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수상한 작곡가 죤 윌리암스의 메인 테마와 해초들 사이를 유유히 스쳐가는 죠스의 시선 쇼트로 시작된다. 이어 한 무리의 청춘남녀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파티를 하고 있는, 낭만과 사랑이 출렁이는 해변으로 전환된다. 술에 취한 젊은 여자가 옷을 모두 벗어 던지며 잔잔한 바닷속으로 헤엄쳐 들어간다. 하늘 저 멀리 석양이 그림처럼 지고 있고 모든 것이 순조롭다. 갑자기 그 낮고 느리고 단조로운 음조의 죠스 메인 테마가 들리기 시작하고 헤엄치던 여자는 수면 아래로 끌려들어간다. 여자의 간헐적 비명에 섞이는 메인 테마는 점점 더 빨라지고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시퍼런 바닷물에 붉은 피가 퍼지면 메인 테마도 사라지고 바다엔 적막만 흐른다. 공포영화에선 젊고 아름다운 누군가가 악당에 의해서 비참하게 살해당해야만 막이 오르는 상투적인 방법을 고수한다. 왜냐하면 그 안타까운 죽음에 분노한 관객들은 악당을 물리칠 주인공을 응원하기 시작하고 이야기에 더 깊게 몰입하기 때문이다. 이제 바다를 떠올리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흉폭한 죠스가 떠오르게 된 관객들은 바다로 들어가길 꺼리며 백사장에서만 머무는 화면 속의 피서객들을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긴장이
파스빈더가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 이 영화는 1974년 서독에서 제작되었다. 1960년대 말 시작된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 중 하나였던 파스빈더는, 이 영화를 통해서 1972년 벌어진 뮌헨학살 이후의 독일과 나치시대의 독일을 오버랩하면서 인종혐오주의를 정면으로 비난한다. 또한 파스빈더는 어쩌면 상투적일 수도 있는 멜로드라마, 즉 통속극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홀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거나 눈 앞의 상대를 침묵 속에서 응시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독특한 카메라의 시선과 움직임을 통해서, 소극장에서 연극을 볼 때 혹은 갤러리에서 사진을 바라볼 때 발생하는 감흥을 은밀하게 선사한다. 20년 전에 남편과 사별한 후 청소노동자로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엠미는 어느 날 밤, 퇴근길에 비를 피해 우연히 들린 바에서 모로코 출신의 이주 노동자인 알리를 만난다. 늙고 초라한 엠미를 놀려먹을 의도를 갖은 심술궂은 여자종업원은 알리에게 엠미와 춤을 추어보라며 부추킨다. 하지만 알리는 자신과 같이 불안에 의해서 영혼이 잠식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엠미에게서 발견한다. 그리고 둘은 다정한 기운이 흐르는 춤을 춘다. 알리는 자신을 낮에는 개처럼 다루고 밤에는 성적대상으로만 취급하는
1950년대에 접어든 할리우드는 영화의 예술성을 간과하는 대신, 돈맛을 본 거대한 자본 세력에 의해서 성냥공장이 되어간다. 같은 기능과 같은 모습의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장. 거대 자본 세력들은 티켓 파워는 있지만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스타급 배우 위주의 캐스팅과 천편일률적인 서술구조를 반복하는 장르영화들로 은막을 채우기에 바빴다. 동시에 지배계급이 원하는 전통적인 관습들과 상업적 유행들을 은근슬쩍 대중들의 무의식에 심어놓는 기능도 충실하게 수행했다. 이런 생태계에서 배우로 살아가던 존 카사베츠는 반체제적이고 전위적인 ‘그림자들’ (원제 Shadows. 1959년 제작) 로 미국영화역사상 최초의 독립영화를 만든 위대한 업적을 남긴다. 고인 물이 되어가던 생태계에 새 물결을 대준 것이다. 그리고 12년 후, 카사베츠는 1930년대의 대공황시절에 탄생했던 스크루볼 코미디의 장르적 구조를 적극적으로 차용해서 오늘 소개할 영화를 만든다. 그는 이 영화에 필름 누아르,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웨스턴, 로맨스 드라마 등 여러 장르들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비틀고 녹여서 인물들의 내면을 성공적으로 표현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 맑고 밝은 날 흐르는 경쾌한 시냇물의 리듬이고,
김민수의 도시 Rock's<4> 쇼핑몰이 없는 오차드로는 상상할 수 없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오차드로는? 오래 전 필자는 싱가포르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여기서 4년에 가까운 무척이나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약 70여개국에서 모인 학생들이 있었는데, 학업분위기는 최고였고 다만 교내밴드는 조금 엉성했다. 필자는 당시 친구들과 ‘25피터슨’이라는 이름의 서클을 만들어 활동했다. 이 이름은 당시 학교가 위치한 ’25 피터슨 거리’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이 모임은 졸업과 동시에 해체가 되었다. 이 학교는 현재는 시외곽으로 이전했지만 당시에는 싱가포르의 가장 매력적인 쇼핑거리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고, 그 점은 큰 축복이었다. 통합개발이란 무엇인가? 통합개발(Integrated Development) 혹은 복합사용개발(Mixed Used Developmnet)이란 주거단지 안에 상업적, 소매, 쇼핑, 교통과 심지어 다용도의 회의 공간까지 포함된 상업시설을 갖춘 부동산개발을 말한다. 이같은 방식의 개발을 통하여 도심은 점차 완전히 새로운 단계의 고밀도로 발전하게 된다. 통합개발은 보다 나은 근무환경을 바라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도심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정호재의 緬甸 통신] 미얀마의 한계와 무한한 가능성① 한 나라의 중장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시기에 따라 좋을 때와 나쁠 때가 교차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전망은 그런 현실에 기반해 언제나 낙관론과 비관론 그 사이를 왕복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만 돌이켜봐도 극단적인 상황을 수차례 오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12년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민주주의로의 점진적 이행에 나선 2020년의 미얀마는 어떨까? 아웅산 수치의 NLD 정권이 집권 1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의 낙관론과 비관론을 살펴보기로 하자. 1. 2013년 삼성은 왜 미얀마 투자를 주저했을까? “2013년 삼성의 미얀마 투자가 결렬됐을 때 이 나라의 방향이 좀 바뀌지 않았을까요?” 최근 미얀마에서 만난 한 한인기업인은 당시 삼성의 투자가 무산된 사건을 한국은 물론이고 미얀마에게도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손꼽았다. 익히 알려져 있듯, 당시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미얀마를 저울질하다가 결국 베트남에 제조공장을 몰아주는 선택을 했다.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고 하더라도 극히 일부라도 떠오르는 신흥시장 미얀마
新加坡 통신⑨ 싱가포르 차기 지도자 '헹 스위 킷' <2> 리콴유 비서로 정계 입문 싱가포르의 고위공무원 가운데는 군인 장교출신이 유난히 많다. 현 리셴룽 총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1965년에 말레시이아 연방에서 독립한 신생독립국인 만큼 국방력 강화가 아주 절실한 국가과제였던 영향이 크다. 그래서 1970~80년대에 아주 많은 인재들이 군대로 유입이 됐고, 이후 성공적으로 행정관료나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여타 군부정치와는 사뭇 다른 방식의 엘리트 군인의 활용인 셈이다. 1. 경찰로 커리어 시작한 '글로벌 수재' 헹 스위 킷. (그의 중국식 이름 표기는 왕서걸(王瑞杰)이다. 중국 5대 화교에 속하는 조주인인 탓에 조주어 발음표기인 Heng Swee Keat 으로 불린다. 이 발음은 '헹' 보다는 '헝'에 가깝고, '킷' 보다는 '낏'에 가깝지만, 이미 널리 헹 스위 킷으로 표기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도 그 표기법을 따른다.) 헹 스위 킷은 1984년 경찰(PAP)로 공직 커리어를 시작했다. 내부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 영국식 통치제도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자연스러운 행보이기도 하다. 여기서도 두각을 보였는지 199
지난 3월 18일 한국의 공군수송기 C-130J 두 대가 미얀마 양곤 공항에 긴급 도착한 일이 있다. 이는 바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수술용 가운 8만 벌을 급히 한국으로 전달하기 위한 운항이었다. 이 수술용 가운은 곧바로 전국 의료시설에 전달되어 의료진과 환자를 살리기 위한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되었다. 여기서 동남아시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흥미를 가질 대목은 "어째서 미얀마에서 수술용 가운을 공수해 왔을까?"하는 점일 것이다. 답은 아주 간단한데, 미얀마의 주력 산업이 바로 봉제와 섬유산업이라는 점이고,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관련 업체만 100여개가 넘고 고용한 인원도 2만 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미얀마에 위치한 한국계 공장에서 수술가운이 만들어졌고 이를 한국의 공군을 통해 긴급 수송한 것이다. 한국과 미얀마의 봉제산업의 역사는 1990년대 대우와 세계물산이 처음 진출한 이래 꾸준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물론 전세계 봉제산업이 미얀마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방글라데시-미얀마-캄보디아-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남아시아의 봉제-섬유 산업 벨트는 한국은 물론 전세계의 섬유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형편이다. 1. 봉제산업, 저개발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