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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국가 배터리 심장부를 노린다... '광양만권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 총력

 

정부가 ‘K-배터리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전라남도는 광양만권을 한국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만들기 위한 대응 전략을 서둘러 가동하고 있다. 도 관계자들은 이번 공모가 단순히 산업단지 하나를 유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향후 10년 한국 제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국가 전략 경쟁”이라고 표현한다. 정부가 밝힌 ‘배터리 삼각벨트’ 구상은 호남·영남·충청을 하나의 공급망 축으로 묶는 구조이며, 이 가운데 호남은 니켈·리튬 같은 핵심광물과 양극재 중심의 ‘원료 거점’으로 육성될 예정이다. 일본과 유럽이 자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미국이 IRA를 통해 북미산 핵심광물 의존도를 강화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역시 원료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셈이다.

 

광양만권은 이미 니켈·리튬 정제, 전구체 생산, 항만 기반 원료 운송이라는 세 요소가 자연스럽게 모여 있는 드문 지역이다. 특히 광양항은 리튬·니켈과 같은 대량 원료를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거점이며, 인근 산업단지는 전력·용수·폐수처리 등 배터리 원료 산업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전남도는 이러한 지리적·산업적 조건을 바탕으로 광양만을 ‘원료–전구체–재활용’로 이어지는 전주기 생태계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워왔다. 실제로 도는 이차전지 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고, 특화단지 육성계획 초안을 미리 준비했으며, 산·학·연·지자체 협의체와 TF를 구성해 공모를 대비해 왔다. 이러한 준비도는 정부 공모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는 만큼, 도 관계자들은 “광양만권은 이미 절반의 승부를 치렀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경쟁은 만만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2월 중 공모 절차를 본격화하면, 전국 여러 지역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는 대체로 부지의 즉시성, 인프라의 안정성, 전주기 생태계 구축 가능성, 그리고 국가전략산업으로서의 차별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이런 면에서 광양만권은 전력·용수·항만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지역 대비 어떤 지점을 더 ‘결정적 강점’으로 부각할지는 전략적 선택의 문제가 된다. 전남도는 그 해답을 ‘원료 공급망’에 두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광물 가격은 최근 3~5년 사이 최대 수배까지 출렁거렸고, EU·미국·일본 모두 원료 국산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셀 제조 능력보다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 승리한다”고 입을 모은다. 광양만권은 바로 그 원료 경쟁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드문 후보지라는 것이다.

 

전남도는 또한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대학·연구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검토할 때 가장 강조하는 조건은 “부지와 인프라보다 인력 수급”이라는 점에서, 이는 공모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아울러 전남도는 재활용 생태계를 강화해 원료 확보에 재순환 구조를 더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하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미국·유럽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꼽히며, 향후 한 지역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정부 발표 직후 “K-배터리가 제조 경쟁에서 공급망 경쟁으로 이동하는 결정적 전환점”이라며 광양만권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받기 위한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도는 인프라 확충, 기업 투자 지원, 전문 인력 양성, 중앙정부 및 국회와의 협력 채널 구축 등을 담은 종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22일 국회에서 열릴 ‘광양만권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 토론회’에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공모 제안서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국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 전략 산업으로 평가되며, 그 중심이 어디에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 몇 달 안에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공급망 중심의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원료에서 재활용까지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는 지역이 새로운 산업지도를 그리게 될 것이며, 전남도는 그 지도 위에 광양만권의 이름을 적어 넣기 위해 지금 가장 치열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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