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이키루 '산다는 것'은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원작이다. 1952년에 각색, 제작된 이 영화는 산더미 같은 서류더미에 파묻혀 있는 주인공 와다나베씨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이 때 전지적 시점의 내레이션은 “그는 살아있지만 죽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라고 조롱한다. 시청의 민원을 담당하는 시민과 과장인 초로의 와다나베씨는 비록 복지부동하였지만 30년 근속이란 대기록을 눈 앞에 두고 위암말기란 청천에 벽력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어두침침하고 냉기만 도는 집으로 돌아간 그는 퇴근 전인 아들내외의 방에서 작은 전등 불 하나 밝히지 않은 채, 오랜 세월동안 아무도 돌보지 않은 무덤 앞의 초라한 비석 마냥 쪼그려 앉아 아들을 기다린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내외는 와다나베씨가 자신들의 방에 있단 사실을 모른 채, 와다나베씨가 모아놓은 돈과 곧 다가오는 은퇴 후 받을 연금을 사용해서 단 둘만의 새집으로 이사 갈 궁리를 한다. 더 나아가 와다나베씨를 늙은 구두쇠라며 경멸하다가 전등불을 켜고 나서야 당혹해한다. 허나 그것도 잠시, 자신들의 사생활이 침해 받았다며 오히려 와다나베씨를 타박한다. 창창했던 젊은 시절에 아내와 사별 후,
1969년 10월 하순, 영국의 배우 겸 가수인 줄리 앤드루스가 주연을 맡은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이 퇴계로에 있는 대한극장에서 개봉됐다. 영화도 문학과 마찬가지로 사상과 감정을 상상의 힘으로 표현하는 매체라고 여겼던 어머니는 누나와 형들과 나를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한극장으로 데리고 갔다. 요즘의 멀티플렉스 극장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초대형 스크린을 가리고 있던 붉은 융단 커튼이 스르르르 열리면서 암흑의 공간은 빛으로 채워졌고 미세한 진동이 나의 마음 속에서 꿈틀거렸던 기억이 난다. 5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떨림으로 남아 있는 이 진동이야말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참된 맛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영화가 시작되면 창공에 떠있는 구름들이 서서히 흩어지면서 흰 눈을 덮고 있는 장대한 알프스 산맥이 동공을 가득 채우며 사방에 펼쳐지고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신의 시선처럼 구름보다 더 높은 곳에 있던 카메라가 서서히 하강하면서 하늘보다 더 파란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과 가까워지면, 바람소리는 사라지고 산새들의 평화로운 합창과 엄마의 숨소리 같은 아늑한 음악의 선율이 귀를 통해 작은 마음을 채워주기 시작했고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5월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4년 5개월 만이다. 26일에는 한중회담과 한일회담을 한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7일에 열린다. 이번 정상회의는 “세 나라가 3국 협력체제를 완전히 복원하고 정상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말했다. “3국 국민들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차장의 발언이 언감생심일지언정 생각치 못했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만으로도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다. 두 팔을 벌려 환영하겠지만 구조적 한계는 엄연히 존재한다.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참석한다. 리창 총리는 중국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는 시진핑 주석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3국 회의가 갖는 첫번째 구조적 한계다. 한중일 3국은 경제, 안보, 첨단기술 등 제반 분야에서 복잡하고 중요한 현안을 공유한다. 서로에게 상호 의존적일 수 밖에 없는 지리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3국간에는 무역 불균형과 보호주의 정책, 기술이전 문제 등 다양한 갈등 요소가 존재한다. 그 이전에 역사적 갈등이나 영토 분쟁,
Heejong Kim is a renowned culinary researcher and author specializing in naturalistic cuisine. She focuses on plain cuisine, preserving the original properties of the ingredients as much as possible. She is passionate about hot pot rice, a traditional Korean cooking method. She published <Everyone's Hot Pot Rice> after frequently preparing and enjoying these dishes. Subsequently, she released two additional cookbooks featuring seasonal ingredients. Her expertise and passion for Korean cuisine shine through her recipes, offering a delightful culinary journey that celebrates seasonal flavo
김희종은 자연주의 요리 전문가이자 저자다. 제철 식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담백한 요리를 추구한다. 솥밥을 좋아해 자주 만들어 먹고, 이를 모아 요리책 <모두의 솥밥>을 출간했다. 자연주의 요리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레시피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음식에 계절을 담아내는 김희종과 함께 즐거운 요리 여행을 떠나보자. [편집자 주] 자연주의 요리 김희종입니다. 솥밥은 만드는 법이 간단하고 재료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살려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지 재료의 조합과 그에 어울리는 양념장을 만드는 일이 고민이 되지만, 저와 함께 배워 나가면 생각보다 쉽게 최적점을 찾고 솥밥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솥은 주로 무쇠솥을 사용하는데 도자기, 스테인레스, 유기솥 모두 상관없습니다. 밥 짓는 과정은 강불, 약불, 뜸들이기 순서로 합니다. 솥의 크기는 1-2인 가구라도 3-4인용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재료를 많이 올리면 밥물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재료를 풍성하게 올려 솥밥을 하고 싶다면 솥도 더 큰 걸로 바꾸면 됩니다. 6월에 제일 맛있는 식재료 중 토마토와 초당옥수수 두가지를 이용한 솥밥을 소개할께요. 토마토는 일년 중 5-6월이 가장 맛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는 12세기 초에 세워진 세계 최대의 석조사원이다. 30여 년간 매일 2만 5000명의 인원이 동원되어 지어졌다. 앙코르 와트는 400여 년 동안 밀림 속에 방치되었다 1860년 우연히 발견된 세계 7대불가사의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벗어나자 앙코르 와트에도 예전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붐비는 ‘관광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지난해는 전년 비해 약 50여만명이 늘어났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조성진 기자와 함께 '왕국의 사원' 앙코르 와트 ‘시간여행’을 떠난다. 풍경에 새로운 숨길을 불어넣는 그의 '역사인문기행'에 동참해보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 봉헌식, 신을 만나러 가는 길 행렬을 멈춘 왕은 코끼리 가마에서 내려 마중나와 있던 대사제와 신하, 그리고 건축 총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진입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거대한 인공호수에 떠 있는 사원 입구가 눈앞에 펼쳐졌다. 사원을 착공한 지 이십 년. 이제 공사 마무리 단계다. 살아있는 왕일 때, 비슈누신에게 바치는 봉헌식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신하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공물을 바쳐야 했던 지방 호족들은 또 어땠는가. 강력한 왕권이 없었다면 시작도 못했다. 영원히 남을 하나의 사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는 12세기 초에 세워진 세계 최대의 석조사원이다. 30여 년간 매일 2만 5000명의 인원이 동원되어 지어졌다. 앙코르 와트는 400여 년 동안 밀림 속에 방치되었다 1860년 우연히 발견된 세계 7대불가사의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벗어나자 앙코르 와트에도 예전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붐비는 ‘관광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지난해는 전년 비해 약 50여만명이 늘어났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조성진 기자와 함께 '왕국의 사원' 앙코르 와트 ‘시간여행’을 떠난다. 풍경에 새로운 숨길을 불어넣는 그의 '역사인문기행'에 동참해보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 붉은 색과 돋을새김으로 생동감 넘치는 크메르 예술의 보석 “황톳길에 선연한 / 핏자욱 핏자욱 따라 / 나는 간다 애비야 / 네가 죽었고 / 지금은 검은 해만 타는 곳 /” (김지하 ‘황톳길’) 10년 전 5월 가족과 함께 전북 고창 고부를 시작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주요 전적지를 순례했었다. 고부군수 조병갑의 수탈로 농민 봉기의 도화선이 된 만석보에서, 농민군이 관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황토현까지 걸었다. 이젠 기억에서 거의 지워졌지만 황토밭과 황톳길의 붉은 색은 해남의 고구마밭과 무안의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는 12세기 초에 세워진 세계 최대의 석조사원이다. 30여 년간 매일 2만 5000명의 인원이 동원되어 지어졌다. 앙코르 와트는 400여 년 동안 밀림 속에 방치되었다 1860년 우연히 발견된 세계 7대불가사의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벗어나자 앙코르 와트에도 예전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붐비는 ‘관광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지난해는 전년 비해 약 50여만명이 늘어났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조성진 기자와 함께 '왕국의 사원' 앙코르 와트 ‘시간여행’을 떠난다. 풍경에 새로운 숨길을 불어넣는 그의 '역사인문기행'에 동참해보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 동 메본과 프레 룹, 하늘 궁전을 세운 앙코르 예술의 창시자 아버지 인드라바르만 1세와 아들 야소바르만 1세가 나라의 초석을 다진 지 30년이 흘러 크메르의 아홉 번째 왕 라젠드라바르만 2세(재위 944~968)는 전왕의 자리를 빼앗다시피 하여 왕위에 올랐다. 왕은 됐지만 왕위 계승의 명분이 없어, 정통성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명분을 만들려면 자신의 외삼촌인 야소바르만 1세를 내세워야 했다. 야소바르만 1세의 아들, 즉 조카가 자야바르만 4세(재위 928~942)에게 왕위를 빼앗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