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이 현재 미국에 준공 중인 배터리 공장을 위한 투자 자금 용도로 5,400억 원 규모의 ‘그린론’(Green Loan)을 조달한다.
지난 9월 4일 경제전문지 ‘더 구루’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법인인 ‘SK 배터리 아메리카’가 신디케이트 그린론을 통해 4억 5,000만 달러(원화 약 5,400억 원)를 조달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하지만 투자 위험은 산재해있다.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패소 위기와 미국 현지에서의 불법 취업 논란도 남아있다.
신디케이트 그린론에는 신한은행・호주뉴질랜드은행(ANZ)・미츠이스미토모은행(SMBC)가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그린론’이란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에너지 효율화 같은 친환경 사업에 제한되는 자금 조달 방법이다.
글로벌 기관에서 받은 ‘친환경 인증’이 필요하지만, 일반 대출보다 금리가 낮고 필요할 때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 2019년 8월 SK이노베이션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8,000억 원 규모의 그린론을 조달했다.
미국, 헝가리, 중국 등에 건설하는 공장 건설 자금에 투자하기 위한 용도였지만, 이후 미국 배터리 공장의 규모를 확산하면서 자금이 부족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3월에 착공한 미국 조지아 제1공장이 준공되기도 전에 지난 2020년 4월에 제2공장을 착공하기로 결정하고 8,900억 원을 출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 제1공장과 제2공장 건설을 위해 투입해야 될 금액은 총 3조 원에 달하며, 이 중 일부를 그린론으로 조달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의 투자는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을 향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LG화학에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법적인 분쟁을 벌이는 상황으로 오는 10월 5일 예정된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서 공장 운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의 소송 전후로 이메일을 삭제하는 증거인멸 행위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부제소 합의를 깼다며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게다가 조지아 공장에선 불법 취업 논란도 발생했다.
조지아 주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인 대신 한국인 노동자를 고용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현지 여론이 비판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상법으로 세계 필두를 달리는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서도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만약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품과 소재를 미국에 납품할 수 없게 된다.
조지아주 공장 또한 완공해도 정상적인 가동이 불가능해진다.
양사가 합의 없이 소송을 이어가면 1심 판결은 2~3년, 최종심 판결은 추가로 1~2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