 27일 은행권은 블록체인 기반의 은행 공동인증서비스 뱅크사인을 선보였다.

 

당시 은행들은 뱅크사인이 공개키(PKI) 기반의 인증기술, 블렉체인 기술, 스마트폰 기술 등을 융합해 안전한 전자금융거래를 보장하는 인증서비스라고 소개했다.

 

뱅크사인은 ▲KDB산업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SH수협은행 ▲DGB대구은행 ▲BNK부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BNK경남은행 ▲케이뱅크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뱅크사인은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가입자는 약 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의 기대에 비해서는 미흡한 성적이었다.

 

결국 지난 10월 29일 금결원은 은행연합회로부터 뱅크사인 업무를 이관받아 2021년 1월부터 뱅크사인 업무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금결원이 뱅크사인 서비스와 운영을 개선할 것으로 알려져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별개로 지난 10월에는 주요 은행들을 보유한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NH농협금융그룹이 공동 전자인증서을 개발한다는 보도가 언론을 통해 나왔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오찬 자리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제안을 했고 이에 따라 실무선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 있지만, 상술한 사례처럼 공동 서비스라고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의견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이밖에도 11월 10일 금융결제원은 국내 전 은행과 금융결제 데이터의 융복합 활용을 위한 금융권 공동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공동 데이터 플랫폼은 금융공동망 운영기관인 금융결제원이 보유한 대량의 금융결제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개방・결합하는 공유인프라다.

 

금융결제원은 2021년 7월까지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완료하고 금융결제 빅데이터 개방과 원격 분석 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공동 서비스가 성과를 보이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동 서비스라는 특징으로 경쟁이 사라진 점을 지적한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자신들이 선보인 앱이나 서비스의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공동 서비스에서는 그런 적극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형 은행들이 함께 추진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안일한 인식도 문제로 꼽힌다.

 

공동 서비스가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의 서비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며, 실패 사례지만 전자화폐(K-CASH)와 뱅크월렛의 케이스 스터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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