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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6] 전 국민 대상으로 지급할지 여부를 놓고 야당 대표의 당론 번복까지 일으켰던 코로나19 5차 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이 소득 하위 88% 국민 대상으로 결정났다. 이 과정에서 ‘지급방안에 대한 각론’과 ‘지급하겠다는 당위적 개론’에 대해서는 치열한 정치적 대립을 벌인 반면, 해외체류 재외국민에 대한 지급불가 사유 또는 지급 가이드 라인의 합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논란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소가 어디냐에 따른 고통의 강약 차이가 있을 수 없을진데 왜들 이러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대통령 투표와 국회의원 선거철이면 전 세계 약 270만 명의 재외국민들에게 국민의 권리인 투표권을 행사해 달라며 본국 정부와 재외공관들의 독려가 빗발칠 때가 언제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 가까운 순간에 재외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지, 재외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비합리성과 불확실성이 ‘논의의 사각지대’에 처해진 채 방치되어 있다. 외국에 나와 사는 사람들로서는 우리가 ‘재외국민(在外國民)’인지 ‘제외된 국민(除外國民)’인지 모르겠다는 볼멘 소리가 저절로 나올법한 상황이다. ■ ‘교포’ 또는 ‘동포’와는 다른 ‘재외국민’의 의미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 대사전’에서는 국외에 거주하는 한인을 다음의 3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첫째, ‘교포(僑胞)’는 다른 나라에서 아예 국적을 취득해 살아가는 한국계 사람을 지칭하며, 거주국 국적 또는 한시적이나마 본국과 거주국의 국적 두 가지를 동시에 소유한 사람까지를 통칭하는데 그 숫자가 약 480만 명에 달한다. 둘째, ‘동포(同胞)’는 같은 나라 또는 동일 민족인을 정감있게 정서적으로 표현하는 말로, 한국인의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이라면 거주국의 국적을 취득키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일지라도 동포라고 불려질 수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약 750만 명이 분포되어 있다. 셋째, ‘교민(僑民)’은 ‘재외국민(在外國民)’과 같은 의미의 말로, ’객지에 나가 살 교(僑)’자와 ‘백성 민(民)자’로 호칭되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으로 유학생, 주재원 그리고 현지 국가의 국적을 취득치 않고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며 취업과 개인사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전 세계에 걸쳐 약 270만 명의 한인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중 약 100만 명의 현지 영주권 취득자를 제외한 일반 장기체류자만 해도 약 170만 명에 이른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많이 줄었지만, 2만 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던 태국 거주 한인들은 단 100명 내외의 태국국적 취득자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외국민’에 속한다. ■ ‘참정권’과 ‘납세·교육·근로·병역’의 국민4대 의무 이행자인 ’재외국민=교민’ 누가 뭐라해도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중 위에 열거한 세 번째에 해당되는 ‘재외국민=교민’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투표권 보유자일 뿐 아니라, 신성한 ‘국민의 4대의무 이행자’로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약 750만 '재외동포'의 교집합인 270만 명 가량의 '재외국민', 그 중에서도 영주권조차 취득치 않고 현지에서 살아가는 170만 명은 누가 뭐래도 분명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말이다. 만일, 그게 아니라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재외국민선거권도 마찬가지로 부여치 말아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첫째, 재외국민의 <납세의 의무>관련, 국내 거주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보유 자산에 대한 납세절차를 이행한다. 주민등록지 관할 관청에서 발부한 주민세 고지서에 의해 주민세 역시 꼬박꼬박 납부한다. 다만, 현 시점에 있어 노동을 제공하거나 사업을 영위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국외지역이기에, 국가간 상호 이중과세방지 협약 하에 해외현지 거주 중인 기간에 한해 소득 수혜지인 거주국에 소득세를 납부한다. 그렇지만 재외국민 대부분은 한창 노동력이 왕성할 때 국내에서 성실히 일하며 갑종근로소득세 또는 종합소득세를 충실히 납부해 국가 재정에 기여한 납세 경력자로서, 노후 또는 일정 연령 이후에 해외에서 제2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국민들임과 동시에 현재도 세계 각국에서 외화벌이꾼으로서 활동중인 사람들이다. 재외국민이 현지에서 발생하는 소득과 관련한 세금을 체류국에 지불한다고 해서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무 위배자라고 여긴다면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 모두 마찬가지 경우에 속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둘째, <교육의 의무>는,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자녀를 교육받게 할 권리를 뜻하는데 이 역시 대부분의 재외국민들이 성실히 수행해 왔고 수행 중이다. 오히려 해외에 나와서까지 이래야 할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 상황이다. 셋째, <근로의 의무>에 대해서는 더 말해 무엇하랴 싶다. 세계 10대 국민총생산 선진국에 상정된 대한민국의 위상에 재외국민의 근로가 기여한 바는 윤리적으로나 보나 법적요건 기준으로 살피나 국민의 의무에 대한 충족조건으로 하등 어긋나는 바가 없다.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하는 중동 해외근로자들에게 체류중인 현지 국가에 근로소득세를 납부한다고 본국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시킨다면 그 분들이 과연 뭐라고 하셨을지 한번 생각해 보라. 넷째, <병역의 의무>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이 무엇일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치 않는 남성 재외국민 본인들은 이미 병역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왔고 자신들의 2세들에게까지 철저히 이행시키고 있다. 자식세대에 이르러 병역의 의무를 이행치 않아도 되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적이 말소된 경우이기에 이는 약 270만 명에 달하는 재외국민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재외국민 대부분은 국민연금 가입 및 지급 대상자이며, 국민건강보험도 본인이 보험료를 납부할 의사만 있으면 당연히 수혜자 자격이 인정되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선거 때면 거주국 대한민국 공관에 가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정권에 입각한 신성한 한표를 행사한다. 이때는 거주국 공관 측도 어떻게든 한 사람의 재외국민이라도 더 투표에 참여케 할 각고의 준비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도 빠짐없이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받곤 한다. 재외국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투표권 행사에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되는 것 역시 당연지사다. 그러니 국민이 아닌 사람들에게 대통령 선거권과 국회의원 선거권을 준다는 것은 아닐진대, 그렇다면 무슨 논리로 국가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는 재외국민을 제외시키는 것이라는 말인가. ■ 국가 긴급재난 지원급 지급기준과 행정절차의 합당성 관련 ‘구체적 논의의 사각지대=재외국민’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번번이 국가적 재난에 대한 구휼정책인 긴급재난구호금 지급 기준과 구체적 행정절차의 타당성에 대해서 정치계는 물론, 그 어디에서도 이다지도 한결같이 상세한 검토는 물론 논의조차 미흡한지 모르겠다. 사실, 외교부 또는 재외공관 등에서조차 제대로 설명 내지는 공식적으로 고지와 안내해 주는 흔적을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수혜 대상자인 재외국민들의 관심 역시 낮아 본인들이 수혜 대상자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만, 여기저기 인터넷 상에 떠도는 재외동포 신문이나 일부 지방자치 단체에 의해 간헐적으로 “국내 거주 국민에 대한 지급을 원칙으로 하며, 한국에 거주하지 않고 해외에 1개월 이상 장기체류 중인 경우에는, 생활 기반이 외국에 있는 경우가 많고 건강보험료도 면제되므로 신청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일종의 일방적인 유권해석 문구 등이 보일 뿐이다. 이는 위에 필자가 열거한 국민의 4대 의무 준수와도 상치되는 사안일 뿐더러, 선거때면 득달같이 요구되는 선거권 행사 권유와도 어긋나는 일면이라고 볼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국내법 상에 명시된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재외국민 보호법) 제1장 2조 2항의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 할 의무를 지닌다”는 법률적 준거들에 비추어도 크게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각종 여론단체 등이 나서 270만 재외국민들이 국가긴급재난지원금의 수혜대상 여부를 명확히 가름해 내야 한다. 특히, 270만 명의 재외국민 중에서도 현지 영주권을 취득치 않고 해외에 장기 거주 중인 약 170 만 명에 대해서는 정확한 지급 대상 여부가 소명되어져야 한다. 현재의 주먹구구식 꿰맞추기에 가까운 비합리적인 수혜 요건 기준(“해외 1개월 이상 체류중인 건강보험료 면제자는 지급대상자에서 제외”)에 대해 재검토 한 후, 재외국민 대상자 기준 여부를 명확히 공식적인 재외국민 공지문을 통해 명백하게 공표해 주면 싶다. 또한, 재외국민이 설사 지급 대상자 명단에 오른다 해도 본인 명의 국내 금융기관 발급 카드가 없거나 휴대폰 번호가 없어서 지급인증 또는 수령을 포기하는 등의 어이없는 사례가 없게끔 수혜절차 역시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에서 중국과 프랑스 등이 태국 정부와 협의 하에 재태 자국민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는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바라보며 재태 대한민국 재외국민들이 느끼는 허탈함과 자괴감 또한 컸던 바다. 이번들어 벌써 5번째라는 국가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외국민 수급자격 여부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합리적인 방침 설정과 지급절차에 대한 재검토 그리고 명확한 공식적 입장 표명이 있기를 바란다. 전창관은? 20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5] 신남방 땅 재태 한인들의 삶의 터전인 태국의 경제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한국도 서민 체감경기 부진과 각종 기업대상 지원정책 실행상의 엇박자로 민생과 기업운영에 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지만, 그나마 펀더멘털 수치(기초경제 여건 지표)에서는 코로나 경제상황 하의 최강 반열에 속해 있고 상승세마저 보이고 있다. 이 척박한 코로나 시대에, 자그마한 동방의 불빛 같다던 나라가 IMF 집계 국민총생산(GDP) 세계경제력 순위 10위 반열에 올랐으니 말이다. 반면, 태국은 언젠가부터 기초경제 체감불황뿐 아니라 국가경제 펀더멘털 수치 성장률에서 조차 동남아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벌써 여러 해에 걸쳐 소위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중진국 함정’에 빠졌어도 이만저만 빠진 것이 아니다. 1997년 IMF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래 지난해까지 1998년, 2009년, 2020년 등 벌써 네번에 걸친 역성장까지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연간 5% 내외는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소위 중진국 그룹에 속한 태국이 2000년대 들어 연 경제성장률 5% 이하를 벌써 13번이나 기록했다. 2020년 코로나 상황 하의 경제난국은 그간 여러 해에 걸쳐 약해진 태국경제에 연쇄적 트리거(방아쇠) 작용을 일으켜, 결국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동남아 국가 최하위 수준인 -6.1%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믿어도 너무 믿고들 있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태국이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 등 5개국의 인구 2억 명을 웃도는 인도차이나 경제를 한꺼번에 아우르며 ‘바트 경제권’이라는 조어를 만들어낸 경제적 맹주국가였다는 이야기가 동남아 이야기 꾼들의 뇌리에서조차 사라질 지경이다. 아세안 최대 경제대국’이라는 국민 총생산(GDP) 1위국 인도네시아와 삼성전자의 수출기여도가 20%를 상회하면서 경제성장 측면에서 급부상한 베트남과의 사이에 낀나라’가 된 듯한 태국,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① 태국은 그저 예나 지금이나 ‘자타가 공인하는 관광국가’라는 신드롬은 이제 그만 → 태국의 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몫은 공식적으로 12%다. 관광 방계산업까지 끌어들여 20%로 보는 경우도 일부 있으나 일반화된 국제기준의 통계 자료로 볼 때 12%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관광국가가 아니라고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쳇말로 ‘관광산업 아니면 먹고 살길이 없는 나라’는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태국은 동남아 최대의 전기·전자 산업국이라는 영예와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자동차산업을 가진 나라다. 이 두 분야의 산업 규모만 해도 각각 약 21%와 15%를 차지해 관광산업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크다. 따라서 태국은, 관광국가라고 불리기 이전에 수출분야가 GDP의 50%를 상회하는 수출주도 경제국이다. 물론, 태국에게 관광산업에 집중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 태국은 제조업을 동반한 수출산업 주도 경제국이고 내수 유통업 규모만 해도 GDP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를 가진 경제국가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경제가 돈을 벌어야 관광업 인프라의 확충에 재투자할 여력이 늘어나 관광업의 발전도 지속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운영난에 빠져 폐쇄 논란에 이른 시라차 타이거 오픈 동물원(Tiger Open Zoo) 사례와, 눈부시게 찬란한 아유타야 시대의 유네스코 문화재들을 시멘트를 발라 허술하기 그지없이 보수해 놓은 문화재들의 보존상태를 보라. 태국 스스로가 ‘우리는 관광산업이 전부다(?)’라는 식의 의식구조에서 탈피해야 태국을 더 강건히 만들어낼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 상당수가 “태국은 관광산업 비중이 반은 넘는다”고 알고있는 넌센스의 증폭을 이젠 멈춰야 한다. ‘태국은 관광국으로 호평받는 외화 획득 지존국이다’라는 것과 ‘태국은 관광 아니면 먹고 살길이 막연한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② 타이니스(태국다움-Thainess) 그리고 베리타이(태국적인-Very Thai) VS ‘더딘 변화(Remain Unchanged)’ 부분은 좀 더 확연히 구분되어져야 → 태국다움과 태국적인 것을 너무도 좋아하는 1인이다. 심지어 젊은 시절 한때는 태국이 좋아 이따금 태국 전통 농부복장을 입고 다니기도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발전을 위한 비판 조차도 남을 헐뜯는 것으로 여겨 무조건 쉬쉬하려 드는 습성'이나, '제반 분야에서 벌어지는 그냥 내던져 두기식 운영방식'은 보수유지의 한계를 넘어서 궁극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전통적 사고방식의 고수와 합리적 인내심이라는 부분과는 달리, 이런 부분은 태국의 우수한 물적, 인적 자원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새겨가며 전통을 고수하면 더 좋을 것 같다. ③ 산업경쟁력의 대기업 집중과 강소기업 육성이 병행되어야 → 한국보다 몇 배는 더 ‘금수저, 흙수저’론이 나올만한 나라가 태국인데도 금수저들의 지나친 행위에 대해서 다들 너무 조용하다.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각 분야를 발전시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 상황은 경제적 사대주의를 골자로 한 일부 초대형기업과 재벌금융기업들에 의한 수직계열화 및 하청 그리고 임가공 위주의 수직계열화 산업구조로 팽배해 있다. 균형잡힌 산업구조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자구적 노력은 물론, 대형 제조산업에 대한 심각한 외국자본 의존도로 파생되는 심각한 예속경제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국의 강소기업 발전을 통한 경제발전 토대를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④ 기술인력과 중간관리자 양성에 국가교육력을 총동원 집중했으면 → “태국은 임금이 너무 올랐다”는 이야기는 태국 인력의 가치를 단순노동력으로 비하해서 바라보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반면, 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한결같이 ‘기술인력과 중간관리자 계층 인력 구득난’을 호소한다. 추정컨대, 일본기업들이 태국경제와 산업을 오랜 기간 좌지우지해 오면서 생겨난 ‘일본의 소조(小組) 조직식 현지 인력 운영방법(=일본인이 단위조직별 상위 보직에 있고 현지인들은 그저 시키는 일 위주로 실행만 하는 인력화)’에 익숙해진 악영향이라고도 볼수 있다. 그렇기에, ‘일정부분 태국의 자생적 경제발전을 위해 기술을 전수해 주는 외국기업과 손잡고 태국의 자체 브랜드를 육성해 나가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태국 경제의 미래가 굳건해진다’고 본다. 태국의 학교교육 체계도 옛 일본의 봉건적 신민교육과 유사한 모습의 교육방식 답습은 이제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 창의력 육성 기반에 의해 개개인의 역량을 키워내면서 국가적 단합을 이뤄내는 모습으로 변모해 나가야 할 부분이 크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⑤ 태국의 사회 지식층과 일부 부유층의 국가인식 변모 필요 → 민주화를 위한 역동성이 혼란으로만 인식되던 이데올로기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태국이 그 정도 이하의 민의를 가진 나라라고 보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반체제 민주화 운동 자체를 아직도 불손하게만 보는 세력들이 만연하고, 앞장서서 민주주의를 계도해 나가려는 사회지식층의 기동력은 너무도 미미하다. 설사 제3차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꺼진 불씨’처럼 되어버린 현재의 민주화 움직임이 다시 타올라도 제대로된 방향성을 가진 민주화 결과물을 창출해낼 가능성이 모호해 보이기까지 한다. 태국의 중견·장년층 그리고 원로급 지식층 리더들의 움직임이 너무 미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입헌혁명 이후 ‘쁠랙 피분 송크람(친일군사정부)’과 ‘쁘리디 파놈용(자유태국주의 사회 운동가)’ 으로 양분되었던 태국 근대정치사가 친일 군사정부를 주류로 삼아 흘러왔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민주화 진일보가 필요하다. ⑥ 중-일 일변도 아닌 다자 외교 포트폴리오를 내실있게 강화하면 좋으련만 → 한국이 오랜 세월 미·일 일변도 외교정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질곡의 역사를 살아왔던 것처럼 태국의 근·현대사도 중-일 일변도로 흘러온 경향이 짙다. 원래의 태국 역사의 물줄기에 줄기차게 숨쉬어 왔던 ‘대나무 중립 등거리 외교정책’을 발판 삼아 새로운 국가도약 발판이 될 외교정책을 꾸려보았으면 싶다. 그리고 더 이상 너무 중-일에 치우치지 말고, 동남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태국의 잘 발달된 제조업 기반의 2차산업을 활용해 이제는 4차산업혁명시대 맞이에 분주한 한국경제와의 콜라보(공동작업)도 어떨까 싶은 마음이다. 한국의 제조기술 발전사적 역량에 입각한 산업정보기술력이 태국의 잘 발달된 내수경제력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태국 국가 원산지 이미지 (Country Origin Level)와 합쳐져서 제대로된 산업발전적 성취를 이루는 길을 닦아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⑦ ’저임국 따먹기(?) 국가’가 아닌 생산성과 개발력까지 겸비한 제조기반 경제력 보유국가로 → 규모의 국가기간망 산업투자는 어떻게든 외자 유치로 때우려 들면서 유통과 부동산 그리고 서비스 업종과 같은 '땅짚고 헤엄치기식' 단기적 이익에 급급한 분야만 태국 재벌의 금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에 변화가 필요하다. 동부경제회랑(EEC)과 타일랜드 4.0 같은 경제적 대역사(Great Work)에 태국 자체 자본이 상당 부분 앞장서 투자하는 모범을 보이면 외국자본 유치는 자연스레 고무되어 지리라 생각된다. 역으로 생각하면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하니 아직은 그래도 시간이 있는 셈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고 말이다. 태국에서 뉘엿뉘엿 20년을 넘게 살아 온 어느 한국인 촌부가 작심하고 뇌까리는 ‘내가 아끼고 살아가는 나라, 태국’…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태국이라는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질러대는 ‘무개념 즉흥적 고언(苦言)’이다. 이런 철없는 어느 외국인의 관점 같은 것이 나마, 굳건한 전통 속에 중심 잘 잡고 살아 갈 태국인들의 사조에 섞여들어 ‘팟타이’처럼 잘 볶아지던가 ‘비빔밥’처럼 잘 비벼지는 태국을 보고 싶다. 전창관은? 20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4] 언젠가부터 방콕의 쇼핑몰 진열대에서 한국상품과 만나는 것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졌다. 한국 국격을 받쳐주는 제품들이 탁월한 품질과 디자인에 힘입어 태국 쇼핑몰에서 눈에 띄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까닭이다. 방콕 곳곳에 산재한 쇼핑 몰에는 ‘한국산(팔릿따판 컹까울리=ผลิตภัณฑ์ของเกาหลี)’과 ‘한국 품질(쿤나팝 컹까울리=คุณภาพของเกาหลี)'에 이어 ‘메이드 인 코리아’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생산한 ‘한국스타일(สูตรต้นตำรับของเกาหลี=쑤웃 똔땀랍 컹까울리)’ 제품까지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태국에서는 먹는 농수산물과 바르는 화장품은 물론, 각종 가전제품과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한국 제품은 우수 상품’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필자가 처음 태국 땅에 발을 내디뎠던 1990년대 중반의 태국과는 영판 다른 세상이 됐다. 당시에는 방콕시내를 질주하는 허름한 시내버스에 붙은 대우자동차 로고만 봐도 신바람이 났다. 한인타운 수쿰윗 플라자 내의 한국인 전용 마트에 가야 겨우 살 수 있던 '신라면'이 현지의 대형 체인마트 유통인 탑스 슈퍼마켓에 진열된 것을 보고 기뻐하던 것이 언제였던가 싶을 지경이다. 언젠가부터 태국인들에게조차 존재감을 상실한 로빈슨 백화점 수쿰윗 매장에서 일본 브랜드들의 등쌀에 떠밀려 한쪽 구석에 겨우 놓여있던 한국산 전자제품의 엉성했던 진열판매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이제는 그리 많지 않다. 한류(韓流, KOREA WAVE)는 빌보드 1위에 오르는 방탄소년단과 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영화 '기생충'으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문화 '열풍'을 가리킨다. 1990년대말부터 한국 대중문화인 드라마와 영화, 가요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자 '한류'라는 이름이 붙여지기 시작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한국 브랜드 상품 판매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한류’는 이렇게 대중문화 열풍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소위 'K'자가 붙어 한국산 화장품, 식품, 패션 등 각 분야로 퍼져나갔다. 이제 '한류'는 한국 국격의 상징이 됨과 동시에 '최고 상품'라는 이미지로 승화되어 한국산 제품의 해외판매 상승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류'라고 칭할 때, 'POP이나 드라마 등의 대중문화 한류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자는 화장품, 패션, 식품 등의 해외 유통분야는 물론이고 전자-자동차 같은 우리나라 중추산업의 글로벌 시장진출 파워가 반영된 개념으로 확장된 '산업한류'라는 측면의 '한류'를 더 넓게 바라보고 싶다. 산업한류는 '대중문화 코드의 연예·문화 한류'를 보다 큰 물결로 전파시켜 줄 수 있는 물질적 지속가능 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관광지'이자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리는 태국에서도 한국 산업한류는 이제는 당당히 선진 국가들의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산업한류 제품들이 현지 유통채널 진열대에 폼나게 자리잡고 있다. 반면, 방콕의 쇼핑센터 등의 유통채널 판매장에 나가보면, 산업한류 상품들의 제품력에 대비해 아직까지 상당 부분 뒤처진 리테일(retail, 小賣) 유통 부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다름 아닌, 산업한류 제품들의 리테일링 활성화의 기본구조인 ‘판매진열(Display)’과 ‘소비자 가격(Retail Price Positioning)’ 설정 부분이다. 사실, 이 두 가지 사안 중에서 ‘진열‘ 부분은 유통 현장 측면에서 볼 때, 상당 부분 공급자(Supplier)의 의도보다 유통 내 실판매업자(Reseller) 의지 측면이 주로 반영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지만 ‘소비자 가격’ 부분은 ‘공급자’가 직접 결정하거나 사전 검토한 가격 구조 명세(Price Scheme)에 대한 양자간 합의를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가격 설정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위한 제반 총 원가구조를 보여주는 역할도 하지만, ‘판매제품의 총체적 실판매 능력’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제품력(Product) + 브랜드(Brand) +고객관리능력(Customer Care)=실제 소비자 가격 포지셔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한류의 태국시장 내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는 실판매 진열대의 소비자 가격을 볼 때, 이런 올바른 가격 산정 요소가 잘 반영되었다고 보기에는 많이 아쉬운 경우가 흔히 눈에 띈다. 실 판매대 위에 올라가 있는 각양각색의 산업한류 제품들의 소비자 가격이 현지 시장 내에서 적합한 포지셔닝을 통해 산정되었다기보다는 그저 ‘제조사 또는 공급사가 팔고 싶은 가격을 붙인 경우’와 ‘제품력과 마케팅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유통 단계별로 발생하는 마진율의 합산으로 억지춘향(?)처럼 책정된 사례'도 많은 실정이다. 소위 리테일 '제값받기(Right Retail Price Positioning)'라는 화두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 화두는 사실, 우리나라 굴지의 전자회사가 상시적으로 시장전략 수립 시 필두로 내세우던 마케팅 화두 중 하나인 '제값받기 전략'이라는 내용의 일부이기도 하다. “제값받기란, 그저 싼 가격을 무기로 경쟁하거나 원가 압박으로 인해 팔리지도 않을 높은 가격을 붙여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품력과 서비스를 창출해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해 나갈 수 있는 가격을 설정함으로써 자사의 이익을 남기며 시장에서 성장해 나가는 전략을 말한다.”- S전자 따라서, 제품의 개발, 구매, 제조, 판매, 마케팅, 관리와 운영에 대한 총체적 혁신이 연동되어지는 산업활동을 이어나가야 해당 판매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합리적 수준으로 산정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적정이익률 확보로 시장내 가격경쟁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새로운 마케팅 활동을 위한 자금력이 창출되는 선순환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해본 태국 시장내 산업한류 제품의 '제값받기' 적합성 여부를 산정하기 위한 툴(Tool)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점유율과 가격 포지셔닝 측면에서 이겨야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타겟 브랜드 회사의 동일 또는 유사 스펙 경쟁상대 회사 제품 가격을 100%로 놓고, 자사의 제품 가격이 그에 비해 몇 %에 해당하는지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분석한다. ②제품의 성능이나 품질 그리고 서비스 등에 대한 개선 노력을 집중해, 동일 스펙대의 신모델을 출시할 때 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사와의 가격지수 갭을 메워나가거나 상대적 우위 확보를 시도한다. ③경쟁사가 가격인하 공세를 펴더라도 그에 대한 대응으로 추격인하하지 않아도 목표 판매량을 지속 유지할 수 있는 시장 내 입지확보가 되어있는지 여부를 가름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 가격지수(%)와 자사 가격지수(%)를 비교분석해 가격 포지셔닝 우위를 확대해 나간다. 결국, '좋은 제품(Product)'을 '적절한 시기(Seasonality)'에 출시함으로써 계획 대비 '적합한 수준의 물류(Logistics) 재고비용이 소요될 수 있게 재고량을 관리해 나감과 동시에(Supply Chain Management)', '브랜드(Brand)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총체적 마케팅 작업을 수행해 내야 한다. 이런 측면이 고려된 제반 프로세스 추진 하에 합당한 '제값받기=(Right Price Positioning)' 작업이 이행될 수 있는 것이다. 성능이나 품질(맛)이 열악한 제품을 엉성하게 진열해 놓고 관리도 제대로 안하면서 가격만 높게 책정해 판매 기회를 놓친다든지, 반대로 진열상태는 양호해도 기본적인 제품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자사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줄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진열대 선반위에 내던져 놓는다든지 하는 행태 등은 시장 내 제값을 받으려는 판매 전술에 크게 어긋나는 처사다. 태국시장에서 제품별로 개별적 브랜드력에 따른 진열도와 가격 파워 등에 있어 일정 부분 차이는 있겠지만, 이제는 화장품-식품-의류-자동차-전자제품 등을 망라한 각양각색의 산업한류 제품들이 방콕의 리테일 쇼핑센터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태 한인들이 우리나라 산업한류제품을 언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행복한(?) 느낌을 맛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국가(World’s 10 biggest economies in 2020)로 발돋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격상승이 제대로 반영된 각종 산업한류 제품의 제값받기 작업이 태국 땅에서 성공적으로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3] 태국은 프랑스와 대등할 정도로 넓은 국토를 가졌지만 대중교통 발달이 미흡하고 연중 폭염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는 나라다. 그래선지 태국인들은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주택보다는 할부일지언정 쾌적한 냉방 속에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인 자동차를 구입할 궁리부터 한다. 방콕이 교통지옥으로 일컬어져도 태국인들의 자동차 사랑은 그칠 줄 모른다. 태국에서 ‘전시 이벤트의 꽃’으로 여겨지는 자동차 판매 박람회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끄는 ‘방콕 모터쇼’가 제일 무더운 이맘때쯤 열리는 것도 그런 이유인 듯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달 초에 방콕 므엉통타니 전시장 챌린저홀에서 ‘방콕 모터쇼 2021(제 42회 방콕 인터내셔널 모터쇼 2021)이 열렸다. 무려 30여개 내외의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가 선보인데다가 전시만이 아닌 열띤 실판매 행위가 현장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 여파 와중이지만 각 사의 세일즈 파워뿐 아니라 마케팅력이 총동원되어 전사적 역량을 겨루는 명실공히 태국 내 가장 큰 규모의 자동차 전시·판매 행사였다. 이번 방콕 모터쇼 2021에서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톱 10 판매 리스트’는 ①도요타 4406대 ②마즈다 3454대 ③혼다3305대 ④이스즈 2829대 ⑤스즈키 2689대 ⑥벤츠 1863대 ⑦ MG 1629대 ⑧미쓰비시 1462대 ⑨포드1212대 ⑩니산 1144대로 아로새겨졌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⑩위를 차지한 일본 니산의 3분의 1 수준인 426대를 판매하여 ‘⑬위 판매=점유율 1.5%’에 그쳤다. 2020년 태국 내 연간 브랜드 별 총 판매 대수를 살펴봐도 ‘태국시장 점유율 톱 10’은 ①도요타 25만6689대 ②이스즈 18만9826대 ③혼다 9만1705대 ④미쓰비시 5만7429대 ⑤니산 4만2761대 ⑥마즈다 4만480대 ⑦포드 3만2362대 ⑧ MG 3만247대 ⑨스즈키 2만6380대 ⑩BMW 1만6024대가 차지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불과 연간 3020대를 판매해 ‘⑭위로 시장점유율 0.37%’에 머물렀다. 이 정도면 가히 '현대자동차의 굴욕'이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브랜드 순위 매기기로 업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인터브랜드(Inter Brand)가 발표한 ‘2020년 글로벌 브랜드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당당히 도요타, 벤츠, BMW, 혼다에 이어 세계 랭킹 5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테슬러와 아우디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명실공히 브랜드 자산가치 143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No.5자동차 브랜드로 우뚝 섰다. 게다가 지난해는 세계 시장점유율 순위 역시 5위(8.1%)를 차지해 기염을 토했다. 포드의 세계시장 점유율 5.2%, 혼다 5.6%는 물론, GM의 7.6%를 능가하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태국 현대자동차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왜 이다지도 평균치를 현저하게 밑돌까? 해마다 모터쇼 행사장을 다녀올 때면 스쳐가는 생각이다. 사실, 밑도는 정도가 아니라 올해 태국 ‘모터쇼 2021’에서도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점유율 1.5%에 못미쳤고, 2020년 태국전체 시장점유율도 0.37%를 보이는데 그쳤다. (태국 MagCarZine紙 1월 26일자) 연간 100만 대 내외를 내수시장에 판매하고 또 다른 100만 대 가량을 해외로 수출해 동남아 전 지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50% 가량을 공급하는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태국에서 도대체 왜 이런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위상과 태국 내 실판매력 간의 현격한 격차’가 발생할까? 이에 대해 혹자는 선뜻 (1)현대차의 태국내 생산공장 부재에 따른 관세차에 기인한 원가경쟁력 취약을 거론하거나 (2) 무려 19곳에 달하는 완성차 조립 및 제조공장이 500여 1차벤더와 1700개에 달하는 2차벤더를 거느린 태국 자동차 업계의 제조밸류체인에 속하지 않은 채 고관세 완성차 도입을 하는 판에 무슨 판매점유율 타령이냐”고 한다.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 한국 수출 제조업의 양대산맥이라 볼 수 있는 자동차 판매와 전자제품 판매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전자제품’ 업계의 ‘현대자동차’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태국 TV제품 시장점유율은 31%이고 모바일 폰은 31.1%다.(2019 GFK Data) 이는 위에 언급한 2020년 현대자동차의 태국 시장 점유율 0.37%와 비교할 시 천양지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도 태국에 처음 진출할 때 제품별 차이는 있었지만 당시 가전업계 관세도 30~60%에 달했었기에 일본의 앞선 현지공장 진출 대비 후발 삼성전자의 고충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지금의 현대자동차와 비근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 TV와 그 외 가전제품의 삼성전자 태국시장 점유율은 태국 진출 초반기에도 10% 내외를 보였다. 제아무리 전자업계와 자동차업계를 단순비교키는 어렵다 하더라도 너무 지나친 격차를 보인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태국 현지 시장점유율이 이런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까닭에는 ‘모터쇼 2021’ 행사장에 다녀온 일개 촌부의 생각으로도 의아하기만한 몇가지 현저한 차이점과 이유가 있다. 첫째, 제 아무리 ‘선택과 집중 ’이 중요한 전략과제라지만, 태국의 현대자동차 판매회사인 ‘Hyundai Motors Thailand’가 한·태 합작법인 또는 태국 수입판매사도 아닌 일본상사 소지쯔(히토시 가네꼬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에 의해 현대자동차 본사 파견 주재원 1명 없이 벌써 여러 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거론치 않을 수 없다. 이에 대비 삼성전자는 현지 진출 초기에 태국 측 수입판매사가 판매정책을 책임운영하던 시장진입 단계에서부터 코디네이터(Coordinator)라는 직책의 주재원을 파견함과 동시에 연락사무소(Representative Office)를 운영함으로서 현지 수입공급사의 운영실태와 향후 전략수립에 구체적으로 관여하며 중장기적인 현지사업 추진전략을 구사해 나가기 시작했다. 둘째, 운영주체가 누구이든 최소한의 현지 라인업은 본사 기본 라인업 전략과 맞물려 전개되어야 미래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이 가능하다. 그래야만 향후 본격적으로 지사(Branch) 또는 해외법인(Overseas Subsidiary)이 출범될 때 단절없는 연속성을 가지고 브랜드 전략을 추진하기가 용이한 것은 당연지사다. 현재의 태국 ’Hyundai Motors Thailand(일본회사)’처럼, 세계 자동차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승용차 라인업을 가진 현대자동차 본사 라인업과 무관하게 승합용 밴 한가지로만 제품 라인업을 끌어가는 것은 관세 집입장벽을 감안한다해도 누가봐도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제품전략이다. 셋째, 해외시장 진출시 필수적인 현지화 마케팅이 취약하다는 부분이다. 원활한 부품 수급을 통한 애프터 서비스센터 운영과 지속적 광고판촉 및 브랜드 전략 전개가 필요하다. 소나타 구모델을 시장가 대비 할인해서 한국인 마켓 등에 팔아보다가 여의치 않자, 관세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유로 승합밴 전용 라인업으로 급전환 후 승합밴만 파는 회사로 태국시장에 각인되고 난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은 과연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의문이다. 하늘이 돈다고만 믿던 상황에서 지구는 돌지 않았다. 갈릴레이가 지구가 돈다고 믿기 시작하니 지구가 돌기 시작했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태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니 후발 현대자동차는 설 땅이 없다고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한국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①수입판매대행사(Distributor)→②판매법인(Sales Subsidiary) 진출이라는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판매권 다툼이 생겨 브랜드에 흠집을 낸 경우도 여러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사에 걸쳐 있었다. 그러니 만큼 향후 본격 진출 시 대비해 한국의 본사가 팔을 뻗쳐 현지시장을 속속들이 점검해 나가며 그런 분쟁의 단초도 제거해 나가며 현지 판매사업을 리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현대자동차 본사가 주체가 되어 보다 강화된 통합 마케팅 전략으로 판매확대 승부수를 준비해 나가기를 바래본다.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라는 호랑이 굴에 들어왔으면 호랑이를 잡아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전창관은? 20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2] 우리나라 사람들의 태국에 대한 인지도는 일반적으로 매우 높다. 그도 그럴 것이 행세 꽤나 한다는 사람은 물론이고 시골 촌로들조차, 태국 관광 한 번 안가본 사람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지경이니 말이다. 1989년 해외여행 완전 자유화 조치가 취해진 이후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 태국은 소위 가성비 좋은 단체관광지로서, 심지어 향락관광의 대표적 목적지로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온 데다가, 근래 들어서는 젊은이들의 힐링여행지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9년 집계한 목적지 국가 별 출국자 순위 자료를 봐도 연간 188만 명의 국민이 태국을 '해외여행 출국 목적지'로 삼았다. 일본이 1위, 중국 2위, 3위 베트남, 4위 미국에 이어 태국이 5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자타가 공인하는 관광국가인 태국 입장에서 봐도 국경이 맞닿아 있는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의 말레이시아와 라오스를 빼면, 2019년 입국자 수 1위인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여행객 수를 보낸 나라가 한국이다. 일본인 여행객의 태국 입국 자 수마저 추월하기 시작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한국의 '2019년 대외 교역국 순위'를 보면, 1위 중국, 2위 미국, 3위 베트남, 4위 일본 5위 말레이시아로 위에 열거한 한국인의 '해외여행 출국 목적지 국가' 5위권 반열에서 태국 대신 베트남이 들어가 있는 것만 빼면 정확히 일치한다. 반면 태국은 2019년 한국과의 교역량 순위에 있어서 겨우 13번째를 기록했다. 태국 투자청(BOI-Board Of Investment) 자료기준, 한국의 대 태국 투자승인 순위도 2019년 세계 12위에 머물렀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와 대기업이 신남방정책을 논할 때는 태국은 늘상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보다 훨씬 후순위에 놓이곤 한다. 물론, 인도네시아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아세안 제일의 경제대국인데다가 국영항공기업 '디르간따라 인도네시안 항공(Dirgantara Indonesian Aero Space)'이 다목적 비행기 양산까지 착수한 항공기 제조기술력 보유국이다. 또한, 베트남은 근래 들어 '빈패스트'라는 자국 브랜드로 승용차 생산까지 시작한 국가인 동시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글로벌 판매 물량의 절반을 생산해 내는 국가다. 그러니 들이댈 곳에 들이대야지 이 무슨 뚱딴지 같은 비교냐고 할 사람도 있는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뜨는 베트남, 지는 태국’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 것도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인도네시아에 이은 아세안 2위 경제대국인데다가 '열보존성이 뛰어나고 어떤 외열에도 쉽사리 눌어붙지 않는 내마모성을 지녔다는 테프론 프라이팬에 비교되는 국가’로 불리는 태국 경제의 저력과 특성 역시 만만히 볼 건 아니다. ■ 태국은 오로지 관광국가? 태국의 국가 매력도에 대하여 태국은 아세안 2위 경제대국이자 2억명의 인구를 포괄하는 인도차이나 반도와 중국을 이어주는 CLMV(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 4국 경제권역의 허브국가이다. 동북아 국가들을 13억 인구의 인도와는 물론, 유럽과도 연결해주는 항공 및 해상교역 환승지라는 지리적 이점의 중간기착지 물류인프라 보유국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태국이 추진하는 동부경제회랑(Eastern Economic Corridor) 프로젝트, 3대 중점 공항(던므엉-수완나품-우타파오 공항) 고속철 연결사업, 동부해안공업지대의 우타파오 공항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 유지, 보수, 점검) 항공 물류 허브화 사업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태국의 산업구조는 농업·광업·수산업 등의 비중이 약 17%, 관광산업이 약 12%, 건설업과 제조업이 약 30%, 유통업 약 20%, 그 외 분야 약 20% 내외로 구분된다. 관광산업의 GDP 기여도가 약 12%로 적지않은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이렇게 1차, 2차, 3차산업으로 다원화된 산업구조의 나라를 오로지 관광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로 인식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태국 전체 산업의 약 3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2차 산업분야 중, 제조업 분야에 속한 전기·전자 부문과 자동차 산업 부문의 수출산업 기여도는 각각 20%와 15% 내외를 차지한다.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로 일컬어지는 연산 200만 대 규모에 이르는 자동차 산업과 전기·전자산업 분야의 밸류체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태국의 기축 산업이다. 물론, 태국은 '비포 코로나 시대(Before Corona)시대’에 이미 연간 외국인 여행객 4000만 명을 돌파한 기록의 명실상부한 관광대국이다. 태국을 방문하는 수많은 여행객들을 통해 글로벌한 마케팅 거울효과(Mirroring Effect - 보고 느낀 것에 대한 공감대 형성)가 형성되어지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수많은 태국 여행객들이 현지에서 접한 각종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을 통해 태국 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확산 효과(Effects of Brand exposure)를 연출해 주고 있기도 하다. 한 마디로 태국에서 브랜드 마케팅에 성공하면 인근 동남아 국가는 물론, 연간 4000만 명의 방문객을 구성하는 다양한 나라들과의 글로벌 버즈마케팅(Buzz Marketing)이 자동으로 수반된다는 의미다. ■ 태국 시장 진출 한·일 비교 연대기 인구는 소비를 의미하고 소비는 곧 생산과 판매를 유발시킨다. 따라서 인구가 많을수록 소비 시장 규모는 커진다. 소위 '규모의 경제학'이다. 다만, 소득수준에 따른 구매력 매개변수 차이가 있을 뿐인데, 일반적으로 소비자 가전업계에서는 특정 국가의 괄목할 만한 가전제품 구매력 보유 가처분소득 1차 변곡점 단계를 1인당 국민소득(GDP) 5000달러를 상회하는 시점으로 본다. 하지만 IMF가 발표한 2020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들 중에서 1인당 5000달러 이상의 국민소득(GDP)을 보유한 나라는 통틀어 싱가포르(58484달러), 브루나이(23117달러), 말레이시아(10192달러)와 태국(7295달러) 정도로 국한된다. 그 뒤를 인당 5000달러 이하의 인도네시아(4038달러)와 필리핀(3372달러), 베트남(3497달러)이 잇고 있다. 한편, 위에 열거한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 이상의 소비력 진작 분기점을 상회하는 그룹의 국가들 중에서 태국(6900만 명)을 제외하고는 싱가포르(570만 명), 브루나이(40만 명), 말레이시아(3160만 명) 등으로 같은 아세안 내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 이상 국가라 해도 인구는 태국의 절반에도 훨씬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다시 말해, 1인당 국민소득과 인구라는 두 가지 잣대를 고려 시, 제조된 상품을 다각적으로 소비해 내는 일정규모 이상의 ‘구매력 보유 인구 규모 측면’에서 태국이 아세안 국가 내에서 최고의 적정 수준으로 무르익어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경제적 체제 면에서 보면, 인도차이나 반도의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이 이데올로기 시대의 사회주의 체제였던 것에 반해 태국은 1932년 입헌혁명 이후 자본주의 개방경제 체제에 입각한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지속적으로 표방해 나가고 있었기에 2000년대 초반까지 태국이 바트경제권(태국을 포함한 캄보디아, 미얀마,라오스, 베트남) 이라는 약 2억 인구의 항공 및 해상 물류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베트남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떠오르는 제조력 보유국가로 인식되는 현재도 CLMV 국가(크메르,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를 연결하는 해상운송로와 항공물류는 태국을 기점으로 편성되어 있다. 종교적 측면에서도 태국은 대부분의 국민이 불교도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종교적 규범에 얽힌 제한 사유가 적은 편이다. 반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부르나이 등은 인구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여서 회교 율법에 따른 상대적으로 짙은 종교적 색체가 사회 전체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이쯤되면 일본이 1970년대 들어 ‘엔고현상’과 대 유럽수출을 위한 ‘안티 덤핑’ 판정을 피함과 동시에 ‘일반특혜관세(GSP) 수혜’라는 삼박자를 노려 동남아를 우회수출기지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전자제품과 자동차에 방점을 찍은 새 둥지로 왜 태국을 택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 법도 하다. 규모의 내수시장이 확보된 수출전진기지로서 태국은 최상의 매력 보유국이었던 것이다. 2000년대 초 삼성전자 역시 “동남아의 지리적, 문화적 중심국가로 견실한 성장이 예견된다”면서 태국시장의 의미를 ‘미·중·러·독·인도’와 같은 강대국들과 동등 수준의 의미를 가진 반열의 전략시장으로 상정했다. 소위 ‘삼성전자 6대 핵심국가 1등화 전략=미국·중국·러시아·독일·인도·태국 1등화 전략’이란 것을 수립해 전사적 마케팅 역량을 투입해 '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미·중·러·독·인도'와 동등 수준의 천문학적 마케팅 비용을 태국에 쏟아부었다는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 1위를 독주하던 노키아 역시 태국을 선택해 '집중 투자하는 전략시장'으로 육성한 바 있다. ■ 신남방 정책, '아세안 최대의 제조업 집적단지국 태국'은 지고 베트남이 뜬다? 2008년 무렵, 삼성전자가 탈 중국 정책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가 파격적인 외자투자 인센티브를 제시하여 대규모 휴대폰 제조단지를 베트남에 건립한 반면, 태국은 2005년 경부터 중진국 함정에 빠져 경제성장 속도가 더뎌진 와중에 2011년의 대홍수 천재지변과 2014년 군사쿠데타 발발에 맞닥트려 경제가 장기간 횡보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태국이 정정불안으로 인한 경제전략 리더십 부재에 시달리는 와중에 베트남은 국가전략 차원의 파격적인 외자기업 세제 인센티브와 젊은 노동력을 무기로 내세워 삼성전자의 거대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가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5%를 생산해내는 가히 기현상에 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태국은 중진국 함정에서 허덕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자사의 전 세계 휴대폰 공급량의 절반 가량을 생산하는 대규모 휴대폰 공장을 베트남에 건립하면서 한국기업들의 대 아세안 투자 무게중심은 현저히 베트남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 2011년 태국 대홍수 이후 자동차와 전기·전자 부품의 조달처 일부를 인근국가로 분산시키면서도 태국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세안 역내의 실세로 인정받는 일본 기업들의 동남아 역내 밸류체인 본산은 예나 지금이나 태국이라는 이야기다. 올해 파나소닉의 가전제품공장 베트남 이전이 크게 뉴스화되었지만, 이 역시 파나소닉이 태국 내 운영하고 있는 10개 공장과 20개 사업부 중 800여 명이 근무하는 2개 백색가전 대형제품 사업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했을 뿐이다. 나머지 18개 사업부의 1만 3700명의 종업원은 태국에서 가전소형물과 밧데리 제품 등의 주력 부가가치 사업 생산공장을 태국에서 지속적으로 운영중에 있다. 태국 내 진출해 있는 일본의 10여개 전자회사 중 파나소닉은 전체 가전산업의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며 그외 전자제품 생산의 태반은 태국에 제조와 상품개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태국 내 진출한 한국 가전업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을 뿐인데, 그나마 두 회사 모두 베트남으로 A/V 제품 생산기지를 옮겼으며, 현재는 백색가전 제품만을 태국에서 생산중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태국에는 19개의 완성차 조립 및 제조공장과 10개의 모터사이클 제조업체가 조업중이다. 또한 523개의 1차벤더와 1667개의 2차벤더 및 그외 부품 공급업체가 이들 완성차 조립 및 제조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생산국들과의 글로벌파트너링(GP)을 통해 유관 부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밸류체인(GVC)을 형성하고 있다. 동남아 신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는 국제정세 형국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노려 해양을 통해 세력확장을 꾀하는 한편, 미국 역시 인도·태평양 진출 전략의 중심 교두보로 동남아를 적극적인 영향권 하에 두려 하고 있는 현실이다. 전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으로부터 글로벌 생산기지를 이전시켜 지나친 중국 중심의 글로벌 밸류 체인(GVC)을 재편성하려는 국가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와 전기·전자 분야의 제조사라면 응당 그간 일본에 의해 조성된 태국의 글로벌 밸류체인(GVC)에 합승하는 잇점을 노릴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눈여겨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택과 집중’ 전략과 ‘쏠림 현상’은 다르다=신남방 정책의 국별 포트폴리오 구축 재점검을 위하여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태국의 자동차산업 밸류체인 단지가 일본의 손아귀에 놓여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일본 무역상사가 현대차의 태국 내 독점 판매권을 쥐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현대차가 태국이 아닌 인도네시아를 해외생산 거점으로 택한 것 역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항간에 인도네시아 측에서 전기차(EV 산업) 부문에 대한 파격적 진출 혜택을 제시한 반면, 태국 정부는 일본 눈치 보느라 그랬는지 제대로 대응하는 제안을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설사 한국 제조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해도 이미 일본에 의해 종속된 태국의 제조업 밸류체인과의 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이야기도 해댄다. 그렇지만 그건 일반적인 경제성 원리에 비추어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다. 얼마나 경쟁력있는 조건으로 납품조건을 교섭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을 것이다. 그 경쟁력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보면 구입수량과 가격에 연동될 것이기에, 기존의 유대관계에만 얽매여 공급선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어쨌거나 '달마가 동쪽으로 간데는 늘 이런저런 이유가 있기 마련'일테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신남방 정책의 전개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라는 2개국 몰이로 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인도네시아는 정상외교와 현대차를 내세워 뚫었고, 베트남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기지 진출을 중심으로 공고히 했다. 그렇다면 태국은 KLMV국가에 대한 물류·유통 허브 권역지 국가로 삼음과 동시에 전기·전자와 자동차 산업의 밸류체인 파트너링쉽을 활용한 글로벌 밸류 체인 지렛대 국가로 활용하면 어떨지 말이다. 싱가포르는 신남방 금융정책 운영처로 삼고, 말레이시아는 상업적 구매력이 가미된 이슬람 시장으로 운영하는 한편, 필리핀은 오랜 국교관계를 활용한 포괄적 관계정립 강화 등으로 전체 동남아를 견인하는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내는 등 신남방 아세안 진출에 대한 국별 통상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외경제의 실효성 있는 진출기반 운영이 국가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세상이다. 대기업뿐만 어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사업거리까지 창출해 내는 실제적이고도 전술적인 신남방 진출 발판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낙수효과(落水效果/Trickle-down economics) 역시 획득되어 질 것임을 다시 말해 무엇할지 싶다. 이제 어느 정도 기저에 맞닥트려진 것 같은 코로나사태의 복판에서 신남방정책의 국별 전략 포트폴리오를 다시금 다져 나가기 시작하면 얻어질 반사효과(Reflection Effect)도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무엇보다도 태국은 동부경제회랑(EEC)을 중심으로 메콩강 경제권(GMS-Greater Mekong Subregion)을 가로지르는 총 9개의 경제회랑 중 태국 영토를 관통하는 7개 경제회랑의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태국은 국경무역과 주변국 관광 활성화는 물론, 역내 경제를 통합한 시너지 효과를 공략해 인도차이나 반도의 역내 물류 허브국가로서의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지역과 국가를 잇는 교통인프라 구축 차원을 넘어 무역 촉진을 위한 물류망을 구축함과 동시에, 산업활동을 위한 민간투자 유치 확충을 통해 규모의 경제 인프라를 갖춘 산업도시도 건설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전체 수출의 약 40% 정도가 미국과 유럽을 향한 것이지만, 태국은 30% 가량이 동남아시아 역내 물동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태국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메콩강 유역 주변의 경제 후발국인 CLMV국가와의 무역에서 2019년에 139억 달러(약 15조 707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태국 전체의 무역 흑자가 90억 달러(약 10조 1700억 원)였으니, 대 CLMV 무역거래의 중요성을 빼놓고는 태국의 무역수지에 대해 논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내수경기 측면조차도, 평상시 태국의 주요 백화점 고객의 40% 가량이 외국인인 상황에서, 그 중 30%는 고액을 구매하는 CLMV 국가의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이다. 주요 상거래 거점에 설치되어 있는 태국 은행들의 현급지급기는 미얀마어와 라오스어 등이 디스플레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태국의 대외 투자 역시 CLMV국가로 행하고 있으며, 베트남이 그 중심에 있다. 베트남은 언젠가부터 태국의 동남아 내 경쟁국이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태국의 대외투자국이다. 따라서, '신남방 정책의 대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정책'과는 차별화된 '대 태국 정책'이 필요하다. 아세안내 최대 제조업단지 국가이면서 CLMV 국가로 향하는 항공·해상 물류 허브국인 태국에 대한 한국기업의 투자 진출은 곧 CLMV 국가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확보이자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먼 듯 가까운 나라 태국’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먹거리를 찾아내는 작업이 그저 일시적 무역거래량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지기 보다는 입체적이고 탄탄한 매트릭스 구조를 갖춘 실천적 작업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창관은? 20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1] '한류'의 아이러니인가, 아니면 'K-FOOD' 수출의 한 과정일 뿐일까. 한국이 종주국이자 원류 격인 '김-빙수-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이 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회사들이 한국 회사가 아닌 태국회사들이라는 점이다. 가히 '원조주의의 역조현상'이라 불릴 만하다. 태국판 '김-빙수-코리안 프라이드 치킨' 삼국지를 ‘김 대첩(大捷)’과 ‘빙수전투(戰鬪)’ 그리고 ‘후라이드치킨 대전(大戰)’으로 나누어 분석해본다. [첫번째 싸움터인 <태국 김나라 대첩(大捷)>]에서는 개전(?) 초기에 한국업체들이 김을 밥에 싸먹는 것으로 가르쳐가며 태국민들에게 보급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연전연패했다. 그 와중에, 태국인들이 ‘김’ 이라는 것을 밥 싸먹는 반찬으로 즐기지 않고 기호식품 과자로 즐긴다는 점에 착안해 김과자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워낸 태국업체 '타오깨너이'사가 일약 김과자 시장 점유율 70%를 구가하는 맹주가 되어 30여개국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태국 맥주재벌 비야 씽’까지 뛰어들었다. 브랜드 자체를 한국어의 ‘맛있다’의 성음어 ‘마시따(มาซิตะ)로 하고 한국 아이돌 스타 '슈퍼주니어' 규현까지 모델로 내세워가며 대규모 광고투자까지 서슴지 않았다. '트리플 앰' 이라는 회사는 '따완댕'이라는 브랜드를 포함해 무려 4개의 김과자 브랜드를 만들어국내외 시장을 공략중이다. '카부끼'라는 일본어를 브랜드로 내세운 태국 회사의 경우, 제품 포장에는 한복입은 캐릭터를 내세운 국적불명 마케팅을 펴고 있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이 브랜드들은 공히 외관 포장에 ‘100% 한국산 김(Korean Seaweed)’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시장을 과점하며 점유율 1위를 달리는 ‘타오깨너이’는 한 술 더 떠서 ‘Korean Style’이라는 한국산 모방제품들이 흔히 사용하는 문구 대신 아예 ‘타오깨너이 스타일(Taokaenoi Style)’이라는 자신들의 주체성(?) 있는 문구를 표기하는 자신감까지 표출하고 있다. "김을 바다에서 매장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그저 시장에서 사는 반찬거리로 보일 뿐인 김을 일약 '세계인의 과자'로 만드는 상품화에 성공한 '타오깨너이' 사는 지구인의 20%가 이미 김과자 맛을 보았다면서 사업확장에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들의 상표인 '중국인 화상 왕서방 캐릭터=타오깨너이'를 볼 때마다 '재주는 한국이 넘고(김 원재료 채취) 돈은 중국계 태국인이 번다'는 생각이 스치곤 한다. [두번째 격전장인 <태국 빙수전투(戰鬪)>] 역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원래 커피와 와플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던 '애프터유(After You)'라는 태국 토종 디저트 카페가 한국의 여름철 기호식품이자 우유를 눈처럼 갈아 만든 신기술 특성품인 ‘눈꽃 빙수’를 출시해 태국의 빙수시장을 석권해 나가고 있다. '애프터유'는 망고 등 현지의 각종 천연 열대과일 성분과 한국 딸기향 분말을 얼음가루 결정체 안에 점착시켜 만든 빙수계 고수의 맛 트렌드세터(Trend Setter, 시대의 풍조나 유행 등을 선도하는 사람이나 회사)로 자리잡으면서 태국에 진출한 한국의 빙수계 지존 S사를 현저히 제치고 태국 빙수 무림계의 지존으로 나섰다. 이후, 자신들의 주력이던 와플류 판매 매출고를 상회하는 주객전도식 빙수 매출 파이를 키워나가는가 싶더니 급기야 매장수가 80개 점을 돌파하는데 이르렀다. 빙수 품질력과 상품성이 워낙 독보적이어서 한국제품을 본따 만든 것이라고 쉽게 폄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귤이 회수(滙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이 경우는 "귤이 회수(滙水)를 건너 더 업그레이드된 맛난 오렌지가 된 격"이다. 한국의 눈꽃 빙수기계를 들여와서 한국식 빙수 모방품을 만들어 판매하던 중소업체들과 태국에 진출한 한국 유수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난립해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정작 빙수 자체의 제품력 개발과 유통력 선점보다는 그저 외관 베끼기 '미투(Me Too)'에 골몰한 상황이었다. 난립한 중소업체들이 제품력 우위 경쟁과 유통거점 장악에 힘쓰기보다는 가격경쟁 다툼만 벌여 유사품간의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제살깎기) 상황까지 야기한 것이 큰 패착이었다. 그 틈새를 뚫고 '애프터유'가 안정되고 세련된 눈꽃빙수 제품력과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대형 고급백화점 유통을 휩쓸며 손님 줄세우기에 기염을 토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제품 기술력을 앞세워 리테일 유통력을 장악한 '애프터유'는 '한국식 눈꽃 빙수'라는 신무기를 자신들의 디저트 라인업에 장착해 확장을 거듭했다. 이후 주식상장 절차를 마치고 태국 요식 리테일 업계에 화제를 불러 일으킨 큰 손이 되었다. [세번째는 <태국 치킨대전(大戰)>]인데, 겉은 바삭거리면서 부드러운 속살을 머금은 독특한 맛 그리고 매콤 달콤한 양념소스로 특징 지어지는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 & 양념치킨’을 태국식으로 재해석한 '본촌치킨' 사례다. 서양열강 케이에프씨 및 맥도날드와 제품력으로 자웅을 겨루며 대형 쇼핑몰 요지에만 수년 새 45개가 넘는 매장을 열고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지의 태국 주변국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본촌치킨은 교촌치킨에 대비해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는 부산의 한 작은 회사였다. 뉴욕에 분점을 냈는데 10여년 전 바다 건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태국의 한 유학생녀가 맨해튼 거리에서 우연찮게 본촌치킨의 단짠맛을 체험했다. 그는 "자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맛이다"라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나서 태국에 마스터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들여왔다. 그녀는 태국민들의 입맛에 대한 탁월한 예지력을 발휘하며 태국의 '까이양(닭구이)' 또는 '미국식 후라이드 치킨'과는 다른 한국식 치킨 맛 보급에 나섰다. 마침 태국인들에게 유행하기 시작한 한식 '순두부'를 치킨과 조합해 밥과 함께 판매한 것도 주효했다. 본촌치킨의 태국 내 성공사례는 태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차별화된 코리안 프라이드치킨'을 ‘치킨은 찹쌀밥과 함께 먹는 것’ 이라는 태국인들의 본태성 취향에 맞춰 라인업을 개발(Product Marketing)해 낸 결과물이다. 태국의 본촌치킨 마스터 프랜차이즈 사업권은 지난해에 마이너 인터내셔널이라는 태국 굴지의 요식업체 그룹(아난타라 호텔, 버거킹, 스웬슨, 시즐러 태국 사업권자)에게 20억 바트(약 727억 원)로 팔렸다. 미국 유학길에서 접한 본촌치킨의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 맛에 이끌려 2011년에 방콕의 텅러 거리에 작은 치킨 가게를 열었던 가녀린 한 태국인 유학생녀는 이렇게 만 8년만에 700억원 대가 넘는 태국의 재력가로 우뚝 섰다. ■ 한국의 식품·요식 산업한류 VS 일식의 주도권 가진 현지화 통한 세계화 ‘외식업’ 또는 ‘음식문화’라는 것은 인류 문화의 중심축인 ‘의식주’의 한가지다. 따라서, 그 특성이나 전개 주체가 다양한 문화 접변을 통해 변형될 수 있는 문화형태이자 사업모델이다. 그렇기에 식문화 역시 인류에게 주어진 커다란 비즈니스 기회다. 그 주도권 쟁탈전 또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김–빙수–후라이드 치킨 삼국지(三國志)’ 전쟁터에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소외된 한국인의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는 비슷하지만 기승전결이 판이한 경우가 있다. 일본의 ‘돈까스와 캘리포니아 마키’ 스토리가 그것이다. 오스트리아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슈니첼’이라는 서구권의 흔한 오스트리아 음식을 자국으로 들여와 '돈까스' 라는 이름으로 재포장해 팔았지만 그 사업 주체는 여전히 일본인들이었다. 사보텐, 와코, 카츠야 등의 브랜드로 해외로 진출해 전세계 곳곳에서 현지 업체들과 손잡고 있지만 비즈니스 오너십의 주인공은 일본인들이다. 미국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음식인 '후토마키'를 미국 서부 해안에서 많이 어획되는 날치알과 접목시켜 판매했다. 캘리포니아 주 등지에서 좋은 시장반응을 일으키자 일본으로 역수입하여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마키’ 라는 음식을 다시 전 세계로 파급시켜 나갔다. 이 경우 역시 해당 비즈니스 확산 오너십의 중심은 일본 외식업계였다. 먹거리에 '애국만능주의'를 들이대보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이 태국에서 ‘김–빙수–후라이드 치킨 삼국지’의 종주국 리더십을 잃었다고 자인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국가별 군웅이 할거하는 ‘음식열전’ 삼국지에 있어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에서 일상적인 일)’임은 물론이고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는 거병술의 기본이다. 최근 몇년 사이에 이곳 태국에서 벌어졌던 몇몇 외식 리테일 마케팅 전투(?)의 실패 사례를 가지고 '태국은 한식 요식업 리테일 사업의 불모지다'라는 식으로 필요 이상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 '장사·사업의 3요소=제품,브랜드,고객관리' 기본으로 돌아가라! 태국은 인구 6900만 명의 아세안 2위의 경제대국답게 인구 2억 7000만이 넘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외식업산업 부분 아세안 2위 매출 국가다. 동부경제회랑(EEC)과 태국 4.0 그리고 타일랜드 스마트시티로 이어지는 외국자본 투자와 경제개발 전쟁(?)의 후방 병참 역할을 통해 식음료 제품 판매를 통한 외식산업 동반성장이 주목되는시장이다. 태국은 연간 300억 달러(약 32조 6100억 원)를 넘는 규모의 식음료시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이곳에서 주객이 전도된 외식시장의 ‘김–빙수–후라이드 치킨 삼국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즉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류식품 종주국 리더십을 찾아내 더 큰 비즈니스 기회화할 필요가 있다. 무릇 장사(Business)는 크게 3가지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품질 좋은 ‘제품력(Product)’, 두 번째는 신뢰할 수 있는 제품임을 구매자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브랜드(Brand)’ 그리고 세 번째는 실제로 해당 제품의 판매가 일어나는 현장에서의 고객관리(Customer Care)가 바로 그것이다. 먹는 것, 입는 것, 탈 것 그리고 볼거리 장사 등 공히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결국 모든 장사와 사업이 지니는 속성은 서로 다르지 않다. 깜짝쇼 차원의 마케팅 흉내가 아닌 시장 특성에 맞는 디테일링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원가계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사업성 확보를 견지해 나간다면 전세 역전은 순식간에 이뤄질 수 있다. ‘김–빙수–후라이드 치킨’ 종주국인 한국업체들이 태국에서 오너십을 갖고 ‘김 대첩(大捷)’과 ‘빙수전투(戰鬪) ’ 그리고, ‘후라이드치킨 대전(大戰)’에서 다시 승전보를 올릴 날을 기다려 본다. 전창관은? 19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0] 인도에는 카레가 없고, 태국엔 ‘콰이강의 다리’가 없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던데 태국에는 ‘콰이강’이 없다. 콰이강이 없으니 ‘콰이강의 다리’도 자연스레 없을 수밖에. 태국에 살거나 자주 방문한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가봤음직한 깐짜나부리 주(州)의 ‘콰이강의 다리’가 없다니 이게 무슨 궤변이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없는 것을 없다고 해야지 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태국에 콰이강의 다리가 없다니?... 그렇다면 그 유명한 ‘콰이강의 다리 행진곡(The River Kwai March)’으로 7080청춘남녀의 심금을 울렸던 윌리엄 홀든 주연의 옛 명화에 나온 다리가 영화속에서 지어 낸 가공의 장소란 말인가?? 물론, 그건 아니다. 요는,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본 2차대전 당시 연합군 포로수용소가 있던 태국의 '깐짜나부리'에는 '콰이강'이라는 강은 없고, 오직 '쾌(แคว)'강만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다시말해 '콰이강의 다리'가 아니고 '쾌강(แม่น้ำแคว)에 있는 다리’, 즉 현지어로 ‘싸판 쾌(สะพานแคว)’이니 말이다. 하긴 콰이강의 다리가 태국에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건 방콕 시내 짜뚜짝 시장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다. 그 곳에 가면 ‘싸판 콰이(Saphan Kwai-สะพานควาย)’라는 전철역도 있고, ‘할인점 Big C 싸판 콰이’까지 성업중이다. 그렇지만, 일본군이 미얀마로 군수물자를 운송키 위한 철도교량을 방콕시내에 건설했을리는 만무하니 말이다. 이야기인 즉은 이렇다. 당시 미국영화 제작자가 영화 제목을 "The Bridge on the River Kwai"라고 영문으로 칭하여 흥행시켰던 것이고, 한국의 영화배급사에서 그걸 그대로 따라 발음해 한글로 적어 "콰이강의 다리"라고 불러왔던 것인데... <실제 스토리 1> 지금부터 25년전에 필자가 처음으로 해외주재 발령을 받아 태국에 나왔을 무렵,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콰이강(?)의 다리'를 찾아 깐짜나부리에 갔었다. 구글맵은커녕 차량 내비게이션 비슷한 것도 없던 때인지라, 깐짜나부리 지역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인근 현지주민에게 물었다. - 나 : "싸판 매남 콰이 유 티 나이 크랍? = 콰이강의 다리가 어디에 있지요?" - 주민 : “마이미 = (그런 다리는 여기에) 없다.” - 나 : 헉, 그럴 리가… - 나 : (식구들에게) "시골 촌사람들이라 그런지 참 답답하게 사나 봐. 바로 지근에 있는 그 유명한 역사적 현장, 콰이강의 다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 말이야, 투덜투덜...” - 나 : “그 서양영화에 나오는 다리, 2차 대전 때 버마로 향하는 군용 기차가 다니던 다리가 이 깐짜나부리 근방에 없다고요?...그게 말이되냐구요?"라며 다시금 따지듯 물었다. - 주민 : “아~ '쾌강' 말하시나 보네요. 저쪽 방향으로 조금 만 더가면 나옵니다.” - 나 : “헐~ '콰이강'이 아니고 '쾌강'이었어??” 이건 25년여 세월이 지난 너무도 옛 이야기니 근래 벌어지는 이야기 두어 개 더 보태본다. <실제 스토리 2> 태국에서 내·외국인 할 것없이 사랑하는 맥주 '비야씽'... 캔에 새겨진 이 맥주회사 창립연도가 무려 1933년인데, 태국의 짝그리 왕조를 전제군주제에서 현행 입헌군주 체제로 바꾸어 놓은 입헌혁명이 일어난 것이 1932년인 바, 그 이듬해에 맥주공장을 지었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태국인들의 맥주사랑도 만만치는 않은 셈이다. 군사정변이 일어나 전제군주체제가 입헌군주제로 바뀌는 난리통에도 맥주공장 세울 사람은 세우고, 그 맥주 사 마실 사람은 사마시고 그랬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그건 그렇고, 비야 씽(เบียร์สิงห์/비야=맥주 & 씽=사자)을 영문으로 'Singha'라고 표기한다고 덩달아서 '씽하' 맥주라고 부르는 분들도 많다. 뒷 'h'발음은 산스크리트어에서 차용한 단어의 흔적어로써 묵음표기 되어있기에, 태국인들은 '비야씽'이라고 읽고 부른다. 그런데도 혹자는 태국에서 여러 해를 살아도 꿋꿋이 ‘비야 씽하’이라고 칭하는데, 글쎄… 차라리 '사자표 맥주'라고 부르든가 말이다. <실제 스토리 3> 태국의 남부지방으로 기차여행을 떠나려고 후어람퐁 역에 도착해 기차표를 사던 중에 갈증이 나서 콜라와 환타를 진열해 놓고 파는 음료 가판대 노점상에게 환타를 달라고 했다. - 나 : 나름, '나랏말쌈이 태국과 닳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는지라, ‘환타’가 아닌 ‘Fanta’인 것 정도는 안답시고, - 나 : “커~ Fanta 능 끄라뻥=환타 한 캔 주세요.)”라고 영어의 F발음을 하느라 아랫입술에 힘을 꽉 주며 말했다. - 상인 : 마이 미~(눈 앞 가판대에 진열해 놓은 것 뻔히 보고 있는데도 없단다.) - 나 : 눈 앞에 버적이 진열된 환타 캔을 가리키며, “니 응아이 라!=없다니, 그럼 이건 대체 뭐요?” - 상인 : “어~ 휀따~” 요즘 태국인들의 한국어 학습이 한류 붐을 넘어서 학문적 차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165개 고교에서 4만 5000명 내외의 학생이 200여명이 넘는 현지인 교사들로 부터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해 학습하고 있다. 또한, 12개 대학 13개 캠퍼스의 대학생이 한국어학, 한국문화학, 한국어교육학으로 세분화하여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다. 지난달에 주태 한국 대사관이 주최한 ‘태국의 한국어교육 발전 모색을 위한 전문가 세미나’라는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세미나의 패널로 참가해 유창한 한국어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태국인들의 한국어 실력은 예전에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이따금 마주치던 어줍잖은 어투로 몇마디 하는 여승무원의 짧은 한국어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토론의 내용성은 물론이고 한국어 발음 측면에서조차 여느 한국인 학자들의 세미나에 견주어 봐도 큰 손색이 없을 정도여서 깜짝 놀랐다. 이제 우리도 동방예의지국의 국민답게 우리가 살거나 교류하는 나라의 언어를 보다 적확하게 구사하는 노력을 들여, 현지에 발디딘 사람들로서의 성의를 보이는 것도 한·태 민간외교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삼국지연의에서 "맹획이 칠종칠금했다"는 남방 땅 외지의 태국 땅에서 살아가다 보면, 태국에 대한 깍듯한 애정보다 애증(?)이 쌓이는 경우도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때론, 이방인으로서 이 나라 사람들을 제3자 관찰자 시점으로 비평하는 속에서 현지생활의 개선점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것도 분명하고. 그렇지만, 그 와중에 현지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현지어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면 현지생활이 상대적으로 즐거워지고 다방면에 걸쳐 이득이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암 파라곤’이 아닌 ‘싸얌 파라곤’ 백화점 가서 영화도 보고, ‘칸차나부리’가 아닌 ‘깐짜나부리’에 가서 ‘쾌강의 다리’도 보면서 골프도 즐기는 한편, 바다가 그리울 때는 ‘푸켓’이 아닌 ‘푸껫’에도 가보고 말이다.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방콕=아세안익스프레스 전창관 기자] 한국어를 대학입학 수능시험의 제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한 태국에서 한국어교육 발전 모색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달 30일 방콕의 더 수코타이 호텔에서 열린 세미나는 주태국 대한민국대사관(대사 이욱헌)과 한국교육원(원장 김영진) 및 한국문화원(원장 강연경) 공동으로 열렸다. 세미나의 주제는 ‘태국의 한국어교육 발전 모색을 위한 전문가 세미나’였다. 태국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육생과 강의개설 학교 수를 보유한 나라답게 리포트와 토론이 뜨거웠다. ■ 한국어 교사와 세종학당 강사진 등 70여명 참석...이욱헌 대사 "한국어가 두 나라 가교 톡톡" 이 자리에서는 태국에서의 한국어교육의 성과를 짚어보고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한·태 한국어교육 관계자간의 현황보고와 토론이 이어졌다. 태국 교육부 기초교육위원회 까윈끼얏 위원장 외에 한국어를 전공, 부전공, 교양과목 등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한 각 대학의 교수진, 중고교 과정의 한국어 교사와 세종학당 강사진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이욱헌 주태국 한국대사는 개회사를 통해 “언어는 사람들간의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태국인들이 양국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태국 내 한국어 교육이 더 한층 확산되어 신남방 외교의 튼튼한 기틀이 마련됨과 동시에, 양국간 우호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날 토론에서 김연진 주태 교육원장은 “2008년에 태국 중등교육 분야의 한국어 교육과정이 확정된 이래, 2016년에 중등학교 표준 한국어 교육과정 개발에 착수해 2018년 공식 중등학교 교과서를 발간해내는 과정에서 기울인 한·태 양국의 한국어교육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의 교사용 지도서 발행과 온·오프라인 겸용 시청각 교재를 발간한데 이어 한국어 말하기 대회와 방한 연수 프로그램 시행 그리고 각종 교육 기자재의 보급과 운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쭐라롱껀대학교의 수파펀 분룽 한국어학과 교수는 “태국 교육부가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을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실시해주기를 바란다. 태국 내 사범대학에 1년 6개월 과정의 한국어 교사자격증 취득반을 운영해 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삼센윗타야라이교의 완다라 라와신아펀 교사는 현 코로나 사태 감안한 온·오프라인 겸용 시청각교구 제작과 사용에 대한 상세한 사례안까지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태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열풍은 한류 전달 매개체로서의 관심 차원을 넘어 태국인들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정식 교과과정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 송클라대학교 1999년 한국어학과... 현재 중고교 165개 교- 4만 5905명 학생 '제2외국어' 태국 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좌가 개설된 것은 1986년이다. 국립 송클라대학교가 교양과목으로 한국어를 채택했고, 이어 1999년에 한국어학과를 처음으로 설치했다. 태국 내 대학 교육과정에서의 효시였다. 현재는 왕립 쭐라롱껀 대학교를 비롯해 올해 첫 신입생을 받은 랑싯대학교 등 전국 12개 대학교의 13개 캠퍼스에서 한국어학, 한국문화학, 한국어교육학 등으로 세분화되어 한국어학과를 개설 중에 있다. 웃따라딧 대학교가 한국어 교육학 분야를 심화 강의하고 있으며, 랑싯대학교는 한국어 외에 한국의 사회문화에 대해 중점 교육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특화되어있다. 중고교 과정의 경우, 전국 165개 교에서 4만 5905명의 학생이 200 여명이 넘는 태국인 교사로부터 제2외국어로 학습중이다. 태국 교육부에서 2019년까지 총 140 명의 한국어 교원 양성을 위한 장학생을 선발하여 정식 교원으로 임용시켰다. 올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한국어 교원 48명이 지난 9월에 입국하여 태국의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어는 2018년부터는 독어, 불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팔리어에 이어 7번째로 대학입학 수능시험의 제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된 바 있다.
남녀노소 태국인들은 물론, 태국에 몇 번 드나든 외국인 여행객들까지도 즐겨먹는 지극히 대중적인 태국의 대표음식이 있는데 다름 아닌 ‘팟타이’다. 중국 대륙에서 생성된 국수문명이 비옥한 메콩 삼각주 평야지대의 미곡 경작지로 흘러들어오는 과정에서 형성되어진 ‘라이스 누들 로드 (Rice Noodle Road)’의 종착역 나라 태국. 그 태국에서, 옛 중국대륙의 문명식인 국수문화(Noodle Culture)가 인도차이나 반도의 갖가지 풍요로운 식재료와 어우러져 태국 현대사에 이르러 탄생한 음식인 ‘팟타이(ผัดไทย)가 만들어진 사연은 이렇다. ■ 태국 현대사에 출현한 팟타이의 정치경제적 유래 1932년 태국의 짝끄리 전제군주 왕조체제를 입헌군주제로 전환시킨 입헌혁명의 주도자이자 사회운동가 ‘쁘리디 파놈용’이 핀춘하완 장군의 쿠데타로 실각되자, 쿠데타 세력은 ‘피분 송크람’ 장군을 국가 지도자로 추대했다. 권좌에 오른 ‘피분 송크람’은 자신의 집권 전후시기에 세계사를 뒤흔들던 파시즘과 군국주의를 답습하며 수 차례 총리직을 연임하는 가운데 25년간 장기 군사독재를 이어나갔다. 모든 신문의 1면은 그의 정책 홍보로 도배되었고, 구폐와 악습을 단절한다면서 국호도 아예 ‘사얌(Siam)’에서 태국어로 ‘자유’라는 뜻을 가진 ‘타이(Thai,ประเทศไทย=쁘라텟타이/타일랜드)로 개칭했다. 군사독재와 개발경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 했던가. 그는 1938년 총리 자리에 오르자 태국판 새마을 운동을 벌였고, 군사독재를 미화시키기 위한 개발경제 자금 마련을 위해 당시의 태국으로서는 유일하디시피 한 외화벌이 수단이었던 쌀수출에 열을 올렸다. 이 때 ‘피분 송크람’ 군사정부가 지고지순한 쌀수출 외화벌이를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 다름 아닌 쌀국수였다. 열대 상하(常夏)의 나라 태국에서 쌀로 지은 밥보다 보관이 용이한 건조 쌀국수를 만들어 그때 그때 끓는 물에 데쳐 조리하는 방식의 ‘쌀국수(꾸어이띠아우)’는 이미 이 시기부터 태국민들의 유용한 주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쌀농사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태국의 자연환경에서 쌀국수는 밥에 의존하는 식사차림 보다 상대적으로 쌀의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당시 군사정부는 쌀의 국내 소비를 줄여 쌀수출 물량확보를 늘려 나가기 위해서는 쌀밥 대신 쌀국수의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탈곡 후 정미과정에서 발생하는 미곡 부스러기와 수출상품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깨진 쌀 알갱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쌀밥 대신 쌀을 빻아 만든 쌀국수 소비를 권장하는 것이 주효했다. ■ '식탁위의 태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쌀국수 '팟타이' 이 과정에서 ‘피분 송크람’이 직접 나서 ‘베트남의 볶음 쌀국수 퍼사오’를 벤치마킹해 얻은 아이디어가 ‘팟타이’였다. 쌀수출을 늘리자고 국민들에게 삼시세끼 ‘꾸어이띠아우 쌀국수’ 한가지만 먹으라고 할 수는 없던 차에 ‘팟타이’라는 신개발 메뉴로 선택의 여지를 늘려 국민들로 하여금 식상하지 않게 쌀국수를 소비케 하는 보완책을 만들어낸 것이다. 일반 꾸어이띠아우 대비 다양한 종류의 육류, 해산물, 야채가 들어가는 ‘팟타이’는 각양각색의 미각을 돋굴 수 있을 뿐 아니라, 제면 시 쌀가루에 타피오카 가루를 섞어 제면하는 만큼 쌀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기존 ‘꾸어이띠아우’ 소비는 미작 농가와 축산업자의 수입증대로만 이어졌던 것 대비, ‘팟타이’의 해산물은 어촌, 야채는 밭농사 경작 농부들의 소득을 증대시켜 줄 수 있는 음식이어서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얻어졌다. 국민들을 궁휼케 하지 않으면서도 쌀 수출 물량 확보를 늘려 벌어들인 외화로 국가개발경제를 활성화시켜 나감으로서 군사독재의 정책적 성과를 보이겠다는 피분송크람의 의지가 팟타이 한그릇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팟타이의 ‘팟’은 ‘기름을 넣어 볶다’라는 뜻이고, ‘타이’는 ‘자유’라는 뜻의 단어이기에 태국민들의 자유에 뭔가 새로운 윤활제인 기름을 넣어 볶는 의미의 음식이 탄생한 것이라고나 할까. 더구나 ‘피분 송크람’ 본인이 ‘사얌(SIAM,สยาม)’이었던 국호를 ‘타이(THAI,ไทย)’로 바꿨던 터라, 팟타이라는 음식의 보급은 태국민들로 하여금 새로운 국호를 더욱 친숙하게 해주는 효과도 도모했다. ■ 태국의 삼색기:국민, 불교, 국왕에 버금갈 정도로 다양한 재료의 팟타이가 갖는 의미? 태국을 상징하는 삼색기가 <국민> <불교> <국왕>이라는 삼위일체적 의미를 갖듯이, 팟타이는 <쌀국수>에 <달걀, 고추, 액젓, 새우, 닭고기, 두부>를 넣은 후, 고명으로 <고수, 라임, 땅콩>을 가미하여 섞은 후 풍성하게 기름을 둘러 볶아주는 다원적 자유민주주의 의미를 형상화시켜주는 음식이다. 이런 팟타이(ผัดไทย)를 언젠가부터 태국 사람들이 팟타이(ผัดไทย)라고 쓰지 않고 팟타이(ผัดไท)라고 쓰기 시작했다(실제로 태국식당 메뉴판에는 대부분 이렇게 쓰여있다). “왜 타이(ไทย)라는 국호를 팟타이에는 타이(ไทย)라고 쓰지 않고 타이(ไท)라고 쓰는 것이냐”고 주위의 태국인들에게 물어보아도 다들 잘 모르는 듯하다. 그런데, 태국에서 한참을 살면서 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지켜본 이방인인 필자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설사 태국인들이 “그런 억측이 어딨냐”고 본인에게 반문해도 그냥 이렇게 한 번 우겨볼 참이다. 그건 다름 아닌 두 개의 단어의 차이인 ‘여 약(ย)’이라는 자음의 탈락’이다. 태국어로 ‘여 약(ย)’이라는 단어는 다름 아닌 ‘거인’ 내지는 ‘자이언트’라는 뜻을 가진 글자다. ■ ’난세에 영웅 난다’…태국의 혼란을 불식시켜줄 정치지도지를 기다리는 태국민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건만, 어찌된 일인지 태국이 전제군주제를 폐지시키고 입헌혁명을 일으킨 시절에도 있었던 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 ‘쁘리디파놈용’이나 ‘피분 송크람’ 같은 자언트급 거물 정치인이 작금의 혼란스런 정국속에서는 안보인다. 탐마삿대학교를 건립한 개혁파 성향 총리였던 ‘쁘리디 파놈용’ 같은 사람이든, 지나친 개발경제에 치중한 독재성향의 정치인이든지 간에, 어쩌면 태국은 팟타이(ผัดไทย)를 만들어내고 먹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출중한 ‘여 약(ย)=자이언트급 정치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방콕 시내 도심 한 복판 시위대 숫자가 수 만명을 넘기고, 물대포가 난무하며, 영화 ‘헝거게임’의 세손가락 동작이 거리에 넘칠수록 언젠가부터 팟타이(ผัดไทย)를 만들어 먹으면서 잃어버렸던 거물급 자이언트 정치지도자 ’여-약(ย)’이 나타나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전창관 기자 bkkchun@aseanexpress,co.kr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방콕=아세안익스프레스 전창관 기자] 한국기업 제품의 동남아 내 판매 증가와 더불어 모조품 유통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KOTRA(사장 권평오)와 특허청(청장 김용래)이 태국에서의 K-브랜드 지적재산권 침해 방지에 나섰다. 코트라(KOTRA) 방콕 무역관은 지난 27일 방콕 시내 칼튼호텔에서 ‘2020 태국 모조 한국상품 식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태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단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모조 한국상품 식별 방법도 시연됐다. 태국의 지적재산국, 지재권 특별수사국, 경제사범 단속반, 방콕 경찰청, 세관 등 현지의 지적재산권 침해방지 유관기관 관계자 50여명과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의 관련업무 담당자, 로펌 변호사 등 20여명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찌띠마 시타펀 태국 지식재산국 부국장은 환영사를 통해 “ 지적재산권 침해 형태가 기존의 전통적 침해 양상을 넘어 인터넷 상의 온라인 침해 형태로 변천하면서 단속방법이나 법집행 절차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모조상품의 위조기술 발달로 정품과 모조품을 구분해 내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기에 이에 따른 단속 기관 공무원들의 위조품 식별에 대한 전문화 교육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하청 KOTRA 방콕무역관 부관장은 “한-태 양국의 교역과 투자 증가에 따른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기에 2008년 ‘방콕 IP-DESK’를 설치한 이래 지금까지 태국 내 한국기업의 지적재산권 권리 확보에 대한 지원과 함께 침해 구제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태국 정부가 2017년 미국 무역부의 ‘우선 감시 대상국’ 리스트에서 벗어난 이후 현재까지 기울여 온 지적재산권 보호 노력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 태국법인을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감성텍스, CSA코스믹, 라인프렌즈 그리고 마이미 등 소비재 기업 10개사가 세미나 현장 참가 또는 언택드 영상 참가를 통해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모조품의 식별 요령에 대해 설명했다. 화장품과 패션잡화는 물론, 캐릭터 상품과 휴대폰에 이르는 다양한 모조품들이 조악한 성능 대비 외관상 정품과 매우 흡사한 외형을 지니고 있어서 전시 모조품을 참관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상품 모조품 단속 요령을 현지 관련기관 공무원들에게 교육시키는 효과 뿐 아니라, 현지 진출 기업들과 지적재산권 유관기관 간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도 의의를 두고 있다. 또한, 제3국을 경유해 유입되는 한국기업 상품 모조품에 대한 유통 억제를 도모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태국에서는 올 한해 3분기까지 총 2027건의 지적재산권 침해 사범이 단속되는 과정에서 3272만 4787개의 모조품이 압수되었으며, 지난 9월에는 태국 지적재산국 주관으로 압수된 제품을 파기하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의 4.19 혁명과 유사한 성격의 '태국 10.14 혁명'이 일어난 지 47년 만인 지난 10월 14일을 기해 방콕의 주요 도심에서 일제히 점화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격화 일로를 걷고 있다.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 군주제를 도입하면서 촉발된 군사쿠데타를 시작으로 무려 19번이나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는 쿠데타가 일어났다. 이런 정치적 불안정 사태는 크고 작은 민주주의 변혁 운동과 맞물려 발생했다. 그 중 가장 큰 유혈사태를 야기했던 1973년의 10.14 혁명, 즉, 태국판 '피의 일요일' 혁명은 태국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지주다. ■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제기된 바 없는 ‘입헌군주제 개혁’ 등장의 의미는? 현재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시위를 주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자유청년연합’과 ‘탐마삿 공동연대'라는 학생·사회운동 단체가 이번 민주화 시위의 본격적인 확산 개시를 10.14 혁명의 성지인 민주기념탑에서의 10월 14일 자 시위에 맞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태국 현대사에서 학생운동을 배경으로 한 민주진영의 움직임은 군사정부에 의해 번번이 와해되었다. 그 과정에서 왕권의 중재와 재가 절차가 행해졌고 이는 곧 태국적 정치상황의 특이성으로 세계사에 회자되곤 하였다. 일각에서 1973년의 태국 10.14 혁명의 데자뷰(旣視感, 기시감: 이미 본 것 같은 느낌)로 언급되고 있는 현재의 민주화 시위는 ①총리 퇴진 ②군부가 제정한 상원의원 총리선출권 부여 현행 헌법 개정 ③입헌군주제 개혁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 중, ‘입헌군주제 개혁’이라는 태국의 현대정치사 변혁과정에서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제기된 바 없는 관련 요구사항이 등장했다. 소위 '옐로우'로 불려지는 전통적 정치세력 측과 시위대 측의 첨예한 반목이 우려되고 있는 부분이다. ■ 연일 방콕 시내 중심가서 '세 손가락' 상징 태국 새 차세대들의 가두집회 지난 14일부터 방콕 시내에서는 날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 만명 이상의 군중이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태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정부 가두집회가 벌어지면 참가자 수에 대한 보도가 주최 측 집계와 경찰 측 집계가 판이하게 발표된다. 지난 15일 랏차쁘라송 시위에 모인 인파는 주최 측 추산으로 10만 명을 상회했다. 하지만, 7080년대 격동의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무수히 많은 시위 상황을 지켜 본 한국 사람들로서는 현재 방콕에서 벌어지는 민주화 시위는 참가 시위대의 인원 수만 보더라도 '한 마디로 예삿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단박에 직감케 된다. 2014년 레드셔츠 사태의 유혈진압과 함께 등장해 현 군사정부에 맞섰던 시위세력들이 사용하던 영화 ‘헝거게임’의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동작이 다시 등장했다. 예전의 시위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입헌군주제 개혁론'까지 내세웠다. 학생 층을 중심으로 촉발된 시위지만 어느새 젊은 기성세대까지 저변이 넓혀진 대규모 시위 상황인지라 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뉴스메이커로 등장한 이가 있다. 다름아닌 자신의 퇴진을 첫번째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는 위태롭고 우려스러운 시위정국에 직면한 쁘라윳 총리다. 그는 최근 언론매체와의 공개적인 대화에서 뭔가 화난 듯한 얼굴로 기자들에게 일갈했다. "폼 탐 쾀핏 아라이 러?(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는건가?)......" 이 말이 세간에 급속히 입길을 타고 있다. ■ ‘바트 경제권’ 명예 실추 속…코로나19, 아세안 중 최하위 경제성장률이 '트리거' 여러 해 전 소위 '바트 경제권'이라는 함축된 표현으로 태국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경제 리더십 국가로 회자되었다. 그런 태국이 이제 '중진국 함정에 빠져있다'는 말이 듣고 있다. 태국의 경제 위기론은 '정치권력과 부의 편중에 휘말린 일방통행적인 정치경제 인프라를 가진 탓에 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로 요약된다. 그런데도 국가권력과 정치세력이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올 어떤 제대로 된 처방을 통한 치료나 수술을 시행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2014년 군사쿠데타로 얽기설기 응급처치로 봉합되었다. 이렇게 출범한 현 정부는 정치·경제적 혼란과 부진 속에서 2020년 '코로나19'라는 경제 뇌관과 직면했다. 급기야 아세안 중 최하위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경제난에 대한 항의와 입헌군주제 개혁이라는 민주주의 요구라는 주장으로 뭉친 대규모 시위대가 '트리거(방아쇠)'로 등장했다.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한다. 그렇기에 "태국은 원래 그렇게 끓었다가 식기를 반복하며 지속력을 이어가는 '테프론(teflon, 판에 음식물이 잘 붙지않는) 프라이팬 경제국' 이어서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상황에 변곡점이 올 수 있음을 알리는 경종이 연속으로 울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총리가 말한 "폼 탐 쾀핏 아라이 러?(내가 대체 뭘 잘못했나?)..."를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계엄령을 통한 통행금지령을 내릴 수도 있으나 다만 아직은 시기상조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라고 해석하면서 내외신 언론들이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 군부통치-입헌군주제-자유민주주의의 변증법 푸미폰 아둔라야뎃 선왕은 온정주의적 덕치를 통해 '아버지이신 나의 왕(Father, My King)'으로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1946년 19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2016년 서거할 때까지 국민들은 그를 군주(君主)이자 법왕(法王)으로 받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가 태국을 태평성대로 이끌어왔다고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서거 이후 일각에서는 입헌군주제 하의 모순을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시시각각으로 격변하는 현대사적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차세대 젊은이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대치되는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계층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태국 국민들은 천성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지녔다. 그런 그들이 연일 수 만명이 넘게 거리로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도 놀라울 뿐더러, 지속적으로 대규모 가두시위를 이어가는 것 자체도 쉬 믿기지 않는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러니 어찌 한국에서 수입했다는 대당 2500만 바트(한화 약 9억 원)짜리 물대포 차량 몇 대로 이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싶다. 진압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한 바로 다음날, 태국의 주요 언론매체를 통해 1008명의 의사들이 즉각적 실명 연대서명으로 살상력 우려가 있는 물대포 사용의 위험성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태국은 이런 젊은 집단 지성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다. 어찌 총리 1인의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는 말인가’라는 넋두리성 발언으로 이 사태가 종결되어질 수 있을까. 치열한 민주화 시대를 겪은 재외국민으로서 태국 방콕에 살고 있는 필자는 부디 시위대 측과 정부 측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의 눈높이를 일치시켜 나감으로써 이 사태를 현명하게 조망하고 극복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적 사상에 입각한 새로운 정치·경제적 패러다임을 개혁해 냄과 동시에 태국의 또 다른 현대사를 발전적으로 전진시켜 나가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군부통치로 뒤섞여진 태국의 지나온 정치경제적 상황과 새로운 자유민주주의가 뒤섞인 이번 시위 과정에서 태국 현대사가 변증법적 발전을 이루어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동방의 해뜨는 나라’ 한국에서 떠나와 '삼국지'의 맹획이 칠종칠금(七縱七擒-7번 잡혔다가 7번 풀어 주기)하던 신남방의 나라, 태국에서 살다보니 골프를 주말레저로 삼기 십상이지요. 그런데 그린 위에 모여 퍼팅을 하다 보면 이따금식 ‘위잉~웽~’하는 굉음과 ‘쾅...탕...’하는 폭음소리가 들리곤 하지요. 그 소리의 정체에 대해 함께 라운딩하는 동반 골퍼들간에 갑론을박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만, 혹시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말이 있지요.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뜻이지요.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만 가지고 고집한다는 말입니다. '장님코끼리 만지기' 식 일반화 오류 줄이기를 위해 골프장의 '굉음'에 정체에 대해 파헤쳐보겠습니다. <첫번째 의문> 라운딩 중 '위잉~웽', 잔디제초기 모터음? 오토바이 폭주족 굉음? - 라운딩 중에 ‘위잉~ 웽~’하는 소리가 크게 들리면 혹자는 그럽니다. “아, 그건 골프장 잔디 제초기 모터음이야.” - 또 다른 사람은 말합니다. “아니야. 그건 골프장 주변도로를 미친듯이 내달리는 오토바이 폭주족들의 급가속 굉음이지.” - 듣고 있던 또 다른 이는 말하지요. “무슨 말씀을, 그 소리는 골프장 인근의 수로를 달리는 롱테일 보트의 엔진소음이야.” 여러분들께서도 혹시, 방콕 근교의 골프장이나 그밖 외곽지대에서 이따금씩 들리는 이런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관심을 기울이거나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있으셨으리라 봅니다. 그렇다면 과연 윗 세 사람들의 의견 중 어느 분 말이 맞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두번째 의문> ‘쾅...탕...’하는 폭음소리... 총소리거나 화장한 후 사제 폭죽음? 이밖에 가끔씩은 ‘쾅...탕...’하는 폭음소리도 들리곤 합니다만, 이 경우도 마찬가지이지요. - 누구는, “아, 이 인간들은 아무데서나 총질을 해대니 큰 문제야, 정말 겁난다니깐.” - 어떤 이는, “이 총소리는 인근에 있는 민물어류 양식장에서 새들이 양식어를 낚아채 먹어치우는 것을 쫒는 공포탄 소리니 겁낼 것 없어” 하시고. - 또 다른 분은 점잖은 목소리로 “무려 3만5000개소에 이르는 태국의 불교사원들이 대부분 장례식장을 겸하고 있지요. 절에서 장례를 치르고 화장한 후 유골을 분말로 만들어 하늘을 향해 사제 폭죽으로 쏘아 올리는데, 그 폭죽 터지는 소리야”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런 정도까지 알고 이야기하시는 분은 사실 상당히 태국생활 고수이시지요.) 위 <첫번째 의문>에서 가장 유력한 정답은, 태국 골프장들의 상당수가 수로를 주변에 끼고 있기에 그 위를 달리는 ‘롱테일 보트 엔진소음’인 듯합니다. <두번째 의문>의 정답은 ‘민물어류 양식장의 새떼를 쫒는 공포탄 소리이거나 ‘골프장 인근에 위치한 불교사원의 화장터 유골가루 쏘아올리는 폭죽 소리’라고 보아집니다. 듣고 보면 두 번째는 좀 섬찟하기까지 한데, 어쨌든 <두번째 의문>은 정답이 하나가 아니고 두 개인 셈이지요. 이유고하간에, 이중 ‘태국인들의 무문별한 총질 소리론’만 뺀 나머지는, 태국 현지사정에 능통한 주말 골퍼라면 충분히 골프장 근처에서 충분히 있을 만한 상황이라고 인정할 겁니다. 하긴, 민간인이 소지한 총기가 무려 1050만 정을 상회하는 총 많은 나라 태국에서의 이야기인 만큼, 방콕 외곽지역 소재 골프장 주변에서 실탄 총성이 들리지 말라는 법도 없긴하니 이 역시 정답 중 하나로 간주해야 할지 모릅니다. 이렇듯 우리가 사는 세상, 그것도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동방의 나라에서 무려 3500여 킬로미터나 떨어져있는 태국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이문화(異文化) 현상들은, 우리들의 속단과는 달리 각양각색의 양상으로 주마등처럼 연이어 우리들의 현지생활 주변에서 벌어지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문화 현상과 마주 대할 때, 한걸음만 물러서서 겸허히 살펴보면 어떤 경우는 우리가 들고 있는 잣대가 겨우 30센티 삼각자인데, 실제로 벌어진 일은 5미터 줄자이어야만 잴 수 있는 물체이기에 벌어진 오인 또는 오해인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 우리들의 모국인 한국에서는 오히려 더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은 도외시한 채 무조건 저개발 국가인 태국이어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황당한 사안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지요. 그렇기에 태국의 골프장에서 들리는 '굉음과 폭음'에 대해 섣불리 속단하거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준으로만 일반화해서 재단하려 들지말고, ‘태국’이라는 나라의 이문화를 이해하며 수용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마음가짐으로 현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통합해 생각해 보려는 굳은 의지를 지니고 생활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태국인들이 자신의 나라를 자칭해 ‘어매이징 타일랜드(Amazing Thailand)’라 부르는 것이 때론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우리가 비아냥거리식으로 태국을 타칭해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 ‘디스 이즈 타일랜드(This is Thailand)’라고 혹평해 부르는 것이 어떤 때는 일면 와닿기도 하지만 참으로 듣기 싫은 말이기도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늘 여름인 '상하(常夏)의 나라' 태국에서 ‘덥다, 더워’를 연거퍼 내뱉으며 살기보다는, 방콕의 재래시장이나 차이나타운에 가도 삼계탕에 넣는 식재료는 모두 구할 수 있으니,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이면 '이열치열' 삼아 삼계탕이라도 한번 푹 고아 드시고 무더운 태국생활을 힘차게 이어나가면 좋겠습니다. 전창관 기자 bkkchun@aseanexpress,co.kr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삼국지의 맹획이 '칠종칠금(일곱번 잡았다 일곱번 풀어주었던)'하던 신남방의 나라 태국에서 살다 보니 이따금씩 한국에서 인기를 끈 방송 프로그램을 IP TV의 돌려보기 방식으로 접하곤 한다. 일전에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사장님 마음대로 <윤식당>’이라는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을 우연찮게 시청했는데, 나름 시사하는 바가 많은 반면, ‘옥에 티’라고만 봐주기에는 아쉬운 내용들이 산재해 있었다. 필자가 동남아의 태국에 살면서 느낀 한식과 한국식당에 대한 생각으로 짚어볼 때, 자칫 해외에서 한식당이나 소비재 소매업 리테일사업을 운영하는 분들에게 상당 부분 혼선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다수 섞여있었다. 그 중에서도 ‘윤식당의 비빔밥론’은 상당 부분 곡해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예능프로그램을 다큐로 보면 어쩌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으나 ‘윤식당 시즌 2’에 메인 메뉴로 나온 비빔밥 이야기를 소재로 이제는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 우뚝 서기 시작한 한식 세계화의 일면을 살펴본다. ■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논지서 예외일 수 없는 '한식 세계화론' 먼저, '사장님 마음대로 - 윤식당'에서 말하는 한식의 현지화, 즉 '현지인 취향과 입맛에 맞게 한식을 변형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한식 세계화의 근간에 혼선을 자초할 수 있는 방향제시론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주장은 ‘한식 세계화론’에 여지없이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하고도 올바른 관점이다. 이는 한식요리에 대한 지나친 ‘변형된 로컬화 퓨전 만능론’에 앞서 챙겨야 할 중점 추진 사안으로 여겨진다. ■ 한식 세계화를 위한 올바른 전략전술 구사를 위하여 한식 기본 메뉴 중 하나인 ‘비빔밥’에 대해 윤식당에서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은데, 상당 부분 검증되거나 체득화 되지 않은 위험한 논지로 비쳐진다. 태국인들이 타지 이문화의 하나인 외국음식을 접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로컬 고유의 것과 같거나 유사한 것을 찾아내어 취식하려는 욕구가 아니다. 외국음식을 먹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문화접변을 통해 맛의 신세계를 찾아나가려는 욕구가 가장 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① ‘비빔밥(Bibimbap)’이라는 이름부터 외국인들이 발음하기도 어렵고 설사 억지로 발음한다고 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 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의 일식당을 가도 일본음식 ‘스시=Sushi’, 사시미=Sashimi 그리고 우동=Udon임을 기본으로 표시하며 손님들의 주문 호칭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의 기본이라는 ‘차별화(Differentiation)’는 음식명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동서고금의 유명 음식 메뉴명은 고유명사로 불리기 마련이고 그래야만 제품 오너십(Product Leadership)을 지켜나가기에도 용이하다. ② 매운 맛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외국인들이 많으니 고추장 소스를 고집하지 말고 간장 소스로 선회? → 역으로 이탈리아 음식 ‘리조토’나 일본음식 ‘돈부리’를 한국에서 많이 팔아보겠다고 고추장 소스를 넣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매운맛을 외국인에게 강요하거나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각의 영역으로 인도하고 전파하는 작업이다. 태국 음식과 멕시코 음식이 맵다고 세계인들로부터 배척받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자 현상이다. 가급적 원안인 고추장 소스로 비빔밥 래시피를 전개해 나가되, 부득이 매운 음식에 유난스레 저항감이 있는 손님에게 간장소스를 별도로 추가 제공해 주거나, 매운맛 자체를 경계하는 손님을 위해서 식당 내 메뉴판에 붉은고추 모양 아이콘으로 매운 정도를 마킹해 놓으면 될 일이다. 많고 많은 고추장 안 들어가는 안매운 한식 놔두고 고추장 들어가는 비빔밥을 간장을 넣어 변형시켜 선택케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비빔밥에서 고추장을 빼는 것은 왜식대첩에서 거북선을 갑자기 판옥선으로 바꾸는 형국 아닌가 말이다. ③ 대다수 국가들이 바비큐 립(BBQ Rib)류의 음식을 가지고 있기에 그들에게 익숙한 메뉴인 ‘코리안 바비큐 립=갈비’는 한식당의 필수 요건으로 메뉴 구성에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 해외 한식당의 메뉴의 일종으로 BBQ 갈비구이가 들어가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이 BBQ 갈비구이류를 필수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전 세계에 진출한 한식당 인테리어 디자인의 태반이 연통형이나 매립형 덕트를 장착해야 한다든가, 매장 내부를 구이류 냄새 진동하는 기름기 투성인 상태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찍이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성공한 일본을 보라. 일본식당들이 전 세계에 진출하면서 야끼니꾸 일변도로 편중된 메뉴 식단을 꾸렸던가 말이다. 일본 음식점들은 해외에 진출하면서 야기니꾸 전문점은 물론, 스시 전문점, 돈부리 전문점, 뎀뿌라 전문점 그리고 라멘 전문점들을 열어나가면서 그 외 다양한 일본음식 메뉴들을 소화해냈다. 그 결과, 현지 진출한 국가에서 일식요리의 다양성도 인정받고 일본 식당들 간의 지나친 과당경쟁도 막을 수 있었다. ④ 굳이 숟가락으로 비벼먹게 할 필요 없이 젓가락으로 먹고 싶은 내용물들을 골라먹게 하자? → 비빔밥은 들어간 식재료들 간의 물리적, 화학적 반응을 고추장이라는 촉매제 소스를 통해 재창조해내는 크리에이티브 가득한 음식이다. 그런데 그 밍밍한 식재료들을 고추장 소스로 비비지 않고 한 가지씩 따로다로 골라먹게 하자는 발상은 백에 한두 명이 좋아할지 모를 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괘변에 가까운 이야기로 보인다. ⑤ 태국 음식 똠얌꿍을 외국인들이 처음 접할 때는 이질적인 허브 첨가물류와 낯선 향신료 맛으로 인해 떠먹어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한식의 특징인 매운맛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외국인들이 많아 변신 시도가 필요하다? → 태국의 똠얌꿍은 프랑스 요리인 부야 배스, 중국의 샥스핀과 더불어 글로벌 미식가들로부터 세계 3대 수프로 꼽히는 음식이다. 일정 부분 맛에 대한 보수 성향이 강한 손님들은 어디서나 늘 있기 마련이다. 똠얌꿍은 맵기도 하려거니와 트로피컬(열대)한 향취가 강한 음식이지만 세계인들이 똠얌꿍을 찾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 독특한 맛에 있다고 봐야 한다. 몇 해 전 한식진흥원이 전 세계 10대 도시에 거주하는 현지인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식 선호도 설문 결과가 있다. 한식 인지도 64.1%, 한식 만족도 83.2%, 향후 한식당 방문 의향 73.8%, 한식당 추천 의향 89.7%, 음식 관광을 위한 방한 의향 56.7% 등에 달했다. 또한,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약 3만 5000여 개의 한식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이제 한식은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음식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한식은 중식,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인도식, 일식과 더불어 고유한 형태와 맛을 지닌 독창적인 세계 문화유산화되고 있는 과정에 이미 돌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제와서 섣불리 현지 음식과 유사한 맛을 내는 한식의 퓨전화는 금물이다. 한국어를 글로벌하게 보급하기 위하여 세종대왕이 주신 한글 대신에 영어 알파펫으로 표기케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말이다. ■ 세계인이 ‘오늘 점심으로 비빔밥 어때? (How about Bibimbap for lunch today?)’하는 그날까지 세계 맛지도 대표 플랫폼으로 불리는 ‘테이스트 아틀라스 톱 100(Taste Atlas Top 100)'에서 2019년에 선정한 ‘톱 100 세계 음식 랭킹 리스트’에 한국의 비빔밥이 26위, 불고기가 31위로 등재되었다. 전 세계 6795개의 음식과 3386개의 지역별 식재료, 9732개의 레스토랑의 자료를 토대로 평가된 결과물이다. 이 발표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국제화된 것으로 알려진 봉골레 스파게티가 28위, 샤브샤브 32위, 카레라이스 34위, 치즈버거 36위, 사시미 39위, 뎀뿌라 41위, 부리토 58위, 쏨땀 70위, 샤오롱 빠오 76위, 완탕면 91위 등을 차지했다. 26위에 오른 한국의 고추장 소스 비빔밥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아직 ‘CNN이 선정한 세계 10대 음식문화’에 한국음식이 빠져있지만 비빔밥과 불고기라는 견인차 메뉴를 중심으로 한국음식이 당당히 Top 10을 기록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하면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음식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를 글로벌하게 알리려는 노력이 ‘파전과 김치전’을 ‘코리안 피자(Korean Pizza)’라고 칭하고 그 맛을 '피자맛과 유사하게 만들어 보급'하는 길이 아님은 분명하다. 태국뿐 아니라 경향 각지의 세계인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오늘 점심으로 비빔밥 어때? (How about Bibimbap for lunch today?)’하며 한국음식을 권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오늘 저녁은 불고기로 합시다! (Let’s eat Bulgogi for dinner today!)’라고 이야기하며, 매콤한 고추장 소스에 비빔밥을 쓱쓱 비벼먹고 한국식 달짠 간장소스로 양념된 불고기를 먹는 것이 일상이 되는 날도 조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전창관 기자 bkkchun@aseanexpress,co.kr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
[방콕=아세안익스프레스 전창관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급격한 관광객 감소가 경제사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는 태국이 특단의 외국인 여행객 유치확대정책 실시를 예고하고 나섰다. 근래 추진된 태국인 대상 내수관광 진작 정책 또는 극히 제한된 특별전세기 운용을 통한 푸켓 등 일부 도서지역에 대한 외국인 여행객 유입 프로그램만으로는 국내 총생산(GDP)의 20%에 달하던 직·간접 관광수입 재정 결손을 메우기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포스트투데이 등 태국 주요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당초 태국정부는 ‘푸켓모델’이라 칭하는 덴마크, 독일, 영국, 한국, 일본, 홍콩 그리고 중국 국적자에 국한된 일부 도서지방에 대한 단기간의일정지역 격리형 여행을 허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푸켓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더불어 관광수입 증가폭 관련한 파급 기대효과가 너무 미미한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있어왔다.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으로, 기존 구상인 ‘푸켓 모델(Phuket Model)’ 대신에 대상국가와 체류기간을 대폭 늘릴 ‘특별 관광비자 발급 정책(Special Tourist Visa=STV)'을 상정하고 시행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태국 총리실 산하 경제사회진흥국 톳사펀 사무국장은 “일전에 논의된 바 있던 ‘푸켓 모델’ 대신에 ‘STV’라는 외국인 대상 특별 관광진흥정책을 단행키로 했다. 이는 정부 지정 자가격리 호텔의 개별 객실안에서 14일간의 자가격리 의무를 이행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태국의 전 지역에 대한 여행을 허용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시행 대상국가 범위는 외교부와 코로나-19 질병대책본부측과의 공식협의를 거쳐 곧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특별관광비자 발급 정책’이 시행되면, 태국으로 여행 또는 체류하고 싶은 허용 대상국의 외국인은 자국에서 출발전 72시간내에 발급된 ‘코로나-19 음성 검역 확인서’를 소지하고 입국해야 한다. 공항 도착 직후 태국정부 공식지정 자가격리호텔 객실 내에서 14일간 자가격리 의무를 이행 후 재차 코로나 음성반응 확인을 받아야 한다. 통과시 90일간의 특별관광비자를 발급 받아 태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으며, 이후 당해 특별관광비자를 2회에 걸쳐 연장 받을 수 있음에 따라 태국내 총 체류 가능일 수는 270일까지로 늘어난다. 태국 꾸룽타이은행 콤파스 경제연구소의 파천폿 대변인은 “올해 태국의 관광수입은 전년대비 70%가 줄어든 9000억 바트(약 34조 830억 원) 수준에 머물것으로 생각된다면서 2019년에 39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내방 여행객 수를 기록했던 것 대비 약 680 만명 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 기인한 결과”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한, "내년 관광수입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1조 2400억 바트(약 46조 9600억원) 바트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전 정상치 관광수입액인 2019년도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라고 언급했다. 다수의 관광경제 전문가들은 태국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동등 수준인 국민총생산(GDP) 20%에 달하는 관광수입액을 올리는 상황까지 회복되는데 3~4년은 소요될 것 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9월 3일자 '국내감염 코로나 무확진자 100일 기록'이 무너진 상태에서 태국이 다시금 코로나 방역 최고 모범국의 명성을 다져나가며 이번 ‘특별 관광비자 발급 정책' 시행에 힘입어 아세안 최대 관광국가로서의 명성을 빠른 시일내에 회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방콕=아세안익스프레스 전창관 기자] '유전무죄' 권력형 비리의 전형을 보이며 태국을 들끓게 한 재벌 3세 음주·마약 뺑소니 사망사건의 의혹 전모가 지난 1일 '국가 의문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위차 마하콘)'의 공식 조사결과 발표로 공개되었다. 태국 재벌 순위 2위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 보라윳 유위타야(35)는 8년 전인 2012년 9월 3일 방콕 시내서 페라리를 타고 과속해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했다. 과속, 뺑소니, 정차위반, 피해자 구제 위반 등 5가지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수사를 무려 8년간을 끌었다. 특히 공소시효가 7년이나 남아 있음에도 석연찮은(?) 기소중지 처분을 하자 국민적 공분을 샀다. 부실수사와 호화 해외도피에 대한 비난이 커지던 중 지난 7월 검찰이 기소 중지를 발표하자 태국 전체가 '무전유죄, 유전무죄' 논쟁으로 뒤덮였다. 사법당국은 민심에 놀라 마약 복용 혐의를 추가하면서 지난달 8월 26일 보라윳 체포영장을 재발부했다. 태국 정부는 검찰의 불기소 처리가 현행 민주화 요구 시위의 군사정권 불신임을 가중시키는 여론의 불쏘시개가 될 것을 우려해 7월에 국가 의문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검·경을 망라해 연루된 사법절차 문란 행위 용의점들에 대한 대대적 진상 결과 보고가 총리에게까지 보고되었다. ■ 민주화 시위 확산 시점에 검찰의 불기소 처리가 도화선 태국 유력매체 카우솟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조사결과 보고를 받은 쁘라윳 총리는 의혹사건의 수사와 사법적 처리 절차가 검·경 주요 사법기관들에 의해 공정치 않게 진행되었다고 공식 시인했다. 마약-음주 뺑소니 사고로 오토바이 순찰 경찰을 사망케 한 레드불 재벌 3세 사건에 대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공정한 법적 절차를 통한 재수사를 지시했다. 그간 공정한 수사와 사법절차를 이행치 않으며 의도적으로 지연하면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갑자기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과정에 관여한 고위 사법공직자 10여 명의 징계 및 처벌 절차에 돌입했다. ■ 검·경을 망라한 수 십여 명의 조직적 사건 축소,은폐 혐의에 대한 대대적 감찰 조사 시작 위차 마하콘 국가 의문사건 진상조사위원장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검-경이 피의자의 혐의를 희석 또는 누락시키기 위해 공모한 주요 정황과 혐의가 드러났다”면서 이 사건에 권력형 배후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수사관들이 매우 중차대한 중범죄성의 사건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전문적이고 상식적인 수사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며, 단순 음주운전 사고로 무마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다수 보인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피의자가 제기한 13차례에 걸친 수사의 부당성 주장까지 받아들인 검찰청 차장 검사까지 있었음을 밝혔다. 사건 발생 당시 현장 검증에 나섰던 법의학자 타나싯 씨는 "사건의 핵심 정황 증거인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 TV를 통해 검증된 규정 속도의 2배 가까운 과속 여부 결과 보고서를 수정하라는 상부의 압력을 받은 적이 있다”고 증언해 충격을 더했다. ■ 공소시효 연장을 통해서라도 재수사 필요성 부각, 인터폴을 통한 수배 조치 시행 위차 마하콘 국가 의문사건 진상조사위원장은 "총리의 사건 재수사를 통한 기소 지시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주요 혐의 중 상당 부분은 이미 공소시효를 넘겼다. 관련법규 개정이나 특별 한시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공소시효를 연장해 원점부터 제대로 된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측도 이와는 별도로 경찰청 특별 내사위원회를 설치해 방콕 경찰청 수뇌급 경관을 포함한 21명의 전현직 경찰이 이 사건과 연루되어있는 것을 파악해 전원 조사에 들어갔다. 여론도 뜨겁게 들끓고 있다.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묻지마식 불기소 처리한 검사는 물론, 이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치 않은 경찰청 수뇌의 비정상 업무처리 절차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있다. '음주·마약 뺑소니 사망사건'이라는 중대 혐의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며칠만에 50만 바트(약 1900만원)의 보석금을 지불하고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에 대해 지난주 새로이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급되고 뒤늦은 인터폴 수배가 이뤄졌다. 이번 진상 조사에서 밝혀진 혐의 내용을 보면, 사건 당일 새벽 피의자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음주상태에서 시속 170km 가량의 과속 운전으로 오토바이 순찰 경관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했다. 또한 긴급 구난 의무조차도 이행치 않은 채 뺑소니 후 귀가해 음주 치사 운전 행위를 저지른 행위자를 자신의 저택 관리인으로 뒤바꾸려 시도하였다. 이후 행해진 마약검사에서 코카인까지 다량 검출되었다. 반면에 그는 뺑소니 행위를 저지른 다음날 '운전면허 취소' 해당되는 알콜검사 결과에 대해서도 '겁이 난 나머지 귀가해 혼자 술을 마셨다'고 증언하는 등 대부분의 의혹 사안을 부인해 왔다. 독신이었던 피해사망 경관의 장례식 기간 중, 사망 경찰관의 형제 자매 3인에게 300만 바트의 금액을 지급한 후 문제제기 포기 각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건발생 당시 사망 피해자가 오토바이를 급차선 변경해 몰다가 페라리 차량에 치인 것처럼 현장 정황과 불일치하는 의혹스런 증언을 한 2명의 목격자 중 1명도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함에 따라 의문을 증폭시켰다. 한국의 재벌 2세와 정치인 자녀들의 유전무죄 사건을 능가하는 범죄행각을 벌인 피의자는 정부의 대규모 특별조사단의 범죄 피의 사실 공표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해외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당국에 대한 응대조차 없는 상태다. 한편, 전 세계 171개국에서 연간 75억 캔 가량을 판매하는 레드불(태국어명 끄라팅댕) 드링크의 제조와 부동산 투자업으로 거부가 된 TCP그룹은 태국에서 CP그룹에 이은 재계서열 2위의 회사로 알려져 있다.
[방콕=아세안익스프레스 전창관 기자] 전 세계 66개국 141개 도시에서 23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계 대형 여행사 ‘H.I.S.(에이치 아이 에스) 태국법인이 업종 전환을 선언했다. 일본은 태국인들이 해외여행지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다. ‘H.I.S.'는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여행지를 대상으로 한 아웃바운드 해외여행과 일본인들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태국여행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일본계 대형 여행사다. 태국 관광-여행 시장은 코로나19로 태국 주요 6대 공항 여객수가 90% 이상 감소하는 등 장기화된 여행객 수요 급감과 극심한 모객 불황 여파로 꽁꽁 얼어붙었다. 이에 태국 거대기업형 여행사인 ‘H.I.S.'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태로 판단했다. 그리고 타 업종을 주력사업으로 삼는 과감한 업종 변환을 선언한 것이다. ■ 코로나19로 여행업계 비즈니스 휴면상태 ...글로벌 왕래 올스톱-개인여행 추세도 영향 태국 현지의 일본계 매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올 3월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가비상사태가 장기화되었다. 특히 여행업계는 타격이 컸다. 비즈니스 휴면상태가 지속되었다. 주력 사업 변환 시도는 더 버틸 수 없는 상황에서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 업종 변환의 중심에 선 ‘H.I.S. 태국법인'의 쯔다 노리카즈 대표는 “태국 국내여행 상품과 일본인 주재원 대상의 해외여행상품 취급 비중을 강화하는 부분적 타겟 고객 조정만으로는 매출 결손을 메우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 9.11사태 당시의 일시적인 고객 감소와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글로벌 여행객의 왕래가 아예 멈춰버렸다. 게다가 여행객들이 개인여행을 선호하는 추세도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다. 더 이상 관광객 모객 비즈니스로는 존속이 불가한 상태에 봉착했다”며 타 업종 진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8월부터 태국으로 입국하는 선별적 일본인 승객들을 위한 특별 항공편 예약과 자가격리 호텔 패키지 여행상품 등을 판매하며 정기항공편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의 전격적인 호전없이는 백약이 무효한 비즈니스 환경이라 말 할 수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여행사를 종합상사로 변신 추진 ‘H.I.S. 태국법인'은 조속하고도 급격한 구조적 변화를 이뤄내지 않으면 생존키 어렵다는 절박함 속에서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종목을 모색했다. 그리고 '여행사 아닌 여행사, 즉 종합상사로서의 여행사'의 역할 수행을 추진 전략으로 채택했다. 그 중 이미 시행단계에 돌입한 대표적인 사업이 여행업계에서 쌓아온 호텔, 레스토랑 등과의 네크워크를 활용한 공기청정기, 청소기 등의 보건위생 가전제품 취급과 일본산 수입스넥 과자류, 방역 마스크의 판매 등이다. 일본 대비 초기 보급단계에 머물러 있는 태국 내 LED 조명사업도 주력화 대상 업종이다. 일본 내 LED 조명기기 판매 시장점유율에서 두각을 보이는 '아이리스 오야마사'와 결연해 LED 조명기기사업에 있어 태국 내의 선구자적 회사가 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교육관련 서적의 출판, 문구류 제작 그리고 가정교사와 보육 서비스를 수행하는 '학연사'와의 업무 제휴도 맺었다. 자신들의 태국 내 지사가 있는 방콕, 치앙마이, 치앙라이, 핏사눌록, 파타야, 시라차, 라영 그리고 푸껫의 여행업 사업장에 학연사의 지점격인 학연교실 병설을 시작했다. 이후 태국의 77개 주로 출점을 확산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수익사업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여행사업 운영을 위해 태국 내의 각 지역별로 구축해 놓은 거점을 신사업 수행을 위한 제품판매와 서비스 운용이 가능한 쇼룸 장소로 사용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의 긴 불황의 터널 속에서 살아 남는 구도를 만드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반적으로 '언택트 온라인 마켓 활성화'가 화두인 코로나 사태 대응전략에 역행하는 '고육지책(苦肉之策, 제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꾸며내는 방책)'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지나친 대외의존도 탓에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태국 여행업계는 "역발상의 돌파구"라며 절박함을 지지하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 태국 여행업계는 ‘H.I.S. 태국법인'의 변신 시도가 폐업 위기에 놓일 지경인 상당수 여행사들에게 생존전략 활성화의 모범사례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태국에서 만들어져 세계로 뻗어나간 각성제 에너지음료 ‘레드불(Red Bull, 태국어 명 '끄라팅댕)’의 창업 3세가 음주-마약 뺑소니 의혹사건을 저지르고도 결국 불기소 처리되자 태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타야는 8년 전 방콕 시내서 페라리를 타고 과속해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했다. 과속, 뺑소니, 정차위반, 피해자 구제 위반 등 5가지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수사를 무려 8년간을 끌다가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의혹은 '까도 까도 나오는 의혹의 종합백과사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도 각성제 성분의 에너지 드링크로 세상을 각성(?)시킨 돈으로 만들어진 재벌 파워가 '태국판 유전무죄' 사건의 원흉이 되어 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태국 국민들이 즐겨 마시는 소위 자양강장 에너지 드링크류 중에는 이 '레드불' 외에 ‘립뽀(Lipovitan D)’라는 것도 있다. 한국의 ‘박카스 D’와 효능뿐 아니라 병 디자인이며 색상까지 너무 닮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어찌나 비슷한지 혹시 ‘박카스 D’를 모방해 만든 제품인가 했다. 알고 보니 일본 다이쇼우 제약의 ‘리보비탄D’의 태국 현지 생산품이었다. 한국 동아제약 박카스 D의 원조 역시 일본의 ‘리보비탄 D’가 그 원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970, 1980년대에 밤 잠 안자고 재봉틀 돌려가며 수출 입국의 의지를 불태우던 봉제공장 여공들의 손에는 박카스 D가 쥐어져 있었다. 한국에서는 박카스가 심야운행 총알택시 운전사의 손을 거쳐 밤 잠 안자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두하는 노량진 공시 준비생들에게까지 두루 음용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의 오룡(五龍)’으로 불리며 나름 경공업 기반을 닦아가던 태국에서는 일본의 리보비탄 D가 현지 생산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태국의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손에는 ‘립뽀’라는 이름의 각성제 음료가 들려있었다. 70,80년대의 엔고를 피해 동남아 생산기지 진출을 시작한 일본의 현지기업에 고용된 태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의 힘을 쥐어짜내는데 각성제 에너지 드링크가 악역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와 비슷한 역할을 자처하며 '레드불, M150, 가라바오' 같은 각양각색의 각성제 드링크 유사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처럼 각성제 에너지 음료에 과다량이 함유된 카페인의 힘이 한국에서 구로공단 노동자들을 각성(?)시켜 주는가 싶더니 이내 동남아 노동자들의 '공장의 불빛'이 되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 중에서도 이번 태국의 음료재벌 창업주 3세의 음주-마약 뺑소니 의혹사건을 야기했던 ‘레드불’의 판매고는 상상을 초월했다. 제조사인 TCP그룹은 레드불 바람을 타고 태국 10대 재벌회사로 등극했다. 이후 오스트리아 회사와 합병하여 태국어인 '끄라팅댕' 대신에 영문표기인 '레드불' 상표로 디자인을 변경한 새 옷을 갈아 입고는 카페인과 당분의 힘을 앞세워 수출시장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기까지 했다. 탄산을 함유한 캔제품으로 오스트리아에서 변신한 레드불은 다시금 태국으로 역수입까지 되고 있다. 소위 “내일의 체력을 오늘 미리 대출받은 기분을 만들어 준다"는 이 드링크제가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연간 75억 병이 넘게 팔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 흐르는 세월 속에 일본에서 개발한 ‘리보비탄 D’의 카피캣(Copy Cat, 모방 제품) 논란이 일었던 박카스 D가 각성제 음료 한국시장을 석권했고, 캄보디아에서조차 연간 2억 병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캄보디아서 코카콜라보다 더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드링크 음료가 되었다. 캄보디아 국민들이 '에너지 드링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박카스를 한국에서 수입해 마시고 있는 이런 현상을 두고, '경제발전을 위한 각성제 음료 대물림 효과'라고 봐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970, 1980대 한국 경제부흥도 알고 보면 강력한 카페인 성분으로 각성(?)된 수많은 사람들의 잠 못 이룬 노고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제발전 연대기의 주력제품인 전자제품 신화도 알고 보면 일본 제품을 복제한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쓰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밤잠 안자고 박카스를 마셔가며 개발과 생산에 노력한 결과일 수 있다. 졸린 눈 비벼가며 박카스를 마시며 일한 덕에 언젠가부터는 일본제품 카피캣 신세에서 벗어나 가전과 휴대폰 분야에서 전세계 톱을 달리는 '진짜 호랑이(Real Tiger)'로 군림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중세 서구사회에서는 봉건 영주들이 농노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유럽 도처에서 포도 농사를 짓게 한 후, 그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밤낮없이 마셔댔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니까 유럽 각국의 상류층은 늘 포도주에서 덜 깨인 취기어린 상태로 밤에는 음탕한 생활이나 해대는 바람에 술이 덜깬 상태에서 중세 암흑기 내내 인류 문명의 제 분야가 침체 일로를 걸었다는 이야기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시기에 이르러 각성제의 대명사인 ‘커피’가 유럽에 유입되었다. '카페인'이라는 각성제 성분으로 말미암아 전 유럽이 취기에서 깨어나 중세와 근대를 이어주는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촉발케 되었다고 보는 어느 문화인류학자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다소 억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와인의 알콜성분으로 주독에 찌들었던 중세의 서구가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에 각성되어 그 덕분에 근·현대산업사회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당시의 '커피에 의한 카페인 각성 효과’는, 어찌 보면 중세 암흑기에서 세상을 일깨워준 보배같은 존재였을 수도 있다. 일본 역시, 태평양 전쟁으로 폭망한 국가를 재건하겠다고 ‘리보비탄 D’의 각성제 효과를 십분 이용해 한국의 전후 재건과 베트남 전에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고 수출함으로써 국부를 만들어냈던 것은 아닐까 싶다. 한국도 '리보비탄 D’를 카피하다시피한 ‘박카스 D’를 만들어 마셔가며 경제부흥을 이룬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제는 그 뒤를 이어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산업 부흥을 일구려는 태국인들의 손에 같은 효능을 가진 태국 현지 생산품 ‘립뽀와 레드불, M150, 가라바오' 등이 들려있다. 그 뒤를 이어 캄보디아 국민들은 한국의 ‘박카스 D’를 받아 쥐고 경제부국의 꿈을 꾸고 있다. 일종의 각성제 에너지 음료를 통한 경제발전 이행 단계상의 데자뷰 현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
[방콕=아세안익스프레스 전창관 기자] 태국관광청(Tourism Authority of Thailand) 고위 관리가 외국인 관광객의 연내 입국 불허 가능성을 언급해 태국 여행업계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태국의 관광업 전문일간지 더타이거 등의 10일자 보도에 의하면, 태국 관광청의 찻탄 꾼차라나 아시아퍼시픽 담당 부총재가 “연내 외국인 관광객 입국 문호개방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전망을피력했다. 관광업계는 당초 계획되던 ‘여행 버블’ 이름 하의 특정집단에 대한 여행 입국허가정책 조차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이라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현재 태국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외국인 관광입국은 물론 내국인 해외여행까지 차단된 상태다. 찻탄 부총재는 “매주 열리는 국가 방역회의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과 내국인 해외여행에 대한 타임라인 조차 언급이 없었다. 정부는 외국인 여행객 입국 재개방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관광객 입국문호 개방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되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관광 최대성수기인 연말연시 성탄절 수요를 노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심지어 신년 중국설 관광수요 공략마저도 우려된다. 태국 관광업계가 아주 심각한 상태에 놓여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26일 이후 현재까지 77일째(8월 10일 기준) 국내 지역감염 확진자 발생이 없는 상태에서 전 세계 코로나 방역지수 1위 국가로 선정된 태국이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국경개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태국 관광체육부가 피팟 장관 연석하에 개최한 민간부문 합동회의에서는 올해 4분기에 관광수요를 진작시킬 “안전하고 보호된 여행”이라는 명칭의 부분적 관광객 입국허용 정책이 논의되었으나 실효성 여부는 미지수다. 이 여행은 최소한 30일 이상 지역 내 무감염을 기록한 국가 또는 도시에 거주하던 관광객만을 받아 푸켓이나 사무이섬 등의 지정된 호텔과 지역에서만 30일 이상 체류를 전제로 추진중이다. 하지만 이 대책은 지역 내 무감염 100일을 기록하고도 최근 다낭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후 감염 우려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는 베트남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코로나 방역지수 1위’ 태국을 다시 위기에 빠트릴 수도 있는 정책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워라타나랏 태국 쭐라롱껀대학교 의과대학 감염예방학 박사는 “태국 관광청의 ‘여행버블’ 또는 ‘안전하고 보호된 여행’ 등으로 칭해지는 그 어떤 관광을 위한 국경 재개방 정책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백신 보급 등으로 전 세계의 팬데믹 현상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다방면에서 자급자족형 경제체제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태국은 국민총생산의 19.6%를 관광연계 산업분야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상반기 대비 2020년 상반기 외국인 여행객 입국자 수가 무려 –66.15% 줄었다. 관광수입은 -65.15나 감소했다. 관광 연관업계에 400만 명의 노동인구가 집중되어있으나 6개월째 개점 폐업 상태다. 이대로 가다가는 관광업계에서만 연내에 250만명대의 실업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의미는 물론이고 빈부의 격차와 지식의 유무조차도 불과 0.1μm(미크론) 크기의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는 속수무책했다. 전 세계가 그토록 자랑하던 과학문명의 이기들도 코로나19 창궐 앞에서는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기원전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인간이 행해 온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가 유일한 감염방지 대처 수단이었다. 이런 원초적이지만 근원적인 해법마저 무시하고 방임했던 전 세계 최고 부강 국가의 지도자는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소위 ‘천조국(천조국(千兆國-국방예산이 천조원인 나라)' 혹은 '천자국(天子國-천자가 다스리는 나라)'으로 불리는 나라, 미국에서는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의 미군 전사자 수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16만 명이 넘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가 발생했다. 태국 인구는 6900만 명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약 5배가 넘은 3억 5000만 명이다. 코로나19 사망자만 비교하면 미국 16만명, 태국은 58명이다. 확진자 수는 태국이 3300여명, 미국은 500만명을 넘어 태국의 1500배에 달하고 있다. 미국은 생존률이 희박한 난치병과 희귀병조차도 재력있는 사람이면 구난받을 수 있다는 첨단의료 선진국이자 세계 제일의 부자나라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마스크와 산소호흡기 같은 기초 방역품을 제3국으로부터의 공급에 의존했을 정도로 사상 초유의 공중보건 위기를 맞았다. 이에 비해 태국이나 한국 같은 절대 다수의 공리를 추구하는 공공의료적 건강보험 시스템을 운영하는 나라들은 미국 같은 초 강대국을 능가하는 현실적인 방역 모범체계를 보여주었다. 태국에서는 싼값에 마스크를 구입해 언제 어디서나 착용할 수 있다.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마다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소독용 알코올 젤을 공공장소 곳곳에 비치해 놓았다. 그 누구 하나 그것을 훔쳐가지 않았다. 이러한 태국의 코로나19 풍속도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사태 와중에 국가 공권력에 의한 유색인종 차별에 반발하는 시위가 폭동으로 번져 준전시 상태와 같은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세계적 역사학자 ‘유발 하리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이렇게 갈파했다.. “인간이 35만 년에 이르는 장구한 시간 동안 세상을 지배하게 된 배경은 다수가 유연하게 협동할 수 있는 지구상 유일한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인지 혁명을 통한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으로 집단 간의 협력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자연을 길들여 제국을 출현시키고 교역망을 확대했다. 돈이나 종교 같은 상상의 질서를 낳았으며, 과학이라는 위험할 정도의 힘을 갖게 되었다. 이는 결국 자본주의의 물적 생산 확대와 제국주의적 글로벌화,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확대를 통한 환경파괴를 불러일으키기에 이르렀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반문케 되는 것이 있다.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려다 보니, 정작 필요한 것을 제대로 소유하는 균형 있는 삶을 놓친 것은 아닌지, 필요치 않는 것까지 지나치게 많이 소유하려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자성 말이다. 비단 어느 특정 집단이나 사회계층에 대한 비난성 경구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개개인의 삶에 적용되는 소위 ‘미니멀리즘’ 논리를 말하려는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진정한 자신의 삶에 유익한 것을, 필요한 부분만큼 소유하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미니멀 라이프', 단순화할수록 중요한 부분에 집중이 가능하다. 소중한 것에 집중키 위해서는 적게 소유하더라도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남과 비교하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해 보이기 위해 하나라도 더 소유하려는 삶보다 나은 삶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소중한 것을 위해 소중치 않은 것은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전에 없이 쾌청해진 방콕 하늘을 올려다보다 발견한 것이 있다. '미니멀리스트’의 삶이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몸부림치는 삶보다 훨씬 가치 있을 것 같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가는 슬기로운 생활은 꼭 필요한 것만을 지니고 단순화시켜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 기간뿐이 아니라 일단락이 된 후에도 큰 경제 위기가 몰아친다는 예측들이 세간에 팽배해 있다.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의 분석이 눈길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8년에 겪었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대로 수술치 않고 봉합해버린 상태에서 형편없이 약해지고 불균형해진 글로벌 경제를 코로나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총구 트리거(방아쇠)가 조준하고 있다." 우리는 세상에서의 공존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특징적 소구라는 협동적 사회성이 더욱 절실한 시절이다. 인간의 생활에 긴요한 생필품의 생산과 공급에 초점을 맞춰 이 전대미문에 가까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필자는 이런 시기에는 한국 사람들의 특징처럼 되어버린 빠르고 다이내믹하고 스파클링한 생활관습과 사고방식보다는, 태국인들의 편안한 마음가짐과 유연한 삶의 형태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본다. 태국인들의 안분지족(쾀 퍼피 양 :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함을 구함), 온정주의(남 짜이), 사양지심(끄랭짜이) 그리고 공유하려는 마음(첩뱅빤)을 담은 스피릿이 더 유효할 것 같다. 그들의 삶에 반영된 이러한 행동양식, 즉 ‘태국다움'이라는 뜻의 '타이니스(Thainess)'와 '베리 타이(Very Thai)’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그것이 꼭 느려 터지고 답답한 상황을 미화하는 말이라고만 볼 수는 없기에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갈 비즈니스 화두라는 ‘언택트(비접촉, 비대면, 온라인)’가 세상을 더욱 더 커다란 고독과 소외로 몰아넣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간절하다. 방콕=전창관 기자 bkkchun@aseanexpress.co.kr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
방콕에서는 7월 23일 영화 '반도'가 개봉되자마자 '부산행'과 '기생충'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태국 내 한국영화 오프닝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연일 박스오피스 1위 고공행진이다. '반도'가 방콕 극장가를 강타하는 와중에 태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유료 시청자 수를 확보해 나가고 있는 넷플릭스(Netflix)의 드라마 인기순위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태원 클라스'와 '킹덤' 같은 한국드라마가 싹쓸이하더니 현재는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각광받고 있다. 사실 코로나 사태로 대중 한류예술 해외 공연이 잇달아 중단되면서 한류 확산의 상향곡선이 꺾이고 변곡점을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우려를 반영한 말로 여겨진다. 태국뿐만이 아니라 동남아에서 한류는 최고의 콘텐츠로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에서 공히 인정 받으며 건재하다. 아닌게 아니라 마약과 해외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둘러싼 ‘버닝썬 사태’가 세상을 어지럽히던 시점에 “5조 ‘K-POP산업’이 흔들리는데 한류 타격없나” 라는 제하의 일부 일간지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던 적이 있다. 한국 톱스타 연예인들의 해외공연이 주춤해지자 대중문화예술 한류 확산세가 주춤한 것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과 달리 태국의 한류는 태국인들의 마음을 더 한층 사로잡아 나가고 있다. 태국은 각종 아이돌 그룹의 연예콘서트와 공연성 기획 이벤트가 하루가 멀다하게 열렸던 동남아 한류 중심국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현지 공연들이 일시 중단되자 우려가 커진 것은 맞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바로 OTT(Over The Top)라는 문화예술 전파의 메인스트림을 타고 들어오며 더 큰 바람몰이를 일으킨 것이다. 한류는 일본의 '망가(만화)'를 한국의 앞선 IT(정보통신) 기술력이 '웹툰'으로 승화시켜 낸 '신과 함께', '킹덤'이 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급기야 넷플릭스가 '이태원 클라스'를 방영하자 주인공들이 식사하는 장면이 노출된 한국음식 '순두부'가 창출 지간에 방콕 한식당가의 인기 메뉴로 떴다. 슈퍼마켓 진열대의 순두부를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재료가 동이 나는 사태를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 못지않은 연예 한류의 선봉장 국가인 태국에서의 '한류'는 오히려 언택트(비대면) 마켓의 온라인을 타고 어떤 면에서 더욱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류를 보는 시각에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류를 한국 연예계의 한시적인 권역국가별 공연 진출이라는 소극적 측면에만 국한시켜 생각하는 것은 한류 스스로의 시야를 좁게 만드다. 지나온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제력, 외교력, 민주화 성숙도 등의 국격 변화 진전이 없었더라면 한류는 쉽사리 태동되지 않았을 것이다. 88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쾌거도 한국인의 '자신감'과 '흥'을 분출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동남아나 중남미 여러 저개발국가들도 시기별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던 대중가수들이 다수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음악과 율동을 유난히 즐기는 국민성을 배경으로 역량있는 대중문화 예술인들을 부지기수로 탄생시킨 나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동남아류’라든가 ‘중남미류’ 같은 움직임이 '한류'처럼 줄기지어 형성된 바가 없다는 점 또한 주목되는 사실이다. 결국, 한류는 한국의 국격 융성과 문화적 글로벌라이제이션과 맥을 같이 해왔다. 한마디로 경제적 산업한류 융성을 기반으로 연예 문화적 품격이 태동되고 유지되었다. 아이돌 그룹의 공연과 방송 드라마 같은 연예 한류 또한 이를 기반으로 세계사 속에서 각광받았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빅히트 등 각종 공연기획사나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배용준, 비, 빅뱅과 엑소, 방탄소년단 등 개별 대중연예인들이 지닌 탁월한 재능으로 빚어낸 문화예술 디테일링이 한층 한류를 빛나게 하고 확산시켰다(최근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개 부분을 수상해 글로벌 영화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비유하자면 두메산골에 사는 박첨지가 한양 상경길에 잘 지어진 99칸 한옥 종갓집 김대감 집을 찾았다. 맛지게 요리된 삼계탕을 먹게 되었다. 그 삼계탕은 엄청나게 맛있고 품격있는 영양식이라고 호평을 받고 박첨지를 통해 산골 마을 여기저기로 널리 퍼질 수도 있다. 역으로 한양에 사는 품격 있는 세도가 김대감이 산속 화전민 박첨지 집에 들렀는데 ‘닭의 배를 째고 그 속에 밥알을 꾸러미로 넣은 것’을 식사로 대접받게 되었을 경우, 삼계탕이 자칫 하류문화의 야만식으로 비추어질 오해 소지도 크다고 본다. 한류 연예인들의 공연 예술에 대한 피말리는 노력과 열정 그리고 예술적 디테일링 작업에 들이는 노고와 더불어 한국 사람이면 모두가 힘을 합해 '자신감'과 '흥'을 글로벌로 절로 흘러나가게 만들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화 양상으로서의 ‘한류(韓流)’가 일정시간이 경과한 후에 차가워진 한류(寒流)로 식지 않고 줄기차게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게 위한 필요충분 조건은 무엇일까? 필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세계인이 즐겨 쓸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할 수 있는 산업경제력 =산업한류’ 기반이 요구된다. 둘째, 국가 브랜드 파워로서의 한국의 '군사력을 포함한 외교력' 융성이 기조를 이어나가야 한다. 셋째, 한국 국민들이 다른 국가의 사람들과 '포괄적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는 영향력과 국제적 여론 지배력'을 가져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한류가 더욱 더 융성해지고 온전한 인류 문화의 한 측면으로 이해되기 위해서는 어떤 특정 연예문화 집단의 일부 국가에 대한 일시적 트렌드 세팅(Trend Setting)이 아닌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속의 중심국가로 온전히 자리매김하는 과정의 일면과 맥을 같이하는 측면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항간에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곤 한다.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파행적 사건·사고 소식, 국민들로 하여금 대외적 수치심을 야기케 하는 정치·외교적 사안들 그리고 교육부문과 스포츠업계 등 거의 사회 전반에 걸친 악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상황에 처해 있는 형국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 부문별 사회산업 구조와 맥을 함께 해야 할 ‘한류(韓流)’가 식어버린 한류(寒流)가 아닌 세계인들의 가슴속에 훈훈한 '한류(韓留)'로 역사성있게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반 국가 인프라의 융성을 위한 한국사회의 전반적 구조개혁과 변혁이 시급히 요구된다. 훌륭한 예술성과 특출난 창의성을 지닌 한국 한류 연예인들의 문화콘텐츠 인프라가 더 이상 흐트러짐 없이 융성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경제,정치 그리고 사회적 국격을 융성시키는데 힘을 쏟아나가야 한다. 동남아의 문화 한류 '교두보' 태국에서 바라보는 한류의 역동성은 여전히 건재하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더 한층 국격을 상승시켜나가는 경제·산업한류와 정치외교 한류를 보다 강건히 이루어 나가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공고히 다져지는 산업 한류의 밑바탕에서 정치외교적 격조를 높여가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힘차게 뻗어나가는 문화 한류가 지구촌을 열광시키고 있다. '한류'를 한국의 국격 상승이라는 큰마당에서 한바탕 흐드러지게 춤추게 하고 싶은 것이 비단 한 사람의 소망일까 싶다. 방콕=전창관 기자 bkkchun@aseanexpress.co.kr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