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고통(pain-free) 항암제’ 투여만으로 암조직이 사라지는 실험결과가 처음 나와 ‘암 정복’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현대바이오는 30일 대주주인 씨앤팜이 무고통 항암제 1호 신약으로 개발한 폴리탁셀(Polytaxel)을 최근 유효성평가기관에 맡겨 실시한 '납-파클리탁셀(Nab-paclitaxel)'과의 효능비교 동물실험에서 췌장암 실험군 6마리에 최대무독성한도(NOAEL) 이내 용량인 20mg/kg을 투여한 결과, 4마리에서 종양의 높이가 낮아지고 납작해지면서 점차 사라지는 양상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들 4마리 가운데 1마리에서는 암조직이 모두 사라지는 현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씨앤팜은 암조직이 사라지는 양상을 보인 4마리 중 나머지 3마리의 종양 변화 추이를 계속 관찰하는 한편 이들 4마리를 제외한 2마리에는 약물을 1~2회 추가 투여하는 등 완치를 위한 후속실험을 진행 중이다.
현대바이오는 이번 실험에서 췌장암 치료를 위한 임상절차를 밟고 있는 폴리탁셀이 노앨 이내 용량을 투여했음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췌장암 치료제인 납-파클리탁셀에 비해 뛰어난 효능과 함께 안전성까지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실험결과 노앨 이내인 20mg/kg을 투여한 폴리탁셀은 통상 약물독성이 초래하는 체중감소 현상 없이 실험체내 종양 성장을 99.8% 억제했다. 이에 비해 현재 췌장암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납-파클리탁셀은 노앨의 30배를 초과한 30mg/kg을 투약했음에도 종양성장 억제율이 폴리탁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4%에 그쳤고, 실험체의 체중도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독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폴리탁셀은 작년 GBC에서 발표된 췌장암 동물실험 결과에서도 노앨 이내 투여량만으로 췌장암 치료약 후보인 도세탁셀보다 안전하고 효능도 우수함을 입증한 바 있다. 납-파클리탁셀이나 도세탁셀 등 기존 화학항암제가 동물실험에서 노앨 이내 용량을 투약했을 때 효능을 발휘한 사례는 지금껏 없다.
씨앤팜은 노앨 이내 용량의 '초(超)저독성' 항암제 투여로 환자에게 약물 독성에 따른 부작용을 끼치지 않고 암을 완치할 수 있는 ‘무고통 항암요법’(Noael therapy)을 지난해 6월 정부 주최 글로벌바이오컨퍼런스(GBC)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해 국제적 주목을 끈 바 있다.
이번 실험결과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도 확인될 경우 암 환자는 약물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은 물론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병행에 따른 후유증을 겪지 않고 무고통 항암치료 만으로 암을 완치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1950년대 등장해 지금까지 널리 쓰이는 화학항암제 기반의 표준항암요법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항암요법에서는 노앨을 훨씬 초과하는 독성을 함유한 항암제를 환자에게 회복기를 두고 투여하는데 암의 완치보다는 암조직의 크기를 줄여 환자의 생명만 연장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와 달리 무고통 항암요법은 노앨 이내 용량의 약물이 체내에 오래 머물며 암세포만 지속적으로 공격함으로써 부작용 없이 암을 완치하는 새로운 항암요법이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무고통 항암요법이 범용화되면 환자는 약물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에서 해방될 뿐만 아니라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도 받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씨앤팜은 폴리탁셀에 이어 백금계 항암제를 응용한 '폴리플라틴(Polyplatin)'을 2호 무고통 신약으로 정해 관련 실험을 진행 중이다. 씨앤팜은 폴리탁셀, 폴리플라틴처럼 자사의 플랫폼 원천기술을 활용한 무고통 항암제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 범위를 각종 암은 물론 바이러스 질환 등으로 넓혀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