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인 전 주아세안 대사는 외교부 공보과장 및 동남아과장, 남아시아태평양국장을 역임한 아세안 10개국과 인연을 갖고 있다. 특히 아세안 대사, 태국 공사참사관에서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까지 20여년 이상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업무를 했다. 2023년 외교부 은퇴 후에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전문가 및 저명인사(ARF EEP) 및 아세안동아시아경제연구소(ERIA) 한국이사로서 아세안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세안익스프레스는 현재 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을 맡고 있는 서정인 주 아세안대사를 새 칼럼 필진으로 초빙했다. 한국 주요 아세안 외교에서 직접 발로 뛰었던 현장 경험과 넓은 안목으로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주는 그의 인사이트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 중남미에서 함께 근무하다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동료가 있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를 다녀오더니 이런 말을 했다. “이상하지 않아요? 동남아는 오토바이, 중국은 자전거, 중남미는 자동차가 압도적이잖아요. 도대체 왜 이럴까요?” 그 질문에 나도 잠시 멈췄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25년 10월 26일, 제47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동티모르가 아세안의 11번째 정회원국으로 공식 승인됐다. 가입 신청 후 무려 14년만의 승인이었다. 인도네시아 발리 섬과 호주 북부 다윈 사이에 위치한, 강원도 크기의의 동티모르(수도 딜리Dili)는 인구 142만명에 1인당 GDP가 약 1,500달러에 불과한 동남아시아 최빈국이다. 동티모르는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베일에 싸여있는 나라 중 하나다. 과연 어떤 나라이고, 어떻게 아세안에 가입할 수 있었을까? 왜 이렇게 가입에 오랜 시간이 걸린 걸까? 아세안익스프레스는 2008년부터 14년간 동티모르국립대 교수를 역임한 최창원 교수를 특별 칼럼니스트로 초빙한다. 그는 앞으로 동티모르의 역사와,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쉽게 술술 풀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주] ----------------------------------------------- 돌이켜보면 2008년 아세안 헌장(ASEAN Charter)이 발효된 이후, 그동안 한 국가도 정식 가입 절차를 통해 회원이 된 적이 없었다. 기존 10개국은 헌장 체제 이전에 합류한 국가였다. 지난 10월 26일, 인구 142만 명의
서정인 전 주아세안 대사는 외교부 공보과장 및 동남아과장, 남아시아태평양국장을 역임한 아세안 10개국과 인연을 갖고 있다. 특히 아세안 대사, 태국 공사참사관에서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까지 20여년 이상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업무를 했다. 2023년 외교부 은퇴 후에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전문가 및 저명인사(ARF EEP) 및 아세안동아시아경제연구소(ERIA) 한국이사로서 아세안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세안익스프레스는 현재 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을 맡고 있는 서정인 주 아세안대사를 새 칼럼 필진으로 초빙했다. 한국 주요 아세안 외교에서 직접 발로 뛰었던 현장 경험과 넓은 안목으로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주는 그의 인사이트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 한 해가 노루꼬리만큼 짧아가고 있는 12월 5일 필리핀에 한-아세안 포럼 참석차 왔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이맘 때 날씨는 참 좋다. 11월부터 4월까지 이어지는 건기 특유의 선선한 공기가 아침저녁으로 바틱 긴팔을 꺼내 입게 만든다. 새벽 공기마저 온화하지만,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닐라 베이(Manila Bay)의 어둠을
태국은 흔히 ‘불교국가’로 불린다. 그러나 실제 태국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 믿음의 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반얀트리에 둘린 오색 천, 가게 앞에 놓인 바나나 제물, 얼룩말과 닭 조각상, 그리고 대학 캠퍼스 한복판에 자리한 가네샤상까지—태국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종교적 상징들이 경쟁 없이 공존한다. 불교-힌두-정령신앙이 얽혀 하나의 생활 세계를 이룬 이 풍경은 종교가 갈등의 원천으로 비쳐지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 다시 한번 ‘믿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 나무에 깃든 영혼: 애니미즘이 보여주는 ‘장소의 신성화’ 태국의 오래된 반얀트리는 단순히 그늘을 드리우는 자연물이 아니다. 주민들은 그 안에 ‘정령’ 혹은 ‘귀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나무에 오색천을 두르거나 그 아래에 제물을 바친다. 이는 동남아 전역에서 널리 퍼진 정령신앙의 한 형태로, 인간이 살기 전부터 존재한 자연에는 고유한 주인이 있다는 관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큰 나무는 그 자체로 ‘영혼이 머무는 집’으로 이해된다. 색동천을 두르는 행위는 그 존재에게 경의를 표하고 신성함과 감사를 표현하며 복을 기원하는 상징적 제의로 기능한다. 특히 ‘매낭마이(แม่ นาง ไม
아세안(ASEAN)은 동남아 10개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구성원은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대륙의 5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등 해양국 5개국이다. 최근 한국과 관련에서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글로벌이 진출하고, 교민도 급속히 늘어나고, 한국 유학생 중 중국에 이어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한국관광객이 가장 찾는 동남아 국가도 베트남이다. 이렇게 급속히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생활 속에서 찾아보는 베트남의 언어, 습속, 그리고 문화 등을 조명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부산외대 교수로서, 그리고 베트남 1호 한국유학생이자 1호 박사인 배양수 교수의 베트남 시공간 여행을 동반할 수 있다. [편집자] --------------------------------- “베트남에는 아직 모계사회의 전통이 남아 있다.” 베트남을 소개하는 여행 책자나 교양서, 인터넷 칼럼에서 가끔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신화 속 ‘민족의 어머니’ 이야기, 중부고원 지역 소수 종족의 독특한 결혼 풍습, 가족 안에서 강한 어머니의 존재감 같은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베트남은 원래 모계
아세안(ASEAN)은 동남아 10개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구성원은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대륙의 5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등 해양국 5개국이다. 최근 한국과 관련에서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글로벌이 진출하고, 교민도 급속히 늘어나고, 한국 유학생 중 중국에 이어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한국관광객이 가장 찾는 동남아 국가도 베트남이다. 이렇게 급속히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생활 속에서 찾아보는 베트남의 언어, 습속, 그리고 문화 등을 조명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부산외대 교수로서, 그리고 베트남 1호 한국유학생이자 1호 박사인 배양수 교수의 베트남 시공간 여행을 동반할 수 있다. [편집자] --------------------------------------------------------------------------------------- 1. 베트남어에는 법적 의미의 ‘표준어’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어에는 ‘표준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베트남 정부는 어느 지역의 억양도 국가 표준이라고 법적으로 규정한 적이 없다. 이는 단순한 행정상의 누
90년대 중후반, 북녘 땅이 '고난의 행군'이라는 처절한 이름 아래 스러져가던 시절의 이야기다. 수백만, 어쩌면 그 이상이 굶어 죽어간다는 소문은 강 건너 바람처럼 스산하게 들려왔다. 도대체 어떤 시대이기에, 어떤 땅이기에 인간이 곡(穀)이 끊겨 죽어가는 것을 방치하는가. 그 참상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길은 막혀 있었다. 대신 나는 두만강으로 갔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삶과 죽음이 갈리는 듯한 그 경계선으로. 중국 쪽 강변을 걷다가 허름한 교회를 발견했다. 십자가 아래,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을 밀고 들어섰다. 그곳에서 만난 중국인 목사님은 강 건너편의 비극을 너무 많이 목격한 듯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그 소녀를 보았다. 열여덟. 꽃다운 나이라고 하기엔 소녀의 몸은 겨울나무처럼 앙상했다. 북한에서 왔다고 했다. 굶주림을 피해 얼어붙은 두만강을 목숨 걸고 건넜다고. 소녀의 이야기는 담담했지만, 그 속에는 천근같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먹을 것이 없어 어머니가 먼저 눈을 감으셨고, 곧이어 아버지도 기력을 잃고 쓰러지셨다. 남은 것은 어린 동생 셋. 굶주림에 지쳐 울음소리마저 희미해져 가는 동생들을 살려야 한
인공지능(AI)의 파도가 전 세계를 뒤흔들며 교육과 직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미국 명문대학의 텅 빈 강의실, AI로 대체되는 일자리, 주 60시간 근무 요구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삶과 사회를 재구성하는 전환점이다. AI 시대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AI가 뒤흔든 교육: 위기와 가능성 미국 명문대학의 학생 수가 줄고 있다. AI 기반 온라인 학습과 맞춤형 교육 확산으로 전통적인 강의실 모델이 흔들린다.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캠퍼스에 머물 필요를 덜 느낀다. 이는 대학 재정난과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하지만 AI는 위기만 가져오지 않는다. 학생의 학습 속도와 약점을 분석해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데이터로 성취도를 예측해 지원을 제때 줄 수 있다. 이는 교육 효율성과 개인화를 높인다. 다만, AI가 주도권을 잡으면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가 위축될 수 있다. 기술과 인간성의 균형이 필요하다. ◆ 직업 시장의 재편: 대체와 기회 AI는 직업 시장을 재편한다. 챗봇과 자동화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며, 일부 산업에서는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AI 개발, 데이터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