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로드무비이자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 나는 이 영화를 중학생이었을 때, 그리고 이십 대 초반에 감상했다. 이 칼럼을 쓰기 위해서 다시 보면서도 눈물을 흘린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둘째 딸로서 굶주린 어린 동생들을 위해 희생의 길을 선택한 젤소미나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을 향해 분노를 품고 있는 떠돌이 차력사 잠빠노에게 단돈 몇 푼에 팔려간다. 영화 속의 두 주인공인 젤소미나와 잠빠노의 관계를 무학대사와 이성계가 나눴던 돼지와 부처에 비유해보자. 순수한 영혼의 젤소미나는 잠빠노를 모성과 연민으로 품어주지만 동물적 본능만 남은 잠빠노는 당근과 채찍질로 젤소미나를 이용하고 학대할 뿐이다. 두 인물의 굴곡진 여정은 시간을 따라 변화무쌍하게 펼쳐진다. 길 위에서 조우한 서커스단의 어릿광대이자 공중곡예사인 마또는 젤소미나와 잠빠노의 여정에 파란을 일으키고 그 여파로 인해서 젤소미나는 실성을 한다. 매서운 겨울의 황량한 산길 위, 더 이상 젤소미나가 사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잠빠노는 그녀를 고향으로 데려다 주려 한다. 하지만 그녀는 “당신이 나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요?” 라고 되물으면서 거룩하고 성스런 사랑만을 보여
1969년 10월 하순, 영국의 배우 겸 가수인 줄리 앤드루스가 주연을 맡은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이 퇴계로에 있는 대한극장에서 개봉됐다. 영화도 문학과 마찬가지로 사상과 감정을 상상의 힘으로 표현하는 매체라고 여겼던 어머니는 누나와 형들과 나를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한극장으로 데리고 갔다. 요즘의 멀티플렉스 극장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초대형 스크린을 가리고 있던 붉은 융단 커튼이 스르르르 열리면서 암흑의 공간은 빛으로 채워졌고 미세한 진동이 나의 마음 속에서 꿈틀거렸던 기억이 난다. 5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떨림으로 남아 있는 이 진동이야말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참된 맛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영화가 시작되면 창공에 떠있는 구름들이 서서히 흩어지면서 흰 눈을 덮고 있는 장대한 알프스 산맥이 동공을 가득 채우며 사방에 펼쳐지고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신의 시선처럼 구름보다 더 높은 곳에 있던 카메라가 서서히 하강하면서 하늘보다 더 파란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과 가까워지면, 바람소리는 사라지고 산새들의 평화로운 합창과 엄마의 숨소리 같은 아늑한 음악의 선율이 귀를 통해 작은 마음을 채워주기 시작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