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주 부진 여파에 코로나까지, 실직사태 우려 아우성
2016~2017년 수주 부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쐐기를 박은 조선업계에 대규모 실직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돌았다.
해양부문 일감이 줄고 협력사 계약도 점차 줄어들었다.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대우조선해양에서 나간 인원만 원청에 하청을 포함해 6000여 명에 가깝다는 소리도 나왔다.
2016년부터 이어진 수주부진의 여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조선시장이 역대 최악의 수주절벽을 기록한 2016년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가급락, 선박과잉공급이 빚어낸 참상에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도 함께 고꾸라졌다.
이 당시 조선업계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조선 3사가 밀집한 거제와 울산의 고용 현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고용노동부 기준으로 울산 지역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2013년 6만 1000여 명에서 2017년 8월 기준 3만 8000여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거제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도 9만 3000여 명에서 8만 1000여 명으로 감소했다.
조선업은 계약 후 선박 설계, 원자재 구매 등을 거쳐 실제 건조에 들어가기 때문에 통상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게 일반적이다.
조선업계에서는 2021년 2~3분기면 기존의 수주 물량도 바닥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의 조선 3사의 반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원화기준 수주잔고는 총 41조 1000억 원이다.
회사별로 한국조선해양이 20조 9960억 원, 대우조선해양이 8조 766억 원, 삼성중공업이 11조 363억 원이다.
수주잔고를 기준으로 매출 가이던스로 나눠보면 약 1.4년치 일감에 불과하다.
한국조선해양이 1.46년, 대우조선해양이 1.2년, 삼성중공업은 1.5년으로 카타르 LNG선 수주와 모잠비크‧러시아 LNG선 수주에도 불구하고 도크가 비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하반기에 대형 수주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의 실직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면서 조선사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앞서 국내 조선 3사는 2019년 연말과 2020년 연초에 희망퇴직으로 인원 감축에 나선 바 있다.
불황기에 저가 수주한 물량에 애물단지로 취급되던 원유시추선(드릴십) 인도 계약도 취소되는 등 악재가 계속되며 적자가 불어난 영향이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 11월 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대우조선해양 역시 2019년 말부터 2020년 1월 13일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최근 수주가 높음에도 2022년까지 수주 절벽이 이어져 조선소들이 고정비를 줄이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가능성에 실직 사태 우려가 끊임없이 재기되고 있다.
◆ 하반기 발주 실적이 필요한 조선업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Clarkson Research)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1월부터 6월) 선박 발주량은 575만 CGT(269척)으로 클락슨리서치가 자료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저치로 조선업 불황기였던 2016년 상반기 발주량인 766만 CGT(423척) 보다도 25% 적은 수치다.
2016년 전 세계 선발 발주량은 1342만 CGT였으며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22만 CGT에 그쳤다. 2017년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그 영향으로 1768만 CGT까지 줄어들었다.
전년 동기의 2094만 CGT와 비교하면 16% 하락한 수치다.
발주량도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1월부터 7월까지는 2118만 CGT가 발주됐으나 2019년 1월부터 7월까지 1573만 CGT로 26% 하락했다. 2020년 1월부터 7월까지 발주량은 661만 CGT로 전년 동기 대비 58%나 하락했다.
국내 조선3사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역시 수주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사별 목표를 보면 현대중공업 그룹이 25.6%, 대우조선해양이 21.3%, 삼성중공업이 8.3% 순이다.
다행인 점은 2020년 7월 기준 전 세계 선박 발주량 68만 CGT(24척)에서 가장 많은 50만 CGT(12척)을 수주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14만 CGT(8척, 21%), 일본이 3만 CGT(1척, 4%)로 한국의 선박 수주량이 압도적이다.
현대중공업은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지난 7월말 유럽 및 버뮤다 소재 선사 2곳과 LNG선 4척의 건조계약을 맺어 2020년 조선업의 첫 LNG 수주를 따냈다.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은 대한해운과 함께 4400억 원 규모의 LNG선 2척의 건조 계약을 맺고 석유화학제품운반(PC)선 6척, 여객선(RO-PAX) 1척 등을 이어서 수주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카타르 LNG선 발주를 시작으로 고부가가치인 에탄운반선(VLEC)과 석유화학제품운반(PC)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프랑스에너지 기업 토타이 추진하는 모잠비크 프로젝트와 러시아 아크틱(Arctic)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모잠비크의 경우 미국수출입은행의 지원금 증액으로 연내 발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모잠비크 프로젝트의 경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각각 8척 이상의 건조의향서(LOI)를 받았기 때문에 상황은 긍정적이다.
반면, 러시아는 중국이 지분 투자를 앞세운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 전망이 미지수다.
◆ 조선업의 부진, 철강업계에도 타격
조선업의 부진은 철강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철강업계는 2020년 하반기 국내 조선사들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을 인하기로 결정했다.
철광석 가격이 고공해진을 하면서 원가 압력에 시달리는 철강업계가 수요 부진 처한 조선사 공급하는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인하하게 됐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반기별 협상을 통해 후판 가격을 결정하는데, 현대제철은 2020년 상반기 공급한 후판 가격을 t당 3만원 인하한 바 있다. 포스코는 후반기에 인하를 결정했다.
철강사들의 가격 인하 배경에는 고로(용광로)에서 생산되는 철강 제품의 수요 부진에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로에서 생산되는 열연‧냉연 강판을 사용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과 조선 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일본 철강업도 한국 조선업계를 상대로 저가 공세를 펼쳤다.
철강업계는 가격을 양보하는 대신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조선사가 수입재를 구매한다면 후판 가격을 차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조선업과 마찬가지로 철강업도 여유는 없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2020년 2분기 별도 기준으로 108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철강업과 조선업계의 가격 줄다리기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5년에 해양플랜트 인도지연 사태로 가시화된 조선업의 위기 이후 업황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조선업계와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해야 한다는 철강업계는 맞부딪혔다.
한동안 가격 인상을 자제한 국내 철강업체의 후판 가격이 중국 후판 가격보다 저렴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적자가 쌓이면서 2017년부터 공급하는 후판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2017년과 2018년에 가격 협상에서 가격 인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