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미중 경쟁-기후위기-디지털 경제 전환과 아세안 미래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산하 헨더슨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미래를 넘어:2050년 세계를 위한 네 가지 시나리오(Beyond Tomorrow: Four Scenarios for the World of 2050)” 보고서는 단순한 미래예측 보고서가 아니다. 향후 25년간 세계를 흔들 100여 개 메가트렌드를 종합 분석해 인류가 직면할 “AI 풍요, 기후연합, 분열된 진영(두쪽 진영), 디지털 적자생존 네 가지 시나리오” 중심으로 네 가지 미래 질서를 제시한 일종의 전략 지도에 가깝다. 이 보고서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의 미래를 단정적으로 예측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반된 네 개의 현실적 시나리오를 동시에 제시하며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국가와 기업, 지역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네 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아세안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아세안은 AI 혁명, 공급망 재편, 미중 경쟁, 기후위기, 디지털 경제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교차하는 세계의 전략적 접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사회는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 이후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위기의 진짜 파장은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4월 16일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느리게 진행되는 비극(A slow-motion tragedy)”이라는 사설에서 “호르무즈 봉쇄와 엘니뇨가 겹칠 경우 글로벌 식량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그 충격의 최전선 가운데 하나다. 많은 사람들은 식량안보를 곧 쌀 부족 문제로 이해한다. 그러나 오늘날 아세안 식량안보의 핵심은 훨씬 복합적이다. 쌀은 아세안 전체로 보면 여전히 자급권이지만, 비료-밀-사료-에너지-물류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원유 수송로가 아니다. 2024년 기준 세계 비료 교역의 최대 30%, LNG의 약 20%, 원유 교역의 약 27%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천연가스는 암모니아-요소 비료 생산의 핵심 원료이고, 걸프 지역 황(sulfur)은 인산비료 생산에 필수적이다. 국제비료협회(IFA)에 따르면 이
주말 해운대 아침 자카리아(Fareed Zakaria)의 GPS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왜 그토록 귀족정(aristocracy)을 경계했을까.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왕정 자체가 아니었다. 부와 출생, 혈통이 권력과 결합해 소수 계층이 국가를 지배하는 구조였다. 토머스 제퍼슨은 이를 “인위적 귀족(aristocracy of wealth and birth)”이라고 불렀고, 대신 재능과 덕성에 기반한 “자연적 귀족(natural aristocracy)”을 강조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능력주의(meritocracy)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을 보면 건국의 이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둘러싼 논란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정권 핵심부에 억만장자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내각"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일부 핵심 국가안보 및 외교 분야에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보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도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험 많은 외교관과 공직자들이 사임하거나 주변으로 밀려나는 현상 역시 나타나고 있다. 물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와 한국동남아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라운드테이블 “격동의 국제질서와 동남아 정치경제”가 6월 19일(금) 15:00–17:00 서강대 다산관 209B서 열린다. 최근 국제정세 변화와 에너지·안보 위기 속에서 동남아 각국의 대응과 정치경제적 함의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다. 서정인 전 아세안대사 사회를 맡는다. 발표자는 김형종(서울대) 「전략적 모호성의 정치경제: 미중 경쟁 속 말레이시아의 4중 딜레마」, 문기홍(부경대) 「새 정부, 오래된 위기: 관리된 전환 이후 미얀마의 경제·사회 동향」을 맡는다. 또한 양창원(부산대) 「필리핀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이란 전쟁발 유가 충격과 마르코스 정부의 대응」, 오하나(서울시립대) 「호르무즈가 막혀도 고속도로는 뚫는다?: 에너지 위기 속 성장 목표를 밀어붙이는 베트남」를 발표한다. ■ 주제 「격동의 국제질서와 동남아 정치경제」 ■ 일시:2026년 6월 19일(금) 15:00–17:00 ■ 장소: 서강대학교 다산관 209B ■ 사회: 서정인 (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 · 전 주아세안대사) ■ 발표 김형종(서울대) 「전략적 모호성의 정치경제: 미중 경쟁 속 말레이시아의 4중 딜레마」 문기홍(부경대) 「새 정부
동남아를 한마디로 설명하라면 나는 늘 “다양성(diversity)의 세계”라고 말한다. 동남아를 오래 들여다볼수록 느끼는 것은 이 지역이 단순히 여러 나라가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서로 다른 문명과 종교, 언어와 사람들이 끊임없이 만나고 섞이며 만들어낸 거대한 문화의 용광로라는 점이다. 동북아가 상대적으로 단일 문명권의 영향 속에서 질서와 체계를 중시하며 발전해 왔다면, 동남아는 외부 문화를 받아들이되 자기식으로 변형하고 융합하는 데 훨씬 능숙했다. 그래서 동남아 문화는 대체로 유연하고 부드럽다. 개방성(openness)과 혼종성(hybridity)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대표적으로 태국과 한국 모두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태국은 오랜 세월 인도 문화와 불교, 힌두적 세계관이 함께 스며들었다. 그 결과 사회 분위기와 인간관계, 종교 문화와 예술 표현 방식에서도 보다 유연한 색채가 나타난다. 이는 동남아 전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 다양성 속 통일 역사: 언어에도 남겨진 다양한 문명의 파도 ‘흔적’ 동남아의 다양성은 언어에서도 드러난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은 남도 해양어군(Austronesian),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아세안은 무엇이고, 아세안은 어디로 가고 있나, 그간 우린 아세안 어떻게 접근했나, 그럼 우리는 이런 아세안을 앞으로 어떻게 접근해야하나 1. 아세안은 무엇인가 (용어 구분의 다양성) 우리가 아세안을 다양한 의미로 사용한다. 동남아와 아세안 그리고 동남아 및 아세안 개별 국가들간 섞어 쓰기 때문이다. 동남아는 동북아, 유럽, 중남미, 중동처럼 유럽중심으로 한 지리적 분류이다. 물론 동남아라는 용어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인도로 진출하자 연합군이 이를 막기위해 실론, 지금의 스리랑카에 동남아사령부를 출범한데서 최초 유래했고 그 이후 냉전이 계속되자 동남아 용어가 일반화 되었다. 그전에는 중국에서 남양으로 불리웠다. 동남아는 이런 이름이 있기전에부터 있었고 그 역사는 2천년이 넘는다. 아세안은 동남아국가들이 만든 지역 국제기구다. 1967년 방콕 선언으로 설립되었으니 내년이 60년이다. 유럽국가들의 지역기구 EU의 동남아판이다.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으로 동남아 국가 모두가 아세안 회원국이니 일반적으로 '동남아=아세안'으로 부럴 수 있으나 엄밀하게 말히면 동남아는 지리적 구분이고, 아세안은 국제기구적, 즉 제도적 구분이다. 동남아 및 아세안 개별국가들은 동남
동남아 친구들에게 종종 묻는 질문이 있다. “중국과 인도 중 어느 나라가 더 편한가?” 대부분은 외교적 미소를 지으며 “둘 다 중요하다”고 답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세안과 교류하며 느낀 건, 속내는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대체로 인도를 중국보다 덜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위기가 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역사로 돌아가야 한다. 중국은 오랫동안 자신을 천하의 중심으로 보는 중화질서 속에서 주변국과 관계를 맺었다. 베트남은 약 천 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았고, 이후에도 명청 시대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및 버마 침략의 기억을 남겼다. 오늘날 남중국해 문제까지 겹치며 동남아 일부 국가에는 중국에 대한 역사적 경계심이 여전히 존재한다. 반면 인도는 달랐다. 인도 문명은 군대보다 바다를 통해 동남아로 들어왔다. 계절풍을 타고 이동한 상인과 승려들은 힌두교와 불교, 산스크리트 문자, 왕권 개념, 서사시와 상업 문화를 함께 전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문명, 인도네시아 자바와 발리 문화, 태국 왕실 의례 곳곳에는 지금도 인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중요한 건 동남아 국가들이 이를 대체로 강요된 지배보다 선택적 수용으로 기억한다는 점이다. 현지 왕조들이 필요에 따라 인도 문명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LNG 수입 경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산 LNG 수입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질문이 제기된다. 미국 LNG를 들여오기 위해 파나마 운하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생각난다.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중동산 원유와 LNG 공급망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리트당 2천원선에 묶여있다. 정유사의 손실이 엄청나다고 한다. 민간 주유소는 정유사가 공급하는 물량을 저당잡아 은행 대출을 받는데 물량을 제한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길어지고, 60일간의 휴전중래도 서로 공격이 있다. 미국에서도 전쟁전 갤론당 자동차 가스가 전쟁전 3불 50센트에서 5월 현재 4불 55센트로 30% 올라 미 언론은 사살상 에너지 쇼크로 평가하고 맀을 정도다. 가격도 문제지만 석유와 LNG가격이 오르면 여타 생필품은 물론 농사에 필요한 비료와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도 올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안보는 물론 식량안보에도 적신호다. 이러한 때 파나마 운하에 문제가 된다면 글로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LNG 수입 경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산 LNG 수입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질문이 제기된다. 미국 LNG를 들여오기 위해 파나마 운하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생각난다.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중동산 원유와 LNG 공급망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리터당 2000원선에 묶여있다. 정유사의 손실이 엄청나다고 한다. 민간 주유소는 정유사가 공급하는 물량을 저당잡아 은행 대출을 받는데 물량을 제한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길어지고, 60일간의 휴전중에도 서로 공격이 있다. 미국에서도 전쟁전 갤론당 자동차 가스가 전쟁전 3달러 50센트에서 5월 현재 4달러 55센트로 30% 올라 미 언론은 사살상 에너지 쇼크로 평가하고 싶을 정도다. 가격도 문제지만 석유와 LNG가격이 오르면 여타 생필품은 물론 농사에 필요한 비료와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도 올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안보는 물론 식량안보에도 적신호다. 이러한 때 파나마 운하에 문제가 된다
한국과 아세안은 이미 에너지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중동에서 들어온 원유를 한국 정유사가 고도 정제해 휘발유-경유-항공유로 만들고, 이를 동남아로 수출하는 구조는 일상적인 경제 흐름이 되었다. 실제로 한국은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정유 강국이며, 그 주요 시장 중 하나가 아세안이다.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한국 정유제품의 안정적인 수요처다. 이 점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이미 하나의 에너지 가치사슬 안에 있다. 그러나 지금 이 구조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은 이 공급망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논의되던 리스크가 현실이 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하지 않다. 한국과 아세안의 에너지 공급망은 이미 연결되어 있지만, 그 연결이 동일한 병목(초크포인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원유는 호르무즈를 지나 인도양을 거쳐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 동북아와 동남아로 이동한다. 즉 지금의 공급망은 시장 기반 ‘공동 번영 구조’인 동시에 ‘공동 취약 구조’이기도 하다. 이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한국의 원유 도입이 줄어들고 정유 생산이 감소하면, 아세안으로의 석유제품 수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봉쇄와 ‘역봉쇄’ 상황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국제질서의 근간인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원칙을 다시 흔들고 있다. 이란이 통행료를 내는 선박만 통과시키겠다고 하고, 미국이 이를 군사·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구도는 명분을 떠나 결과적으로 동일하다. 국제항로의 자유로운 이용이라는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과 이란 모두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핵심 원칙인 항행의 자유만큼은 사실상 국제관습법으로 존중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그 최소한의 합의마저 흔들리고 있다. ■ 남중국해: 이미 진행된 ‘조용한 굳히기’ 문제는 이 흐름이 남중국해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4.15 로이터는 위성분석업체인 '반토르'를 인용해 중국이 필리핀과 해상영유권 분쟁 중인 '스카보로 솔(Scaboroug Shoal)' 암초에 선박을 배치하고 부유식 장벽을 설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른바 ‘9단선(U자형 9개 점을 이은 선)’을 통해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해 역사적 권리를 권원으로 사실상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2012년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수평선 너머로 이어지는 길은 어디까지 닿아 있을까.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일본을 지나 동중국해를 건너고, 더 내려가면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을 지나 동남아로 이어진다. 그 길은 단순한 항로가 아니라, 오랜 세월 문명과 권력이 오간 길이었다. 나는 20여 년 넘게 동남아와 아세안을 연구하고, 그 현장에서 살아왔다.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 태국에서 한 번 근무했고, 호주와 일본에서도 각각 근무하며 동남아를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동시에 바라볼 기회를 가졌다. 외교부 본부에서는 동남아과장, 아세안국 심의관, 그리고 아세안국장을 맡으며 동남아 전역을 수없이 오갔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 지역을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동남아가 단순한 지역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종종 고전으로 돌아간다. 지정학의 세 가지 고전 이론—핼퍼드 매킨더(Halford Mackinder)의 심장지대론(하틀랜드, Heartland), 앨프리드 타이어 마한(Alfred Thayer Mahan)의 해양지배론(Sea Power), 그리고 니콜라스 스파이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