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정책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한 논의가 전방위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각 정치세력은 내년 대선을 위한 정치일정을 밟고 있는 가운데, 신남방정책의 향방도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결과와는 상관없이 한국에게 있어 ‘아세안’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웃 국가이기 때문에 신남방정책은 지속되어야 하고, 더욱 확대 발전되어야 하기에 각계각층의 노력이 더 필요한 때이다.
■ 문대통령, 아세안 10개국 모두 순방 ‘아세안 중시 정책’ 평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 중의 하나가 신남방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 출범 직후 아세안 특사를 최초로 파견했고, 아세안 중시 정책인 본 정책이 발표되었다. 2019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 특별정상회의 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 모두를 순방했다. 본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10개 정상들이 한국에 모두 방문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남방정책이 본격화되어야 할 2020년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혀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한국과 아세안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역 및 보건협력으로 위기를 협력으로 돌파해 내려고 노력하였다.
그래서 코로나19로 변화된 글로벌 환경에 맞게 2018년 8월에 발표된 3P(Peace, Prosperity, People) 목표와 16개 과제를 3P 목표 아래 4개 중범위 개념-사람중심, 포용성장, 연계협력 그리고 신뢰제고-을 새롭게 설정하고, 7대 이니셔티브 아래 대략 28개의 프로그램으로 재편하여 신남방정책플러스를 제시하였다.
신남방정책은 탄생부터 현재까지 정부의 의지 속에서 변화된 국제환경에 맞게 변형을 하면서 실천적 노력을 경주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신남방정책은 많은 한계에 노정되어 있다.
■ 코로나19 도움을 주는 대화상대국 순위 중국1위, 일본 2위. 한국은 5번째
우선, 신남방정책의 대상인 아세안 입장에서 보면, 그 한계는 명확하다. 싱가포르 국립연구기관인 동남아연구소(ISEAS)가 실시한 2021년의 여론주도층 조사결과 몇 가지를 주목해 보고자 한다.
하나, 코로나19를 위해 아세안 지역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대화 상대국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중국이 44.2%, 일본이 18.2%, EU가 10.3%, 미국이 9.6% 그리고 그 다음이 한국 5.4%로 5번째를 차지하고 있고, 그 이후로는 뉴질랜드, 호주, 인도, 러시아, 캐나다 순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결과는 아래의 다른 질문의 결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두번째, 아세안 지역 내에서 어느 국가 또는 지역협력체가 가장 정치적으로 전략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중국 49.1%, 미국 30.4%, 아세안 14.6%, 일본 3.2%, 유럽 1.7%, 호주 0.4%, 한국 0.3%, 인도 0.2% 순이다.
아세안 역내조차도 아세안보다는 중국과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결과는 많은 의미와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2020년에는 설문대상의 대상조차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2021년에서야 조사대상으로 포함되어 인도보다 약간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즉, 아세안에게 있어서 한국은 정치적 전략적 영향력에 있어서 그 영향력이 매우 취약한 존재인 것이다.
■ “역대 어느 정부도 아세안을 전략적으로 사고한 경험이 없었다”
세 번째는 글로벌 자유무역증진을 위해서 누가 강력한 신뢰를 제공하고 있는가? 미국 22.5%, EU 22.2%, 아세안 20.6%, 일본 15.4%, 중국 11.%, 뉴질랜드 2.8%, 호주 2.1%, 한국 0.9%, 인도 0.8% 순이다.
한국이 중국보다 자유무역에 대한 신뢰를 아세안에게 제공하고 있지 못하는 놀라운 결과이다. 그 이유는 한국 기업이 아세안 시장에서 수출로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취하고 있고, 이러한 한국 기업이 아세안 시장에서 일방적으로 이익이 우선하는 교역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본인이 참석한 신남방정책 관련 국제학술회의에서 인도네시아 학자는 아세안에게 신남방정책은 한국기업의 비즈니스전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싸늘한 평가를 내렸다.
마지막으로, 지난해부터 많이 회자되었던 설문결과의 내용을 언급해 보자.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시대에 아세안이 제3의 파트너를 선택해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이다.
EU 40.8%, 일본 39.3%, 호주 7.5%, 인도 6.6%, 한국 3.2%, 영국 2.6% 순이다.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처음으로 설문대상에 포함되었는데, 단숨에 2.6%나 되었다. 지난해에 한국이 3.0%를 받고, 인도보다 점수도 낮고 후순위로 밀려 있다는 결과를 보고 놀랍다는 견해가 한국사회에 회자되었는데,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조사결과가 한국사회에 회자되고, 그 결과에 충격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표피적인 생각은 신남방정책을 시작했는데, 한국에 대한 아세안의 인식과 기대감이 이 정도일 수밖에 없는가하는 실망감이 배어있다고 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이전에 역대 어느 정부도 아세안을 전략적으로 사고한 경험이 없었다는 것을 우리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러한 조사결과가 앞으로도 아세안에 대한 한국의 대외정책이 더 적극적으로 진행되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신남방정책, 한국의 글로벌 외교 주도 진행하는데 매우 중요한 선행경험”
무엇보다, 필자는 신남방정책이 한국의 글로벌 선도국가로서 향후 글로벌 외교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데 매우 중요한 선행경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한국은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의해 선진국 그룹으로 진입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새로운 국제적 조건에서 한국의 대응은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향후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경험은 중요한 글로벌 자산이 될 것이다. 한국은 경제규모로는 세계 8위로, 국방력으로는 세계 6위의 나라가 되었다. 이제 선진국으로서 ‘한국’은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면서 방향을 제시할 ‘선도 국가(leading country)’가 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남방정책에서 표현된 3P인 ‘평화, 공동번영 그리고 사람’은 향후 한국이 글로벌 ‘가치지향’의 외교를 펼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역사적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시대이다. 이 말은 미국주도의 또는 중국주도의 질서로 양자택일해서 편입해서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이러한 이분법적 국제질서를 넘어서는 인식과 태도, 방향성을 제시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세안은 일찍이 미국과 중국이 부딪히고 있는 ‘인도양-태평양’ 지역에서 아세안 중심의 지역질서를 계속적으로 만들어나가겠다는 뜻을 표현했다. 하지만, 아세안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인 것이다.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의 헷징(hedging) 대상으로 EU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올해 EU도 EU판 ‘인도-태평양전략’을 제시했다. 핵심은 이 지역에 있는 중국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지역 현안에서 아세안을 중심으로 문제를 다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따라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어느 누구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다자주의 협력의 틀 안에서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아세안, EU가 밝혔다. 한국도 이러한 입장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아세안 지역전략으로서 신남방정책은 더욱 고도화, 체계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전략적 관계’로 실질적으로 상승발전시켜야 하는데, 신남방정책은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위한 중요한 정책적 자양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중상주의적인 한국과 아세안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새롭게 재구성되어가는 가칭 ‘신남방정책 2.0’은 아세안이 한국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을 정확히 반영하여, 포괄적이며 근본적인 그리고 장기적인 내용으로 재탄생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경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kalli@snu.ac.kr
최경희는 박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한국동남아연구소와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 선임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동아시아 비교정치로 박사학위를 수여한 이후, 인도네시아와 아세안 지역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