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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아시아 안보회의 폐막,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전략과 협력의 지평

미중 견해차 확인, 매년 같은 의제와 결과도 비슷하지만 지역 안보 플랫폼으로 대화와 협력을 지속해 나가길

 

제21차 안보회의가 2일 오후 폐막했다. 사흘간 이어진 회의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남중국해와 대만문제, 그리고 북한 핵개발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을 두고 양 진영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18개월만에 마주한 미중 양국 국방장관은 소통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의의 주요 초점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균형에 맞춰졌다.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미국 국방장관은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헌신과 군사 기술 발전, 지역 동맹국들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과의 긴장 관리를 위해 열린 채널을 유지하자고 주장했다.

 

한편, 동 쥔(Dong Jun) 중국 국방부장은 쿼드(QUAD) 및 오커스(AUKUS)와 같은 미국 주도의 블록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의 발언은 봉쇄 전략에 대한 중국의 불안과 지역 내 영향력을 주장하려는 결의를 반영했다.

 

개막 연설에 나선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의 어조는 강했다.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에 대해 결연한 수호 의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동맹,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의 공동 번영, 그리고 국제법 준수 등의 수사가 자주 등장했다. 중국은 발끈했다. 아세안판 나토를 결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과 함께, 남중국해 문제와 더불어 대만문제에 개입하는 세력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뭇 공격적인 화법을 사용했다. 자국의 핵심이익에 관여하지 말라는 경고성 말투였다.

 

폐막 연설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비판했다. 15~16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평화회의에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초청했으나 러시아의 하수인 역할을 맡은 중국측이 방해공작을 한다는 것이다.

 

한일간 회담에서는 초계기 갈등의 재발 방지 대책에 합의하고 향후 국방 당국간 대화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아시아안보회의는 2002년 처음 열린 후 20년이 넘었다. 매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희의가 개최돼 ‘상그릴라 대화’라고도 불린다. 줄곧 같은 곳에서 열린 탓인지 해마다 나온 의제들은 엇비슷했고 대책이나 결과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맹강화, 지역 안정, 테러리즘에 대응, 남중국해 분쟁, 대만문제, 다자간 협력 체계 구축, 국제적 규범과 협약 체계 마련 등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지역 안보에 대한 미중 간의 상반된 견해차이다. 미국은 강력한 동맹으로 뒷받침된 규칙 기반 질서를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이러한 동맹을 자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봉쇄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 근본적인 의견 차이는 지역의 결속과 안정에 지속적인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어쩌면 이미 풀 수 없이 얽혀버린 실타래가 된 것일 수도 있다.

 

미중간 대립이 지속되는 한 갈등과 안보 위협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위험이 물리적 충돌이나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 대화와 협력이 없다면 오해와 왜곡은 더 쌓이게 된다. 모두가 합의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아시아 안보회의지만 지역 안보의 중요한 플랫폼이자 분쟁의 완충제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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