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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은의 아세안랩5] 사진 찍는 것도 다 법칙이 있다?

알고 나면 간단한 아세안의 방식...ㅇㅇㅇ만 알면 반은 성공 !!

 

아세안(ASEAN) 10개국은 인종·면적·종교·경제현황 등에서 복잡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함 속에서 아세안은 다수의 회의체(아세안 간 회의, 아세안+1, 아세안+3, EAS 등)를 주도하고 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은 아세안 속에서도 이를 주도하는 국가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동등한 위치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아세안이다.

 

■ 다양함 속에서의 조화: 알파벳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다만, 매년 주도하는 국가가 로테이션 된다는 점, 아세안의 방식은 알파벳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만 명심하면 된다.

 

그렇다. 제목의 ㅇㅇㅇ은 바로 알파벳이다. 알파벳순만 기억해도 반 이상은 정리된다는 점을 명심하며, 아세안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번에 아세안의 방식으로 주제를 잡은 이유는 필자의 저서인 ‘아세안랩’ 발간 후, 의외로 이 내용이 신기하고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교부 아세안협력과에서 근무하면서도 회의 행정을 준비하지 않았으면 아세안의 방식에 대해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한국에서 개최된 2014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2017 한-아세안 다이얼로그 등의 행정을 맡으면서 자리배치로 머리가 아팠던 경험이 있다.

 

당시 아세안사무국 직원에게 SOS를 쳐서 ‘아세안 프로토콜’이라는 아세안 회의에서 적용되는 자리 배치를 담은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필자의 책을 통해, 또 본 칼럼을 통해 제가 정리한 사항을 전달해보고자 한다.

 

 

■ 아세안의 대장들: 의장국은 1년 단위로 돌아가며 맡는다

 

아세안은 1년 단위로 대장이 돌아간다. 이를 ‘의장국’이라고 한다. 앞서 설명한 아세안의 회의체를 운영함에 있어 중심이 되는 의장 국가를 1년간 맡으며 의장국 내에서 아세안 관련 다양한 회의를 주최하게 된다.

 

아세안에서 ‘알파벳’만 기억하면 반 이상은 성공이라고 설명한 것과 같이 의장국 역시도 알파벳순으로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화상으로 개최되었지만, 뉴스를 유심히 보았더라면 올해는 베트남이 이 회의체를 주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올해의 대장인 의장국이 베트남이기 때문이다. 앞서 2019년 태국, 2018년 싱가포르, 2017년 필리핀 등의 순으로 의장국을 맡았다.

 

 

각 국가 사정이나 아세안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2013, 2014년도 의장국의 알파벳이 꼬여 문의 전화를 여러 번 받은 기억이 있다. 당시 아세안협력과에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 역시도 헷갈려서 찾아보았다.

 

2013년도에 브루나이가 의장국이었는데, 2014년도는 미얀마가 의장국이 되어 캄보디아를 건너뛰었다. 아니, 캄보디아가 2012년도 의장국이었으니 알파벳 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의장국 순서가 꼬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미얀마의 경우 2006년에 의장국이 될 예정이었으나 미얀마 내 인권탄압 등의 문제로 의장국을 맡지 못하고 2014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의장국을 맡았다.

 

2013년도 브루나이가 의장국이 된 비밀(?)은 인도네시아가 2013년도, 브루나이가 2011년도에 의장국을 수임할 차례였으나 인도네시아가 2013년도에 APEC 의장국을 맡기로 되어 있는 등의 이유로 브루나이에 양해를 구해 2011년도에 인도네시아, 2013년도에 브루나이가 의장국을 맡아 순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 알파벳 원칙 모든 의전에서도 적용: 브루나이는 항상 선두

 

알파벳의 원칙은 모든 의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아세안 국가를 나열할 때, 브루나이(Brunei Darussalam)가 항상 처음에 오고, 베트남(Viet Nam)이 항상 마지막에 오게 된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단, 모든 아세안 회의 전에 사진 촬영이 있는데 이때는 가운데에 항상 의장국이 서기 때문에 의장국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다음 의장국, 그 이후로는 브루나이부터 알파벳순으로 나열이 된다.

 

이 경우에도 단상에 배치되는 의장기는 브루나이에서 베트남, 그리고 아세안 사무국 의장기 순으로 배열이 된다.

 

 

■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아찔했던 포토세션의 기억

 

각 회의체마다 참가하는 국가가 다르고, 사진 촬영 시 우왕좌왕하는 일을 막기 위해 각 국가의 대표가 서는 위치를 투명 테이프로 붙여주곤 하는데, 2018년 8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던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당시 이와 관련해 아찔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한-메콩 회의체를 담당하였는데, 의장국인 싱가포르측에서 포토세션 위치를 지정해두었다고 생각하고 회의 자료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 갑자기 싱가포르측에서 포토세션 위치를 나에게 지정해달라고 말하는 통에 머리가 하얘졌다.

 

‘알파벳만 생각하자!’정신을 집중해 당시 공동 의장국이었던 미얀마와 한국 장관을 중간에 배치한 후 알파벳순으로 가까스로 테이프를 붙이자마자 장관들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메콩이 5개국이었으니 망정이지 아세안 10개국 자리를 세팅하고 안내해야 했다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

 

 

■ 알고 나면 으쓱해지는 아세안의 법칙들

 

물론, 이러한 법칙들이 본인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교부뿐만 아니라 아세안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기관, 행사를 준비하는 호텔 직원들이 이 내용을 보고 인상 깊었다,

 

큰 도움이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꼭 외교부만 필요한 내용이 아님을 인지하였다.

 

언젠가 활용되어 어깨가 으쓱될지 모를 일이니 “알파벳,” 꼭 기억하자.

 

 

글쓴이=김시은 asean.sekim@gmail.com

 

김시은은?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교 형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인권을 기반한 개발’을 논문 주제로 하여 국제개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개발학 박사과정을 수료 후‘아세안 문화개발협력’ 관련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2010년부터 2012년 초까지 외교부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준비기획단에서 근무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교부 아세안협력과 내에서 한-아세안 협력사업을 관리하는 전문관으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한-아세안 협력사업 컨설팅 및 아세안 관련 정보 제공을 주 업무로 하는 아세안랩(ASEAN LAB)을 창업하여 운영하며, 아세안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 외교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아세안 업무 매뉴얼을 담은 책 '아세안랩'을 8월 8일 출간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수잔리 하원의원 표창, 2012년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 2017년 외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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