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미 정상회담, 캄보디아 역할 논란
캄보디아 친 정부 매체, 인도네시아 책임론 거론
[편집자 주] 3월 말에 열릴 예정이던 “아세안-US” 정상회담이 잠정 연기되었다. 미얀마 군부 대표의 참석 논란으로 일부 아세안 국가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2022년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가 회담 연기의 주역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다. 이에 캄보디아 정부가 침묵하는 가운데, 친 여당 매체인 <크메르 타임즈 Khmer Times>가 3월 14일자 사설에서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아세안ASEAN의 작동 원리에 대해서 오해가 깊다는 얘기다. 나아가 회담 연기는 캄보디아 탓이 아닌 인도네시아가 일정 조율을 맡았다고 책임을 미루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서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 크메르 타임즈 3월 14일 사설
“일부 외신과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아세안-미국 정상회담 연기를 캄보디아 탓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오해에 가깝다. 외교정책과 아세안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끊임없는 편견일 뿐이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세상이 미국을 위시한 자유세계와 불량국가로만 구성된 채 분열된 세계관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런 이원적 세계관을 가진 전문가들이 실제 업무 경험도 없이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무의식적으로 글을 써대는 것은 문제가 크다.
그들의 주장으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은 아세안과 캄보디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그들은 ASEAN의 업무 절차를 모르기 때문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아세안의 대화 상대국에게 아세안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협상하는 역할은 국가 레벨의 코디네이터(조정자)이다. 아세안과 미국과의 관계의 경우 현재 코디네이터는 인도네시아가 도맡고 있다. 즉, 아세안을 대표해 아세안-US 정상회담의 일정과 실무를 확정하는 책임은 인도네시아가 맡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아세안의 동의를 바탕으로 아세안을 대표한 미국과의 연락은 인도네시아이다.
만일 소위 분석가나 논평가라고 불리는 이들이 이 기본적인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세안-US 정상회담의 날짜와 내용은 현재 협의 중이고 캄보디아는 이 중요한 정상회담을 조속히 성사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훈센 총리는 이미 3월 하순에 이번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서 국내 일정까지 재조정한 상태였다. 현재 상태로는, 제안된 날짜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부 아세안 지도자들이 있다는 것이며, 훈센 총리는 그들 중 하나가 아닐 것이다.
”캄보디아가 연기 요청 안했다“
캄보디아는 2022년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중국과의 친밀한 관계를 위해 아세안-미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있다는 암시는 잘못된 것이고 무책임하며 심지어 비열하다. 이는 캄보디아에 대한 맹목적인 편견이 계속되는 것에 불과하다.
미국이 쌍방적으로 캄보디아를 적으로 취급했다고 해서 그동안 캄보디아가 아세안-US 관계를 가로막거나 교란하는 일은 단 한 건도 없었다. ASEAN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역시도, 특정 국가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한다 해서 그 때문에 누군가가 희생하거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제로섬이나 마이너스섬 사고방식은 아세안 방식에서 사라져야 한다.
일부 가짜 전문가들은 아세안-미 정상회담의 실현 실패가 아세안의 신뢰도 부족 때문이라는 의견까지 내놓았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미국 하원의원들이 아예 아세안-미 정상회담을 하지 말자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이것은 아세안에게 매우 불공평합니다. 이 미국 하원의원들은 아마 아세안이 무엇인지, 아세안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모를 것이다. 그들은 아세안을 패권 경쟁과 초강대국 경쟁의 유용한 도구로 취급하고 있다.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요.
”미국이 아세안 무시해“
아세안은 6억 명의 거대한 인구와 자랑스러운 역사, 문화, 문명을 가진 국가 공동체이며, 현재 아세안은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 중 하나가 되었다. 아세안은 미국의 이류 파트너도 아니고, 불필요한 경우 일회성으로 처리하는 편리한 서비스맨도 아니다. 아세안은 전세계 모든 파트너로부터 정당한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는 동등한 파트너이며, 그들의 편협한 국익과 이질적인 세계관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아세안에겐 미국이 필요하고, 미국 역시도 아세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시아 회구 전략(pivot to Asia)에서부터 인도-태평양 전략까지, 미국은 이 지역에서 세력 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아세안을 필요로 한다. 아세안 역시 항구적 평화와 안정, 번영에 이로운 역내 안보균형의 균형을 위해 미국이 필요하다.
미국은 아세안에게 예의바른 다른 파트너들을 절대 비난해선 안된다. 파트너십은 상호 존중, 상호 이해 및 상호 이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를 가진 외교 전문가들과 미국 의원들이 아세안을 다시 배우야 할 때다. 그들의 이원적 세계관은 아세안과 미국의 우호와 협력뿐만 아니라 양국 모두의 이익에도 해롭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