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엉응웻밍(Sương Nguyệt Minh)은 1958년 9월 15일생이다. 본명은 응웬응옥썬이다. 닝빙성이 고향이며, 군 출신 작가다. 1992년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대령으로 예편했다. 많은 문학상을 받았다. 여기에 소개하는 작품으로 2003~2004년 문예지 단편 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십여 권의 작품을 발표했다. 2014년에 발표한 캄보디아 전쟁과 관련된 황무지(Miền hoang)라는 장편소설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현재 하노이에 살고 있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2002년 겨울이었다. 베트남 단편소설을 연구하면서 고른 작품 중에 1996년에 발표된 단편 <문서로 된 항고장>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당시 10여 편의 단편을 고른 다음 그 작가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베트남 문인회의 도움을 받아 일부는 문인회 사무실에서 만났고, 스엉응웻밍은 따로 만났다. 당시 그는 현역 군인 신분이었다. 20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만남이 선명하게 기억된다. 장보 호수 근처의 호텔 방에서 만났다. 혼자 오지 않고 다른 작가와 같이 왔는데, 그도 군인이었다. 그 뒤로 20여 년 동안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한 10여 년쯤 되었을 때, 그가 말하길
분단된 반도를 둘러싸고 대륙의 거센 바람과 열도의 거친 파도가 날카롭게 부딪친다. 북핵문제로 차갑게 식어가던 동북아의 정치지형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더욱 빠르게 얼어간다. 남북협력을 바탕으로 동북아-유라시아와 지역협력을 추진하는 현정부의 신북방정책은 종적이 묘연하다. 그러나 동남아-남아시아와 지역협력을 강화하는 신남방정책은 성과가 주목된다. 공자(孔子)는 정치의 요체를 안보(足兵), 경제(足食), 신망(民信)이라 설파한다. 그의 고전적 성찰은 현대적 정치이론에서 평화의 필요조건으로 부각되는 정치군사적 세력균형, 경제사회적 상호의존, 문화이념적 연대의식과 적절하게 조응한다. 그것은 21세기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지문화적 변동에 따라 동북아와 동남아를 아우르는 광역적 동아시아 차원에서만 충족된다. 정치군사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 국력의 급속한 반전에 따라 동북아 역내 세력균형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중국은 GDP에서 2010년 일본을 추월한 다음 2020년 일본의 3배를 초과한다. 남북관계의 경색과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제재로 북방은 굳게 닫히지만 남방은 활짝 열려있다. 중국에 대한 세력균형의 필요에 따라 동남아와 인도까지 한국의 ‘안보권’이 확대된다. 경제사회
신남방정책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한 논의가 전방위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각 정치세력은 내년 대선을 위한 정치일정을 밟고 있는 가운데, 신남방정책의 향방도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결과와는 상관없이 한국에게 있어 ‘아세안’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웃 국가이기 때문에 신남방정책은 지속되어야 하고, 더욱 확대 발전되어야 하기에 각계각층의 노력이 더 필요한 때이다. ■ 문대통령, 아세안 10개국 모두 순방 ‘아세안 중시 정책’ 평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 중의 하나가 신남방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 출범 직후 아세안 특사를 최초로 파견했고, 아세안 중시 정책인 본 정책이 발표되었다. 2019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 특별정상회의 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 모두를 순방했다. 본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10개 정상들이 한국에 모두 방문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남방정책이 본격화되어야 할 2020년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혀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한국과 아세안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역 및 보건협력으로 위기를 협력으로 돌파
[김정기 칼럼] 니시 아마네-후쿠자와 유기치 등 서구사상 번역한 수많은 언어창제 ‘선각자’ 19세기 후반 메이지 시대 일본. 일본인 선각자들은 서양 문물이 물밀 듯 쏟아져 들어올 때 새로운 언어 창작으로 이를 수용했다. 때는 아직 군국주의 일본이 조선에 대한 흑심을 품기 전이었다. 그것이 번역이지 왜 ‘언어 발명’인가에 의아해 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필자의 시각에서 그것은 분명 새로운 언어의 창제이다. 그 까닭은 뒤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간단히 말해 그때까지 없었던 지평에 새로운 단어가 새로 탄생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두자. 우선 메이지 일본에서 벌어진 언어 창제의 창문을 열어보자. 당시 니시 아마네(西周, 1829~1897)라는 지식인이 눈에 들어온다. 네덜란드에 유학한 이 엘리트는 1874년 지금 우리가 학문적으로 쓰는 용어를 다수 창제해냈다. 예컨대 영어의 ‘Science’나 독일어 ‘Wissenschaft’를 ‘과학’으로 번역했다. 그것은 그런 말이 없었던 터에 새로운 언어의 창제나 진배없다. ‘과학’뿐만 아니라 니시는 ‘철학’, ‘예술’, ‘기술’이라는 말도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한국인들은 지금 이런 말을 기원도 모른 채 항시적으로 쓰는 셈이다.
도쿄 올림픽이 끝난 지 두 달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그 열기가 뜨겁다. 아세안에서는 인도네시아 배드민턴 여자 복식, 필리핀 여자 역도, 태국 여자 태권도에서도 금메달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 태국 태권도 역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뒤에는 한국인 지도자가 있었다. 박항서 감독만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아세안 내에서 지도하고 있는 한국인 스포츠 감독들이 의외로 많다. 메달의 성과보다 더 갚진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야구의 이만수 감독, 그리고 한국의 선진 양궁과 태권도를 알리고 있는 감독들. 이들이 더욱 알려지고 지지와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칼럼에서는 아세안에서 묵묵히 활약하고 있는 스포츠 감독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 2020 도쿄 올림픽 태국 태권도 역사상 첫 금메달, 그리고 최영석 감독 태국의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Panipak Wongpattanakit)는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 첫날 여자 49㎏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태국 태권도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한국인 지도자, 최영석 감독이 있었다. 태국 태권도는 한국인 지도자 최영석 감독이 20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최 감독은 20
2010년대 중반 이후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주요 이슈들 중 하나로 스타트업 열풍을 들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가 주로 천연자원의 보고, 가성비 높은 휴양지 등으로 인식돼 왔다는 점에서 국내에는 낯선 뉴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18년 공유 경제의 대명사로 꼽히는 우버(Uber)의 동남아 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화제가 된 싱가포르의 그랩(Grab) 등 선두 주자들에는 기존 산업의 지형도를 바꾼다는 호평이 쏟아졌을 정도로 아세안 스타트업 시장은 급성장 중입니다. 그리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충격파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붐은 아세안 사회의 디지털 경제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아세안 스타트업들은 2020년 82억달러(약 9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세안 사회에 디지털 경제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15년 투자 규모가 16억 달러(약 1조 9000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등으로 투자환경이 위축되면서 2020년 투자 금액은 2019년의 95억 달러(약 11조
군국주의 일본의 메이지 헌법은 천황을 신성불가침의 주권자로 적고 있다. 그러나 전후 맥아더 일본 점령 사령부가 마련한 ‘평화 헌법’은 이를 폐기했다. 즉, 천황을 단지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다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교과서에 적혀 있을 뿐이다. 이전 이야기에서 보듯이 아직도 일본의 극우세력은 일본을 ‘신국’으로, 천황을 ‘현인신’으로, 자신의 나라를 ‘천황국가’라고 뇌까리고는 욱일기를 흔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이런 터무니없는 발상은 어디에 연유하는 것일까? 그 답의 실마리는 이전 이야기에서 설명한, 신에게 바치는 ‘고문(告文)’에서 엿볼 수 있다. 9세기 중반 신라로부터 위협에 처한 당시 일본 조정은 전국 각지의 신사와 절간에 ‘고문’을 전독하라고 명하면서 신들에 ‘국가’를 지켜달라고 기원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백성의 삶의 터전에 질서를 마련한 공간이 아니다. 즉, 한 참 먼 곳의 ‘천황’의 몸뚱이이었던 것이다. ‘고문’은 일본이 ‘신국’이라고 자기 규정하면서 천황을 지켜달라고 외치고 있다. 즉 “‘皇御孫(스메미마=천황)의 御体’를 영원히 지켜 주십사”라고 뇐다. 죠-간(貞観) 11년[869] 12월 14일에 이세신궁에 바
일본에서 '신국(神國)' 사상이 대두한 배경에는 한반도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어진다. 이미 살펴 본대로 ‘신국’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전설적인 신공황후의 신라 정벌 때 신라왕의 입을 빌려 나왔다는 것은 이미 본 그대로이다. 그러나 그 뒤 ‘신국’이란 말이 나온 데에는 고대 일본 조정이 처했던, 보다 현실적인 사정이 자리한다. 그것이 당시 동아시아의 최대 역사적 사건인 하쿠스키노에(白村江, 이하 ‘백촌강’)의 전투이다. 여기서 말하는 백촌강이란 ‘백마강’ 또는 ‘백강’이라 부르는, 백제의 마지막 의자왕 비빈들이 투신했다는 전설이 서린, 한반도 서남부에서 흐르는 강이다. 이 백촌강 전투는 7세기 한반도에서 일어난 최대의 사건이다. 이 전투에서 일본군은 나당(羅唐)연합군과 싸움에서 일찍이 없었던 대 참패를 당했다. 당시 백제 부흥을 위해 한반도에 진출한 일본군이 당한 이 참패는 지울 수 없는 멍에를 안겼지만 오늘의 주제인 일본의 신국사상도 이에 기인한다. 일본의 한 저자는 이렇게 적는다. 수세기에 걸쳐 신라·백제·고구려 삼국이 패권을 다투고 있었던 조선반도에서는 당과 결합한 신라가 대두하고 660년 양국의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백제의 왕도가 함락되었다. 텐지(天智)
7월14일에 개봉한 ‘랑종(Rang Zong)’이 연일 화제다. 20억 원대 제작비를 들인 동 영화는 개봉 4일만인 17일에 관객 40만 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개봉 7일째 손익분기점을 넘겼던 ‘범죄도시’와 개봉 8일째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던 ‘내부자들’보다 빠르며,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 최단기간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고 한다. 코로나 시국에 많은 영화들이 개봉조차 미루고 있는 시점에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 화제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두 천재의 만남의 시너지 ‘랑종’은 영화 제작 전부터 두 천재 감독의 만남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필자도 개봉 이전부터 ‘셔터’를 인생 공포영화로 꼽는 친구에게 이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 개봉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곡성’ 나홍진 감독과 ‘셔터’ 태국 피산다나쿤 감독의 만남으로 홍보가 되어 두 천재 감독이 함께 연출을 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나홍진 감독은 기획과 제작을 맡았으며 연출은 피산다나쿤 감독이 맡았다. 두 감독 모두 데뷔작인 ‘추격자’, ‘셔터’부터 흥행을 한 감독이다. 물론, 데뷔작만 흥행에 반짝 성공을 한 감독들도 많이 있지만 두 감독은 다르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으로 2016년
일본이 저들 나라가 신국이라는 이른바 ‘신국사상’은 그것이 일부 극우분자의 망상 또는 환상으로 남아 있는 한 굳이 문제 삼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데 문제의 심각성이 놓여 있다. 이전 이야기에서 필자는 일본사회에서 ‘신국사상’ 도도히 흐르고 있다면서 여느 때는 잔잔한 물결로 남아있지만 여차하면 출렁이는 파도가 된다고 짚었다. 이제 그 현장으로 가보자. 필자는 우선 두 가지 ‘사건’에 주목하고자 한다. 하나는 2000년 5월 15일 당시 수상이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가 일본은 '신의 나라'(神の国)라고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국가의 신수'(日本国家の神髓)라는 책이 2015년 새해 벽두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신국사상의 전거가 된 '국체의 본의'(国体の本義)라는 책을 기리는 해설서 또는 안내서이다. 두 사건에 주목하는 까닭은 ‘신국사상’이 먼 과거의 일이나 군국주의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 21세기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모리 수상이 지껄인 '신의 나라'(神の国) 발언은 2000년 5월 15일 신도정치연맹(神道政治連盟)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나왔다. 그는 인사말 중에 "일본이라는 나라는
최근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젊은 여성부터 재래시장 한켠에서 동남아 음식을 판매하는 가족, 렌터카 업체에서 정비기사로 일하는 젊은 남성과 바닷가 횟집에서 근무하는 중년 여성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했습니다. 외부 세계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관광섬 곳곳에 자리잡은 동남아인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새삼 다문화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일찌감치 다문화 시대를 선언한 아세안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바람도 커졌습니다. 동티모르를 제외한 동남아 10개 나라로 구성된 지역협력체인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은 몇 가지 특성을 공유합니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벼농사 중심의 농경 문화와 유럽 열강에 의한 식민 지배 경험, 권위주의 정부 주도의 성장 모델 도입 등을 아세안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아세안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다양성입니다. 다양성에 기반한 다문화(한 국가나 한 사회 내에 다른 계급, 민족, 인종 등 여러 집단의 문화가 공존하는 현상) 야말로 아세안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예를 들어, 동남아
제가 살고있는 라오스 폰통시는 현재 코로나19로 록다운입니다. 도시 봉쇄로 팍세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팍세에서 태국 국경 방면으로 메콩 다리(현수교)를 건너면서 시작되는 소도시가 폰통시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마을도 폰통시에 위치한 마을 우바랏입니다. 요즘 록다운 시행으로 팍세로 나가기도 어렵습니다. 마을 간 외부인들의 입출입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마을에서 자연이 주는 먹거리(개구리, 게, 우렁 등)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시장에 자주 가야 하는데요. 라오스에서는 한 번에 많은 양을 구입하기보다는 작은 돈을 가지고 자주 시장에 들러서 소량의 채소 등 먹거리를 구입하는 빈곤한 삶입니다. 어떤 이들은 하루에 5000낍(약 650원)으로 시장을 찾아 장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통제로 인하여 팍세 시내는 나가지 못하지만, 옆마을에 위치한 폰통시장에 2~3일이면 한 번씩 다녀오는데요. 폰통시장은 팍세에서 태국 국경(총맥) 방면 약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시골 시장이지만, 아침과 오후 시장이 열립니다. 시장 풍경은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평소와 다른 게 있다면, 시장 상인은 물론 시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