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화 정치적 작위성1] 나오키 ‘천양무궁의 신칙’은 조작...천황 통치를 ‘신정' 승화 지난번 이야기에서 이른바 ‘국학’에 이어 그 사상적 기반을 종교적 옷을 입힌 ‘국가신도’, 그 모두가 천황 통치에 부조한다는 점을 짚었다. 그런데 국학의 천황 부조를 뛰어넘어 천황 통치를 ‘신정(神政)’의 위치로 승화시킨 것이 따로 있다. 일본 신화이다. 메이지 헌법은 겉으로는 입헌군주제의 옷을 입히고 있지만 천황의 ‘신성한’ 존재로 못박고 있다. 그 배후에 바로 일본 신화가 밑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유구한 문명을 품은 세계의 민족은 대체로 여러 신화를 내재한다. 그 중에 건국 신화, 종교 신화, 민중 신화가 보편적이다. 무사의 나라 일본에는 영웅 신화도 있다. 앞서 본 스사노오노미고토가 하늘나라 고천원에서 내려와 머리가 아홉 개나 달린 큰 뱀 야마타노오로치(八岐大蛇)를 베어 처녀를 구했다는 이야기라든가 전설적인 영웅 야마토다케루 이야기 등. 글쓴이가 일본 신화에 주목하는 첫째 이유는 그 정치적 작위성이 두드러진다는 데에 있다. 이 정치적 작위성은 천황을 일본의 통치자로서 정당성에 부합하도록 조작한 것이다. 그 대표적 예로서 ‘천양무궁(天壤無窮)의 신칙(神勅)’을
우리는 고분시대 4~5세기 즈음 일본 열도의 주민을 ‘일본인’이라고 불렀지만 6세기까지 ‘일본’이라는 나라 이름은 없었다. 따라서 이는 편의상 부른 이름에 지나지 않고 야마토 왕조의 국호는 ‘왜국’이었으니 ‘왜인’이라 해야 마땅하다. 이 ‘왜인’을 교체해 들어선 것이 퉁구스 계=조선계 정복민족이었다면 그 윗대 조몬 인(繩文人)·야요이 인(弥生人)은 누구인가? 조몬 시대란 기원 전 1만년에서 전 4세기 즈음까지 아득한 옛날이며, 야요이 시대란 기원 전 4세기에서 후 3세기까지 이어진 시기이다. 특히 야요이 시대는 한반도에서 논농사와 함께 금속기가 전래되었다는 점에서 일본문명의 발상 기로, 도래 문물이 상륙한 북 규슈는 야요이 문명의 발상지로 일컬어진다. 대체로 새끼줄 문양의 토기를 만들었다는 조몬 인(繩文人)은 남방계 인으로 알려진 반면 야요이 인은 볼록한 둥근 항아리를 만든 북방 계인으로 일컬어진다. 그 항아리는 1984년 도쿄대학 구내인 혼고(本鄕) 야요이 쵸-(弥生町)의 무코-카오카 패총(向ヶ岡貝塚)에서 발견되었다 해서 ‘야요이식 토기’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먼저 조몬 인에 주목해 보자. 일본의 역사민속박물관 교수 고야마 슈조(小山修三)의 저술 <조
일본 고고학이 가르는 역사구분으로 고분(古墳)시대란 기원 3세기부터 7세기 전후의 약 400년을 가리킨다. 이 시기 일본인은 저 세상으로 떠난 지배자를 기려 거대한 고분을 조영했다. 기나이(畿內) 오사카 평야에는 오-진(応神) 천황 능으로 알려진 콘다고뵤야마 고분(誉田御廟山古墳)은 분구 길이가 420m나 되고, 오-진의 네 째 황자로 임금의 자리를 이은 닌도쿠(仁德) 천황 능으로 알려진 다이센능고분(大山陵古墳)은 분구 길이 486m에 이르는 등 최대 규모의 고분이 출현한다. 지방에서도 오카야마(岡山)의 쓰쿠리야마(造山)고분은 분구 길이 360m, 츠쿠리야마(作山)고분은 분구길이가 260m에 이른다. 군마의 오-다테텐신야마(太田天神山) 고분도 분구 길이 210m에 이르는 등 거대 고분이 만들어졌다. 이런 고분이 만들어진 것은 3~4세기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거대 고분이 돌연 나타난 것일까? 특히 출토된 유품 중 대륙제의 ‘금색찬연’한 부장품이 주목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말없는 이들 거대 고분에 누운 주인공은 누구일까? 글쓴이는 이 의문에 명쾌한 해답은 준 것이 에가미 나미오(江上波夫) 교수가 주장한 기마민족설(騎馬民族說)이라고 본다. 도쿄대의 이노
“일본 깡패나 폭력배보다 조선인이 무섭다” 1921년 11월 4일 당시 일본 수상 하라 다카시(原敬, 1856~1921)가 도쿄역 남구(南口)에서 한 청년이 휘두르는 칼에 찔려 암살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범인을 포박한 형사가 대뜸 “너 쵸-센징이지”라는 말을 던졌다는 것이다. 사실 범행을 저지른 건 정치에 불만을 품은 일본인 청년이었지만 경찰은 반사적으로 범인을 조선인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건 경찰뿐만 아니었다. 당시 일본 신문은 하라 수상의 암살을 호외(戶外)로 전하면서 “하라 수상 센징(鮮人)에 찔려/도쿄역전에서 쓰러져” “돌연 군중 속에서...14~15세 조선인 풍(朝鮮人風)의 한 청년이 불쑥 나타나”[大阪朝日新聞, 1921년 11월 4일치 호외]라고 쓰고 있다. 이런 선입견에 의한 오도가 “두려운 존재로서 조선인의 이미지를 널리 번지게 한 것”(水野直樹·文京洙, 2015, 20)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앞의 이야기에서 1923년 9월 일어난 칸토 대지진 때 ‘후테이노센징’이 “우물에 독약을 풀었다” 등 터무니없는 데마로 조선인이 일본 곳곳에서 떼죽음을 당한 참극을 일깨웠지만 이런 극단적인 사건을 예외로 치더라도 ‘두려운
일본의 지명은 읽기가 어렵다. 한문으로 표기된 지명은 거의 모두 훈독(訓読)으로 읽는다. 물론 수도 도쿄(東京)나 고도(古都) 교토(京都)와 같이 음독(音読)으로 읽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예외라 할 수 있다. 일본어 훈독은 비유적으로 견주면 예컨대 慶州라고 쓰고는 이를 ‘경주’가 아니라 ‘서라벌’이라고 읽는 식이다. 외부인은 이를 알 도리가 없다. 일본 매스컴의 사건-사고 담당 종사자들도 지명사전에 의존할 정도라고 하니 그 난해한 오명은 알 만하다. 한반도를 마주하는 쓰시마를 기점으로 전개되는 북 규슈 일원에는 한반도와 인연 있는 지명이 많이 눈에 띈다. 우선 ‘쓰시마’부터 한국어에 유래하는 이름인데, ‘쓰’는 ‘두’, ‘시마’는 ‘섬’으로 두 말을 조합하면 ‘두 섬’이 된다. 예부터 남북으로 갈라진 섬의 지형을 묘사하는 표기이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섬 이키(壱岐)에는 ‘후레(触)’라는 고아자(小字: 가장 작은 단위의 마을)라는 마을이 99개나 있으니 섬 전체가 후레에 다름 아니다. 이 ‘후레’는 한국어 ‘부루·후루’가 진화해서 ‘바루·후레’로 된 것이지만 본래 서라벌’의 ‘벌’에서 온 것이다. 북 규슈는 한반도 남부와 지리적으로 일의대수(一衣帶水)의
한국어나 일본어는 이른바 교착어(膠着語)또는 부착어(附着語)라고 한다. 이는 언어의 한 유형으로 실질적 의미를 갖는 말이나 어간에 기능어나 접사를 붙여 여러 가지 문법적 범주를 나타내는 언어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하면 ‘나’라는 주격에 ‘나는’, ‘나에’, ‘나의’, ‘나를’과 같이 어미 ‘나’에 조사가 붙어 뜻을 더하거나 품사를 바꾸는 접사가 단어가 이루어지는 첨가적 성격을 띤 언어이다. 중국어와 같이 어근이 그대로 한 단위가 되는 언어를 고립어, 영어나 독일어와 같이 단어의 굴절이 내부적 변화로 표시되는 언어를 굴절어와 비교가 된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어순이 같고, 교착어라는 성격이 같은 언어다. 이런 성격은 조사가 붙는 경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일본어 は, に, の, を는 ‘는’, ‘에’, ‘의’, ‘를’에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한국어 ‘나는’과 ‘내가’와 같이 미묘한 뉘앙스를 갖는 ‘는’과 ‘가’라는 조사의 경우도 일본어 は와 が의 경우와 신기하게도 의미는 일치한다. 예컨대 “나는 학교에 간다”와 “내가 학교에 간다”를 견주어 보면, 전자 즉 ‘나는’의 경우 “너는 어디에 가는가?” 라고 물을 때 답이며, 후자 즉, ‘나=내가’의 경우 “누가 학
우리는 쓰시마-이키 라는 작은 섬에 신사로서 명성이 높은 시키나이샤(式內社)가 유난히 많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말하면 <엔기시키>(延喜式) 신명장에는 쓰시마에 29사, 이키에 24사의 시키나이샤가 기록되어 있다. 이전 이야기에서 보듯이 전체 2861사의 시키나이샤가 모신 제신은 3132좌에 이른다. 이 신들은 ‘메이진’(名神, 또는 明神, 이후 ‘명신’)으로 불리며, 이 신들을 모신 신사는 ‘명신대사(名神大社)’가 된다. 명신이란 영험을 나타낸 신의 뜻으로 조야의 숭경을 받는 신을 말한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명신은 쓰시마를 통해 한반도에서 건너간 신[海神(와다츠미 신)]들의 웃어른 격이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쓰시마의 명신대사에 얽힌 줄거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명신대사는 신사의 품격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하나? ■ 일본은 신의 나라…팔백만 신과 함께 산다 일본은 신의 나라라고 할만하다. 열도 곳곳에 가지가지 신들이 묵고 있는 신의 나라이다. 이 신들은 열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신사는 물론이고, 산의 숲[모리(森])이나 바위 또는 나무에 깃들이기도, 사람들에 지피기도 한다. 이렇게 곳곳에 두루 묵고 있는 일본신의 편재현상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